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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세종시 문제로 정치권과 언론, 지역의 여론이 뜨겁게 달궈지고 있는 가운데 청와대를 중심으로 한 정부는 세종시 원안 반대논리로 행정의 비효율성을 제시하고 있다. 청와대와 입법, 사법부는 서울에 남아 있으면서 행정부 일부부처만 이전하는 것은 시간과 비용 측면에서 비효율이라는 것이 정부의 반대논리다.
현재도 광화문, 과천, 대전 등으로 쪼개져 있는데 세종시까지 생기면 정부기관이 4군데로 분산되어 수시로 열리는 부처 간 회의, 국가비상사태 대응, 장관들의 국무회의 참석, 행정부 공무원들의 잦은 국회 출장 등 업무추진에 비용과 시간이 낭비되어 행정의 효율성이 크게 떨어질 것이라는 것이다.
전에 계획할 때는 그런 우려는 없었는가. 그럼에도 왜 행정중심복합도시‘세종시’건설을 추진했는가. 세종시 건설은 단순히 충청권의 표심을 겨냥한 정치적 쇼가 아니라 많은 문제점을 야기하고 있는 수도권 과밀화를 해소하고 국가균형발전을 목표로 추진되어 왔다는 것이다.
행정의 효율성?
회의나 국회 출석 등 공무원들의 출장을 용이하게 하는 것만이 행정의 효율성을 증대시키는 것은 아니다. 국가행정의 효율성은 단순히 업무의 효율이 아니라 장기적인 국가발전을 전제한 국가운영 시스템 전반에 대한 효율성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정부에서 주장하는 행정의 비효율성은 업무의 효율성에만 초점을 맞춘 더 이상 단순할 수 없는 억지에 가까운 논리라고 밖에 볼 수 없다.
그 업무의 효율성조차도 IT강국을 자임하고 있는 정부 당국자의 논리로는 설득력이 없다. 각종회의는 화상회의 시스템을 활용하면 굳이 출장을 가지 않더라도 가능하며 국회출석 등 출장이 불가피한 경우는 이미 설치되어 있는 고속철도 노선을 변경활용하면 오히려 교통난이 극심한 서울시내에서의 이동보다 시간을 절약할 수도 있는 것이다. 따라서 업무의 효율성조차도 비용의 측면을 제외하면 설득력을 가질 수 없는 것이다.
4대강 사업부터 중단해야
비용의 측면조차도 출장비 등 비용의 증가와 수도권의 과밀화를 해소하고 국가균형발전의 토대를 구축함으로써 얻어지는 국가적 이익을 상정해보면 그 기대효과는 크다. 또한 국민들의 동의를 얻어 추진된 장기적인 국가정책이 정치적 논리에 따라 정권이 바뀔 때마다 수정됨으로써 발생하는 국가정책에 대한 국민적 불신과 정책변경에 따른 행정의 낭비를 감안한다면 비효율성은 오히려 세종시 건설계획의 변경에 있다
지금 정부가 해야 할 것은 설득력 없는 행정의 효율성을 내세워 세종시 건설 계획을 변경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의 백년대계를 위해 세종시 보다 훨씬 많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는 4대강 사업의 무리한 추진을 중단하는 것이다.
[김영수의 세상뒤집기]
전체 인구 50% 이상이 수도권에 사는 나라. 면적은 좁은데 산이 많아 인구 밀집도가 세계 챔피언인 나라. 권력기관이 지방이나 시골로 내려가는 것을 두려워하는 나라. 말은 태어나서 제주로 보내고 사람은 서울로 보내야 한다는 믿음의 끈을 놓지 않는 사람들이 사는 나라. 돈과 교육과 권력이 미어터지는 서울 하늘 아래서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위로 올라가기만 하는 아파트 한 채 사야 사람대접 받는 나라. 살기 좋은 나라를 만든다는데 건설로 땅값 만 올라가고 가난한 사람만 도시 밖으로 떠밀려 나가는 나라. 참으로 이상한 나라다.
그런데 명박과 세종이 만나자 이 나라가 시끌벅적하다. 이명박은 졸지에 국민을 상대로 사기행각을 벌인 나쁜 놈이고 돈에 미친 세종은 이명박의 사기를 한탄하면서 삭발과 단식까지 한다. 명박은 세종시를 명품도시로 만들겠다는 약속을 헌신짝 취급하고 세종시는 아니 충청도는 졸지에 땅값 거품이 사라질 것이라는 두려움으로 반은 미쳐버렸다. 세종시를 구하겠다는 이상한 울림도 여기저기 솟구친다. 자유선진당은 죽어가는 세종을 살려야 한다고 외쳐대는 지역의 투사로 변했고 민주당은 세종시를 살리는 길이 죽은 노무현을 살리는 것인 양 ‘세종시는 살리고 4대강 개발은 막아야 한다’고 목소리 높인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탄핵하면서까지 수도 이전반대에 성공했던 한나라당은 남북통일 이후에나 수도를 평양으로 이전해야 한다면서 국가의 ‘백년지대계’를 앞세운다. 진보적인 정당들은 그 틈바구니에서 짜부가 되어 말 한마디 못하는 어정쩡한 태도로 일관하면서 무능력한 세력임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 준다.
죽은 노무현은 지역균등발전이라는 명분을 앞세워 기업특별도시, 혁신도시, 행정복합도시 등을 건설하기로 했었다. 이명박이 ‘4대강 살리기 건설’의 앞잡이라면 죽은 노무현은 ‘전국 도시화 건설’의 앞잡이였다. 도시 재개발 사업에선 죽은 노무현이 길을 닦고 살아있는 이명박과 오세훈이 그 길을 걸어가는 형국이다. 살 길이 막막해진 자본이 ‘자본의 지역화와 지역의 자본화’를 이끌 행동대장을 앞세웠던 것이다.
도시화나 산업화는 지방과 농촌을 먹이로 하면서 성장해왔다. 자본주의 자체가 지역 간 불균등 발전전략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이다. 지방과 농촌도 이제 희생만 하면서 살지 않겠다고 아우성이다. 맞는 말이다. 그렇지만 땅값을 올려 그 땅을 팔아버리고 고향을 떠나 도시의 또 다른 주변에 머무는 것이 잘사는 것인가? 땅값은 오르지 않더라도 수많은 사람들을 자기 집에 끊임없이 오가게 하는 것이 진짜 돈을 벌면서 잘사는 것이 아닐까?
이제는 자본의 논리에 끌려 다니지 말고 이성적으로 그 대안을 생각해보자. 그 대안이 없는 것도 아니다. 우선 청와대와 행정부를 함께 특정한 지방으로 이전하되 행정부의 주무부처를 집중적으로 배치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 지방의 다양한 지역으로 분산시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청와대와 행정부를 강원도로 이전하되, 행정부 주무부처를 강원도의 다양한 지역으로 각각 분산하는 것이다. 강원도 전체가 행정수도가 되어야 한다. 다음으로 국회와 사법부를 이전하는 방안이다. 남아공에는 수도가 네 개다. 대통령이 일하는 수도, 행정부 수도, 국회 수도, 그리고 사법 수도가 각기 다른 지역에 존재한다. 그렇다 하더라도 남아공의 살림살이는 아주 잘되고 있다. 국회와 사법부가 지방으로 이전하고 기관별 기능에 따라 다양한 지역으로 분산시킨들 무슨 문제가 되겠는가! 전국 곳곳에 권력기관을 분산시키는 전략, 이것이 바로 권력을 국민의 품속으로 돌아오게 디딤돌이고 전국의 땅값 거품을 걷어내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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