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귀화식물,
또 다른 이주노동자
* 다닥냉이 *
땅거미 지는 광화문 거리 적은 인원이 모여 집회를 열고 있다. 이주노동자운동 탄압에 항의하는 촛불문화제다. 거리를 지나는 사람들은 추위에 잔뜩 움츠린 채 서둘러 종종 걸음 쳐 그 옆을 지나쳐 간다, 여수 외국인 보호소 화재 참사가 있는 지 일 년이 지났다. 이주노동자들은 여전히 단속에 쫓기고, 피해서 달아나다 떨어져 죽었다, 지난 연말 이주노동자 노동조합 위원장, 부위원장, 사무국장이 표적 단속되어 강제 추방당했다. 얼마 전 이천 냉동창고 화재 참사가 있었다, 변한 것은 없다, 비극은 계속 되고 있다.
도시의 빌딩 숲 아래 좁은 잔디밭이나 화단에서 또 다른 이주노동자들을 만날 수 있다, 관상수 아래 잔디 틈에서 살아가는 귀화식물들 말이다. 강아지풀이나 냉이, 별꽃, 새포아풀처럼 오래 전에 들어와 자리 잡은 것도 있고, 토끼풀이나 망초처럼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은 것도 있다. 한겨울 도시의 마른 잔디밭을 눈여겨보면 여전히 푸르게 겨우살이를 하고 있는 토끼풀과 함께 뿌리에서 난 잎을 방석처럼 땅에 붙이고 봄을 기다리는 다닥냉이를 흔히 볼 수 있다.
다닥냉이는 논이나 밭보다는 이런 도시의 녹지에 잘 적응한 것 같다. 귀화식물은 이주노동자마냥 토종을 몰아내고 그 자리를 차지했다는 비난을 받으며 수난을 당해왔다. 국립공원 같은 생태 보존 지역에 사람들이 발길이 늘어나면서 빠른 속도로 번식하고 있는 다닥냉이는 돼지풀이나 서양등골나물보다는 덜 하지만 심각한 우려의 대상이 되고 있다.
다닥냉이는 어디에서 왔을까? 북아메리카라는 기록이 있지만 정확하지는 않은 것 같다. 다닥냉이가 들어온 시기를 개항이전으로 보는데, 북아메리카에서 들어온 귀화식물은 대개 개항 이후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다닥냉이가 자라는 곳에 다닥냉이보다 늦게 이곳에 도착한 콩다닥냉이가 자란다. 콩다닥냉이는 개항 이후 북아메리카에서 들어왔다, 다닥냉이와 콩다닥냉이는 자라는 곳도 같고, 겨울을 나는 모습도 비슷해서 구별하기가 쉽지 않다. 이 둘을 구별하려면 줄기가 나고 꽃이 필 때가지 기다려야 한다. 콩다닥냉이는 다닥냉이보다 줄기에서 나느 잎이 더 크고 꽃도 더 크다. 줄기에 나는 잎에는 가장자리 톱니가 있어서 쉽게 구별할 수 없다.
겨울을 나는 다닥냉이는 나물로 먹는데 매운 맛이 난다. 황새냉이보다 그 맛이 더 맵다. 꼭 겨자처럼 코를 톡 쏘는 매운 맛이다. 그래서 다닥냉이는 영어로 가난한 자의 추후(poor man’s pepper)g고 불린다. 다닥냉이는 꽃과 열매가 다닥다닥 달려서 다닥냉이라 불린다. 꽃은 냉이처럼 휜색 꽃잎이 네 장 나는데, 열매는 심장 모양의 냉이와 달리 동글동글한 모양이다. 꽃은 너무 작아 볼품없지만, 다닥다닥 달리는 동글동글한 열매는 귀엽고 앙증맞다. 가을에 불그스름하게 물이 들면 꽃처럼 아름답다.
잡초마저 자라지 않은 땅은 사막이다. 귀화식물인 잡초는 거칠고 매마른 도시의 땅이 사막으로 바뀌는 것을 막아낸다. 겨울에도 싱싱하게 자라는 다닥냉이의 생명력이 도시의 땅을 살아 숨 쉬는 땅으로 지켜내는 것이다. 이주노동자 없이 이제 이 사회는 굴러갈 수 없다. 이주노동자의 노동을 인정하고 노동자로서의 권리 또한 인정해야 할 것이다.
... 강우근의 들꽃이야기 중에서...(메이데이, 2010)
최근 댓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