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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용접공 시절 듣던 노래와 회상

  • 등록일
    2004/08/06 22:18
  • 수정일
    2004/08/06 22:18
오늘 집에서 뒤굴뒤굴 놀고 있는데 용접공 시절 야근때 자주 듣던 노래가 흘러나와 이 게시판에 글을 올려봅니다.
참고로 저는 용접 자격증을 대학때 기계공학과 동기들에게 뇌물을 받쳐가며 배웠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산업기사2급(이전 기능사 1급) 자격증을 취득하여 산소용접, 아스콘(전기) 용접, 아세틸렌 용접, 아르곤 용접을 할 수 있는 경지에 도달 하였습니다.
 
야근시간 어김없이 같이 일하던 라인의 동료(병특 요원)가 클레오(Cleo) 2집 Ready for love  노래를 테잎을 전 라인에 틀어놓고 작업을 해서 가사를 외울 정도입니다. 그 노래를 오늘 들었는데 야간 용접봉을 들고 라인에서 근무하던 저의 과거 모습이 떠오르더군요.


제가 근무하던 곳은 남동공단 다성이라는 대우자동차 차체 부속을 제조하던 업체로 스폿(점) 용점,  산소용접, 프레스를 주로하는 업체로 레간자, 라노스, 누비라 차체 생산라인이었습니다.
 
그 당시 주야 맞교대로 근무로 근무하면서 노동현실의 어려움을 몸소 느꼈습니다.
노조를 건설할려고 들어갔는데 중소영세사업장의 어려움만 몸으로 느끼고 나왔죠.
정확히 말해 현장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1년이란 짧은 현장생활을 마감하였습니다.

 

일이 힘들어서도 아니고, 몸이 피곤해서도, 아니면 생산현장의 열악한 노동현실 때문에 퇴사를 한것은 아닙니다. 이전 구속경험이 있다보니 남동경찰서 정보과에서 나와 위장취업 심사에 걸려 짧지만 소중한 경험을 마감하여야만 했습니다.
 
지금 노동넷에서 상근하며 월 60만원이라는 상근비를 받고 있습니다. 이전 현장에서 벌었던 기본급보다 많은 돈을 받고 운동이라는 것을 지향하고 있어 감사히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많은 중소영세사업장 노동자들의 경우 턱없이 부족한 박봉에 노동을 강요받고 있습니다. 

 

제가 다니던 현장에서는 아이엠에프로 인해 상여금이 대폭삭감되고 년차수당이 없어 졌습니다. 저는 남자라 일당 만삼천원으로 계약(정규직의 경우도 일당을 계약하고 현장에 취업해야함, 중소사업장의 경우는 부지기 수임.)하여 월(주 44시간 노동기준 기준) 39만원의 기본급에 잔업수당, 야근수당, 특근수당을 보태야 월 80만원의 봉급을 받을 수 있는 현장에서 근무하였습니다. 이 땅의 모든 노동자의 현실이 아직 변화하지 않았다고 봅니다. 대공장의 경우는 기본급과 상여급의 수준이 높이 책정되어져 있기에 높지 않은 임금이라 말하지만 중소영세사업장의 경우는 상상을 초월하는 임금입니다.

 

상여금은 말할 것도 없고, 더욱이 문제시 되는 것은 여성노동자의 경우 저보다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저보다 숙련되고 오랜 기간 노동하던 어느 늙은 여성노동자(경력 10년)의 일당을 물어보았습니다. 그런데 의외로 저보다 500원이 적은 일당으로 노동을 강요받고 있더군요. 그분은 설날, 추석을 빼고(제가 1년 현장생활을 겪을 때 노동한 시간)매일 나오시는 분이었는데, 월급봉투를 보니(국민연금, 의료보험, 산재보험, 고용보험, 갑근세 제외, 잔업 68시간- 주간 노동의 경우 매일 10시 야근과 포함한 시간 임. 여성노동자의 경우 출근시간이 오전 8시인데 수동 스폿(점) 용접기를 정비하기 위해 현장 근무를 위해서 오전 7시까지 출근해야 함.-, 특근 4일 포함)하고 72 만원을 수령하더군요. 이게 노동의 현실이라 생각하니 암울하더군요. 저야 대학이라도 나와 마음만 먹으면 공무원 시험, 고시 등 다른 방법으로 돈 벌 수단을 찾을 수 있는데, 그 분들은 이 월급에 아랑곳 하지 않고 자신의 일을 하는 것을 보면서 나를 되돌아 보았습니다. 남아 있지 못하고 줄행낭 치듯 도망친 자로서 말할 것도 없지만, 그때를 생각하면서 저의 삶의 목적이 형성되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패배자이기에 무어라 말할 자격도 없는 놈입니다. 그래도 현재 민주노총에서 4인가족 평균임금을 발표할 때면 그 당시 상황이 떠오릅니다. 많은 노동운동 활동가들이 자신들이 현재의 위치를 이루기위해 투쟁을 하였기에 노조를 결성하지 못한 현장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임금을 보장받을 수 있다고 합니다. 밎는 말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노동운동을 지향하고 활동을 한다고 할때 미조직 사업장으로 분류되는 노동자를 조직할 의무가 있지 않은지 반문 또한 듭니다.
 
민주노총의 4인 가족의 평균임금이 210만원이라는 말을 듣는 순간 저는 딴나라에 사는 인간인 것 같은 충격을 받습니다. 그리 높지 않은 임금이라 생각할 수 있습니다. 노동에 비해 상당히 적은 비용이고, 정치권과 권력층의 소비성향에 비하면 세발의 피입니다. 그러나 주관적으로 나에게 있어서는 상당히 높은 비용이라는 충격에서 벗어날 수 없었습니다. 그건 저의 미성숙일 수 도 있습니다.
그러나 동일임금 동일노동이 노무현 정권하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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