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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도종환] 가죽나무

  • 등록일
    2005/03/29 22:04
  • 수정일
    2005/03/29 22:04
* 이 글은 노란리본님의 [참으로 오묘한 "순간"] 에 관련된 글입니다.

*** 정양 공간에 글을 읽다. 시하나 찾아 트랙백 걸어본다. 이 시가 글과 매치되어 내 공간에 걸쳐 놓는다. 나는 내가 부족한 나무라는 것을 안다 내딴에는 곧게 자란다 생각했지만 어떤 가지는 구부러졌고 어떤 줄기는 비비꼬여 있다는 걸 안다 그래서 대들보로 쓰일 수도 없고 좋은 재목이 될 수 없다는 걸 안다 다만 보잘것없는 꽃이 피어도 그 꽃 보며 기뻐하는 사람이 있으면 나도 기쁘고 내 그늘에 날개를 쉬러 오는 새 한 마리 있으면 편안한 자리를 내주는 것만으로도 족하다 내게 너무 많은 걸 요구하는 사람에게 그들의 요구를 다 채워줄 수 없어 기대에 못 미치는 나무라고 돌아서서 비웃는 소리 들려도 조용히 웃는다 이 숲의 다른 나무들에 비해 볼품이 없는 나무라는 걸 내가 오래 전부터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하늘 한 가운데를 두 팔로 헤치며 우렁차게 가지를 뻗는 나무들과 다른 게 있다면 내가 본래 부족한 나무라는 걸 안다는 것뿐이다 그러나 누군가 내 몸의 가지 하나라도 필요로 하는 이 있으면 기꺼이 팔 한 짝을 잘라줄 마음 자세는 언제나 가지고 산다 부족한 내게는 그것도 기쁨이겠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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