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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대 어른신들의 대화....

  • 등록일
    2004/09/14 01:14
  • 수정일
    2004/09/14 01:14

지하철 80대 어른들의 대화를 들을 수 있었다.

마냥 즐거웠다. 그분들의 대화... 한세기 남한의 변천사를 훤히 내다보는 안목... 초등학교 동창인 그분들의 대화에서 난 그 나이에 살아있을지... 아니면 변화되어가는 남한에 대해 회고할 무엇가가 있는지 대화를 들으며 곰곰히 생각해 보았다.

 

일제시대를 거쳐 격동의 한반도를 몸소 겪었던 그분들....

40년전 서울과 수원이 어떻게 변했는지 알 수 있었다.

용산과 수원 허허벌판인 그곳에 그분들의 초등학교 그리고 30대와 40대가 녹아있었다. 초등학교 동창회를 일찍하시고 술한잔 반주로 거하게 한 늙었지만 노련한 그분들의 대화는 참 다정다감하게 내 귓가를 때렸다.



 

어린시절 할머니와 할아버지로 부터 들어봄직한 전설같은 변천사... 그분들의 기억에 역사 이야기가 나올때마나 추억이 방울방울 맺혀있던 것들이 떨어지는 듯한 이야기들이 오고갔다. 듣는 것 만으로도 참 행복하였다 할 수 있다. 그분들의 대화는 정말 한세기를 관통하는 한반도의 역사일 것이다.

 

관악산을 배경으로 한 그분들의 추억 지금은 수원을 지나올때 하늘을 치쳐 떠받는 흉물인 아파트를 보면서 그분들은 어떠한 생각을 하셨을까? 허허벌판 그리고 그분들이 뛰어놀고 가족동반으로 나들이 온 그 곳은 이미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기억되나 그분들이 노닐던 곳은 아니리라.... 아마도 그분들은 변화와 세월이라는 무게감에서 자신을 회고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분들은 그 세월의 깊이만큼 깊게 페인 주름과 시간이 가져다준 몸의 노세화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인생을 함께 동고동락한 벗들이 있기에 그리 인생 회고는 힘들지 않을 것이다.

 

새것이 대접받는 사회에서 그분들은 이미 노세화되어 퇴역한지 한참이 지났지만... 그분들은 역사과정에서 틀림없이 주역이었던 시기가 있을 것이다. 그분들이 주역이었던 황금기 그분들은 어떻게 정리하고 있을까? 생각하니 참 궁금하여 귀의 볼륨을 더 높여가며 그분들의 대화를 들었다.

 

그분들은 인생에서 일정 성공의 맛을 본 사람들이다. 아이들이 장성하여 가정을 이루고 독립하여 이미 손자가 대학생이 되고, 시집 장가갈 나이가 무르익은 장성이 되어 있다고 한다. 그분들은 집에서 이미 가장으로서 주도권을 아들에게 넘겨준 분들이라.... 낙은 오로지 많은 양은 아니지만 살아남은 친구들과 약주(소주) 한두잔을 먹으로면서 함께 늙은 몸을 유지하고, 자신들의 황금기를 추억 속에서 끄집어 내며.... 죽음을 향해 치닫고 있겠다.

 

그분들은 죽음이 주는 고통 그리고 80세가 되기 이전 이미 고인이된 친구들을 떠올리며... 빨리가야지 하며 한숨을 내쉬지만.... 인간사 오래살고 싶은 욕망은 이 단어에서 반추되어 때린다. 그분들은 삶에서 지금이 가장 행복할 시기가 아닐까...

 

앞만보고 무작정 달려온길... 일제 강점기를 거쳐 조국해방과 분단의 아픔....민족상간의 전쟁인 6.25, 4.19혁명, 5.16 군사쿠데타, 베트남 파병, 유신, 5.18 광주무장혁명, 전두환 군부독재에서 현 노무현 정권에 이르기까지 조국의 근대화에 한 복판을 관통하였다. 그분들의 대화는 어찌보면 한편의 근현대사이다. 40년 안양천을 이야기하였고, 40년전 관악역 부근 관악산 계곡을 이야기하였고, 40년전 땔감을 주워 밥해먹던 이야기를 하였고, 40년전 아파트가 들어서기 이전의 서울과 수원의 철길 주변을 이야기하였고, 이미 대성하여 가장이된 아이들에 대해서 이야기하였고, 손자에 대한 이야기를 하였다.

 

그분들읜 삶은 자신의 것이 아니었으리라 생각해본다. 그러나 지금 회고하면서 맞이하는 삶은 그분들의 것이다. 인생의 긴 여로에서 자신을 발견하고 그때는 그랬지... 그리고 아쉬웠던 기억들을 떠올리는 그분들의 모습과 이야기가 나에겐 참 정감어리게 다가왔다.

 

내가 그 나이때 살아있다면 난 어찌할까 잠시 상념에 잡혀보았다.

 

간장 오타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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