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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체성을 잃어버린 좌파와 막가는 우파사이에 있는 이탈리아

이탈리아는 강력한 노동운동과 공산당으로 기억되는 나라다. 또 집권정당의 집권연수가 평균 1년이 되지 못한다고 해서 정치가 불안정한 나라로도 소개됐다(물론 5년 장기집권한 베를루스코니도 있다). 반면 15개 이상의 정당이 의회에 진출해 있어왔기 때문에 공산당, 기민당 등의 대표정당이 있어왔지만 다양한 정치세력들이 존재하고 있어 정치적 다원주의가 보장되는 나라이기도 했다. 그러나 2008년 4월 총선을 계기로 이탈리아 정치체제는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2006년 베를루스코니의 5년 장기집권을 무너뜨린 중도좌파(프로디총리 정권 등장)의 집권은 사회복지 삭감, 계속되는 재정적자, 8%를 넘는 실업률 등 우파정권의 신자유주의 정책에 대한 국민적 비판의 결과였다. 그러나 집권한 프로디 정부는 2008년 1월, 불과 2년을 채우지 못하고 실각했다. 여기에는 연금지출 삭감, 아프카니스탄 파병연장, 법무부장관의 부패스캔들 등 중도좌파정부임에도 불구하고 기존 정치에 대한 차별성을 갖지 못한 이유가 존재한다.
2008년 조기총선에서는 중도좌파정부에 대한 실망과 더불어 본격화된 경제위기에 대한 불안감이 겹치면서 경기회복에 대한 요구가 베를루스코니가 이끄는 우파연합의 승리로 귀결됐다. 무지개좌파(재건공산당, 이탈리아의공산당, 녹색당, 민주좌파 등 4개 연합)를 비롯해 좌파세력들은 단 한 명도 의회에 진출하지 못하는 등 좌파가 몰락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물론 이 결과를 두고 개악된 선거제도로 인해 군소정파들의 의회진출을 막았다는 평가도 존재한다. 그러나 좌파세력들의 계속되는 신자유주의 정책 수용과 집권만을 위한 합종연횡 등에서 연유한다는 것이 공통된 분석이다. 미국식 양당체제를 꿈꾸며 민주당을 출범시키는 일부좌파들의 전향, 이에 반대하며 독자적인 좌파 정치를 제기했지만 새로운 정치적 전망과 정책을 제출하지 못한 채 선거연합으로만 전락해버린 무지개 좌파 등의 행보는 좌파의 정체성을 잃어버린 채 이탈리아 민중들의 신자유주의 공세에 대한 분노와 저항을 새로운 정치적 전망으로 이끌어내지 못한 것이다. 
2008년 총선에서 압승한 베를루스코니가 다시 전민중적 저항에 직면한 지금, 이에 대한 책임을 우파만이 아니라 좌파에게도 있다는 것은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교훈이다.
 

김명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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