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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안도현] 저물 무렵(혼자 미소 지으며 웃어 보았다.)

  • 등록일
    2004/11/20 22:08
  • 수정일
    2004/11/20 22:08
* 이 글은 갈막님의 [사랑이 다른 사랑으로 잊혀지네] 에 관련된 글입니다.

갈님이 올려 놓은 노랫말과 음악을 들어며 그냥 생각해 보았다. 아 그리워하던 대상이 있었다는 것... 당시는 아픔이 밀려왔지만 그 아픔뒤에 성숙해진 내가 있었고, 지금 혼자 웃음짖게 하는 좋은 추억거리 하나가 있다는 것은 참 행복한 일이다. 그리고 오늘 읽은 안도현 저물 무렵이 갈님이 올려놓은 노래말과 노래와 잘 어울릴 것 같아 트랙백을 하였다. 누군가 그리워 하는 것은 아마도 그 사람을 정말로 사랑하였기 때문일 것입니다..(요즘 사랑이라는 의미가 많이 희석화 되고 왜곡되고 있지만 아무것도 모르던 시절... 순수했던지 아니면 바보였던지 잘 모르겠지만 그 당시 참 어렸지만 어리지 않다고 박박 우겼던 시절... 머리가 다 컸다고 나만의 착각에 사로잡혔던 시절... 그렇지만 밤하늘이 무척 고왔고, 밤이 정말 길었고, 낮에 얼굴이 붉게 달구었던 시절이 다 있을 것이다. 그 애와 손잡아보고 영화도 보고 같이 분식점에서 함께 의자에 나란히 앉아 라면, 떡볶이, 만두, 튀김 등등 함께 먹으며 이야기 하고 싶었던 그때가 있었다. 그러나 한번도 실행할 수 없었다. 나만의 일방적 짝사랑의 설레임이 었으니까... 무수한 상상의 세계에서 허우적 거렸지만 참 행복했던 시절이었다.) 사랑에 열병은 사람을 성숙시킨다고 했던가? 그래 누군가에게 사랑한다 이야기 못들어 보았던 첫사랑이라는 열병이 짝사랑으로 그치지만 그 짝사랑은 내 인생 한해를 풍요롭게 해주었다. 나의 경험을 비춰 보았을때....


다들 그녀 또는 그남자로 인해 세상이 정말 아릅답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고, 갖가지 상념에 밤을 세웠을 기억들... 그러나 막상 그녀 또는 그남자 앞에서 멈칫 자신의 속내를 들킬까봐 두근거리는 마음을 달래던 첫사랑의 시절이 있었을 것이고.... 그녀 또는 그남자 앞에서 사랑한다. 사귀자는 말을 꺼내지 못하는 쑥맥이 되어 보았을 것이고, 뒤돌아 서서 후회를 하며 가슴을 치지만 그 앞에만 서면 말문이 도통 열리지 않던 아 바보같고 미련 곰땡이 같지만 그 시절이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지나고 되돌아 보면 추억이라는 기억의 노트가 풍요롭게 느끼게 해줍니다. 첫사랑은 누군가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라고들 말한다. 그러나 그 첫사랑이 있기에 살면서 그 시절을 회상할때 길을 걷거나 문듯 하늘을 쳐다볼때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추억 치고는 괜찮은 추억이다. 혼자 미소를 지어보내며 실 없이 미소를 짖게한다. 이렇게 갑자기 생각을 하게 해준 그녀 또는 그남자에게 이 겨울 감사의 마음을 선사해 보시길 바랍니다. 자신만의 비밀이거나 또는 숨기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는 것은 참으로 행복한 일이다. 그 당시는 아픔이겠지만.... 갈님의 글을 읽고.... 시하나 남겨 봅니다. ----------- 저물 무렵 그애와 나는 강둑에 앉아서 강물이 사라지는 쪽 하늘 한귀퉁이 적시는 노을을 자주 바라보곤 하였습니다. 둘 다 말도 없이 꼼짝도 하지 않고 있었지만 그애와 나는 저무는 세상의 한쪽을 우리가 모두 차지한 듯싶었습니다 얼마나 아늑하고 평화로운 날들이었는지요 오래오래 그렇게 앉아 있다가 보면 양쪽 볼이 까닭도 없이 화끈 달아오를 때도 있었는데 그것이 처음에는 붉은 노을 때문인 줄 알아드는 것이었고 나는 손 한 번 잡아주지 못하는 자신이 안타까웠습니다. 다만 손가락으로 먼 산의 어깨를 짚어가며 강물이 적시고 갈 그 공장의 이름을 알려주는 일은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자랑이었습니다 강물이 끝나는 곳에 한없이 펼쳐져 있을 여태 한 번도 가보지 못한 큰 바다를 그애와 내가 건너야 할 다리 같은 것으로 여기기 시작한 것은 바로 그때부터였습니다 날마다 어둠도 빨리 왔습니다 그애와 같이 살 수 있는 집이 있다면 하고 생각하며 마을로 돌아오는 길은 늘 어찌나 쓸쓸하고 시렵던지 가시애 찔린 듯 가슴이 따끔거리며 아팠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그애와 나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입술을 포개였던 날이 있었습니다 잊을 수가 없습니다 그애의 여린 숨소리를 열 몇 살 열 몇 살 내 나이를 내가 알고 있는 산수공식을 아아 모두 삼켜버릴 것 같은 노을을 보았습니다 저물 무렵 그애와 나는 강둑에 앉아 있었습니다 그때 우리가 세상을 물들이던 어린 노을인 줄을 지금 생각하면 아주 조금 알 것도 같습니다. 간장 오타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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