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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서평] 권영민, '한국계급문학운동사'

  • 등록일
    2004/09/16 12:14
  • 수정일
    2004/09/16 12:14
                           신간회 결성부터 해소까지  카프맹원과의 관계 규명 
                                      
                                                                                                                     김철 연세대교수/국문학 
        
    70년대 초반 김윤식 교수가 내어놓은  『한국근대문예비평사』는 한국문학의 연구에서 카프라는 전인미답의 봉우리를  등정한 최초의 기록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 후에도 오래동안 이 봉우리는 여전히 ‘입산금지’의 상태에 있었다. 상황이 크게 바뀐 것은 80년대 들어서였다. 산으로 오르는 등반객들의 발길이 분주히 이어졌고, 새로운 등반로의 개척을 알리는 신호들이 줄을 이었다. 더구나. 이 등반을 부르조아의 한가한 나들이로서가 아니라  당대 변혁운동의 구체적 실천장으로 인식해야 한다는 비장한 긴장감 역시 모두가 공유하고 있던 것이어서  카프문학에 대한 연구는 오랜동안의 금기와 억압을 뚫고 마침내 새로운 부활을 준비하는 듯이 보였다.  그러나 90년대는 다시 모든 것을 원점으로 돌려 놓은 듯이 보인다.이 산길에는 이제 부질없는 바람소리만이 외로울 터이다.



    
    권영민 교수의 『한국 계급문학  운동사』는 이러한  적요를 한숨에 깬 노작이다. 이것은 이 저서가 카프 문학을 다루고 있다는 뜻에서만 하는 말이 아니다.  90년대도 다 저물어가는 이 시점에서 권교수가 내놓은 이 저서는 기왕의 카프문학 연구에서  이루어진 것과는  전혀 다른 길을 보여주고 있다. 간단히 말하면, 그 길은 ‘조직-단체로서의 조선 프로예맹’이라는 길이다.  이 새로 개척된 등반로를 따라 올라가다 보면  우리는 식민지 시대 사회운동과 프로문학운동과의 관계라는  거대한 장면을 목격하게 된다. 이 등반자로의 개척이 만만치 않은 공력과 수고를 필요로 하는  것임은 이 산에서 일찍이 길을 잃고 헤맨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익히 아는 일이다.
   
    우리가 이 저서의 발간을 높이 평가하고 기뻐하는 이유는, 그러나 이 등반로의 새로움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것의 풍부한 내용에 있다. 식민지 시대 사회운동의 양상과 카프문학과의 연과성이라는  주제는 새삼스러운 것이라고는 할 수  없다. 그러나 이전의 연구들이 이 문제를 충분히 깊이있게 그리고 무엇보다도 전체적으로 다루었느냐 하면 전혀 그렇지가 못한 것이 사실이다. 방대한 사실관계의 확인도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닌데다가,  무엇보다도 문학사적 관점과 운동사적 관점 사이에서의 균형잡기라는,  방법론적 문제도 쉽게 해결되는 것이 아니였기 때문이다.
   
    권교수의 이 저서는 그 점에서  카프문학의 연구의 오랜 숙제를 해결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신간회의 결성으로부터 해소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에서 카프맹원들의 연관을 이렇게 일목요연하게 규명한 연구는 아직까지 없었다.덕분에 우리는 카프 경성본부와 동경지부의 갈등에 관한 기존의 사실들에서 더 나아가,  카프의 헤게모니가 이동하는 과정과  신간회의 관계에 대해 보다 명료한 지식들을 얻게 되었다. 또한 동경지부의  조직속에서 이른바 ‘제3전선파’뿐만이 아니라 『개척』  동인의 실체를 부각시킨 점이라든가,1932년 소장파 중심의 조직개편에서 ‘동지사’그룹의 실체를 밝혀낸 점, 코민테른 12월테제와 신간회  해소의 문제를 카프의 조직 변화와  연결시킨 점들은 이 책의 뚜렷한 성과라 할 만하다. 무엇보다도 카프 해산의 직접적 빌미가 되었던 이른바 ‘신건설사’ 사건의 판결문을 발굴하고, 그것을 통해 카프 해산의 문제를 기존의 ‘해소파/비해소파’의  관점에서가 아니라‘강요된 해체’의 문제로 다시 인식할 것을 주장하는 저자의 주장은 크게 경청할 가치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가지 아쉬움이 없을 수는 없다. 지면관계상 한가지만  말한다면, “계급문학 운동은 보다 넓은 의미의 저항적인 민족문학 운동이라는 범주 안에서 검토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관점이다. 서평자는 저자의 ‘민족운동’‘사회운동’ 등의 개념이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지도 의문이 거니와,  계급운동을 ‘굳이’ 민족운동이라고 말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이 ‘흡수통일론적’시각이 또다른 왜곡을 낳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문예출판사, 2만원)

 

간장 오타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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