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시/신경림] 喊聲(함성)

  • 등록일
    2019/05/28 11:38
  • 수정일
    2019/05/28 15:37

喊聲(함성)

 

신경림

 

한때 우리는 말을 잃었다.
눈을 잃고 귀를 잃었다.
짙은 어둠이 온 고을을 덮고
골목마다 안개가 숨을 막았다.

웃음을 잃고 노래를 잃었다.
어디로 가고 있는가 우리는 몰랐고
누구를 찾고 있는가 우리는 몰랐다.
꽃의 아름다움 저녁놀의 서러움도
우리는 몰랐다.

그러나 우리는 보았다 그날
이 어둠 속에서 일어서는 그들을.
말을 찾아서 빛을 찾아서
웃음을 찾아서 내달리는 그들을.
어둠을 내어모는 성난 아우성을.

구름 사이로 내비치는 햇빛을 보았다.
먼 숲속의 새소리를 들었다.
사람들은 거리를 메우고
이제 이 땅에 봄이 영원하리라 했으나

그러나 아아 그러나
모진 폭풍이 다시 몰아쳤을 때
우리는 잊지 않으리라 비겁한 자의
저 비겁한 몸짓을 거짓된 웃음을.

용기 있는 자들은 이 들판에 내어쫒겨
여기 억눌린 자와 어깨를 끼고 섰다.
멀리서 울리는 종소리를 듣고 섰다.
저것이 비록 죽음의 종소리일지라도.

한 사람의 노래는 백 사람의 노래가 되고
천 사람의 아우성은 만 사람의 울음이 된다.
이제 저 노랫소리는 
너희들만의 것이 아니다.
우리는 모두 어깨를 끼고 싶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