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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

이번 명절은 참 우울했다. 명절 전에 있었던 용산 사고 때문에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아서 명절 전에 있었던 일정들은 대략 명절 핑계를 대면서 회의에는 안가고 교육은 겨우 해치웠다.

 

그래도 나름 아이도 크고 시부모님의 경향도 파악이 되서 인지 대략 있는 동안 정신적으로는 이전보다 덜 힘들었다. 그래도 설전날 단정으로 부터 우리 부부가 피투성이가 된 꿈을 꿨다며 설날 선방하라는 메세지를 받고는 좀 걱정스러웠지만...뭐...왠쥐 길몽 같았고 그리고 걱정 해주는 맘이 따땃해서 기분이 훈훈했다.

 

우리 시모는 아주 고약한 시부모를 만나 힘겨운 시집 살이를 했다. 아직도 일을 할 때면 그때 이야기를 하시는데 혼자서 명절 음식 준비하는데 추운 날인데도 양이 많아서 부엌에서도 못하고 밖에서 했던 이야기, 할아버지 할머니 안 깨셨을까봐 집 앞에서 새벽부터 기달리던 이야기...등등...매번 들어도 참 거시기 한다.

 

천성이 활달한 스타일은 못 되고 자라오기도 귀하게 자라셔서 그런지 그런 일들이 참 힘들었단다. 아들만 셋을 낳았는데...그러니 무슨 도움이 되었을가 싶다. 여튼 난 설 전날 내려가 시모가 준비해주신 전재료들을 붙이기만 하면 되는데...것도 양이 좀 많고 종류가 11종류가 되서 하고 나면 허리며 어깨며 좀 뻐근하다. 그래도 동서들이 있어서 같이 하면 그럭저럭 일을 오후 즈음에 마칠 수 있는데 그렇다고 쉴수는 없다. 워낙에 일을 몰아서 하시는 스타일이시라...시모께서. 일 끝내면 혹은 일 중간에 점심 먹고 다시 일해서 일이 끝나면 할아버님이 계신 큰 집에 가서 집안을 치우고 그릇을 챙기고 저녁을 챙겨 드리고 와야한다. 그러면 다시 어머님 아버님 집에서 저녁을 먹고 다시 치우고.....

 

그리고 담날 입을 한복을 챙겨 놓고 참 소외되는 수다를 한바가지 떨다가 겨우 씼고 잠들면 열두시...아침에 여섯시 반에 일어나 다시 할아버님이 계신 집으로 가는데 그때부터는 제사상을 차리고..것도 불기가 하나도 없는 대청에서 발을 동동거리며...그리고는 남자들이 절을 하고 상을 다시 보고 밥 먹을 때까지 기달려서 그 상에 아침을 먹는다..글고 남자들은 그때 성묘를 가는데...참 배고프다. 이상하지. 밥도 따로 먹는다. 이거는 명절 때만 그런게 아니다. 이거 아주 적응 안되고 아마도 계속 적응이 안될거 같다. 여튼 상치우고 나면 남자들이 온다. 다시 점심을 차린다. 다시 남자들 먹고 나서 여자들이 먹는다. 그리고 상치우고...상 정리하고 그릇 정리하고 다시 저녁을 마련한다. 아고고...

 

명절이 되면 먹고 치우고 차리고 치우고를 반복하다 돌아오는 것 같다.

참 정신이 없다. 가끔은 그냥 내가 일당 뛰러 온 사람 같이 느껴진다. 음...

그래서 결혼 전에 명절에 내려가면 한번에 오십만원을 달라고 했었다. 그럼 좀 신나지 않을까 싶어서...근데 영 지켜지지 않는다. 아무래도 단가를 좀 낮춰야 하지 않을까 싶다. 이십만원? 여튼...일을 즐겨할 수도 있을텐데...좀 거시기 하다.

가끔 억지로 힘겨운 일을 해내는 시모가 불쌍하단 생각이 들긴 하지만...그렇다고 그분과의 관계가 달라지진 않는다. 자신이 워낙에 시집살이를 하셔서 그런지 지금은 예전에 비하면 참 인간적이고 배려를 많이 한다 생각하시는 것 같다. 뭐...기준점이 다른데..어쪄랴~~

 

그래도 올해는 전 붙이고 점심을 먹는데 손아랫 동서가 중국집에서 시켜먹자고 해서 그렇게 했다. 덕분에 점심 설거지를 안해도 된 것이 나름 고마운 일...이것도 참 상황이 좋아진 거다. 이전 같으면 말도 못 꺼냈을텐데...우좌지간 어머님도 이제 힘이 붙이신거다. 왜 안그러겠는가......그런데 참 미운거는...남자들은 참 별일을 안하면서도 힘든 내색을 절절하게 낸다는 것다.

 

시부는 전날 밤을 세고 놀다 아침 8시반에 들어오셨단다. 우리가 도착한 건...한 아홉시. 영 분위기가 안좋길래 왜 그런가 했더니 아버님 때문에 어머님이 완죤 화가 나신거다. 그래도 며느리들 앞에선 암말 안으시고 아들 앞에서 뭐라 뭐라 하셨단다. 아버님 흉을 보신게지. 쫌 뭐랄까...격식이 넘 없어도 불편하긴 하겠지만 가끔은 진솔한 모습이 좋기도 한데...좀 그런 맛은 없다. 아무리 그래도 시댁은 시댁인가 싶다.

 

여튼...명절 잘 보냈다. 문제는 영 몸이 안좋다는 거지.

아무래도 오늘은 일찍 들어가 쉬어야 겠다.

약간 걸리는 것은 셋째가 설에 안내려와서 셋째네 보러 이번 주말에 올라오신다는 거다. 시부모님이.....아 청소 이빠이 해야 하는데 몸이 영...게다가 이번 주말에 추모집회도 있고....명절을 보낼때의 심정은 일년에 두번정도 쓰는 가면을 꺼내서 사용하는 느낌이랄까...뭐 그렇다고 아주 다른 가면은 아닌데...영 불편한거쥐~ 참 안 맞는 옷을 입은 느낌이다. 내 인생에 이리 안 맞는 옷이 있을까 싶다.

 

그래도 설전날 들은 울산의 뉴스는 참 좋았다. 용산 때문에 힘이 하나도 없었는데 그나마 그 뉴스 덕분에 힘이 났다. 처음 라디오 뉴스에서 그 소식을 들었는데...귀를 의심했다. 원하던 것을 얻고 내려왔구나....참 감격스러웠다. 뭐...당사자들은 여러가지 더 기획했을 수도 있겠지만 난 그들이 그저 살아내려온 것이 너무 기뻤고 그리고 요구했던 것들이 받아낼 수 있어서 너무나 기뻤다.

 

용산 사건도 좀더 좋은 소식이 들렸으면 좋겠다.

뭘 할 수 있을까....고민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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