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우리는 말을 잃었다.
눈을 잃고 귀를 잃었다.
짙은 어둠이 온 고을을 덮고
골목마다 안개가 숨을 막았다.
웃음을 잃고 노래를 잃었다.
어디로 가고 있는가 우리는 몰랐고
누구를 찾고 있는가 우리는 몰랐다.
꽃의 아름다움 저녁놀의 서러움도
우리는 몰랐다.
그러나 우리는 보았다 그날
이 어둠 속에서 일어서는 그들을.
말을 찾아서 빛을 찾아서
웃음을 찾아서 내달리는 그들을.
어둠을 내어모는 성난 아우성을.
구름 사이로 내비치는 햇빛을 보았다.
먼 숲속의 새소리를 들었다.
사람들은 거리를 메우고
이제 이 땅에 봄이 영원하리라 했으나
그러나 아아 그러나
모진 폭풍이 다시 몰아쳤을 때
우리는 잊지 않으리라 비겁한 자의
저 비겁한 몸짓을 거짓된 웃음을.
용기 있는 자들은 이 들판에 내어쫒겨
여기 억눌린 자와 어깨를 끼고 섰다.
멀리서 울리는 종소리를 듣고 섰다.
저것이 비록 죽음의 종소리일지라도.
한 사람의 노래는 백 사람의 노래가 되고
천 사람의 아우성은 만 사람의 울음이 된다.
이제 저 노랫소리는
너희들만의 것이 아니다.
우리는 모두 어깨를 끼고 싶다.
최근 댓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