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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잡은 손, 다시 잡을 수 있어요.

 

 

 

 

 

 

2013/09/12 14:43 2013/09/12 14:43

우리가 만날 때

from 토론토 2013/09/12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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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노동절 행진에서도 있었겠지만 9월 Labour Day Parade 에서 발견한 뭉클한 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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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노동자다. 노동조합이 필요한 노동자다. 인종차별과 싸우고 동성애혐오와 맞서는 노동자다. 지금까지는 부족한 게 너무 많았지만 앞으로 그렇게 살고 싶다. 모두가 볼 수 있는 곳에서 모두에게 표현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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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진하던 이들 중 하나가 건네준 것. 운동화끈을 고쳐 매려고 앉았더니 누가 다가왔다. '혼자 왔어? 힘내' 그 한 마디면 충분한데. 연대와 공감은 자주 어긋나고 어쩌다 간신히 만난다. 우리가 만났을 때 꽉 붙잡기 위해, 우리라는 이름으로 다시 만나기 위해 잠시 숨을 고르는 가을 길목.

 

 

 

 

2013/09/12 14:39 2013/09/12 14:39

Labour Day Toronto 2013

from 토론토 2013/09/11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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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의 건강, 안전, 그리고 공정한 권리를 위해 해마다 행진한다.

노동조합에 속한 노동자들 뿐만 아니라 일하고 있는 모든 이들을 격려하는 날.

 

빈부 격차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벌어지고 있다는 캐나다,

10대와 20대가 주로 맡고 있던 시간제 계약직 및 임시직에

30대 이상 성인들, 특히 이민자들이 더 많이 고용되고 있다.

일자리를 놓친 학생들이 다음 학기 등록을 포기하는 경우가 속출하고

부양가족이 있는 이들은 최저생계비에도 못미치는 급여에 쩔쩔매는 요즘,

현실은 어둡고 답답하지만 멀리 시선을 두고 힘껏 같이 걸었다.

 

관련기사:

rabble.ca  Huff Post   노인연금 등 정년퇴임 이후 노인층 복지혜택 관련

rabble.ca-2  법정 최저임금도 보장받기 힘든 패스트푸트 노동자들의 파업 관련

CBC News   CBC News-2  Unifor 관련

 

Photo by Nar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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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씩씩하게 참여해 눈에 띄던 이 분.

시민들에게 다가가 먼저 인사하고 내게도 먼저 사진을 찍어달라 부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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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쉬는 날 더 바쁘게 뛰어야하는 이분들도 한 컷.

수고하셨습니다.

 

 

 

 

2013/09/11 11:41 2013/09/11 11:41

산책

from 토론토 2013/08/27 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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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에서 지하철 타고 30분, 이웃들 차를 얻어타고 또 40분 정도 가면 만나는 숲.

아이들 둘, 어른 여덟이 두 시간쯤 걸었다.

모기가 하도 덤벼서 후드를 뒤집어 쓰고 있었더니 실험맨이 된 기분.

(숲날은 사진을 보더니 사우스파크에 나오는 캐릭터 같다고.)

머리가 이마에 딱 붙었길래, '바보같죠?' 물었더니,

'항상 바보 같잖아요' 하셨다.

우와, 이미 본질을 꿰뚫고 계셔, 너무 서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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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은 부끄러워서 반쪽만, 흐흐.

 

 

2013/08/27 07:40 2013/08/27 07:40

The Melody - Good Bye

from 음악 2013/08/27 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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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 어카운트를 해지 (Deactivate) 한 지인들이 올해 들어서만 열 명.

몇 년 전, 아무 말 없이 쓰윽 해지했던 기억이 난다.

그래, 좀 알지, 그 마음.

아무리 손을 흔들고 글을 버리고 사진을 지운다 해도 해지할 수 없는 관계란 게 있다는 것도

곧 알게 되겠지.

 

 

 

2013/08/27 07:21 2013/08/27 07:21

10cm - Good night

from 음악 2013/08/06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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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한 잠 잊은 지 벌써 두 달

새벽 세 시, 자료조사를 하다 말고 혼자 중얼거린다

굿나잇, 내일부터는 푹 잘 수 있을지도 몰라.

 

 

 

2013/08/06 15:56 2013/08/06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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뺨을 맞고도 웃을 수 있어야 어른이 된다.

이유를 모르고 맞아도 '그럴 수 있지' 할 수 있어야.

 

 

 

2013/07/23 01:53 2013/07/23 0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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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터를 미리 올렸어야 하는데

몇 달 잠자던 Twitter 에 올리고 어쩌고 하느라 그만 이제사.

부정선거, 라는 단어를 이 나이 되도록 되풀이 사용할 줄은 예전에 미처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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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7/08 10:51 2013/07/08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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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서를 업데이트했다.

서른 이후 생각날 때 마다 수정하거나 덧붙이던 것을 이번에 완전히 다시 썼다.

열 일곱살 이후 나는 늘 떠날 날짜를 고르는 사람이었던 거 같다.

지금은 날짜 대신 편지만, 미안하다거나 서운하다거나 하는 표현없이

한 페이지로 압축된 '고맙다'는 말로만 남은 내 삶.

그 날은 내가 고를 수 있는 게 아니란 걸 이제야 깨달았고

언젠가 떠나게 되면, 곧 아무도 기억하지 않기를 바랄 뿐.

 

 

2013/07/06 15:53 2013/07/06 15:53

Pride Toronto 2013

from 토론토 2013/07/02 0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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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ne 30, 2013. (등 뒤에 보이는 분들은 다른 모임. 친구들은 사진에서 안보임)

 

행진을 바로 앞에서 본 것은 10년,

같이 행진한 것은 6년,

직접 참가신청하고 간 것은 처음.

 

같이 준비하고 걷고 뒤풀이까지 함께하신 분들, 고맙습니다.

내년에는 더 많이 와서 더 신나게  걸어요.

혹 제가 없더라도 제 몫까지.

 

 

Pride 2013 관련 사진들

- BlogTO

- Toronto Srar

2013/07/02 07:49 2013/07/02 07:49

10cm - 새벽4시

from 음악 2013/06/22 0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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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끊었던 담배를 다시 꺼내고

한동안 잃어버리지 않던 지갑이 안보이고

창이 훤하게 밝아도 일어날 수 없고

 

이래 저래 곤혹.

 

 

2013/06/22 06:46 2013/06/22 06:46

Standing Egg - Keep Going

from 음악 2013/05/29 0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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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까지 손을 잡고 가겠다는 약속 같은 건 이제 못한다구

그래도 좋다면 계속 가

 

 

페북에서 친구 신청이 하나 있길래 무심코 클릭했는데

일 분도 안되어서 영어로 메시지가 왔다

'나는 니가 누군지 모르니까 지워줘' 라길래

'니가 보낸 걸 허락한건데?' 했더니

'난 너한테 친구신청 한 적 없어. 어서 지워줘' 라고 해서

혹시 친구리스트에서 'Delete' 라는 것도 있나, 한참 봤는데

암만 봐도 지우는 기능은 없길래 그냥 Unfriend 해드렸다

나도 니가 누군지 모른다만, 단호해서 참 좋구나

 

온라인에서 숫자에 집착한 적이 있다

현실에서 사람 만나는 게 두려울수록 더 그랬던 것 같기도 하고

사람을 많이 만나고 있을수록 더 갈증이 났던 거 같기도 하다

지금은 조회수나 친구수를 늘이기보다는 

숨어있고 싶은 마음이 더 크다

 

갑자기 조회수가 크게 늘면 무섭다

 

여긴, 뭐 새로운 정보나 재밌는 일 같은 건 없는데요...

 

그리고

누가 갑자기 우루루 왔다가 가건 말건

난 그냥 쭈욱 갈거다

쭈욱

지루한 일기를 쓰며

 

킵 고잉

 

 

 

 

2013/05/29 06:57 2013/05/29 0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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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를 듣다가 문득 생각이 났다

누군가 차를 몰고와 급히 내려놓고 사라진다는 강아지나 고양이처럼

국도 변에 내던진다는 낡은 가구처럼

깊은 밤 뒷골목에 버려진 적이 있었지

어떻게 집으로 갔을까, 그건 기억나지 않네

울다가 울다가 토했던 것도 생각나는데

 

쉽게 말하지 말아야지

너무 쉽게 버리지도 말아야지

 

 

2013/05/25 14:48 2013/05/25 14:48

Fly Away _ 장윤주

from 음악 2013/05/22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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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기가 내리는 나의 오후...라는 가사가 귀에 쏙 들어와서 흥얼흥얼

 

일주일에 사흘, 화 수 목

하루에 네 시간

매주 총 12시간 일하는 조건으로 계약했다가

하루 다섯 시간으로

그러다가 일주일에 나흘, 월 화 수 목으로

이제 월 화 수 목 금,  매일

하루 여덟 시간 일하게 되었다

이쯤되면 기뻐서 하늘로 날아올라야 하는 상황인데

사실은 그렇지가 못하다

7월에 이틀이나 사흘, 휴가를 신청할 수 있다고 해서

그날만 기다리는 중

 

어제 퇴근길에 후두둑 소나기가 쏟아졌다

차창 밖으로 손을 내밀어 빗물을 만졌다

따뜻했다

 

2013/05/22 17:40 2013/05/22 17:40

Best Friend - Amy Winehouse

from 음악 2013/05/06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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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친구들 중 하나가 작년에 세상을 떠났다

그 소식을 나중에 가까운 이를 통해 들었을 때

슬프다거나 안타깝다거나 괴롭다거나 하는 감정과는 다른

그 모든 것이 섞여 있으면서 더 강렬한 것이 발 밑에 털썩 떨어지는 듯 했다

 

잘가라, 친구

너로 인해 나는 몇 년 더 행복할 수 있었는데

내가 준 건 아무 것도 없구나

오히려 너를 더 외롭게 했구나

고맙다고도 미안하다고도 말할 수 없는 그런 친구

 

 

I can't wait to get away from you
Unsurprisingly you hate me too
We only communicate when we need to fight
But we are best friends...right?

You're too good at pretending you don't care
There's enough resentment in the air
Now you don't want me in the flat
When you’re home at night
But we're best friends right?

You’re Stephanie and I'm Paulette
You know what all my faces mean
And it's easy to smoke it up, forget
Everything that happened in between

Nicky’s right when he says I can't win
So I don't wanna tell you anything
I can't even think about
How you feel inside [ From: http://www.metrolyrics.com/best-friends-lyrics-amy-winehouse.html ]
But we are best friends, right?

I don't like the way you say my name
You're always looking for someone to blame
Now you want me to suffer just cause
You was born wide But we are best friends right?
You’re Stephanie and I'm Paulette
You know what all my faces mean
And its easy to smoke it up, forget
Everything that happened in between

So I had love for you when I was 4
And there's no one I wanna smoke with more
Someday I'll buy the Rizla*, so you get the dro**
Cause we are best friends right, right, right, right?
Because we are best friends right?
Because we are best friends right?


*Rizla is British rolling tobbacco paper
**Dro is slang for marijuana

 

 

 

2013/05/06 13:27 2013/05/06 13:27

우울의 행로

from 단상 2013/04/21 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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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했다

지금도 자주 우울하다

 

그것은 어쩌면 아주 어린 시절에 찾아 왔을텐데

여태 알아보지 못했다

가끔 의심이 생겨도 아닐 거라고 믿었다

 

몸에 잘 맞지도 않고

무슨 맛인지도 모르는 담배를 달고 살았던 이유도

아마

내 안에 가득 고인 우울을 차마 마주하기 싫어서였을 것이다

 

 

 

 

 

 

학생총회를 열어 기말고사를 거부하기로 했지만

총회에 참석한 친구들보다 기말고사를 보러 강의실로 출석하는 사람들이 더 많다는 걸

눈으로 확인하던 날

고향에 내려갔다

 

집에 전화 한 통 걸지 못하고 낯익은 거리를 헤매다 초등학교 동창 녀석을 우연히 만났다

저녁을 먹고 술을 마시고 밤이 너무 깊어 잠자리를 찾아야될 시간이 되었을 때

혼자 다시 길에 서서 묻고 또 물었다

 

왜 이렇게 된 거지?

왜 아무한테도 말문을 열지 못하고 이러고 있지?

 

타도하자는 구호를 외칠 때

광장에서도 거리에서도 늘 뒤통수를 잡아끄는 것이 있었다

그게 뭔지 가끔 생각한 적도 있지만 찾아내지 못했다

 

뭘 어떻게 말해야 할 지

어디서부터 말해야 하는 건지

배우고 싶어도 배울 길이 없어서

나와 나를 둘러싼 사람들, 혈연가족 혹은 친구나 애인에 관해서가 아니라

가장 극명하게 드러난 사회적 모순에 대해서만 말하고 분노하는 것에 대해 

스스로 좌절하고 있었다

 

 

 


이게 우울이구나 싶었을 땐

멀리 떠나는 것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어 보였다

 

늦은 나이에 드럼도 배워보고

평생의 숙제라고 생각했던 영화도 만들어보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새로운 일터를 직접 열어보기도 했지만

애쓰면 애쓸수록

밖으로 나아가면 나아갈수록

방에서 나가고 싶지 않다는 생각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했다

 

 

 

 

살려면,

이렇게 마음 둘 곳이 없는데도 굳이 살고 싶다면,

마음의 정체에 관해 알아야 했고

알고 싶었다

 

귀국하려다 급히 결정한 터라 선택의 여지가 없어서

실무 중심의 짧은 프로그램에 등록하고 다닌 학교는 다행히 큰 도움이 되었다

나와 닮은 사람들과 함께 배운 걸 써먹을 방법도 많았다

 

한국을 떠나기로 처음 결심했던 즈음부터

어젯밤까지도

세상 사는 일을 그만두고 싶은 일은 많았는데

이렇게 큰 돈을 들여가며 이렇게까지 고단하게

살자, 고 생각할 수 있었던 이유가 뭘까

 

아직 모른다

다만, 살자, 는 생각이 들었다는 것에 대해

스스로 '잘했다'고 격려할 뿐

 


 

 

어떤 이들이

왜 거기서 아직도 그러고 있냐, 고 물을 때

집에서 불이 났을 때

인종 차별과 혐오 범죄의 한가운데 서서 괴로울 때

어서 돌아오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스무살 그 시절처럼

아니, 

내가 하고 싶은 건 이거라고 말하고 싶어도 도무지 아무에게도 닿지 않던 어린 시절처럼

무엇부터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몰라 힘들었다

 

가끔 동 트기 전에 눈을 뜨면

방안이 환해질 때까지 편지를 썼지만

누구한테 보내나 싶어 한번도 부치지 못했다

 

 

 

이제 여기서

그래,

여기서

'오늘'을 살고 싶다

 

너무 오랫동안 '과거' 안에서만 살았다

현실에서 등을 돌린 채 과거만 들여다 봤다

 

너무 짧게 공부한 탓인지

더 깊이 더 오래 공부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고

그래서 다시 돌아가기는 어렵다

어딘가로 돌아가려는 마음을 붙잡아

날마다 앞으로

오늘도 앞으로 앞으로

돌려세우는 중

 

쉽지 않다

내 마음은 여전히 뒤로 걸어가려고 하니까

그래도 계속할 생각

"아 이제 드디어 '오늘'을 살고 있구나" 하고 말할 수 있을 때까지

 

 


이 이야기를 들어주셔서 고맙습니다

 

 

2013/04/21 03:09 2013/04/21 03:09

나루 (Naru) - Yet

from 음악 2013/04/19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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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 낯선 발걸음

                                                        (가사 중에서)

 

 

 

 

2013/04/19 12:06 2013/04/19 12:06

소년 Street (Feat.김바다)

from 음악 2013/04/17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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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가 말했다

 

설명하지 말고 보여주라고, 나 이런 사람이야, 그렇게 그냥

어차피 사람들은 너를 받아들이거나 그러지 못하거나 둘 중 하나인데

그걸 꼬질꼬질 설명한다고 이해하겠냐고

 

(음... 이번에도 역시 말이 너무 많았나...)

 

 

 

2013/04/17 17:54 2013/04/17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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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말했고 늘 앞만 보고 걸어왔지만

그래, 만약 꿈에라도 그런 기회가 온다면 그 순간으로 가고 싶더라

 

숨 좀 쉬었으면

 

2013/04/12 09:51 2013/04/12 09:51

서울야곡 - 말로

from 음악 2013/04/10 2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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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하는데 비가 쏟아졌다.

 

지하철역까지 버스로 네 정거장,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빗줄기는 더 굵어졌다. 가까운 가게로 뛰어가 문 앞에서 젖은 가방과 옷을 터는데 한 분이 말을 걸었다.

'한국분이세요?'

 

 

네, 웃으면서 대답하고 보니 이분, 한쪽 눈은 충혈되었고 눈 밑으로 그늘이 짙었다.

'갑자기 비가 와서 피하셨나 보다'

아무 표정없는 얼굴로 계속 말을 건네면서 내 눈을 바라봤다. 불쾌하지는 않았지만 한 발 뒤로 물러서게 만드는 단호한 눈빛이었다.

 

버스가 안오네요, 그런데 무슨?

그제야 언뜻 눈빛이 흔들리더니 자동차열쇠로 주차장을 가리켰다.

'딸 아이 데리러 지하철역 가는 길이예요, 같은 방향이면 태워드리려구요'

낯선 사람의 차는 타지 않는데 비 탓이었는지, 그분의 너무 피곤해보이는 얼굴 탓이었는지, 나도 모르게 운전석 옆에 올라 앉았다.

'이 근처에서 일하시나 봐요?'

네, 오늘부터 일하게 됐어요, 대답을 채 마치기도 전에 손바닥 안으로 명함 한 장이 쑥 들어왔다.

 

'저는 화장품 회사 홍보원이예요, 방문판매도 하구요, 마사지도 해드려요. 사무실에 여자 손님들 오시면 이거 좀...'

신문이나 방송에서 한번도 들어본 적 없는 브랜드였다. 멍하니 들여다보고 있자니, 그분은 무슨 말을 덧붙일 듯 말듯 입술을 달싹거리다가 시동을 걸었다. 그냥 뛰어가볼 걸 그랬나, 싶을만큼 지하철역은 가까왔다.

덕분에 금방 도착했네요, 태워주셔서 고맙습니다.

차 문을 닫기 전 한번 더 시선이 마주쳤을 때 그 분은 고개를 끄덕이지도 손을 흔들지도 않고, 처음 다가왔을 때와 마찬가지로 그 깊이를 헤아릴 수 없는 절박한 마음을 담은 채 내 눈을 들여다보기만 했다.

 

고맙습니다, 말 걸어주셔서.

계단을 내려가면서 중얼거렸다.

그런 말을 걸고 싶을 때, 걸어야만 할 때

저는 아무도 찾지 못했고

아마 지금도 찾지 못할 것만 같거든요.

 

캐 나다에 오기 전 서울에서 만났다면, 아니 서울로 가기도 전 고향 도시에서 만났다면, 그런 일을 겪을 때 내 표정이 어땠을지 짐작이 간다. 하지만 이 멀고도 낯선 도시에서 아무 것도 추측할 수 없고 그 어떤 것도 판단할 수 없는 사람들 속에 섞여 있다 보면 내 얼굴이 어떨지 짐작조차 하기 어려울 때가 있다,  '한국인이세요?' 라는 말 한 마디가 얼마나 무거운 것인지 조금은 알기 때문에 그 말을 건네는 사람을 피하지 않는다. 피하지 않을 뿐이지, 피하고 싶은 마음까지 숨기기는 어렵다. 그래서 그분의 차 안이나 옆얼굴을 훔쳐볼 생각도 못하고 앞만 바라보면서 제발 내 얼굴에 아무 것도 묻어나지 않기를 바랬다. 무슨 말이건 다 들을 수 있을 것만 같았는데.

 

딸 아이 만나 무사히 귀가했기를

데리러 갈 딸이...존재하기를

비는 더 거세게 쏟아진다

 

2013/04/10 22:59 2013/04/10 22: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