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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백무산] 느티나무

  • 등록일
    2004/10/05 21:14
  • 수정일
    2004/10/05 21:14

* 이 글은 알엠님의 [나는 행복하다] 에 대한 트랙백 입니다.

찬바람 닥치고 낙엽이 지면

저 산에 나무들 가운데 사철푸른 나무들이

오래 그 푸르름을 뽐내겠지만

그 푸른 기상이 장하기도 하다만

 

푸르던 잎새들 다 발 아래 떨구고

앙상한 가지마저 거두지 못해

긴 겨울 찬바람에 다 내어주고

끝 모를 허공에 생을 다 놓아버리는

그 마음 깊이를 알 수 있을까

 

내가 있던 그 자리에 바람이 들어와 앉고

구름이 들어와 앉고 새들 날아와 앉고

내가 있던 그 자리에 눈보라 휘날리고

나 아닌 것들이 다 다녀가고

시간이 마침내 그 자리조차 지우고

 

어느 봄날에 흔적 없던 가지 끝 허공에서

나 아닌 모든 것들이

내가 되어 피어나고

저 푸른 천개의 팔을 펼쳐

너를 안고 한 호흡으로 타오르는

눈부신 한철을

저들은 알 수 있을까

 

                                         백무산 시집 초심중에서....

 

간장 오타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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