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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을 사랑하는 작가_이종구

들의 역사-백산으로 부터 / 1994 / 145 x 300/ 판넬에 아크릴릭 / 작가소장

: 상단의 얼굴은 전봉준이다. 농민들에겐 혁명이 필요할만큼 절박하다는 듯하다.

 


과천현대미술관을 몇년만에 간건지 새것이었던 건물이 낡아서 흘러내린 녹이 보일

정도였다. 대체 무얼하느라 그렇게 바빴을까? 정신적여유는 대체 어디다 몽땅

써먹어버렸던걸까?

여하간 비온뒤 산머리위의 하얀 솜구름처럼 안개가 멋드러지게 깔려있는 산을 배경으로

상큼한 공기를 마셔대니 찌들었던 머리가 확 트이는 듯했고, 더군다나 한국미술의 역사적

의미가 있는 미술작가의 세계를 체험해주니... 주말하루는 정말 훌륭했다.

같이 동참해준 친구에게 감사를~~~찡긋~

 

 

 

땅 / 1998 / 131 x 519 / 캔버스에 유채 / 작가소장

 

 

땅(부분)

 

 

 

이종구.

 

꾸준히 "농민"이라는 주제로 자신만의 색깔을 구축한 작가.

농민작가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만큼 인내심을 가지고 하나의 주제를 깊이있게

사회비판적 시각으로 접근한 경이로운 작가.

푸대자루라고 부르는 쌀자루에 페인팅을 하는 자체는 그닥 형식적으로 새로운 시도라고

하기는 어렵지만 작가로서의 재료에 대한 꾸준한 집착은 자기것이 되어버리게 만드는

힘으로 발휘하게 되었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올해의 작가로 <이종구>전을 기획한 것이다.

 

 

1984년~1990년:고향땅 오지리

1991년~1994년:고개숙인 농민의 분노

1995년~2000년:희망의 씨앗을 뿌리며

2001년~2005년:우리땅, 우리겨레

 

기획전시였던 이유로 한작가의 역사적 흐름을 볼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농민의 일상에서부터 노동하는 농삿꾼의 깊게패인 주름과 거친 손, 노동의 도구인

낫, 낡은 신발이라는 사물에까지 꾸준한 관심과 애정이 드러나는 작가의 역사적

흐름을 한공간에서 한시에 볼수 있다는 것은 분명 드문 기회였고 <이종구>라는 작가의

예술세계를 이해하는 커다란 도움이 되었던 것같다.



명환아저씨/1986/85x60/부대에 유채/작가소장

: 같이 간 친구와 유일하게 공통의 호감을 지니고 감상한 작품

  부대자루의 부드러운 질감과 옅게 칠한 유화의 수채화같은 재질감이 자연스럽게

  스며들었지만 작가의 투박한 손과 무뚝뚝한 얼굴표정은 농민의 삶이 드러난다. 

 

 

실제 모델이 되었주었던 농민분들이 자신의 자화상을 보고는 거진다 모델서준 사실을

후회했다는 후일담을 같이 간 친구가 알려주었는데 그만큼 농민의 모습은

행복하게 활짝 웃는 얼굴일 수 없는 모습들로 세상을 향해 일갈하듯한 포즈로

서있거나 현실을 체념하듯 힘없이 주저앉아 있었다.

 

우루과이 라운드와 FTA 칠레협정, 신자유주의 정책의 직격탄을 맞은 농어민들,

일관성없는 농민정책(아예 정책을 내놓지 않는것이 농민을 도와주는 길일것이라는

얘기까지 나온다 니..)등으로 한국농민들의 시름은 하루가 다르게 깊어가고

생존자체에 대한 위협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아버지의 삶에서 착안한 듯한 농민에 대한 작가의 애정은 부모를 사랑하는

자식의 맘과 작가로서의 현실비판적 시각으로 그림을 그려온 듯했다.

 

흥미로운 소재. 낫.

 

날카롭게 날을 간 낫이 아닌 녹이 잔뜩 끼어있는 낫은 독을 품고 세상을 원망하듯이

누워있는데 그 옆에는 새파란 들꽃이 조그마하게 피어있다.

농민의 현실을 극명한 상징으로 보여준 이 작품은 생각보다 크기에 압도된다.

낫은 곳곳에서 등장하는 소재로 "농심"으로 보인다.

낫을 잘 다루면 노동의 재료가 되어 땅을 풍성하게 황금빛으로 물들이지만 달리 사용하면

혁명의 도구로 변질될 수도 있다는 것을 작가는 상징하고 있는 듯 했다. 

 

 


아버지의 낫 / 1992 / 188 x 96 / 장지에 아크릴릭 / 작가소장

 

 



수몰지의 늦가을 / 1992 / 192 x 188 / 장지에 아크릴릭 / 작가소장

: 저 멀리 뭔가 불안한 돌풍이 몰아칠 것같은 음산한 분위기.

   벼들은 농민들의 발아래서 휘몰아치며 동요하고 있다.

   농민들은 불안을 의미심장하고 담담한 표정으로 받아들일 기세지만 손에 쥔 낫의 모양은

   싸움을 준비하는 투사의 도구 형상이다. 왜?

 

 

" 나는 그림그리기를 통하여 마치 꺼져가는 불씨와 같은 농촌에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고, 궁극적으로 평등하고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왔다. 그러나 세상은

나의 의지와는 아무런 상관없이 변화를 거듭했고, 현실은 점점 더 어렵게만 되었다.

미술이 세상을 변화시키는데 과연 무슨 역할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생긴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여전히 그림을 통해 세상을 이야기하고, 그림이 어떤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굳게 믿고 있다. 세상이 나를 규정하고 사회가 나를 형성했기 때문이다.

예술은 결국 시대와 사회의 산물인 것이다. 그림은 결코 허황되거나 무의미한 것이 아니다.

현실 속에서 그림이 가진 힘이 아주 미미할 지라도 나는 그림을 통해 우리 인간들의 삶을

억압하는 시대의 폭력에 저항하고 싶다."

 

             2005.5 이종구                

 

 

 

영토-압록강에서 두만강까지 / 227x362cm / 캔버스에 유채 / 2002

: 최근작들은 농민, 농촌이라는 주제에서 국가라는 거시적 주제로 옮겨오고 있음이 드러난다.

  차갑고 건조한 한색계열의 칼라가 한반도를 뒤덮고 있지만 저 멀리 희미하지만 붉은 색의

  동이 트고 있다. 지금은 미약하지만 언젠가는 강렬하게 활활 타오를 것을 기약하는 듯...

  한반도에는 작지만 희망이 드리워 있는 것이다.

  산의 표현기법이 언뜻 뾰족하고 평면적이어서인지 수묵산수화같은 느낌을 주기도 하고

  목각의 느낌으로 보이기도 한다. 느낌이 묘해서 계속 들여다 보게 된다.

 

 

 

농민의 시름과 현실을 만나 그들을 위해 우리가 할일을 한번더 자각하려면

주말 과천으로 떠나세요~라고 하고 싶지만 전시가 오늘까지 였군요...지송함돠..

 

그래도 이종구 개인홈피 로 가셔서 작가의 세계를 즐~해보세요. 

 

 

 

 


아버지의 한세상/1995 / 278 x 201/장지에 아크릴릭/ 작가소장

: 굉장히 감동적이었던 작품. 아버지의 글을 작가의 글씨체로 캔버스에

그린 그림으로 100호가 족히 넘는 커다란 크기에 빽빽히 새겨넣은 작가의 정성은

곧 "예술적 감동"으로 전해왔다.

맨아래는 아버님의 비석을 쪼개놓은 것인데 농민의 애끓는 사연이 느껴져

숙연해지는 부분이다...

 

* 이미지는 모두 작가의 개인홈피에서 퍼옴.

 

 

 



국립미술관이 농민작가에 촛점을 맞춰 지금 시점에 기획전을 가진 것은 의미심장한

이유로 보인다.

미술의 사회적 역할에 방점을 찍고 한발짝 다가가려는 시도로 읽혀져 기쁘다.

근데..이런 의미있는 전시가 왜 이리 전시기간이 짧은 거냐구요?

2005. 5. 12(목) - 7. 14(목)

 

두달이면...기간은 문제가 없는 듯하나 홍보가 덜된 건가? 샤갈전이나 근현대 서양미술전에는

사람들이 떼로 몰려 전시장안에서 줄서서 보는 진풍경을 이루든데.. 

문화에 대한 애정과 갈증이 그림을 즐기기보다는 스타작가에 대한 편식과 약간의

사대주의?가 낳은 결과인건지..아님 나의 오해인건지..

나야 모 여유롭게 그림을 감상해서 좋긴했지만....내가 왜 투덜대는건지...

방학기간을 껴서 전시를 하면? 아니면 그 머나먼 과천이 아니라 예술의 전당에서

전시되었다면?

더 많은 사람들이 보고 감동을 해주어야 하는건데...라는 아쉬움을 뒤로하며...접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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