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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풍

  • 등록일
    2004/08/31 01:46
  • 수정일
    2004/08/31 01:46

소풍이 기억난다.

오늘 한강을 자전거로 달리는데 한무리의 유치원 아이들.... 병아리처럼 소풍나온 유치원 아이들을 보면서 내 소풍때의 기억이 가물가물 떠오른다.

 

소풍.... 상상만해도 즐겁다. 김밥을 먹을 수 있었고, 칠성사이다, 그리고 용돈을 받을 수 있는 몇안되는 날이었다.

초등학교(내 앨범은 국민학교 졸업장)때 처음으로 가본 소풍.... 유치원을 독학으로 마스트한 저라서 유치원 때 소풍 기억은 없음.

 

초등학교 처음 소풍은 월출산 자락에 위치한 태산봉으로 내가 다닌 초등학교는 소풍을 갔다. 초등학교를 들어간 나는 처음으로 도시락이라는 것을 싸가는 날이 소풍이외엔 없었다. 소풍 처음으로 도시락를 싸고 부모님이 담아준 물통을 앞에 매고, 사이다와 과자 그리고 용돈을 받아 초등학교 소풍을 갔다. 참으로 신기하였다. 매일 책가방에 책을 집어넣고 소풍은 갔는데 그날만은 책가방이 아닌 어머니가 손수 짜주신 배낭을 갖고 소풍을 간 것이다. 부모님이 김밥먹을 때 천천히 먹어라.... 그리고 선생님 말씀 잘듣고 길잃어버리지 말라는 신신당부를 듣고, 형과 누나를 따라 소풍을 갔다.



신기한 소풍 반아이들과 수다를 떨면서 그늘진 곳에서 먹을 것 먹고 노는 것이 소풍인줄 알았다. 보물찾기 같은 것도 없었고, 산에 가서 우리는 싸온 도시락을 먹고, 선생님들이 시키는데로 장기자랑을 하다 오는 것이 소풍의 전부였다. 보물 찾기 같은 것은 없었다. 아이들은 아이들데로 선생님은 선생님데로 따로 놀았다. 소풍에 학부용으로 참가한 동네 유지는 소풍선물을 나눠주는 것 이외에는 별 신기한 것이 없다. 다만 학교보다 좀 멀리 간다는 것 이외에는....

 

참 소풍에서 다들 김밥을 싸오는데 신기한 김밥을 발견하였다. 내가 싸온 김밥에는 단무지, 계란, 시금치, 소세지를 밥에 김으로 말은 것을 김밥으로 철석같이 믿고 있던 나에게 신기한 김밥이 나타났다. 그야말로 원조 오리지날 김밥.... 내 학급 급우는 부모님이 농번기라서 그런지 진짜 김에다 밥을 쌓아서 김밥을 가져 온것이다.

 

우리 반 친구들과 어린마음에 난 김밥이 이런게 어딨어 하면서 실랑이를 벌였다. 이 실랑이는 선생님이 말리기 전까지 계속되었다. 선생님 왈 명언이다. 김 밥을 말으면 모두 김밥이라고 말해주었다. 그 당시 선생님 말이면 무조건 옳다고 생각한 나는 이제서야 김밥이 무엇인지 알았다. 

 

지금 생각해 보면 웃끼지만... 김밥에는 꼭 단무지, 시금치, 계란, 소세지, 납작어묵튀김(덴쁘라)가 넣고 김과 밥을 만들는  것인줄 알았는데... 김 + 밥이 김밥이라는 생각을 못하였다. 참 쉽지만 어려운 난제이다. 언어를 배우는 나에게 김밥도 쓰기 어려운데 +까지 알아야 하니 참 어려운 난제였다.

 

그 당시 소풍.... 먹을 거리가 변변치 않던 시골에서도 서울 못지 않게 소풍은 큰 행사였다.

그 당시 냉장고가 없어도 칠성사이다는 맛있었다. 지금 시원하지 않으면 안먹지만 그 당시 없어서 못먹는 음식중에 하나가 사이다였다. 이후 콜라가 나왔지만.... 칠성사이다의 인기는 어린 나에게도 각인 되어있다. 소풍과 운동회 이외에는 맛볼 수 없는 음식이다. 지금은 흔하디 흔한 음료이지만 그 당시 꽤 비싼 음료이기에 참으로 맛볼 기회가 없었다.

 

전라도는 칠성사이다를 패러디해서 국수를 먹는지 모르겠지만, 전라남도 영암에서는 설탕국수를 먹는다.  전라남도 다른 고장도 똑같을 먹었을 거라 생각함.... 국수를 찬물에 설탕을 풀어 국수를 말아먹는게 참(간식)을 제일 흔히 먹는 먹거리다. 다른 지역에서는 장터국수, 맛국수, 비빔국수 등이 등장하지만, 설탕 국수는 여름 무더위를 이기는 건강식으로 많은 이들이 애용하고 있다. 아직도 시골 어르신들은 때앗볕에서 일을 한후 설탕 국수에 막걸리 한잔을 하면서 더위를 이기고 있다.

 

소풍은 나에게 있어서 맛난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일년에 몇 안되는 아주 중요한 날이였다. 지금은 소풍을 갈수도 가기도 어렵다. 다시한번 소풍을 가보고 싶다.

 

간장 오타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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