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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 ㄴ ㄷ ㄹ ㅁ ㅂ ㅅ ㅇ ㅈ

  • 등록일
    2004/11/23 21:50
  • 수정일
    2004/11/23 21:50
이 문자 참 쉽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어렵게 느끼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오늘 공부방 1학년 아이를 우연히 일을 갔다와 가르쳤습니다. 요즘 교육이 워낙 빨라 한글을 ㅤㄲㅒㅤ우치고 학교에 간다고들 하지만 그렇지 못한 아이들도 있습니다. 교육은 상대적이라는 생각을 가져봅니다. 사교육 열풍이 한반도 남단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고 하지만 돈이 없거나 그렇지 못한 처지에 있는 사교육 소외자들은 사교육 혜택을 받은 아이들 처럼 쉽게 교육의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것을 느껴보았고, 학교라는 공교육에서 채워지지 않는 빈자리를 이 오늘 가르친 아이를 보면서 느껴보았습니다.


아 한글 문자가 어려운 것이구나.... 외우지 않으면 이해하기 어려운것이 문자가 아니던가? 남들은 쉽다고 하지만 내가 가르친 아이는 한글을 접하면서 어떠한 생각을 가졌을까? 그런 아이에게 난 무엇을 가르쳐 줄 수 있을까? 쉽게 외우라고 말하지만 결코 쉽게 외워지지 않는 단어를 강요한 듯한 느낌이 들어 마음이 불편합니다. 말을 듣지 않아 엉덩이를 몇대 때린 것이 후회됩니다. 문자를 외우기 이전 이 아이에게 교육은 어떠한 것이어야 하는가를 먼저 말해주어야 했거늘 그렇지 못하고 외 못외우니 그리고 소리 높여 읽어보라고 몇번 써보라고 말 한것이 마음에 걸립니다. 내 욕심에선 글자를 알면 아 글자가 이렇게 아름답게 조화를 이룰 수 있구나 가르치고 싶지만 이는 내 욕심이 앞선 의욕입니다. 그래서 이 아이와 오늘 약속하나를 하였습니다. 하루에 한자 한자를 외워 일주일내에 ㄱ, ㄴ, ㄷ, ㄹ -----ㅎ까지 다 읽을 수 있게 함께 공부하자고, 세끼 손가락을 걸며, 엄지손가락 도장을 찍으며 약속했습니다. 한참 뛰어놀 아이를 붙잡아 놓는 것이 못내 미안하지만 그래도 한글을 깨우쳐야 한다는 생각에 이 약속을 일방적으로 감행하여 약속을 받아냈습니다. 이 아이는 순서대로 ㄱ, ㄴ, ㄷ, ㄹ, ㅁ, ㅂ, ---- ㅎ 까지는 외우고 있으나 정작 문자 판독이 되지 않아 고전하고 있습니다. 다른 아이들은 동화책이다 만화책이다 읽고 쓰고 그러는데 이 아이만 다른 아이들보다 뒤쳐져 있어 학교에 가는 것도 그리 달갑지 않은 것 같아 내가 얼떨결에 이 아이에게 한글을 가르치게 되었습니다. 내가 가르치면 남들과 다를 줄 알았는데 저 또한 간사한 인간인지라 내 뜻대로 되지 않고 아이가 투정을 부리다 보니 나도 모르게 손이 볼기짝으로 향해 한 4개를 때렸습니다. 때린 것이 못내 미안하군요. 이 아이가 부디 이 입문과정에서 득도하여 한글의 아름다움 언어의 의미를 알아나갔으면 합니다. 잘 할 것입니다. 그리고 오늘 일을 거울 삼아 결코 손이 먼저 가는 일이 없도록 주의해야 겠습니다. 사랑으로 아이를 다스리지는 못하지만 아이에게 상처를 주는 일은 결코 하지 않을 것을 다짐하여 오늘 하루 내 행동을 반성해 봅니다. 간장 오타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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