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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가난한 사랑 노래 (신경림)

  • 등록일
    2004/08/06 21:59
  • 수정일
    2004/08/06 21:59

 가난한 사랑 노래
 ---이웃의 한 젊은이를 위하여



  가난하다고 해서 외로움을 모르겠는가
  너와 헤어져 돌아오는
  눈 쌓인 골목길에 새파랗게 달빛이 쏟아지는데,
  가난하다고 해서 두려움이 없겠는가
  두 점을 치는 소리
  방범대원의 호각소리 메밀묵 사려 소리에
  눈을 뜨면 멀리 육중한 기계 굴러가는 소리.
  가난하다고 해서 그리움을 버렸겠는가
  어머님 보고 싶소 수없이 뇌어보지만
  집 뒤 감나무에 까치밥으로 하나 남았을
  새빨간 감 바람소리도 그려보지만.
  가난하다고 해서 사랑을 모르겠는가
  내 볼에 와닿던 네 입술의 뜨거움
  사랑한다고 사랑한다고 속삭이던 네 숨결
  돌아서는 내 등뒤에 터지던 네 울음.
  가난하다고 해서 왜 모르겠는가
  가난하기 때문에 이것들을 이 모든 것들을 버려야 한다는 것을.
 
 
                   -신경림 제4시집 "가난한 사랑노래"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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