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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문/도종환] 엄마 딸이어서 행복했어요.

  • 등록일
    2004/09/27 14:34
  • 수정일
    2004/09/27 14:34

"엄마, 난 다시 태어나도 꼭 엄마 딸이 될 건데, 엄마도 내 엄마 되어줄 거야?"

엄마는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이고.......

"난, 엄마 딸이어서 행복했어요."

엄마는 다시 고개를 끄덕이고.....

그것이 엄마와 저의 마지막 대화였습니다.

 

어떤 분이 자가 어머니의 임종을 옆에서 지키면서 나눈 마지막 대화다. 참 아름답다. 이 세상에서 가장 슬픈 장면인데 왜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까.

 

"난 엄마 딸이어서 행복했다"고 말하는 딸의 말을 들으며 이 세상을 하직하는 어머니의 심정은 어떠했을까. 푸근하고 뿌듯했을 것이다. 기력이 다하고 통증 또한 심하여 말을 할 수는 엇는 어머니이지만 딸의 말을 들으며 '그래 내가 이 세상을 잘못 살고 가지는 않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으리라. 그리고 살아온 한평생의 삶에 대한 긍정은 죽음을 편안하게 받아들이는 계기가 되었을 것이다.



다시 태어나도 내 엄마가 되어 달라고 말하는 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엄마의 마지막 모습. 이 마지막 대화는 얼마나 사람의 가슴을 울리는 말인가. 그러면서 얼마나 인간적인 아름다움을 느끼게 하는 말인가.

 

인연의 수레바퀴가 돌고 돌아 어느 먼 후생에서 이 모녀가 다시 태어난다면 자리가 바뀌어 태어날지 모른다, 인연설에 의하면 그럴 확률이 높다. 어머니가 자식이 되거나 배풂을 받는 이가 되고, 딸이 다시 부모가 되거나 사람을 주는 이가 될 가능성이 높다. 갚아야 할 것이 있는 사람이 한없이 베푸는 자리로 가는게 윤회의 법에 더 맞을 듯싶다. 다음 생에서도 받기만 하는 이로 태어난다는 건 어쩌면 이기적인 심사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대화의 깊은 뜻은 거기에 있기보다 지금 이승에서의 삶에 대한 고마운 마음에 있다. '엄마의 딸이어서 행복했다'고 하는 말은 엄마에 대한 헤아릴 수 없는 고마움을 표현하는 말이다. 어머니에 대한 고마움을 표현하는 말 중에 이보다 더 아름다운 말이 있을까.

 

삶과 죽음과 인연이 이럴 수만 있다면, 죽음으로 이별하는 부모와 자식의 대화, 이 세상을 떠나는 이와 남는 이의 대화가 이럴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도정환 산문집 "사람은 누구나 꽃이다." 중에서....

 

간장 오타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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