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어느 중산층 부모의 이기심

어느 중산층 부모의 이기심

 

어린이들을 상대로 그림을 가리치는 과언니가 있다.
5~10명이상의 어린이들이 한선생님에게 배우는 미술학원을 보내기보다는 2~4명으로 짜여진 과외형식의 그룹교육방식이 훨씬 경제적으로나 교육적으로나 효과적이라는 것때문에 초등생 또는 미취학아동들을 가정집에서 가르치는 형식의 교육방식은 예체능계는 비일비재한 방식이다.
서울의 왠만한 중산층이 모여산다는 분당이 주거지인 언니랑 얘길 하다보면 한국의 중산층이 사는 방식과 그들의 주요관심사 등을 알 수 있는 재미있는 기회이다.


A라는 여자아이 하나 때문에 골머리를 썩고있다는 것이 언니의 고민이었다.
초등2년생인 A는 두뇌가 3~4살정도밖에 되지 않아 보통아이들은 한두번이면 이해될 것을 열번이상을 가르쳐도 똑같은 결과이며 산만해서 주변의 친구들에게도 나쁜 영향을 미치는지라 힘들다는 것이 언니의 불만의 핵심이었다.
보통아이가 아니므로 특수교육이 필요한 듯한데 부모는 그것을 인정하지 않는 것같다는 거였다. 하지만 자신의 인내심이 한계를 느끼게 되면 아이에게도 보통아이와 같지 않음에 윽박지르고 소리치며 그것이 바로 아이한테 즉각적 반응으로 돌아온다는 것이었다. 교육의 한계점에 달하기전에 부모에게 얘길해보는 것이 언니나, 아이나, 부모를 위해 좋지 않겠는가라는 것이 나와 언니의 해법이었지만 언니의 또 다른 고민은 이거였다.
“당신의 아이가 보통아이와 다르다. 그러니 특수학교에 보내는 것이 아이를 위해서 좋겠다”라고 솔직하게 진실을 밝혔을 떄 부모의 반응이 두렵다는 것이다.


부모는(엄밀하게 말하면 엄마다. 교육수준도 대졸이상의 지식수준에 살림살이도 넉넉한 전형적인 중산층의 부류이다) 자식의 지능이 14살이 아니라 3~4살이라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기실 인정하고 싶지 않아한다는 거였다.
그건 곧 아이가 그걸로 상처를 받을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거다. 뭐냐면 아이는 무슨이유인지 모르겠으나 애정결핍과 정서불안 증세를 드러내는데…그 반응들이란 잠시도 선생인 언니와 떨어지기 싫어 화장실간사이에도 소리를 지른다고 한다. 그리고 친구들도 자신들과 다르다는 걸 알기 때문에 이 친구를 멀리하는데 그걸 A자신도 알기에 어떻게든 친구의 애정을 얻기 위해 나랑 놀자놀자를 반복, 스토킹 한다고 한다. 그건 더욱 친구들이 왕따시키기 좋은 조건이 되는 것이고  A는 그걸로 또 상처가 덧나게 되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거였다.


문제의 핵심은 이거였다.
보통아이와 같지 않고 지능수준에 맞게 교육을 받아 보통아이보다는 떨어지더래도 자신의 능력에 맞게 교육받고 이해하며 비슷한 경우의 친구들을 만나 또래집단을 이루면 사회화되는데는 문제가 없을 터인데 내아이가 보통아이가 아닌 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고 어떻게든 일반교육을 조금만 받으면 다른 보통의 아이와 같아질 수 있을 것이라는 부모의 이기심 또는 무지에서 오는 결과였던 것이다.
아이는 안다.
학교선생님이 자신에게는 자꾸 화만 내고 벌만 주시는 나쁜 아줌마라는 거.
미술선생님이 인내심의 한계를 느껴 화를 내면 자기를 싫어해서 화장실도 못가게 억누른다는 거(이건 아이의 과대망상이었다. 주변아이들에게 방해가 되어 가만히 있으라고 소리를 질렀더니 그 이후 아이의 반응이 선생님이 옆의 아이보다 자기를 싫어하고 화장실도 못가게 한다고 거짓말을 친구들에게 하고 있더랜다..흐음..)..그건 아이가 그만큼 억압을 받고 있으며 그런 와중의 자기나름의 방어기제가 발동했다는 것이 아닐까?


왜 아이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싶지 않은 걸까?
평균이라는 잣대를 들이대어 자신의 지적, 경제적 수준에 맞게 아이도 교육을 받고 그렇게 자라나 주기를 바라는 철저한 자기만의 방식, 이기심이 아닐까?
주변의 엄마들은 그런단다. 내 아이가 A라는 아이와는 같이 교육받지 않기를 바래서 같은 반에 배정되지 않게 선생님에게 먼저 요구를 한단다. 그리고 자신의 자식들에게 그 친구와는 되도록이면 놀지 않기를 바란단다. 그 A에 대한 나쁜 소문이 돌고 다른 아이들은 그 아이가 그렇다고 철썩같이 믿어버린다. 아이들이 문제기 보다는 부모가 그렇게 교육하기 때문이다…자신들의 영역을 공고히 하기 위해 자신들의 기준에 맞지 않는 부분은 자연스럽게 도려내어지기를 희망하는 못된 이기심.


강남의 미술학원강사를 하던 후배의 말이 생각났다.
임대아파트의 애들과 민영아파트에 사는 애들은 같이 놀지 않는다고...
그건 미술학원에 와서도 마찬가지고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고 끼리끼리 논다고 했었다. 주로 민영아파트의 부모들은 주변에 임대아파트가 들어서면 집값 떨어진다고 반대하며 길거리에 나서는 논리랑 똑같은거다.


자그만한 땅떵어리에 남한과 북한, 강남과 강북, 임대와 민영, 귀족과 서민...

이렇게 조밀하게 나뉘어진 계급사회가 오늘의 한국이다.

철저히 계급사회이다.
부와 교육이 세습되는 사회에서 자식이 보통아이가 되지 못한다는 것은 부의 세습이 불가능 해진다는 거다.
A가 혹은 아이들이 부모들이 매긴 잣대로 인해 낙오자로 낙인찍히거나, 부모의 기준에 자신을 끼워맞추지 못해 스스로를 자책하고 곪아터져버리는 것은 시간문제로 보이는데 어느 누구도 해결방법을 제시하지 못한다. 과언니가 처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떻게든 용기를 내라고 하고 싶지만 그녀가 걱정하는건 부모의 반응이었고 아이의 상황을 인정하려기 보다는 한낱 미술선생이 처지에 맞지 않는 바른소리를 한다고 화를 낼 것이라는 거...
다들 왜그러니?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