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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1개의 게시물을 찾았습니다.

  1. 2005/07/17
    [시/나희덕] 살아 있어야 할 이유
    간장 오타맨...
  2. 2005/07/17
    [시/안도현] 빗소리 듣는 동안
    간장 오타맨...
  3. 2005/07/10
    [시/도종환] 깊은 물
    간장 오타맨...
  4. 2005/07/10
    [시/도종환] 무심천
    간장 오타맨...
  5. 2005/07/01
    [시/나희덕] 저 물결 하나
    간장 오타맨...

[시/정희성] 나도내가 많이 망가졌다는 것을 안다.

  • 등록일
    2010/02/26 14:48
  • 수정일
    2010/02/26 14:48

자유인님의 [단식3일차 ] 에 관련된 글.

 

 

나도 내가 많이 망가졌다는 것을 안다
           이진명시인의 시를 읽으며

                                                    정 희 성

나는 내가 왜 이렇게 모래처럼
외로운지를 알았다
나의 불온성에 비추어
나도 내가 많이 망가졌음을 안다
그리고 모든 망가지는 것들이 한때는
새것이었음을

하지만 나에게 무슨 영광이 있었던가
두 눈을 똑바로 뜨고
세상을 바라보았으나
사람들은 내가 한쪽 눈으로만 본다고
그래서 세상을 너무 단순하게 생각한다고
세상은 그렇게 일목요연한 게 아니라고

네 자신이 다른 사람들의 눈에
보이는 것 이상의 다른 무엇일 거라고
결코 상상해서는 안된다고
환상에서 깨어나라고 이념을 내려놓으라고
그런데도 내 눈에 흙이 들어가지 전에는
버릴 수 없는 꿈이 있기에

나는 내가 많이 망가졌음을 알면서도
아직 망가지지 않았다고 우기면서
내가 더 망가지기 전에
세상이 바뀔 것이라는
희망을 버리지 않아서 그래서
나는 더 외로운 것임을 모르지 않는다
          ---정희성 시집 『돌아다보면 문득』(창비, 2008년)

* “나도 내가 많이 망가졌다는 것을 안다” 고백처럼 이렇게 말하게 될 때의 심정은 어떨까요. 시대에 대해 또는 세상에 대해 고분고분하지 않고 불온하게 대들곤 하던 그때와 비교하면 정신도 몸도 많이 망가졌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때가 누구에게나 있지요. 이 시속에서 말하는 이는 자신이 모래알처럼 외롭게 느껴지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고 합니다.

다른 이들의 편견과 질책과 비난 그런 것들과 맞서는 동안 자신도 모르게 망가지기도 했을 테고, 타협하거나 비겁하게 뒷걸음질 치다가 망가지기도 했을 겁니다. 모든 새 것이 서서히 망가져 온 과정이 그랬던 것처럼 가만히 있어도 어쩔 수 없는 세월의 힘 때문에 망가졌는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내 속에 있는 또 다른 자아는 아직 망가지지 않았다고 우깁니다. 내 속에는 “내가 더 망가지기 전에 / 세상이 바뀔 것이라는 / 희망을 버리지 않”는 내가 있습니다. 그런 생각을 하며 살고 있어서 더 외로운 것이라고 말하며 스스로를 위로하기도 합니다. 살아오면서 많이 망가진 것도 사실이겠지만 이 정도라면 좀 망가졌다 해도 아직은 괜찮습니다.  

* 정희성은 1945년에 태어나 1970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 『답청』,『저문 강에 삽을 씻고』,『한 그리움이 다른 그리움에게』등이 있으며 김수영문학상, 만해문학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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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희덕] 살아 있어야 할 이유

  • 등록일
    2005/07/17 13:34
  • 수정일
    2005/07/17 13:34

가슴의 피를 조금씩 식게 하고
차가운 손으로 제 가슴을 문질러
온갖 열망과 푸른 고집들 가라앉히며
단 한 순간 타오르다 사라지는 이여
스스로 떠난다는 것이
저리도 눈부시고 환한 일이라고
땅에 뒹굴면서도 말하는 이여
한번은 제 슬픔의 무게에 물들고
붉은 석양에 다시 물들며
저물어가는 그대, 그러나 나는
저물고 싶지를 않습니다.
모든 것이 떨어져내리는 시절이라 하지만
푸르죽죽한 빛으로 오그라들면서
이렇게 떨면서라도
내 안의 물기 내어줄 수 없습니다.
눅눅한 유월의 독기를 견디며 피어나던
그 여름 때늦은 진달래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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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안도현] 빗소리 듣는 동안

  • 등록일
    2005/07/17 11:16
  • 수정일
    2005/07/17 11:16
1970년대 편물점 단칸방에 누나들이 무릎 맞대고 밤새 가랑가랑 연애 얘기하는 것처럼
비가 오시네

나 혼자 잠든 척하면서 그 누나들의
치맛자락이 방바닥을 쓰는 소리까지 다 듣던 귀로, 나는
빗소리를 듣네

빗소리는
마당이 빗방울을 깨물어 먹는
소리

맛있게, 맛있게 양푼 밥을 누나들은 같이 비볐네
그때 분주히 숟가락이 그릇을 긁던 소리
빗소리

삶은 때로 머리채를 휘어 잡히기도 하였으나
술상 두드리며 노래 부르는 시간보다
목 빼고 빗줄기처럼 우는 날이 많았으나

빗소리 듣는 동안......

연못물은 젖이 불어
이 세상 들녘을 다 먹이고도 남았다네
미루나무 같은 내 장딴지에도 그냥, 살이 올랐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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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도종환] 깊은 물

  • 등록일
    2005/07/10 20:49
  • 수정일
    2005/07/10 20:49

물이 깊어야 큰 배가 뜬다
얕은 물에는 술잔 하나 뜨지 못한다
이 저녁 가슴엔 종이배 하나라도 뜨는가
돌아오는 길에도 시간의 물살에 쫓기는 그대는

얕은 물은 잔돌만 만나도 소란스러운데
큰 물은 깊어서 소리가 없다
그대 오늘은 또 얼마나 소리치며 흘러갔는가
굽이 많은 이 세상의 시냇가 여울을

 

간장 오타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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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도종환] 무심천

  • 등록일
    2005/07/10 10:01
  • 수정일
    2005/07/10 10:01

한 세상 사는 동안
가장 버리기 힘든 것 중 하나가
욕심이라서
인연이라서
그 끈 떨쳐버릴 수 없어 괴로울 때
이 물의 끝까지 함께 따라가 보시게
흐르고 흘러 물의 끝에서
문득 노을이 앞을 막아서는 저물 무렵
그토록 괴로워하던 것의 실체를 꺼내
물 한 자락에 씻어 헹구어 볼 수 있다면
이 세상 사는 동안엔 끝내 이루어지지 않을
어긋나고 어긋나는 사랑의 매듭
다 풀어 물살에 주고
달맞이꽃 속에 서서 흔들리다가 돌아보시게
돌아서는 텅 빈 가슴으로
바람 한 줄기 서늘히 다가와 몸을 감거든
어찌하여 이 물이 그토록 오랜 세월
무심히 흘러오고 흘러갔는지 알게 될지니
아무 것에도 걸림이 없는 마음을
무심이라 하나니
욕심 다 버린 뒤
저녁 하늘처럼 넓어진 마음 무심이라 하나니
다 비워 고요히 깊어지는 마음을
무심이라 하나니

 

간장 오타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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