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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희덕] 기억의 자리

  • 등록일
    2014/02/17 22:45
  • 수정일
    2014/02/17 22:45

# 페북 글들 이 공간에 남긴다.

기억의 자리

나희덕

어렵게 멀어져간 것들이
다시 돌아올까봐
나는 등을 돌리고 걷는다
추억의 속도보다도 발리 걸어야 한다
이제 보여줄 수 있는 건
뒷모습뿐, 눈부신 것도
등에 쏟아지는 햇살뿐일 것이니
도망치는 동안에만 아름다울 수 있는
길의 어귀마다
여름꽃들이 피어난다, 키를 달리하여
수많은 내 몸들이 피었다 진다
시든 꽃잎이 그만
피어나는 꽃잎 위로 떨어져내린다
휘청거리지 않으려고
걷는다, 빨리, 기억의 자리마다
발이 멈추어선 줄도 모르고
예전의 그 자리로 돌아온 줄도 모르고

...나희덕 시집 " 그말이 잎을 물들였다. 중에서....

p.s 오늘 하루 10년전의 기억이 자리를 5년의 기억을 떠올려 보았다. 일상의 사람들은 발렌타인데이라 말하지만 우리내 조직노동자는 그 현중노조에서 열사의 죽음을 애타게 목놓아 불렀을 현중노조 활동가 사내하청노동자가 사측의 경비에 현중노조의 대의원들에게 천막이 부서지고, 폭력이 난무한 그 현중 미포조선소에 다시금 열사추모 10주년 뜻 깊은 기억의 자리 앙금 풀고 열사추모제를 진행하였다. 민주노총 홈페이지 열사력에 덩그라니 걸려 있는 박일수 열사의 이름이 그렇게 빗바랜지 10년만에 다시금 열사를 추모하는 마음이 모이고 모인다. 쌍차에서도 그렇다. 그러나 장기투쟁하는 사업장 그리고 투쟁하는 농성장 동지들은 여전히 그런 기억의 자리를 마련하고 있지 못한 현실이기도 하다.
전국 도처에서 대보름이라 달집을 만들고, 소원을 빌어보는데.... 난 마냥 노동자들이 주인되는 노동해방 세상을 꿈꾸는 소원을 달빛에 빌어본다. 그렇게 2월 14일 발렌타인데이, 안중근 의사 죽음이라는 것의 세상사와 다른 것들을 기억의 자리에 다시금 박아 놓았다. 박일수 열사, 쌍차 24인의 노동자 죽음을 기억의 자리 한편에 각인한다. 오늘 사람마다 각자 다른 기억들이 차지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기억의 자리 텅빈 우리내 망각이라는 것에 쉽게 잊어버리고 생존권 벼랑에 매달려 살아가는 노동자가 노동이 노동운동이 서글프게 밀려오는 하루이다. 기억의 자리 그 흔적을 넘지 못하는 우리내 투쟁의 목소리 여전히 구슬프다.
쌍차에서 법원의 판결로 모인 그 해고노동자들의 심경은 어찌했을까? 24인의 죽음으로 해고라는 사회적 학살로 가슴속 기억속 깊게 자리잡은 죽음의 트라우마는 어찌 해결할지... 그렇게 오늘 하루 기억의 자리에 다시금 자리잡는다. 쌍차의 그 해고노동자의 총회가 박일수 열사 10주년 현중노조 앞 현중노조/사내하청노동자 그 노동자들이 함께 추모하는 열사추모제... 뜻 깊게 각인된다. 5년과 10년이 지난 지금의 현실이다. 여전히 갈길 멀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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