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을촘촘하게'에 해당되는 글 106건
- 오늘 졸업합니다 (15) 2012/06/14
- Pride 2011 2011/07/08
- The Admirable Crichton 2010/11/21
- 마음의 당면 (6) 2010/08/20
- International Slowness Day (2) 2010/06/23
- [리뷰] 먼지, 사북을 묻다 2002/12/22
만약 참석하게 되면 동생 식구들에게 주려고 초대장을 몇 장 미리 예약해뒀는데
결국 안가기로 했다
거기 서서 사진이라도 한 장 찍을라치면, 정말 울지도 몰라.
다 잊어버렸는데도 몇 가지, 여전히 가슴 한복판을 콕콕 찌르는 장면들이 있다
이 학교에 다니는 동안, 그래도 나를 아프게 한 사람보다 도움을 준 분들이 더 많았다
이토록 느리게 자라는
도대체 언제 사람이 될 지 알 수 없는 이런 나를
지금까지 잘 키워주셔서 고맙습니다
이 블로그에 가끔 방문하시는 당신께도 인사 전합니다
오늘 졸업해요
관련글
2009년까지는 사진을 찍으러 간 사람처럼 멀리서 바라보기만 했다
행렬을 뒤따른 적도 있지만 구경꾼에 불과했다
작년에는 가까이 다가가서 보고
행진에 참여한 이들 바로 옆에 종일 서 있었지만
역시 사진을 찍으러 온 사람처럼 움직였다.
올해는 두 달 전부터 준비해서 이틀 동안 자원활동을 했고
거리예배에 참여했고 행진도 함께 했다.
그래서 사진은 거의 찍지 못했지만 참 좋았다
혹시 행진이 보고 싶다면 아래 링크한 곳으로.
공연 중간에 휴식 시간, 롬백작 일가의 섬생활을 보여주는 세트.
학생들이 준비하고 공연한 훌륭한 크라이턴 (The Admirable Crichton).
피터팬의 작가 J.M 배리 (J. M. Barrie) 가 희곡을 썼고 1902년에 초연되었다고. 분명히 주인공이지만 크라이턴에 가려 공연 내내 조연으로 머물고 말 운명에 처한 롬백작은 설득력 부족한 이야기를 떠들어대며 주변 사람들을 귀찮게 하는 경박한 인물. 어찌보면 전형적인 민폐 캐릭터다. 티파티에 느닷없이 집안 하인들을 불러들여, 귀족들과 같이 서로 인사하고 대화를 나누라고 권하는 초반부는 가관이다. 화려하게 차려입은 분들이 떨떠름한 얼굴로 하인들에게 차를 건네고 케잌을 권하지만, 하인들과 한번 악수를 할 때마다 손수건을 꺼내 손바닥을 문지르는 분이 있는가 하면, 그들과 같은 의자에 앉는 것도 불편해서 주위를 빙빙 돌며 난처해하는 분도 있다. 평소에 원하던 일이 아니었기에 그저 명령에 충실할 뿐인 하인들도 피곤하기는 마찬가지다.
먹 고 사는 것에 관련된 모든 험한 일을 하인들이 묵묵히 수행한 덕분에 우아하게 살 수 있었던 백작은, 섬에 난파된 이후 생존을 위해 해야할 일들 중 할 줄 아는 게 아무 것도 없다는 걸 깨닫고 (평소 백작일가보다 더 현명하고 우아해보였던) 크라이턴에게 복종한다. 크라이턴이 거기서 평등한 세상을 구현하며 가족같은 공동체를 건설한다면 재미없는 코미디가 되었을텐데, 지금까지 자기가 당한 그대로 톡톡히 백작일가에게 되돌려준다. 하인들 사이에 서열을 정해 조금씩 권한을 늘여 서로 경쟁하게 하는 것도 똑같다. 여기까지만 봐도 의미심장한 대목이 곳곳에 숨어있는데 이들이 구조되어서 다시 상류사회에 복귀하는 후반부에선 크라이턴이 아니라 작가의 입김이 기어이 관객들의 코 앞으로 다가와 다그친다. 너희들, 제법 책도 많이 읽었고 학교도 길게 다녀서 세상을 좀 안다고 착각하는 너희들 말이야, 이 백작 일가랑 다를 게 뭐 있어? 귀찮은 일은 과묵하고 헌신적인 부모나 집사람이나 누나나 오빠나 언니나 동생들, 혹은 후배나 제자들이 다 처리해주길 바라면서 다 미룬 다음에, 자기만 어떻게든 멋지게 살아보려고 발버둥치고 있지 않아? 평등? 네가 정말 평등을 원해? 이 포장지만 바뀐 신분 사회가 영원히 계속되길 바라는 게 아니고?
공연이 끝나자 모두가 일어나 박수를 치고 있다. 등줄기에 쭈욱 돋은 소름을 애써 털어버리려는 듯.
- 공연 마치고, 무대 사진 찍어도 되냐고 안내하시는 분께 물었더니, 원래 못찍게 하는데 그날은 학생공연이라 괜찮다고. 위 사진은 백작 일가의 거실 세트 중 일부.
김말이를 만들었다.
이 음식의 묘미는 만드는 과정에 있지 않다. 지나가다 눈에 들어왔는데 마침 출출해서 들어선 노점에서, '떡볶이에 묻혀주랴 그냥주랴' 하는 질문에 미처 대답하기도 전, 옷소매에 간장 한점 흘려가며 먹는데에 있으련만. 이걸 집에서 직접 만들 거라는 생각은 한번도 못해봤다. 부지런한 친구 덕분에 어떻게 하는지 배웠다. 세상에 하나 밖에 없는, 이미 다 먹어 없앤 이 김말이의 이름이 '마음의 당면'이라는 ㅋ.
여름이 간다.
마음이 어수선했던 모든 이들에게 선선하고 따뜻한 가을이 어서 오기를.
어제 오후 두 시를 갓 넘긴 시각, 시내 중심가의 한 광장에서 뙤약볕 아래 서른 명 조금 넘는 사람들이 함께 요가를 하고 있었다. 왜 하필 이렇게 더운 시간에? 그래서 혹시나 하고 검색해보니.
6월 21일 월요일은 세계 느림의 날이었다. 이 날을 기념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심호흡을 하거나 지나가는 구름을 그저 바라보는 것. " 즐기세요, 아무 것도 하지 말고."
- CBC 뉴스 (몬트리올) 기사 중에서
캐나다 퀘벡주 몬트리올에서 커뮤니티 워커로 일하는 Clemence Boucher는 2001년 6월 21일 - 일년 중 가장 낮이 긴 날, '하지' - 을 '모든 활동을 천천히, 서둘지 않고 하는 날'로 정했다. 단 하루만이라도 휴대폰을 접고 대신에 요가 매트를 펴자.
- Winnipeg Free Press 기사 중에서
- CTV.ca (THE CANADIAN PRESS / Graham Hughes) 기사 중에서
몇 몇 언론의 지역 뉴스에서만 짧게 다루고 있는 걸 보니 아직 국제적인 기념일은 아닌가 보다. 하긴 그 어떤 정치인, 그 어떤 기업이 다 멈춘 나라, 더 느린 세상을 원할까. 그러니까 이 재밌는 날에 붙은 '인터내셔널'이라는 단어는, 지구 위를 너무 급하게 내달리는 모든 인간들이 이 날 하루 만이라도 일손을 놓은 채 드러누워 음악을 듣고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하늘을 올려다보길 간절히 원해서 이런 날을 정할 수 밖에 없었던, 그 몇 몇 사람들의 바람을 담고 있을 것이다. 남의 말을 듣기 보다는 다다다다 자기 할 말만 쏟아놓는 사람들, 극장 매표소나 정류장에선 일단 새치기부터 하고 보는 사람들, 분 단위 초 단위로 스마트폰을 체크하면서도 뭐 하나 놓칠까봐 초조해하는 사람들에게도 한번쯤 생각해볼 만한 날이겠다.
'창작과비평사'에서 일하는 후배의 요청으로 썼던 글, 벌써 5년전이다. (아래 글을 이 블로그에 옮긴 건 2007년)
|
주관과 객관 , 과거와 현재의 충돌이 발굴한 "진실" - 서울독립영화제 본선 진출작 「먼지, 사북을 묻다」
나루
역사적 사건을 기록하고 재해석하는 작업은 외롭고 고단한 일이다. 우리가 기억하건 못하건 그 사건은 시대에 따라 명패를 바꿔 달며 어두운 입구를 열어둔 채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보일 듯하던 진실은 다가갈수록 다시 저만치 물러나곤 한다. 언제 무너져 질식할지 모르지만 쉬지 않고 장애물을 폭파하며 진실에 다가가는 그 작업을 자본과 권력으로부터 등을 돌린 '독립영화'로 세상에 선보이는 것은 더 외롭고 고단할 것이다.
「그들만의 월드컵」장면 ▷
---> 그런데, 창비측의 동의는 구하지 않았습니다. (나루, 2007, 10, 22)
|
댓글을 달아 주세요
축하합니다
추카추카~~
오랜만에 여기 다시 왔는데 축하할 일 맞네요. ^^*
축하해요~~~ 우왕~~~~~~~~~~~~
축하해요~~~
와.. 축하합니다!!
고맙습니다 ^^;;;;
이게 이런 노래였군요.. 왠지 뭉클해집니다. 저도 축하드려요... - 인생교실 별많다 학생겸 선생 올림.
축하해요. 너무 오랜만에 들어와서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잘 모르겠네요. 아무튼 잘 지내고 있죠? 한국에 돌아올 생각은 없으신가요?
왕 축하드립니다!!
덕분에 아픈 데 없이 무사히 마쳤어요. 다들 고맙습니당.
관리자만 볼 수 있는 댓글입니다.
아, 정말 궁금해요, 어찌 지내시는지...
뒤늦은 축하를 보냅니다. 요샌 페이스북에서 주로 노느라 여긴 잘 못와봤네요.. 이제 한국에 들어 오시나요?
우와, 오랜만입니당. 어쩌면...더 낯선 곳으로 가게 될 지도 몰라요, 흐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