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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의 문_김희철 감독

* 이 글은 jineeya님의 [내가 왜 죽었는지 나도 궁금하다.] 에 대한 트랙백 입니다.


SIDOF2004 Opening
진실의 문  The Gate Of Truth
김희철 Heechul KIM/ 한국/ 2004/ DV/ Color/ 105min.

6년 전인 1998년 2월 판문점에서 발생한 김훈 중위 의문사 사건을 다룬 다큐멘터리.
명확한 근거도 없이 한 장교의 죽음은 자살로 만들어 지고 진실은 드러나지 않는다.
‘군의문사’라는 다루기 힘든 소재에 용감히 접근한 작품.

-->인디다큐페스티발 홈페이지의 소개글


진실의 문

 

거대권력과의 싸움이 얼마나 지난하고 얼마나 힘든 과정이다라는 것을 다시 한번 각인시켜주는 다큐였다. 미학적 아름다움이나 기술적 테크닉은 떨어지는 작품일 지언정 인내와 끈기로 “진실을 얘기하는 것”이 어떤 화려한 영상보다도 우월할 수 있다는 그래서 다큐멘터리가 사회적 당위성을 가지는 거겠구나…모 이런 생각들을 새삼 확인하는 자리였다.


감성적으로 접근하기보다는 인터뷰위주의 객관적 사실만을 전달하는데 노력하는 감독의 산고가 다큐곳곳에서 보인다.
다큐멘터리는 객관적 정보를 전달하는데 있어 대사의 자막처리와 인터뷰대상자의 정보제공을 일반적인 형식으로 취한다. 또한 인터뷰어의 시선은 정면처리보다는 왼쪽이든 오른쪽이든 15도 각도를 주어 보는이로 하여금 객관적 사실을 전달 받고 있다는 인식을 주어 도발적이거나 주관적 개입의 흐름을 차단한다. 그러나 이런 공식을 모두 버리고 소리와 영상만으로 진실을 전달하는 이 다큐가 첨에는 어색하고 불편했다. 이런 방식이 정보제공에는 유익하지 않지 않을까? 이건 좀 위험한 선택인 듯..모 이런 생각으로 다큐의 초반을 넘어가고 있었지만 그건 중반 후반을 넘어가면서 곧 사라지고 정확한 내용전달에는 약간 미흡하더래도 진실을 얘기하는데는 하등 문제없는 방식이라는게 느껴지니까 오히려 텍스트로 시선을 뺏기보다는 귀를 쫑긋하면서 영상과 내용에 좀더 적극적으로 관객이 개입하는 좋은 수단이 되겠다는 생각이 미치니 감독의 의도가 점점 궁금해졌다. (사족>>이후 독립영화감독과 관계자들과의 뒷풀이에서 술자리에 합석한 감독에게 이런 호기심들을 질문했지만 지금은 기억이 안난다. 의도한거다라는 정도의 답변만 기억이 나고 다른 얘기는 술에 취해 기억이 없다…휴~)

정면 인터뷰방식은 진실을 들어보라는 감독의 간곡한 읊조림처럼 들렸다.

그건 객관적 진실을 주관적 방식으로 드러내는 적극적인 도전이었다.

 

마지막 김훈 중위의 사진을 실재 얼굴을 쓰다듬듯이 쓸고 쓸고 계신 어머님의 모습과 관객석 저쪽에서 그 장면을 보며 다시 울고 계시는 어머님의 울음소리로 인해 잠시 눈시울을 적시다 눈에 힘을 주며 참아냈다. 그러나 눈물은 막을 수가 없었다. 다큐상영이 끝난 뒤 김훈 중위의 어머님이 관객들에게 양해를 구한 뒤 마이크를 잡고 당당하게 때로는 피맺힌 절규로 거대권력의 부당함을 다시 한번 쏟아내고 계실 때는 더 이상 흐르는 눈물을 자제할 수 없었다. 강하고 떄로는 무심해보이기까지 한 지희조차 벌써부터 손수건을 꺼내 얼굴로 매번 올라가고 올라가고 있었다.


"남편과 아들을 육사에 보내 평생 국가를 위해 헌신한 우리 가족에게 돌아오는 것은 국가의 거짓말뿐입니다!"


김훈 중위의 부모님은 정말 대단한 분들이셨다.
1년중 300여명의 군인들이 죽고 그중의 반이상은 자살이라고 판정을 받는다한다.
귀하게 키운 내자식이 영정이 되어 돌아오나 자살의 이유조차 알길없는 의문의 죽음앞에 그들은 진실을 원할 뿐이었다. 하지만 국가라는 거대권력은 비리와 부당함을 감추기 위해 좀더 치밀하고 조직적으로 허술한 거짓말들만 늘어놓는다.
조직적이고 방대한 국가권력과의 싸움은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보다는 더, 바위로 달걀치기보다 더 견고하고 거대한 벽과의 싸움이다.
진실의 문으로 들어가는 것은 객관적이고 논리적 접근으로도 풀기 힘든 과정이라는 것을 다큐를 보면서 느낀다. 은폐되고 조작되어지는 진실은 시간이 지날수록 파헤치기 어렵지만 부모님은 지칠 줄 모르셨다.
미군하사가 촬영한 김훈 중위사건의 현장을 영문자막으로 시작하여 동일화면을 한글자막으로 끝내는 것은 미군측의 폐쇄적인 정보제공으로 인해 사건규명이 어렵다는 국방부의 거짓말에 대한 일격으로 보였다. 국방부의 진실규명에 대한 의지가 있다면 풀수 있는 진실을 그들이 닫아버림으로서 진실의 문에 가까이 다가가기조차 어렵다는 감독의 의도가 보인다. 
 
다큐는 한가지를 더 질문하게 만들었다.
국가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피 같은 젊음을 국가에 바쳐야하는 남성들의 딜레마.
섬세함과 여린 감성은 군대라는 폭력적 집단앞에서 짓밟히고, 부당한 권력앞에서 숨죽이는 날개꺽인 영웅이 되어야 하고, 서로를 의지하기보다는 서로의 가슴에 칼을 겨누는 생존의 원리를 몸에 익히는… 그 잔인한 과정을 이 땅의 한국남성들이라면 누구나 피하기 힘든 통과의례가 군대였던 것이어서….그들이 측은했다.

 

잘만들었다기보다는 좋은 다큐였다. 그래서 결과적으로는 잘 만든 다큐였다는 결론에 다다른다.
적극 추천한다!
다음주 월요일에는 감독과의 대화시간도 있다고 하니 모두들 구름같이 아트선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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