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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에서의 야식과 술한잔

  • 등록일
    2004/09/07 23:31
  • 수정일
    2004/09/07 23:31

오늘 처럼 비가 내리고 바람이 부는 날이면, 공장 야근때 먹었던 쟁반국수와 족발 그리고 소주가 무진장 땡깁니다.

 

공장 야근... 직장(생산직 최고 우두머리, 대공장은 공장이 최고 우두머리이나 저와 같이 대우차 차체 납품하는 업체에서는 직장이 최고, 그 아래 반장, 바로 밑 조장 순...)은 작업량 지시를 하고 작업일지에 꼭 목표를 채우라는 협박아닌 협박을 하고 퇴근... 야근은 공장에서 생활하는 이들이 직장으로부터 해방되는 날이다. 물론 조장이 있지만 조장은 현장 생산직 노동자의 편에 서서 함께 동고동락했다.



 

게릴라 폭우가 쏟아지는 어느 야간 근무일... 나는 일하기도 싫고 술생각이 간절하여... 자체용접을 하는 기계 프로그램밍을 약간 수정하여 용접이 잘 안되도록 설정한 후. CO2 수동 용접기를 들고 직장이 할당한 량을 3시간만에 해치우고, 공장 남자탈의실로 갔다. 다른 동료들도 나와 마찬가지로 자동 기계 용접기를 고장내고 수동용접기로 용접량을 다한 후.... 우린 그 야간 늘 기다리는 야식과 함께 족발에 소주를 시켜 먹었다.

 

술맛이 기가 막힌다. 술이 떨어지면 공단 수퍼에 가서 술을 사와 먹는다. 참 이런 짖꺼리 많이하였다.(가 생산한 차(누비라, 라노스, 레간자) 부품을 갖고 있는 사람은 불행한 사람일 것이다. 왜냐 용접을 건성으로 하엿기에... 그렇다고 접합력이 떨어지지는 않는다. 다만 용접강도가 좋지않아 차 수명이 오래가지 못하는 것을 불보듯 뻔한일.... 차체에 들어가는 하나하나의 제품을 다 검사하고 살 수도 없는 노릇이니 난 대우자동차에 근무하는 Q/C가 불량판정을 내리지 않을 정도로 용접을 하였다. 대부분 직장이 자제 아끼라는 성화에 못이겨 수동 CO2 용접기를 잡게되면 용접봉을 많이 쓰지 못한다. 많이 썼다간 시말서에 징계까지 먹는 사고가 있으니 이도 만만찮다. 다들 그렇다. 그러나 문제는 용접이 아니다. 대우차는 국내와 해외용의 강판 차이가 Imm정도가 나서 국내용 강판의 강도가 해외 차량에 비해 약하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대우차 해외차가 국내차보다 싼 값에 출하된다. 강판의 두께야 도장에서 도료로 자체를 색칠하니 외형만 좋으면 강판 차이에 대해서는 의심하는 이가 별로 없다. 같은 차종이라도 해외에서 구입한 차라면 용접, 강판강도는 우리가 보장한다. 왜냐 KD(해외 출하물건 지칭)는 강판은 물론 수동 용접기로 용접을 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어 Q/C 심사가 까다롭다.)

 

어김없이 비오는 날은 야간조 전체가 야리끼리(빠른시일내 업무량 달성)하고 난 후 술을 먹는다. 대부분의 자동차 차체 하청업체 노동자들이 그렇다. 기계는 센서가 있기에 그만큼 수동 용접기를 돌리는 것에 비해 빠르지 않다. 이에 우리 야간근무조는 일주일에 한번씩 야간조가 돌아오면 서로가 회식 날짜를 잡는다. 그날은 무조건 수동 용접기(CO2, spot)로 작업하고 난 후 아침 출하물건을 내놓고 술먹고 탈의실에서 자는 날이다. 직장도 뭐라 못한다. 자신이 준 량을 다 달성하였기에 다만, 제품에 하자가 생기면 큰일..... 그러나 수동 용접기로 작업하면 이에 대해서는 못해도 99% 에 육박할 정도로 불량률은 적다.

 

공장 탈의실에서 술을 먹다 부족하다 싶으면 남동공단  공단 블럭마다 위치하고 있는 공단 매점으로 향한다. 말이 매점이지 공단에서는 유일한 술집이라 할 수 있다. 공단 블럭마다 있으니 이 얼마나 많은 이들이 애용하는 곳이겠는가? 다들 이곳에서 술을 먹는다. 시내에 나가면 충동구매가 생겨 번 돈에 비해 출혈이 크기 때문이다.

 

공단 매점의 인기 안주는 단연 라면과 찐계란이다. 이에 더 추가한다면 쏘시지.... 주로 라면, 찐계란, 소시지에 소주 2병씩은 거뜬히 비운다. 회식날은 다들 회비를 걷기에 각자 1만원씩만 각출하면, 1차 족발에 소주, 소주는 기숙사에서 귀거하고 있는 쑬꾼들의 방을 습격하여 뻇고, 2차는 공단매점을 애용하고 3차는 탈의실로 돌아와 비장한 각오로 최우를 맞이한다.

 

이렇게 어김없이 회식을 한 날이면 직장은 아침 조회 시간 한소리 짠하게 한다. 그러나 사무실에서는 아무런 이야기가 없다. 불량이 나지 않으면 됨으로....

 

그런날 아침 조회를 마치고 우린 어김없이 해장술을 마시러 또 술집으로 향한다. 남동공단 끝자락에 위치해 있어 연수구 유흥가 근처가 있어 감자탕집 또는 해장국집에 들어가 소주 1병을 까고 간다. 더 땡기면 기숙사에 들어갈 요량으로 작업시간 5시간 전까지 마신다. 주로 야간조는 7시에 들어가게 되어서 오후 2시까지 마시면 야간작업할때 큰 지장이 없다. 소주 5병 이하만 마신다면... 일이 고되고 땀을 많이 흘리는 일이니까 술 기운은 작업 3시간만 하면 땀으로 배출된다.

 

참 좋은 시절이었다. 비록 돈은 이렇게 일하고도 월 80만원 조금 못미치는 돈을 받았지만... 그때 돈은 비록 없었지만 그래도 술을 마음놓고 먹어도 일하는데 전혀 지장받지 않고 생활을 할 수 있었으니 참 행복한 생활이었던 것 같다.(뭐 내가 부지런해서가 아니라 지각 3번이면 하루 결근 처리가 되고 지각 4번을 하면 시말서를 써야하기에 공장생활 스트레스로 아무리 늦게 자거나 술을 많이 먹었다해도 지각하는 법은 없다.)

 

오늘처럼 주룩주룩 비가 내리는 날 우둑커니 공단 매점에서 소주에 얼큰한 라면 한그릇을 후루후룩 마시며 마냥 내리는 비를 쳐다보고 싶다.

 

간장 오타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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