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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1개의 게시물을 찾았습니다.

  1. 2013/12/12
    오지 않는 버스를 기다리며(4)
    간장 오타맨...
  2. 2013/12/12
    그대 잘 가라
    간장 오타맨...
  3. 2011/09/23
    [시/안도현] 9월이 오면
    간장 오타맨...
  4. 2011/09/23
    [시/도종환] 꽃밭
    간장 오타맨...
  5. 2011/06/27
    [시/도종환] 초록 꽃나무
    간장 오타맨...

새벽이 오는 方法

  • 등록일
    2013/12/16 07:39
  • 수정일
    2013/12/16 07:51

새벽이 오는 方法

 

기형도

 

밤에 깨어 있음.
방안에 물이 얼어 있음.
손[手]은 零下 1度
문을 열어도 어둠 속에서 바람이 불고 있다. 갈대들이 쓰러지는 江邊에 서서 뼛속까지 흔들리며 강기슭을 바라본다. 물이 쩍쩍 울고 있다. 가로등에 매달려 다리[僑]가 울고 있다. 쓰러진 나무들이 어지러이 땅 위에서 흔들린다. 다리 가득 유리가 담겨 있다. 이 악물며 쓰러진다. 썩은 나무 등걸처럼 나는 쓰러진다. 바람이 살갗에 줄을 파고 지났다. 쿡쿡 가슴이 허물어지며 온몸에 푸른 노을이 떴다. 살이 갈라지더니 形體도 없이 부서진다. 얼음가루 四方에 떴다. 호이호리 갈대들이 소리친다. 다들 그래 모두모두 ---- 大地와 아득한 距離에서 눈[雪]이 떨어진다. 내 눈물도 한 點 눈이 되었음을 나는 믿는다. 江 속으로 곤두박질하여 하얗게 엎드린다. 어이어이 갈대들이 소리쳤다. 우린 알고 있었어, 우린 알았어 -----
끝없이 눈이 내렸다. 어둠이 눈발 사이에 숨기 시작한다. 到處에서 얼음가루 날리기 시작한다. 서로 비비며 서걱이며 잠자는 새벽을 천천히 깨우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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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 않는 버스를 기다리며

  • 등록일
    2013/12/12 20:44
  • 수정일
    2013/12/12 20:44

철도 사유화 저지 총파업투쟁이 벌어지고 있다.

10년전.... 그 파업의 현장에서 그 뜨거운 열의가 식혀가는 것을 지켜보았다. 그러나 지금은 그렇지 않을 것이라 믿어 본다. 그 투쟁은 이전 철도 110년의 역사를 뛰어넘는 투쟁... 이전 KTX 비정규직 여승무원 투쟁, 해고자 투쟁 노민추 투쟁을 넘어서 단일한 깃발로 기치로 나설 때이다.

지금 힘내라는 응원을 넘어 함께 철도 사유화 저지를 위한 길에 동참하고 함께 그 열의와 총파업투쟁 지지엄호해 줄 때이다.

이 투쟁과 비슷한 버스투쟁.... 1988년 버스노조민주화 투쟁으로 무수한 버스노동자가 분신하고 해고되고 구속되는 그런 투쟁이 있던 시기를 견준 나희덕 시인의 시 하나 끌적여 놔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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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 않는 버스를 기다리며

 

나희덕

 

그들도 사라진 것인가

한번도 노선에서 벗어난 적이 없던

모범 운전사들

정해진 정거장과 정거장 사이에서,

교대 시간과 교대 시간 사이에서,

못다 핀 새벽잠과 새벽잠 사이에서,

가던 길로만 가고

돌아오던 길로 늘 돌아오던

그들마저 길을 잃은 것인가

 

규칙적인 것일수록 믿을 게 못된다,

기다릴 것 없이 그냥 걸어가자,

노선도 한 개 뿐인 이런 동네에서

파업은 무슨 파업이냐,

돌아서는 사람들 저렇게도 많은데

어두워오는 거리, 흙먼지 속에 남아

오지 얺는 버스를 기다리는 이유는 무엇인가

 

모두가 절망의 뿌리를 캐러 떠날 때

홀로 기다린다고 오는 것은 아니다,

기다리는 것마다

돌아오는 것마다

완전한 어떤 것은 아니다

 

절름거리며 돌아오는 그의 바퀴와

캐진 유리창, 구멍 뚫린 눈을 보아라

빈 버스 가득히 겨울 바람을 담고

고드름을 무성하게 메어단 채 달려오는

동굴 같은 그의 가슴을 보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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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잘 가라

  • 등록일
    2013/12/12 20:32
  • 수정일
    2013/12/12 21:08

그대 잘 가라

 

도종환

 

그대여 흘러흘러 부디 잘 가라
소리 없이 그러나 오래오래 흐르는 강물을 따라
그댈 보내며
이제는 그대가 내 곁에서가 아니라
그대 자리에 있을 때 더욱 아름답다는 걸 안다
어둠 속에서 키 튼 마누들이 그림자를 물에 누이고
나도 네 그림자를 물에 담가 흔들며
가늠할 수 없는 하늘 너머 불타며 사라지는
별들의 긴 문물
잠깐씩 강물 위에 떴다가 사라지는 동안
밤도 가장 깊은 시간을 넘어서고
밤하늘보다 더 짙게 가라앉는 고요가 내게 내린다
이승에서 갖는 그대와 나의 이 거리 좁혀질 수 없어
그대가 살아 움직이고 미소 짓는 것이 아름다워 보이는
그대의 자리로 그대를 보내며
나 혼자 뼈아프게 깊어가는 이 고요한 강물 곁에서
적막하게 불러보는 그대
잘 가라

 

p.s 노동자 인민 상중 진혼곡과 조시가 우리 투쟁결의로 이끌던 시기... 이 말과 언어 그리고 노래가 시대를 위해 나서게 했고 행동했고, 실천했던 시기... 이제 그 시기 다시금 불씨 되살릴때.... 말과 행동으로 투쟁띠 질끈 메고 나설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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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안도현] 9월이 오면

  • 등록일
    2011/09/23 19:47
  • 수정일
    2011/09/23 19:48

9월이 오면 / 詩; 안도현

 

그대

9월이 오면
9월의 강가에 나가
강물이 여물어 가는 소리를 듣는지요

뒤 따르는 강물이 앞서가는 강물에게
가만히 등을 토닥이며 밀어주면

앞서가는 강물이 알았다는 듯
한 번 더 몸을 뒤척이며
물결로 출렁 걸음을 옮기는 것을

그 때 강둑 위로
지아비가 끌고 지어미가 미는 손수레가 머무는
인간의 마음을 향해 가는 노을


그대
9월의 강가에서 생각하는지요
강물이 저희끼리만 속삭이며
바다로 가는 것이 아니라
젖은 손이 닿는 곳마다
골고루 숨결을 나누어 주는 것을
그리하여
들꽃들이 피어나 가을이 아름다워지고
우리 사랑도 강물처럼 익어가는 것을


그대

사랑이란
어찌 우리 둘만의 사랑이겠는지요

그대가 바라보는 강물이
9월 들판을 금빛으로 만들고 가듯이

사람이 사는
마을에서 사람과 더불어 몸을 부비며
우리도 모르는 남에게 남겨 줄
그 무엇이 되어야 하는 것을

9월이 오면

9월의 강가에 나가
우리가 따뜻한 피로 흐르는 강물이 되어
세상을 적셔야 하는 것을

 

간장 오타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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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도종환] 꽃밭

  • 등록일
    2011/09/23 19:02
  • 수정일
    2011/09/23 19:02

꽃밭

 

                                                                                       도종환

 

내가 분꽃씨 만한 눈동자를 깜빡이며
처음으로 세상을 바라보았을 때
거기 어머니와 꽃밭이 있었다
내가 아장아장 걸음을 떼기 시작할 때
내 발걸음마다 채송화가 기우뚱거리며 따라왔고
무엇을 잡으려고 푸른 단풍잎 같은 손가락을
햇살 속에 내밀 때면
분꽃이 입을 열어 나팔소리를 들려주었다

왜 내가 처음 본 것이 검푸른 바다 빛이거나
짐승의 윤기 흐르는 잔등이 아니라
과꽃이 진보라 빛 향기를 흔드는 꽃밭이었을까

민들레 만하던 내가 달리아처럼 자라서
장뜰을 떠나온 뒤에도 꽃들은 나를 떠나지 않았다
내가 사나운 짐승처럼 도시의 골목을 치달려갈 때면
거칠어지지 말라고 꽃들은 다가와 발목을 붙잡는다
슬픔 속에 잠겨 젖은 얼굴을 파묻고 있을 때면
괜찮다고 괜찮다고 다독이며
꽃잎의 손수건을 내민다

지금도 내 마음의 마당 끝에는 꽃밭이 있다
내가 산맥을 먼저 보고 꽃밭을 보았다면
꽃밭은 작고 시시해 보였을 것이다
그러나 꽃밭을 보고 앵두나무와 두타산을 보았기 때문에
산 너머 하늘이 푸르고 싱싱하게 보였다
꽃밭을 보고 살구꽃 향기를 알게 되고
연분홍 그 향기를 따라가다 강물을 만났기 때문에
삶의 유장함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내가 처음 눈을 열어 세상을 보았을 때
거기 꽃밭이 있었던 건 다행이었다
지금도 내 옷 소매에 소박한 향기가 묻어 있는 것이

 

 

간장 오타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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