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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움과 만남, 그리고『공존의 삶』

  • 등록일
    2008/11/16 00:48
  • 수정일
    2008/11/16 00:48
사람들은 무언가 새로운 것에 대해 두 가지 반응을 보인다고 합니다. 배척하거나 혹은 포용하거나. 배척은 아마도 새로운 것에 대한 경계와 두려움에서, 포용은 지식에 대한 갈망과 도전의식에서 산물이리라 생각합니다.

이주노동자를 위한 한글교실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힘든 노동에 지쳐 있는 그들에게 배움이라는 것은 또 다른 짐처럼 무겁게 느껴질 수도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한국 땅에 사는 이상 한국어를 알아야 한다는 이성과 피곤한 몸을 쉬면서 친구들과 편안한 시간을 보내고 싶어 하는 감정이 늘 공존하고 있을 것입니다. 이 땅에서 좀 더 나은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배워야 한다는 내 생각도 어쩌면 탁상공론에 지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런 생각 때문에 한글교실에 대해 회의를 느껴본 적도 많았습니다. 한글을 읽는 게 그리 중요한 가, 그들에게는 그냥 이야기를 들어줄 친구가 필요한 것은 아닌가 라는.

 

그러나 그런 생각을 하면 할수록 더욱 더 분명해 지는 것은 한글교실의 존재이유였습니다. 단순한 만남은 그들이 일하는 현장에서도 또 지역공동체 생활 속에서도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그러한 만남을 통해서 얻는 것 또한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한글교실 역할을 그러한 만남과 동일시 한다는 것은 피곤한 몸을 이끌고 일요일마다 한글교실로 오는 그들에게 너무 실례가 되지 않을까요. 한글교실은 만남의 의미를 넘어서 배움을 통해 이문화인 한글을 접하고 포용하는데 견인차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요즘도 『한글 공부 안 해도 되요.』『공부해서 뭐해요?』라는 말을 듣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그들이 처한 현실의 불안감과 불신감으로 인한 표현일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그런 말을 하는 사람들 중에는 한국에 들어와서 심적 고통을 당한 경우가 많다고 들었습니다. 한국과 한국 사람에 대한 불신감이 그들로 하여금 한국문화에 대해 배타적이게 하고 있는 것입니다.

 

작년 한 해 한글교실을 진행하면서 많은 시행착오와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깨달은 것은 그들에게 한국의 문화나 한국어에 대해 공부하라고 하기 전에 그들의 문화나 삶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마음이 필요하다는 것이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심지어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저조차도 그들의 나라에 대해 아는 게 많지 않았습니다. 한국어를 가르치기 위해 한국어나 한국문화에 대한 지식을 쌓아 나가는 것에 집중했지, 그들의 문화를 이해하고 배워나가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에 대해 간과하고 있었습니다.


 

사람의 만남, 그리고 배움은 일방적일 수 없습니다. 한국인 사이에도 하물며 그러할 진데, 문화가 다른 외국인 끼리를 말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그들 문화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만큼, 그들은 우리 문화를 이해하려고 노력할 것이고, 또한 우리가 그들을 신뢰할 때 그들 또한 우리를 신뢰하게 될 것입니다. 한글교실은 그런 의식을 기초로 성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식이 문화의 다양성과 서로를 인정하는 포용된 마음보다 선행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올 한 해 한글교실은 한글만을 가르치기 보다는 문화를 가르치고 배울 수 있는 장으로 만들고 싶습니다. 물론 놀이에 장으로 만들겠다는 것은 아닙니다. 교육의 장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면서 그들에게 한국어를 배우고 싶다는 동기유발을 할 수 있는 곳이 되었으면 합니다.

 

마지막으로 작년 정말 아무것도 준비되지 않은 이곳에서 함께 시작해 주신 강현경샘, 구민정샘, 나미진샘, 박정혁샘에게 감사드리고, 넉넉한 웃음으로 정신적인 지주역할을 해주시는 홍숙자샘께, 또한 부족한 우리들을 선생님으로 믿고 따르는 한글교실 학생들에게도 지면을 빌어 감사한 마음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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