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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자유로운 노동

  • 등록일
    2004/10/11 11:18
  • 수정일
    2004/10/11 11:18

지난주 금요일 같은 용역회사에 속한 황혼을 넘긴 목수님과 같이 노동일을 하였습니다.

그분은 힘든 막노동 일을 60평생을 해왔지만 일에 대한 열정과 사랑이 남다른 분들입니다.

다른 이들은 막노동하는 사람들의 삶을 인생의 믿바닥으로 그리며 인생에서 가장 낮은 사람들이라 생각할 것입니다. 그러나 그분은 그러한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들의 문제라 생각하며 정당하게 내 육체로 벌어 자식 둘을 대학까지 마쳤으며, 어엿한 사회인으로 성장시켰노라 저에게 당당히 말합니다. 또 그분은 자신의 일 막노동을 자신의 천직으로 여기면서 불평불만 없이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는 프로입니다.

 

프로라 하면 전문직과 고속득자를 연상시키지만. 이 막노동 판에도 프로는 존재합니다.

이 프로들은 인생의 경로에서 득도한 분들입니다.



 

노동도 요령이라고 하지요. 아무리 힘든 일이라도 몸을 통해 터득한 기술은 기나긴 시간을 수련하지 않고는 결코 획득할 수 없는 그분의 인생이며, 삶이라 생각해 보았습니다. 누구나 어떠한 일이든 최선을 다하겠지만 막노동 판에서 최선을 다한 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입니다. 특히 용역 일을 하는 사람들은 하루살이 인생이여서, 하루하루를 자신의 노동을 판매하는 판매자이며, 가장 낮은 임노동에서 육체를 판매하여 얻은 수익으로 하루하루 아니 1년.,... 길면 인생의 여정을 그 길에서 종사합니다.

 

그분들은 요근래 들어 건설일용직노동자라는 이름을 획득하였지만, 조직하기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닙니다. 말이야 노동자이지 그분들이 용역회사를 통해 삶을 지탱하고 있기에 대기업 건설현장에 직영으로 들어가지 않는 이상 건설일용직노동자라는 이름을 획득하기란 하늘에 별따기입니다. 그래도 그분들은 자신의 노동에 대해 부끄러움 없이 하루를 당당히 살아갑니다.

 

간혹 술에 찌들어 삶의 전반을 알코올에 의지한 이들이 더러있지만 이들은 극히 소수입니다. 저도 간혹 술을 먹지만 막노동 판에서 술은 힘든 육체를 달래주는 한약과도 같습니다. 건설현장에 즐비한 장비와 공구를 익숙히 다루는 이들도 힘에 부쳐 쉬엄쉬엄 일을 해가는 막노동 일 그러나 이 힘든 현장에도 희망은 존재합니다.

 

늙은 목수의 말... 저와 같이 호화 납골묘 공사현장에서 점심시간 산밤을 따면서 하신 명언입니다. 봄에는 산 나물 캐서 먹고, 여름엔 그늘진 곳에서 시원한 수박 먹고, 가을이면 콩이나 밤을 따다 밥해먹거나 구워먹고, 겨울엔 소주에 삼겹살을 구워먹을 수 있는 현장이 막노동이라고 남들은 힘들다 더럽다 하지만 이 더러운 것을 우리가 해주니 사람들이 살아가는 것 아니냐.... 힘들지만 이 곳은 일상에 꽉 짜여진 틀에 박혀서 사는게 아니라 자신의 기술과 힘이 조화롭게 교차하는 곳이라는 말을 들으면서 막노동을 하면서도 해맑은 모습을 읽지 않은 그분의 여유로움과 따스함을 느꼈습니다.

 

낮은 곳에서 살지만 높은 곳을 바라보지 않고 낮은 곳에 살지만 같이 낮은 위치에 있는 사람의 어려움을 보듬어 주는 이 아름다움이야 말로 막노동하는 이들의 여유와 더불어 삶의 미덕이라 개인적으로 생각해 봅니다.

 

짧은 생을 살아온 저로서는 이분들의 삶의 지혜에 때론 놀라움을 때론 존경심이 듭니다.

막노동 일을 하는 분들 인생의 낙오자 삶의 최저 밑바닥 인생이 아닌 세상을 지탱해 나가는 버팀몫이요. 삶을 이어주는 분들입니다. 이 분들이 하는 일이 없다면 아마도 인간이 누려야할 덕목중 주(宙)가 빠져 삶을 이어나가는게 큰 애로사항이 있을 것입니다.

 

간장 오타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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