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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개의 게시물을 찾았습니다.

  1. 2007/08/29
    20070829 각질과 흰머리
    금자
  2. 2007/08/22
    20070822 못난인간
    금자
  3. 2007/06/06
    혼자되기, 의 지겨움
    금자
  4. 2007/04/17
    에코 라이프, 에고 에고(10)
    금자
  5. 2006/08/20
    노현정씨에게, 부탁함(2)
    금자
  6. 2006/08/09
    몰라몰라(3)
    금자
  7. 2006/07/21
    이건 좀 아니잖아?(4)
    금자
  8. 2006/07/18
    아이를 키운다는 것(5)
    금자
  9. 2006/07/12
    www.xtra.ca(2)
    금자
  10. 2006/03/05
    .성.적.좌.절.의.지.정.학?(5)
    금자

20070829 각질과 흰머리

24살 즈음, 발 뒷꿈치에 각질이라는 놈이 낀 것을 발견했을 때, 
30살 즈음, 가르마 주변으로 흰 머리가 뻐시게 나와 삐죽 솟아있는 것을 거울을 보며 뽑고 있을 때

늙어간다는 것이 한달음에 이해가 되었다.

그리고, 신촌과 홍대 앞 이반 모임에 참석하면 어김없이 드는 느낌, 늙었다는 것.
도대체, 흰머리를 뽑고 발뒷꿈치 각질을 제거하는 레즈비언들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일까.
레즈비언 모임에서 주민등록증 출생년월일을 이렇게 열심히 밝혀야 하다니.
정통부 인터넷 실명제보다 더한, 너무한다, 라는 기분이 마구 들었다.

주말에 간 이반 모임에서는 30살 넘은 사람을 찾기도 어려웠을 뿐더러 이름표 옆에 나이를 떡 하니 명시해놓았다.

그래서 서른인 나는 "서른, 잔치는 끝났다" 의 나이에 주책바가지 마냥 잔치 벌이려고 나타난 사람 같은 느낌이 들었다.
나이에 따라 위계서열이 달라지고 존대말과 반말이 달라지고 모이는 층도 달라지고 대하는 분위기도 다르다.
마흔 몇 살의 전 하우스 메이트 '휴지'랑 반말을 섞고 거의 마흔이 되어가고 울 학교에서 강의도 하는 미물이랑도 반말을 섞고,
서른 여섯 오정의 여섯 살 난 아들내미 성현이도 내 이름을 부르는 막역한 사이라서
이런 분위기 영, 낯설다.
이반 모임을 몇 번 나가봤지만 웬만한 모임에서는 별칭과 부치/펨의 구분 다음으로 나이가 중요했다.
그건 너와 나의 관계를 따지는 바로 미터였다.

그러니까,
불쑥 나이가 든다는 것이 죽는 것보다 무섭다는 노화공포증이 생길 것만 같았다.
나이가 들수록 '다른' 관계를 맺기도 하지만, 그와 동시에 원하는 관계에서 소외되고
사람을 가려 사귀어야만 하는 상황에 처하고
남들이 나를 '늙은' 사람으로 취급할 것이라는 두려움.
더군다나 여자가 나이를 먹는다는 것, 은 남자가 나이를 먹는다는 것과는 다르다.
나이를 먹은 여자는 젊은 사람과 '다른'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라 이 사회에서 '틀린' 사람이 되는 것이다.
나이가 먹은 '미혼'의 여자는 정말 '틀려' 먹은 취급을 받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

나이를 한 살 한 살 먹는다는 것을 스스럼없이 받아들였으면 좋겠다.
발 뒷꿈치 각질을 박박 문질러 없애고 흰머리를 핀셋으로 집어없애는 것처럼 없앨 수 있는 것도 아니잖아.

그리고 이반 모임에서는 나이보다 뭐 먹을지를 먼저 물어봤으면 좋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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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822 못난인간



사무실 한 층 아래에 자리한  '에너지 시민연대'에서 '불을 끄고 별을 켜자'라는 에너지 절약 소등 캠페인을 열었다.
사무실의 모모양에 따르면 '에너지'네 사무처장과 우리네 사무처장이 모여서 한 번씩 '뒷담화' 간담회도 열만큼 절친하다고 하는데, 그래서였는지 저녁 6시 업무를 마치고 '에너지'네 행사에 자원활동으로 '착출'되었다.
밤 9시 부터 불을 확 꺼불고, 통기타를 들고와 2020명이 다구리로다 한대수씨의 곡을 연주하면서
독일의 신기록 1768명인가 뭐시긴가에 도전한다는 거였다. '착출 일꾼'들 우리는 친절하게 통기타를 들고온 사람들의 접수를 받고 응모권을 나눠주고 물도 나눠주고 그랬다.

바람은 살랑, 시청 광장 앞은 총총.
우리도 언젠가 하짓 날 하는 소등행사 '캔들 나이트' 혹은 세계공정무역의 날 하는 '한국 페어트레이드 행사'를 여기서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흠, 그 때 '에너지'들도 착출 당하겠군, ㅋㅋㅋ 도 함께. :-)
 
적어도 그 놈이 나타나고 '경희궁의  파크' 어쩌고가 도대체 어디서 쓰는 것인지 듣기 전까지 그랬다.

통기타를 매고 와 참가 신청을 하고자 하는 그는 한국어를 못하는 아시아인이었다. 키는 훌쩍, 얼굴은 반짝, 윤이 났다.
칸을 메우는 곳을 영어로 설명하다가, 한국 주소는 내가 적어주는 것이 빠를 것 같아서 메모 사 주소를 보게되었다.
경희궁 파크? 이거 광화문에 있는 주상복합 아파트 '경희궁의 아침'의 영어판인가 하면서 옆의 모모 양에게 물어봤다.
그녀가 웃으면서 "우리 집도 여기인데"라고 한다. 경희궁 뒤에 바짝 붙어있는 5층 빌라로 한남동이나 이태원 쪽에 근무하지않는외국인, 나무가 많고 좀 고즈넉하면서 조용한 곳을 찾는 외국인 전용 렌트 빌라라고 했다. 그는 301호, 그리고그녀의'우리집'은 4층으로 폴란드 대사가 세 들어 산다고 했다. 사실 그녀의 '우리집'은 평창동이었고, 그 경희궁 파크의'우리집'은주거가 아니라, 소유 상의 '우리집'이었다.  모모양은  그와 함께 온 외국인 아줌마를보더니  저사람도 그 빌라에 사는데 유엔에서 일한다고 '내부인'용 정보도 주었다.

못났지, such a loser!
그런데도, 갑자가 쪼그라드는 느낌이 들면서 이렇게 살아도 되는 것일까,
어쩌면 '작은' 시민단체에서 일하거나 '저부가가치' 일임에도 하고 싶은 일을 하는 호사는 다만 '가진 사람이 못 가진 사람 생각하는 것이  나쁘더냐'라고 말할 만한 인간들이 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건,
<섹스 앤드 더 시티>의 케리가 '빅'과 결혼한 스물 여섯의, 랄프 로렌 디자이너 나타샤를 보면서
"나는 고작 성기 이식 수술 광고 뒷면에 섹스 칼럼이나 쓰고 있잖아"라고 울먹이는 기분과 비슷했다.

대안녹색생활도 좋고, 5분 간 소등도 좋고, 자전거도 좋고, 잠시나마 불이 꺼진 서울시청 광장도 좋고, 달팽이도 좋고,아날로그도좋고, 그런 것들이 봄날의 곰새끼처럼 앙징맞다. 그런 것들은  내  속에 들어와 나를 따뜻하게만들고 살아간다는것도 괜찮아, 라는 느낌을 주고 반짝반짝 빛나는 나를 만들어 주는 것 같다. 그런데도 나는 한 번씩 갑작스레닥친 '무섬증'에울컥증이 솟아오른다. 소유상의 "우리집"도 없고, 잔고도 없고, 애인도 없고 성기 이식광고 수술 뒷면에 칼럼을쓸 정도의 글빨도없는 사람, 이라는 불꺼진 시청 광장에서의 자각.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 역시 "비가 오는 어느 날 환하게 불 켜진 대형 쇼핑마트에서 쇼핑 카트를 천천히 밀다가 갑자기 심장마비 같은 것으로  휙, 하고 죽었으면 좋겠어"라는 어느 소설의 문구가 가슴을 칠 때, 는 더욱.

결국은 이렇게 못난 인간, 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돌아와
습기찬 반지하방을 뽀송하게 만들기 위해 30도로 보일러를 켜고
것보다 더 따뜻한 75도의 BOH 차를 홀짝이면서 생각했다.
"못 가진 사람이 못 가진 사람 생각하는 것도 당연지사!" :-)

p.s 아무리 환해도, 아무리 커도, 아무리 비가 와도 이랜드 계열 대형마트는 안 가야지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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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되기, 의 지겨움

김훈은 밥벌이가 지겹다고 했다. “전기밥통 속에서 밥이 익어가는 그 평화롭고 비린 향기에 나는 한평생 목이 메었다. 이 비애가 가족들을 한 울타리 안으로 불러모으고 사람들을 거리로 내몰아 밥을 벌게 한다” 그런데, 나는 전기밥통 속에서 밥이 익어가는 그 평화롭고 비린 향기를 킁킁, 나누고, 그리고 한 울타리 안으로 사람을 불러 제끼고 그들을 내몰 수 있는 그런 힘을 가진 관계에 환장할 것만 같다. 밥벌이가 지겨운 것이 아니라, 혼자되는 것이 무섭다.


룸메는 한 동안 집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리고 그 남친과 근 한달 간의 여행을 떠났다. 미안하다고 했다. 그래서, 고추도 심어놓고 토마토도 심어놓고 유독가스를 들이마심시롱 칙칙한 철문을 빨간 색으로 페인트칠했던, 그 집 구석에 별로 들어오고 싶지 않아졌다. 바보같기는. 결국 집에 들어와 <<용을 찾아서>>라는 발리에 대한 논픽션 여행기를 읽으면서 비겁하게도 이런 구절에 위안받았다. "모험에 쓸 돈이라면, 벽에 걸어둘 대형 평면 텔레비전을 사는데 보탠다거나 큰아이를 영어 유치원에 보내는 등의 실질적인 일들에 쓸 것이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반드시 수행해야만 하는 의무들이 늘어난다는 것을 뜻한다." (11) "아, 그래. 발리라면 요즘 텔레비전 드라마에도 자주 나오던데.꽤 좋은 곳 같던걸. 비행시간이 그렇게 길지만 않으면 우리도 한번 가볼 텐데 말이야. 아이가 있으니 여행이고 뭐고 이젠 아주 힘들어졌지 뭐야." (289) '이렇게 죽을 수도 없고 살 수는 없는' 서른이 마디게 마디게 지나가면 친구들은 결혼도 할 것이고 아이도 생길 것이고 그리고서는 남친과의 여행이 아니라 이젠 아이가 있으니 여행이고 뭐고 아주 힘들어졌다며 밥벌이의 지겨움을 토로할 것이다. 그 때 여행을 갈거야, 보란듯이! 라고 뻐겨볼라 했지만, 먹고 죽을 돈도 없으면 어쩔테냐, 라는 밥벌이 멘트가 생각나서 더 우울해졌다. '때때로 여자들은 남자를 필요로 한다. 자동차 타이어에 펑크가 났을 때, 욕실 변기가 고장 났을 때, 생수통을 옮길 때, 그리고 당연히 게임과 오락용으로' 식으로 생각하던 호시절도 있었다. 한국에서 하는 결혼은 여자들에게 -2와 -6 중 하나를 택하는 것 밖에는 안 된다, 고 결혼하는 여자들의 심정이 이해가 안 가기도 했다. 한마디로 윤똑똑이 짓은 다 하고 있었던 셈이다. 요새, 그것들이 한달음에 이해가 갔다. 사람이 사무치게 외로우면 과부사정도 홀아비 사정도, 결국엔 결혼도 안 해 보고 결혼한 여자들 심정도 알게 되는 것이다. 어쩌면 나는 서론이 넘어서 공무원이나 선생님 같은 직장이 있는 것도 아니고 집세를 안 내고 살 수 있는 집이 있는 것도 아니고 '비혼공동체'를 꾸리자는 친구들이 정말로 내 곁에 남아있는 것도 아니고 그런 것들이 무서운 것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것보다 더 무서운 것은 "세상이 훈육하는 속도와 중력을 거슬러, 자신만의 리듬을, 자신만의 파고를 간직하는" 사람일만큼 나는 강한 사람이 아니라는 자각. (정여울, <<아가씨, 대중문화의 숲에서 문화를 보다>> p307) "어쨌든 우린 이제 서른이 훨씬 넘었으니까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지금쯤은 확실히 알고 있어야 한단 말이야. 그렇지 않다면 입을 다물로 조용히 있는 편이 낫겠지. 인생에 대해 여태 모른다는 걸 남들이 눈치 채지 못하도록." (11)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지금쯤, 알아야 하는 것 아닐까 하는 조바심. 결혼을 하거나 사랑에 미치면 이렇게 밀치고 올라오는 울컥증이 조금 가라앉을 것 같은 기대. '영원히 끝나지 않을 듯 지루하고 단조로운 삶에 절망한 상태로, 뭐든 마음을 쏟을 만큼 애정이 가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면 안온하고 무감각한 이 생활을 당장 청산'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 (20) 나는 외롭고 약하고 관계가 그립고, 그래서 여행을 가버린 친구가 찍어올 사진들이 미울 것이다. 바보같기는. 하지만 언젠가는 집에서 무럭무럭 자라고 있는 토마토와 고추, 쑥갓을 가지고 소박하고 따뜻한 밥상을 챙겨먹어야지.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의 마지막 장면에서 한 몸 같았던 그 사람이 떠나고 난 자리에서 일인분의 생선을 그릴에 구워 밥상을 차리던 조제처럼. 그렇게 튼튼해지고 나면 '비혼여성생태공동체' 같은 모임에 갈 것이다. 지금은 자신만의 리듬을, 자신만의 파고를 가지고 살 수 있는 내가 되는 시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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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 라이프, 에고 에고

여성환경연대에 회원으로 가입하고서 나는 드디어 에코 라디오를 선물로 받게 되었다. 고 놈을 보여줘서, 고 놈을 가지고 싶은 부르르한 욕망에 떠는 나의 룸메 양까지 여성환경연대 회원으로 엮었다. 룸메 양은 쪼르르, 그 에코 라디오를 가지고 남친에게 선물했다. 너무 예쁜 놈들만 보면 그 놈 생각이 나는지 너무 예쁜 놈들은 다 그 놈에게로 간다. 근데 그 너무 예쁜 놈들은 정작 가지지도 못했음시롱 룸메 양은 봄날의 새끼곰처럼 파릇파릇하고 뭉클해 보였다. 오도카니 지켜보고 있자니, 나도 사귀는 사람 이런 거에 츱츱한 마음이 뭉게뭉게 솟아올랐다. 이 봄에, 심드렁할만치 외로웠다. "이거, 돌리면 얼마나 가는거야?" 라고 묻길래 "십분 돌리면 한 시간 정도 라디오 들을 수 있어"라고 대답했다. 여봐라 하는 표정으로 에코 라디오 손잡이를 한 번 돌려주면서 대꾸했다. 그는 참내,하는 표정으로 십 분 돌리면 24시간 쯤은 거뜬히 가야한다는 표정이었다. 그러니까, 또 아무리 외로워도 "아무도 기다리지 않는다"라는 식의 마음이 되버린다. 그러니까, 또 니 옆에 있으면 '봄날의 새끼곰' 을 볼 때보다 더 외로워져 버린다. 당신은 늘 십 분 쯤 돌려서 24시간 쯤은 당연히 돌아가는, 그런 관계밖에 모르고, 나는 전기없이도 십분 돌려서 한 시간 정도 가는 것이 감지덕지하게 뿌듯한, 그런 관계를 원하고, 아침에 일찍 출근해서 사무실에 혼자 앉아 라디오 손잡이를 한 십분 쯤 돌렸다. 그 십분 동안 이 에코라디오처럼 나도 십 분 돌려주면 한 시간쯤은 전기없이 그저 혼자서도 온전히 존재할 수 있기를 바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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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현정씨에게, 부탁함

노현정 씨 결혼을 보면서 든 오지랖 넓은 생각들 ;;; 

 

며칠 전까지도 포털에 줄줄이 사탕으로 엮인
노현정씨 결혼 기사 제목을 지나치면서
뭐 미국서 공부한다는 재벌가 자식이
‘첫 눈에 반해 두 달 만에 결혼을 결심하고야 만’ 흑인 여성이나 치카노 여성 쯤의 기사도 아닌데 읽어본 들 무슨 재미냐 하는 생각이었다.
그건 뒷북이다 싶게 이제사 본 영화 ‘호텔 르완다’에서
후투족의 학살장면을 찍어서 가져온 기자가
‘고맙다, 이걸 보고 사람들이 르완다에서 무슨 일이 있는지 알게 될 거야’ 하는
주인공에게 내뱉는 그 스산한 대사가
차차차 즈려밟듯이 마음 속에 차차차 스며들었기 때문이었다.
 
“고마울 거 없다. 사람들은 뉴스에서 이 학살 장면을 보고는
오, 테러블, 댓츠 소 테러블, 하고는 저녁 먹으러 나간다”
그 기자 말대로 유엔 평화군과 기자들과 르완다와는 다른 국적의 여권을 가진 사람들은 르완다에서 모두 철수하고,
또 그 밖의 사람들이 오, 테러블과 뭐 먹을까를 왔다갔다 했던1994년 여름,
르완다에서 근 백 만명의 사람이 죽었다.
 
순진무구하게도 마치 그 대사가 “이스라엘의 레바논 침공 기사를 읽고는
오, 나쁜 새끼들, 나치들한테 배웠냐, 하고는 금새 돌아서서
노현정씨 결혼기사를 읽는다’는 식으로 들렸다.
그래서 웬지 궁금했지만(도대체 왜!!)
, 노현정씨 결혼 기사는 결코 클릭하지 않았었다.
 
그러다가 에헤라디야, 자진방아를 돌려라,
라는 심정으로 오늘 노현정씨 결혼 기사를 읽고 말았다.     


 



참말로, 누구 블로그에서 본 글처럼
그 놈의 힐튼 상속녀 기사만 뜨면 저절로 기사를 클릭하고 마는 것처럼(제길슨!) 나도 빠져, 빠져, 들었다.
 
이런,
우리의 힐튼 상속녀가 애완견 팅커벨을 살 쪘다고 내팽개치거나
새로운 ‘심플 라이프’ 시리즈에서는 니콜 리치랑 따로 아르바이트를 하는 설정으로 간다거나
한 번 입은 옷은 절대 거들떠 보지 않는다는 기사들보다
따분하고 지지리부진한 그 기사를 클릭하다니!
홍세화씨 식으로 말하자면, 존재를 배반하는 손가락의 클릭질이었던 게다.
 
기사를 읽으면서
‘예쁘게 잘 살게요, 미국서 공부하고 이 년 후에 돌아올께요’라는노현정씨 멘트에 ‘언니, 이 년 뒤에 난 고 3이라서 텔레비 못 보는데, 어떠케요 ToT’
라는 댓글을 다는 절박한 심정은 아니었지만
충분히 결혼을 축하하고픈 마음이 들었다.
평소 텔레비를 하도 안 봐서
그녀가 진행했다는 시청률 1위의 스타 골든벨을 한 번도 본적은 없지만
뭐랄까,
우물에 빠진 아이를 보면 달려가서 건져낸다는 ‘인’의 마음이 들어부렀다.
그래서 ‘생얼’ ‘엑스 파일’ 이런 기사를 보면서
다덜 부러워서 환장했구먼, 이봐들, 자제하자고,쯤의 마음이었다.
 
적어도 우리의 현정씨는 말이다,
이 년 후 어찌돼든, 암튼 일을 그만두는 대신 ‘휴직’을 선언했고,
그것 때문에 비록 아나운서 지망생들의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지만
암튼 빡 터지게 경쟁율 치열한 아나운서 자리에 공백을 만드는데 기여했다.
(한 자리의 공백이 중요한지 아니면 아나운서 같은 전문직 여성도 결혼 후 커리어 단절이라는 사회적 인식을 공고히 한 것이 더 중요한지는 모르겠사와요.)
 
또한 삼성가의 아들처럼 동아일보 사주의 딸과 결혼한 것도 아니고,
사실 현대가 아들이랑 조선일보 뭐시기네 딸 이런 기사보다는 백 배 낫지 않수?     
 
또또한 재벌과 결혼했다 이혼한 다른 현정씨처럼
미국서 우연히 뭐시기 공연을 보다가 사랑에 빠졌어요, 그가 누군지 몰랐죠, 라는 식의 ‘로맨틱한 멘트’도 날리지 않았다.
현대가에 납품하는 아버지와 현대가 사이에 혼담이 오가면서 시작했다는,
그렇지만 첫 눈에 반해 두 달간 뜨겁게 사랑에 빠져 결혼한다는
‘믿거나 말거나’를 일부러 조장하는 듯한 멘트만 날렸을 뿐이다.
 
아마도  현대가에서도 텔레비젼 뉴스에 하청업체 사장 얼굴이 모자이크로 처리되고 목소리가 변조된 채 나와도 다음 날 바로 그 대기업에서
“납품단가 인하니 착취니, 그런 말을 들을 바에는 납품 계약 끊겠다”는
전화를 하는 그 민첩성을 가지고 노현정 씨를 찾아냈나 보다.
다시 한 번 깜딱 놀랐다고 할 수 밖에.
 
연예 전문 기자도 아니고 노현정씨를 스타킹(stocking)한 것도 아니라서
현대가에 납품한다는 그녀의 아버지네 기업에 대해서는 모른다.
하지만 혹여나 노현정씨나 그녀의 아버지도 원 하청 불평등 관계나
해마다 평균 5-10%를 깎아 내린다는 대기업의 납품단가 후려치기 관행에 분통터져본 경험이 있으시다면,
하청업체나 중소기업을 위해서 조금 ‘공부하셨으면’ 하는 바램이 있다.
그리고 현대가에게는 언론에 대기업을 ‘꼬지른’ 하청업체 사장이나 며느리가 될 노현정씨를 찾거나, 포털 사이트 인기 검색어를 주물럭 거리는 그 민첩성과 실력을‘중소기업과 대기업의 상생관계’같은 방향으로 돌렸으면 하는 오지랖 넓은 바램을!!
 
하청 업체 사장님들이 언제 사돈이 되고 장인 어른이 될지 누가 안단가?
 
부디 장인 어른 모시는 마음의 발톱 때만한 크기로 중소 하청 기업들을 대접해 주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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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라몰라

조금 많이 뻔하거나 상식적으로 조금만 머리를 굴려 생각하면

웬만한 사람들이 알 수 있는 결과들을 학문적으로 세심하게 풀어내서

이론적으로 증명하는 것이 사회과학의 일이지만,

그래도 그걸 위해서 깨알같은 각주를 달고

참고문헌이랑 인덱스다는데 조교들 노동력을 이용하고

그 많은 나무들 깍아서 종이책으로 펴내고

하는 걸 생각하면, 완전 회의 만빵이다.

싸가지 없게 말하자면

난 그렇게 먹고 살고 싶지는 않다는 거야.

 

이건 파블로 네루다

무엇을 쓰기보다는 무엇 하나라고 제 손으로 만들고 싶다라면서

목수가 되고 싶어했다는 것과는 질이 다르다. 나도 안다고. -_- 

 



싸가지 겁나 없게 나가기로 했다, 오늘 블로그 긁적긁적에 말이쥐.

 

대학원에 들어와 그 등록금을 내고 '여봐라' 할 수 있게 배운 것은,

영어로 책 읽기랑 아메리칸 앤스로폴로지 같은 외국 학술지에서 

자료찾는 것이다. 

아주 자랑스럽게도 마음 먹고 책 잡기 시작하면 삼 사일 안에 웬만한 

영어 책은 읽고 발제문도 쓴다 -_-

학위 없이 대학원을 그만 둔다고 해도 

하루에 영어 책 한 페이지를 죽을 똥 싸는듯한 심정으로 읽었던 내게

참으로 여봐라, 란 결과가 아닐 수 없다.  

 

 

캐나다에 와서 중고 영어 책들, 대개 사회과학, 그 중에서도
인류학 관련 전공 도서들을 샀다.

이 책들을 읽는 내내 얼마나 한국 책들이 읽고 싶어서 환장했는지 모른다.

특히 나는 동남아시아와 관련된 책들을 읽고 있는데

 

아아, 아니올시다.

어거지로 한장한장 읽어내려가면서 짬짬이 푸드 채널도 보고

홈 인테리어 채널도 본다.

마치 주발이가 김기덕의 '봄 여름 가을 겨울'을 하루에 17분씩 할당해

의무량을 채운 뒤에야 다른 디브이디를 본 것처럼,

나도 그런 식이다.

 

서구학자들의 해 놓은 연구들을 보면 그닥 새로울 것도 없는 아시아적 상황

(급속한 근대화에 눈이 멀고 모든 생활 양식이 근대화를 향해서 마구잡이로 달려드는)을 그 긴 참고문헌들을 가지고 아주 세련되게 풀어논다는 것이다.

저번에 읽은 Intimacy Economy of Bangkok 도 이런 흐름에서 벗어나지 않는데 별반 많이 잘못 한 것도 없이 (제국주의적이라거나 이런 아주 무선 놈들)

나는 많이 지치고,지겹고, 하품나고, 오늘분 2챕터만!!! 이라는 심정에 들끊는다.

모르겠다, 왜 공부하는지.

인류학자들처럼 매력적인 작업을 하는 사람들이

왜 그렇게 재미없는 글을 쓰는지 모르겠다는 그 누구의 말처럼

이것들, 참 매력없다.

 

 

조금 많이 뻔하거나 상식적으로 조금만 머리를 굴려 생각하면

웬만한 사람들이 알 수 있는 결과들을 학문적으로 세심하게 풀어내서

이론적으로 증명하는 것이 사회과학의 일이지만,

그래도 그걸 위해서 깨알같은 각주를 달고

참고문헌이랑 인덱스다는데 조교들 노동력을 이용하고

그 많은 나무들 깍아서 종이책으로 펴내고

하는 걸 생각하면, 완전 회의 만빵이다.

싸가지 없게 말하자면

난 그렇게 먹고 살고 싶지는 않다는 거야.

 

이건 파블로 네루다

무엇을 쓰기보다는 무엇 하나라고 제 손으로 만들고 싶다라면서

목수가 되고 싶어했다는 것과는 질이 다르다. 나도 안다고. -_- 

 

하지만 나도 엉덩이 붙이고 앉아서 뻔한 이야기 주저리주저리 하느니

치공기술이나 목공예, 가구 디자인, 도공, 요리, 리코더 불기 같은 것을 배워서

무엇인가 소박하게나마 손으로 만들고,

시위에 가서 리코더도 불고 

사람들 불러서 맛난 것도 해 먹고  

주변 사람들이 그걸 가지고 좋아라하는 것을 느끼고

그걸 가지고 관계를 만들고 또 사람들에게 잘해주고,

마구마구 잡지 '좋은 생각'류의 그런 생각들... 

 

필드워크는 너무 작위적으로 보이고

-현지조사지에 가서 1년 살고 그걸로 이빨 까서 박사 학위 받고,

그러고 어쩌라고?

그래서 나는 점점 공부에 흥미를 잃고

그러고 있다.

 

사람들은 "석사 마치면 박사, 지금 석사할 나이도 아니고

박사할 나이구먼"의 눈빛인데 

몰라, 몰라. -_-

양키 데리고 산책 나가서 꽃향기나 맡을래, 킁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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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좀 아니잖아?

 

아빠랑 나랑은 웃고

엄마는 빗자루를 들고 혼자 찡그리고 있다.

그 그림 아래에는 친절하고 상낭하게도

"청소하는데 너무 많은 시간을 쓰지 마세요.

우리 뭐시기로 청소하면 훨씬 쉬워요,"

뭐 이런 문구가 붙어 있었다.  ...

 

 



 

     노조원의 가족들이 싸운 도시락을 두고 지어미가 정성스레 싸온 도시락 어쩌고 저쩌고를 읽다보니 머리가 핑, 돌면서 (한겨레 손석춘 칼럼서 '지어미'를 보고 화들짝 놀라부렀다) 성노동자들이 투쟁하던 현장에는 누가 도시락을 싸들고 왔는지 묻게 된다. 나라고 그 도시락을 바리바리 싸고 먹을 것을 챙겨오던 심정에 마음이 핑, 하고 아프지 않겠냐만은

 

      그런 말들, 그런 말들, 아 꼬라지가 나.

 

      언젠가 KTX 여성노동자들이 투쟁하던 곳에 그녀들의 어머니가 와 있는 사진을 보고 좀 뭉클했었다. 아마 여성노동자들의 투쟁을 가족들이 지지해주는 모습을 보는 것이 너무나 낯설어서 그랬을 것이다. 노동자들의 투쟁을 쌍수들어 지지한다고 해도 남성노동자들의 투쟁에만 따라붙는 아빠 힘내세요식의 가족들의 지지에 대해서 뭐라고 말해야 하나,

얼쑤. 장하십니다. 이러고 지지하면 되는거야?

 

     나는 남성 생계부양자와 가족임금의 참상을 보는 것 같아 그저 벨꼴린 마음이 앞선다.

 

     그러다가 위의 광고를 발견했는데 역시 꼬라지를 불러일으키는 캐나다의 쌍팔년도식 광고였다. 물론 쌍팔년도에 뿌려진 광고가 아니라 2005년도 광고라는 것이 문제였다.

 

     아빠랑 나랑은 웃고 엄마는 빗자루를 들고 혼자 찡그리고 있다. 그 그림 아래에는 친절하고 상낭하게도

"청소하는데 너무 많은 시간을 쓰지 마세요.

우리 뭐시기로 청소하면 훨씬 쉬워요,"

뭐 이런 문구가 붙어 있었다. 

 

      나도 '쌍팔년도'식으로 중얼거렸다.

      "염병하고 자빠졌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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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키운다는 것

         

         진보넷 블로그 글들을 보니 엄마가 되는 것, 아이를 키우는 것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고 읽으면 좀 가슴이 아프다. 나는 아직 아이도 없고 아이를 낳을 생각도 없으니 애송이들아라는 말을 듣겠지만 (아 노래방 가고 잡다)  재작년에 여섯날 난 성현이랑 싱글맘 오정이랑 함께 살면서 한 아이를 기른다는 것을 곁눈으로 지켜보았다. 그리고 나는 알게 되었다.

 

          세상에는 두 가지 종류의 인간이 있다는 것을.

 

          자기 손으로 자기 똥꼬를 닦을 수 있는 인간과 남이 똥꼬를 닦아줘야 하는 인간이 있다는 것을 말이다. 그 당시 여섯살에 접어든 성현이는 거의 내 몸무게의 절반이 나가는 다 커부렀네는 느낌을 주는 아이였는데도 불구하고 똥 싸고 나서 화장실에서 엄마, 엄마를 불렀다. 나는 부모가, 특히 엄마가 내 기저귀를 빨며 날 키운지는 알았지만 저렇게 덜컥 클 때까지 똥꼬를 닦아주면서 키운지는 몰랐다.

         

          사람을 키운다는 것의 의미, 한 사람이 된다는 의미가 그렇게 절절할 수가 없었다.

 

          박민규의 말대로 다음 세기에는 이 세계를 찾아온 모든 인간들을 따뜻하게 대해 줘야지라는 경건한 마음이 들어드랬다. 모두들 똥꼬를 제 손으로 닦을 때까지 그 무수한 시간들을 누군가의 헌신으로 채운 존재들이니까 말이다. 누군가는 많이 힘들었을 테니까, too much work에 힘들었을 테니까 말이다.

...



               며칠 전 친구들이 밤늦도록 술을 마시더니 단숨에 아이들을 키우는 화제로 슥슥 이동하였다. 눈에 넣어도 안 아플 자식, 뭐 이런 식으로 아이들을 대하지는 않았지만 그들이 자기 새끼들을 대하는 자세는 어쩔 때 내게 유치하게도 질투심을 유발할 정도였는데 (나도 사랑해줘!) 그런 그들이 이젠 지쳤어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Too much work,라고 영어로 이야기했는데 그네들 아이들은 고등학생, 대학생이라서 별로 손이 갈 것이 없고 상대적으로 한국보다 상황이 좋은 캐나다 사람들임에도 그랬다. 글렌 역시 막내 딸이 19살에 접어들었지만 대학을 멀리 가서 집에 자주 오지 말라고 딸에게 말했다고, 아직도 돈들고 신경 쓰는 일이 너무 많이 남아서 힘들다, 라고 말했다. 그냥 이 사람들이 내가 아는 그 사람들이 맞나 하는 생각이 드는 밤이었고,

그리고, 좀 짠, 했다.

          내 하우스메이트였던 휴지는 논문을 써야함에도 불구하고, 또 휴지통과의 끈끈한 관계에도 불구하고 캐나다에 있는 아달과 1년을 보내기 위해서 올 6월에 한국을 떴다. 지난번 하우스메이트였던 오정은 물론 자기 욕심도 있었겠지만 아달 성현이에게 자기가 겪은 고생을 안 하게 해주고 싶다며 8살난 그 놈 손을 잡고 뉴질랜드로 어학연수를 갔다. 나랑 함께 살 때 오정은 그런 말을 했었다. 아무리 다 잡으려 해도 이혼한 것 때문에 성현이에게 상처준 것 같아 늘 마음에 걸린다고 말이다. 아마 영어를 솰라솰라 하면서 얻을 수 있는 기회들을 성현이에게 주는 것으로서 좀 위로받고 싶었는지 모른다. (쳇, 돈도 없음시롱 방값 보증금 빼서 가면 어쩌란거야??) 

          언젠가 내 친구, 씨앗이 잡지사에서 편집일을 하다가 아이를 낳고 일을 잠시 쉬고 있는 선배를 찾아갔던 이야기를 했다. 나름 평등 결혼이런 것을 하고 나름 의식있는 부부였음에도 불구하고 아이를 낳고 나서 그 언니를 공적인 자리에서 찾을 수가 없어졌다. 씨앗이 그 집으로 찾아갔던 날,  언니는 씨앗을 배웅하면서 유모차에 아이를 태워 데리고 나왔다. 그리고서는  집 밖에 나온 것이 오늘 처음이야, 라고 했다. 씨앗과 헤어지는 순간, 이야기를 하는 순간, 서로 눈을 마주치며 웃는 순간, 순간순간 그녀는 유모차의 손잡이를 잡고 앞 뒤로 천천히 흔들고 있었다.

 

          진보넷 블로그 글들을 보니 엄마가 되는 것, 아이를 키우는 것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고 읽으면 좀 가슴이 아프다. 나는 아직 아이도 없고 아이를 낳을 생각도 없으니 애송이들아라는 말을 듣겠지만 재작년에 성현이랑 오정이랑 함께 살면서 한 아이를 기른다는 것을 곁눈으로 지켜보았다. 그리고 나는 알게 되었다.

 

          세상에는 두 가지 종류의 인간이 있다는 것을.

 

          자기 손으로 자기 똥꼬를 닦을 수 있는 인간과 남이 똥꼬를 닦아줘야 하는 인간이 있다는 것을 말이다. 그 당시 여섯살에 접어든 성현이는 거의 내 몸무게의 절반이 나가는 다 커부렀네는 느낌을 주는 아이였는데도 불구하고 똥 싸고 나서 화장실에서 엄마, 엄마를 불렀다. 나는 부모가, 특히 엄마가 내 기저귀를 빨며 날 키운지는 알았지만 저렇게 덜컥 클 때까지 똥꼬를 닦아주면서 키운지는 몰랐다.

         

          사람을 키운다는 것의 의미, 한 사람이 된다는 의미가 너무 무거웠다.

 

          박민규의 말대로 다음 세기에는 이 세계를 찾아온 모든 인간들을 따뜻하게 대해 줘야지라는 경건한 마음이 들어드랬다. 모두들 똥꼬를 제 손으로 닦을 때까지 그 무수한 시간들을 누군가의 헌신으로 채운 존재들이니까 말이다. 누군가는 많이 힘들었을 테니까, too much work에 힘들었을 테니까 말이다.

          하지만 그 노동이 한 사람의 여성이나 한 쌍의 핵가족 부부에게만 전가되는 한 사람들은 존재들을 키워가는 것에 진절머리를 치게 된다. 그건 ‘4인용 식탁에 나오는 장면처럼 젖 달라고 기어오는 아이들이 그악스럽게 느껴지면서 자기 새끼를 베란다 아래로 떨어뜨릴만한 고통일지 모른다. 그 뭐신긴가의 말처럼 (아프리카 속담에서 왔다고 했던가, 암튼 고들리에 책에서 봤으)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한 마을이 필요하다’.

 

 

(이렇게 알았으면서도  함께 살때 성현이 구박하고 혼내고 그랬던 것이 주마등처럼 스쳐가네 그랴 -_-;;;; 뉴질랜드에서 잘 지내라옹, 성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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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ww.xtra.ca

작년 토론토 게이 퍼레이드 사진들,

엑스트라에서 격주로 발간하는 타블로이드판 신문에서 찾아내 찍은 사진들

뿌옇고 흐리고 연하지만,

에너지는 넘치는 레즈비언과 게이들이 나와 있으니.

 

올해 토론토 게이퍼레이드 사진은

http://www.xtra.ca/pridepix/default.html 에서 선명하고 확실하게 보삼.

 

 

 

무슨 연유로 '섹스워크'가 나와있는지 모른 채 그저 난감;;;





 

아아, 다 좋다고.

그런데 신문을 암만 들춰봐도 광고든 기사든

게이들만 우글우글 거리는 것 같았다. 울룩불룩 근육질 남자들이 깔려있는 광고판.

그 많던 레즈비언 언니들은 다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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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적.좌.절.의.지.정.학?

나의 하메 (하우스메이트) 주발의 친구가 크리스마스 전날 짜잔 하고 나타났는데 교대를 졸업하고 초등학교 선생님으로 근무하던 친구였다. 잘 생긴 초딩 남학생들을 찍어서 미니홈피에 올리는 낙으로 사는 그녀가, (그녀의 미니홈피는 공개하지 않겠다 -_-;;;;;) 아침 식탁에서 교실 안의 '남초' 현상 이야기를 꺼냈다. 보통 한 반에 여학생이 5명 쯤 남학생보다 적은데 자기네 옆반은 전학 가는 사람마다 여자고, 전학 오는 사람마다 남자였던 탓에 학기말이 된 그 때 시점에서 여학생 8명 vs 남학생 18명이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포크댄스를 가르칠 때 남남 커플을 짝지어 심히 음란한 상상을 하곤 하였다는 그녀는, 암튼 문제는 심각하다고 그랬다. (그녀는 Y녀였던가) 나도 조카가 몇몇 있는데 여자 조카는 한 명 뿐이다. 친척들은 여자 조카를 보면서 "서연이는 좋겠다. 크면 고르고 골라서 시집가는거야" 라는 말을 '좋다고'들 해대는데 그럴 때마다 나는 "아, 내가 최고로 잘 하는 것이 한국말 하는 것인디... (매우 유창하다) 그래도 인자 슬슬 뜰 준비를 해야 쓰겄다" 라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었다. 귀염둥이 서연이 ^^


마틴 워커 <유피아이 UPI> 편집장은 국제관계 전문지 <포린폴리시> 최근호에서 남초 현상으로 성적 욕구를 총족할 수 없는 중국 등 아시아의 남성들이 호전적 애국주의를 분출할 것이라는 주장을 폈다. 그는 '성적 좌절의 지정학'이라는 글을 통해서 남아선호 사상이 짙은 아시아에서 초음파 기술의 발달로 태중의 여아를 낙태하면서 (여아살해!) 2020년에는 아시아 남성들의 '거대한 성적 좌절'이 발생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남성들이 성욕을 해결하지 못해 남성호르몬이 과다해지면 나쁜 행동을 하는 경향을 주장하며, 19세기 중국에서 여아 살해로 결혼하지 못한 남성이 '불한당'이 되어 반란에 가담했다는 예도 인용했다. -_-;;;; <한겨레신문, 2006. 03.02 참고> 성적 좌절의 지정학, 심히 유감 1. 나는 도대체 남성호르몬이 과도해지면 나쁜 행동을 하기 쉽다는 식의, 남성 호르몬은 다 싸잡아 '죽일 놈'이라는 신문기사의 생각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남성 호르몬이 생산되는 고환이 아주 알토란 열개는 합쳐 놓은 것처럼 큰 수컷 보노보는 급식 장소에 나타나서 허겁지겁 먹다가 암컷들이 나타나면 우선적인 위치를 포기한다는 동물 행동학자들의 연구결과들은 무엇이란 말인가. 수컷 보노보는 심지어 중하위 서열의 암컷들보다 먹이에 대한 우선권을 적게 가지고 있다. 남성들이 태어날 때부터 여성들보다 생물학적 공격성을 더 갖고 태어나는지는 아직 뭐라 말하기 어려운 복잡한 문제이고 양육 vs 타고나는 것의 대립이 (nature냐 nurture냐) 해소되는 최신 연구결과들이 나오는 지금, 이 딴 식으로 기사 쓰는 것 진절머리난다. 2. 신문 기사에서 왜 '성적 좌절'이 여성들이 남성보다 많을 때는 일어나지 않고 남성들이 초과될 때만 일어나는지 설명하지 않았다는 것도 구리다. 남성들만이 성적 좌절 땜시 망나니로 돌변하는 짐승들도 아닌데 (아~~ 짐승~~) 이렇게 남성들을 모욕하셔도 되는 것인지 남성협회 이런데를 대신해서 심심한 유감의 인사를 전한다. (3/4 가 여자로 채워져있다는 뉴욕의 여성들은 왜 성적 좌절의 정치학을 보이지 않는다는 말인고!!) 왜 나는 이민을 가고자 마음을 먹었는가? 신문기사의 두 가지 구리구리한 점을 빼면.... 내가 이민을 떠나고자 마음 먹은 것도 비슷한 논리라고 할 수 있다. -_- "한국에서는 남자들이 더욱 망나니처럼 -_-;;;; 키워질 가능성이 많아!!! (ex.군대) 그리고 그 놈들이 넘쳐나게 되면, 분명 살기는 퍽퍽해질 뿐이지" 요것이 나의 요점이었다. 저잣거리에 떠도는 시정잡배 격의 '돌격이론'에 따르면 어딘선가 갑자기 돌이 날아오면 대개 여성들은 우선 그것을 피하고 나서 무슨 일이 생겼는지, 어떻게 해결할지를 결정하는 반면 대개 남성들은 모두 죽을 지라도 '돌격'하면서 돌 들고 달려나간다고 한다. 그러니 그런 사람들이 훠얼씬 많은 사회에서 사는 것은 나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사료되었다. "즐기기보다는 참아야만 하고 무시해야만 하는 환경에서 사는 것은 인간의 자격을 상실하는 것이다" 라는 싱클레어 골디의 말이 생각났던 것이다. 여자가 적은 세상. 우리 조카에게 하는 말처럼 사람들은 여성들이 남성들보다 적으면 '고르고 고를 수 있다'고 생각하거나 여성에게 조금은 이로운 사회가 될 거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티벳트족이나 인도의 토다 Toda 족을 보면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티벳트족이나 토다 족은 일처다부제의 모습을 보이는데 일처다부제는 여아살해풍습으로 인한 성비의 차이로 남성에 비해 여성이 현저하게 모자라는 곳에서 나타난다. 여아살해풍습은 여러 부족에서 은근슬쩍, 혹은 대놓고 행해져온 관습이지만, '뼈빠지게 일해도 세 끼 밥을 걱정할' 정도로 환경이 척박하거나 가부장적 관념이 강한 곳에서 심각한 성비불균형을 일으킬 정도로 많이 일어난다. 따라서 여아살해가 빈번한 곳에서 나타나는 일처다부제는 '여성이 고르고 골라' 식의 환경과는 하등 상관이 없다. 토다족의 여성들은 각각의 남편들의 발에 꿇어 앉아 입을 맞춰야 하고 티벳의 여성들은 남편의 '아내 빌려주기'에 동원될 수도 있다. (지금은 어떠한지 정보 부족, 흠흠) 아주 척박한 환경에 자리잡은 것도 아닌 한국에서 심각한 성비 뷸균형이 일어나게 만든 요인은 끔찍한 가부장제가 가져온, 그 끔찍한 여아살해 때문이다. 그러니까 나는 지금의 가부장제도 벅찬데 여자들까지도 점점 적어질 것이 뻔한 한국 땅에서 사는 것이 난감했던 것이다. UPI편집장 마틴 워커는 고민의 늪에 빠져있을 나같은 여자들을 위해서 아시아의 성적 좌절이 분출되는 것에 대한 대안으로 미국의 포르노 상품 수출, 24시간 스포츠 채널, 맥주와 나초, 피자 등을 점지해주셨는데, '진짜 놀고 자빠졌구나'라는 생각과 함께 이런 놈들이 득시글 있을 법한(미국비자가 없어서 아직 확인 못함) 미국으로 가서는 안된다는 교훈도 얻었다. 제길, 갈 데가 있긴 한거냐??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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