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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도 인간이다.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며
청계천 한복판에서 제 몸둥아리를 불태웠던 전태일.
하청노동자도 인간이다. 인간답게 살고 싶다며
또다시 제 몸둥아리에 불을 지핀 박일수.
역사는 반복된다고 했던가?
그런데 어쩜 이다지도 외침이 똑같을까?
[박일수열사 추모시] 용서하지 말게
안윤길
동지여!
유서내용처럼 차라리
음악노동자로 한길만 갈 것이지
조지나 공장에 들어와 이 무슨 날벼락인가
동지가 온 몸 불살라 보여준 메시지는
열악한 노동 속에 모멸감이 응어리진
일만 오천 미포만 하청노동자들 분노인가
나아가 이 땅 모든 비정규직노동자들
하청이란 굴레를 벗어나길 바란 염원인가
동지여!
지난여름 어느날, 동지의 단칸셋방에서
취한 눈에 진한 아픔 담고 누가 내 맘을 알랴’며
자조하며 내뱉던 넋두리들은 평생을
떨어져 살아야했던 딸내미에 대한 그리움이든가
‘인터기업’을 상대로 싸울 때 그리도 외로웠든가
그 외로움이 멍에가 되어 스스로를 불살랐는가
동지여! 질타해주게
동지의 외로운 싸움에 함께 못한 우리를
호되게 질타해주게 그리고 동지가
산화해간 현장조차 지켜내지 못한
우리를 용서하지 말게
바로 옆에서 산재로 죽어나가도
하청노동자들이 탄압 받고 쫓겨나든 말든
나만 괜찮으면, 나만 배부르면 강 건너 불구경하는
이 지랄 같은 미포만의 노동풍토를 용서하지 말게
동지여! 또 용서하지 말게
조용한 현장에 행여 불똥 튈까 쉬쉬하며
울산 북구 어느 변두리 병원에
동지의 시신을 내팽개친 저놈들을
용서하지 말게 특히, 저항력 없는
하청노동자에겐 철저히 잔인한 저놈들을
절대 용서치 말고 두 눈 시퍼렇게 지켜보게
동지여!
한을 담고 가는 발걸음 오죽하랴만
동지가 온몸으로 보여준 메시지는
이제 산자들의 몫 일세
미련일랑 버리고 잘 가게
동지여! 박일수 동지여!
2004, 2, 15. 안윤길
-고 박일수 열사 분신대책위에서 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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