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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업과 특근의 악순환 고리를 끊어내고 생활임금 쟁취를

OECD통계로 본 한국 사회 노동자

1년에 5일 쉬고, 잔업특근으로 버는 돈

해마다 임투 때면 조중동이 거는 시비중의 하나가 노동자의 월급이 많다는 것이다. 그 중의 백미가 몇 년 전 현대자동차 노동자의 연봉이 8천만 원이 넘는다는 것이었다. 한참 시비 중에 현대자동차 노동자가 과로사로 사망했다. 구체 내용을 살펴보니 1년 내내 잔업과 특근을 다 했고 단 5일만 쉬었다고 한다. 같은 현대자동차 노동자들이 하는 얘기로 그 정도로 일하면 어쩌면 연봉이 8천만 원 정도 될지 모르겠다고 했다.
25개 OECD국가 중 한국은 노동자의 노동시간으로 따지면 부동의 1위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80년대처럼 병영적 노사관계에서 강제적으로 잔업과 특근을 강요하지 않는데도 노동시간이 줄어들지 않는 핵심 배경으로 따지자면 기본급이 작은 임금체계에 있다. 기본급이 작다보니 노동자 스스로 잔업과 특근을 원해서 하지 않으면 살 수가 없는 구조이다. 민주노조가 생기고 난 이후 해마다 있는 임투에서도, 사측과의 실랑이 끝에 임금체계보다는 총액으로 흥정을 한 결과 나타난 왜곡일 수 있겠다.
웬만한 가정에서 아버지는 없다. 주중에는 아침에 일찍 나와서 잔업이나 철야를 하고 들어가고 주말이라고 특근에 빠지지 않으려면 아이들과 대화는커녕 얼굴을 마주할 시간조차 없다. 혹여 일찍 들어간다고 해도 아이들이 학원을 가고 없어 얼굴을 마주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아버지는 집에 없거나 항상 잠을 자고 있다. 그래서 심하게 말하자면 아버지는 가족 구성원이라기보다는 그냥 돈벌어오는 사람으로 전락한다. 여성은 육아와 가사를  책임지고도 말 한마디 못하는 현실.

몸 부서지게 일해 교육시킨 자녀들, 그러나 부와 가난은 대물림
지금 대학입학정원이 전국 고교 3학년 학생 수를 초과했다고 한다. 이는 누구나 대학을 간다는 얘기이고 보면 내 자식만 안 보낼 수도 없다. 그런데 전문대를 나오면 취업률은 높지만 실업률도 높은데, 이는 취직을 해봐야 실업, 반실업을 오고가는 불안정 노동이라는 얘기다. 노동자들 그들은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이를 몸으로 체득한 사람들이라 애들에게만은 비정규직 노동자만큼은 대물림하지 않기 위해서는 몸이 부서져라 학원비 벌어댄다. 한국의 1인당 공교육비가 OECD 국가 중 최하위권이어서 사교육으로 보충을 해야 하는 나라에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 됐다. 가구의 소득수준에 정비례하여 사교육 참여율과 지출액이 증가한다는 통계처럼, 가랑이가 찢어져라 따라가도 못 넘을 선이 있다. ‘공부 잘하는 아이’는 부유층이고 ‘공부 못하는 아이’는 가난한, 가난과 부가 대물림되는 구조를 사교육비 현황으로도 알 수 있다.
강남 최고의 학원에서 오리엔테이션을 하면서 애들 좋은 대학교 보내는 조건을 거론하는데 그 첫째가 어머니의 정보력, 둘째가 할아버지의 재력, 셋째가 아버지의 무관심이라고 한다. 지금의 입시제도가 너무 어려워서 괜히 아는 체 하지 말고 진학기술이 좋은 학원에 돈이나 많이 내고 맡겨두는 게 상책이라는거다. 외고가 최근 몇 년간 사법고시를 쓸어버렸다고 하는 외고를 보내기위해서 초등학교부터 준비를 한다. 그에 드는 비용은 노동자들로서는 상상을 하기 어렵다. 뉴욕 맨하탄에 있는 명문 사립초등학교에는 한국아이들이 제법 많이 다니는데, 그 초등학교의 한 학기 등록금이 우리 돈으로 2천 만 원 정도하는데 유학비용을 포함해서 강남에서 아이들 교육시키는 것에 비하면 싸게 먹히고 애들 고생 덜 시켜서 좋다는 웃지 못할 이야기도 나온다.

문화생활, 그게 뭔데?
가족에게조차 소외된 노동자 그들에게는 문화생활이란 없다. 그래서 시간이 남으면 동료들과 술집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 보통이다. 대기업 노동자들 중 상가가 생기면 틀림없이 벌어지는 화투판에는 만 원짜리 다발이 높게 쌓여있는 것을 보는 것은 어렵지 않다. 몰래 꼬불친 비자금 모아봐야 쓸 시간이 없는 터라 일단 판이 벌어지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온다. 이런 광경을 보고 있노라면 처음에는 분노로, 좀 더 지나면 연민을 느끼게 된다. 주 5일제가 확산되어 여가활동시간이 늘어났다는 얘기는 먼 나라 얘기다. 경제적 부담과 시간부족으로 여가활동, 문화활동이라는 게 아예 없는 것이 현실이고 이는 25개국 중 24위인 문화 활동 지출비가 이를 반영한다.

‘인간답게 살아보자’ 옛날 구호 아니다
잔업과 특근 없이도 살 수 있는 임금체계를 바꾸지 않는 한 무한 악순환의 연쇄사슬을 끊을 수 없다. 그리고 기존의 짜여진 틀 내에서 노동자가 아무리 뛰고 날라도 교육의 대물림을 벗어나기 어렵다. 그럴 바에야 노동자들 몇 명이 모여 동네에 조그마한 텃밭이라도 하나 구해서 애들 데리고 나가 밭고랑 매고 삼겹살 구우면서 막걸리 나누면서 보내는 게 더 나은 인생이 아닐까 싶다. 작년 촛불투쟁에서 노동자는 작업복을 입은 노동자로 거리에 나섰지, 미국산 쇠고기 수입으로 불안해진 아이들의 건강과 억압적인 교육에 멍든 아이들을 생각해서 촛불을 든 그야말로 촛불시민은 아니었다.
이제 조중동에 왜곡된 공격에 분노하기에 앞서 노동자의 삶 전체를 바꿔낼 준비를 해야 한다. 성과급에 목매고 있는 한, 저들의 공격을 넘어설 수 없다. 자본의 경쟁의 논리를 극복하지 못한다. 자본에 잠식된 노동자들의 왜곡된 욕망을 바꿔내지 않는 한 노동자들의 삶은 365일 잔업과 특근으로, 자격증을 따기 위해 학원으로 다니며 40대 후반이 되면 언제 짤릴이지 모르는 고용위협에 시달리며, 후배들 눈치보며 사는 이 악순환을 끊을 수 없다. 진짜 인간답게 살아보자. 생산과 소비를 노동자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그 상상을, 현실 투쟁으로 만들 때가 왔다.
 

이종회
 


 

통계청이 21일 발표한 ‘한국의 사회동향 2009년’

•한국의 1인당 공교육비가 OECD 국가 25개국 중 최하위권

•소득에 따른 사교육비 증가율 최대 9배
•학업성취도 ‘탁월’ 학생 중 사교육 참여율 83.7%
•주 5일제로 여가활동 만족도 2000년 31.6% → 2007년 21.6%
•국내총생산 대비 여가문화 활동 지출비 OECD 국가 중 꼴찌
•기대수명은 1971년 62.3세에서 1991년 71.7세, 2008년 80.1세로 꾸준히 증가
•사회운동 참여율 서명운동 34%, 평화집회 11%, 보이콧 6%
    (미국, 호주, 스웨덴, 스위스 등 주요 선진국가들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매우 낮은 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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