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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생각

  • 등록일
    2004/11/17 20:13
  • 수정일
    2004/11/17 20:13

 

 

엇저녁에 집에 들어가니 어머님이 거실에 플라스틱 부품같은 걸 한가득 풀어놓고 뭔가 만들고 계시더라구요. 부업하신데요. 테레비 탁자에 들어가는 바퀴를 만드는 거라 하시더군요. 하나 만들면 오원이라는데 부지런히 하면 하루에 칠천원 벌이는 한다는 군요. 그딴 거 뭐하러 갔구 왔냐고 타박을 하다 그냥 먼저 자기가 죄송해서 같이 거들었지요.



오래전 얘기, 봄이 되면 (이맘때쯤인것 같다) 우리 동네 아줌마들이 강둑에서 나물을 캐다 장에 팔곤 했었는데 어느 날 학교에서 돌아오다 보니 강둑에 있는 어머님이 보였어요. 강둑말고, 남 안가는 그 밑으로 내려가셔서 아주 위태롭게, 금새라도 강물에 빠질 것 같은 자세로 나물을 캐고 계셨더랬지요.하나라도 더 캐실라고 그때 우리엄마는 남보다 더 억척스럽게 사시는구나 하는 생각에 눈물이 났던 기억이 나요.

 

              그렇게 억척스럽게 사는 건 결국 자식들 때문이었겠지요.
                   어머님 생에서 우리 삼남매를 빼면 껍데기만 남지요.
                             당신이 입버릇처럼 하시는 말씀대로.

 

어제 부업 거들면서 어머님께 여쭤보았지요."뭐하러 이딴 거 해요? 궁상맞게"너 기다리는게 심심해서..." 서른이 넘었는데도 어머니는 절 기다리고 계십니다. 그리고 제가 들어오면 말이라도 한마디 걸어보려고 하시지요. 하지만 전 늘 '피곤해' 하면서 귀챦아 하지요. 일곱 시부터 열두 시까지 기다려서 만난 아들인데 말입니다. 어제는 어머님과 부업하면서 오랜만에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었지요. 참 오랜만이었습니다. 요즘 저의 구호는 '어머님가 차려주는 따뜻한 밥보다, 와이프가 던져주는 차가운 콘프레크를 먹고 살자 ' 이건데 어제는 돌연 어머니께서 해주시는 밥이 참 고맙구나. 그런 생각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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