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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에서 찾기2009/12/09

비폭력대화를 아시나요?

 
기관지 편집팀에서 일하는 동지에게 전화가 왔다. 비폭력대화에 관한 원고를 하나 써달라는 취지였다. 워낙에 글재간도 없는데다 비폭력대화센터에서 초급과정을 잠깐 듣긴 했지만 글을 쓸만큼의 배움도 없다고 나름 정중히 거절했다. 그리고 비폭력대화가 어떤 점에서는 사회적 관계의 문제를 개인화하는 한계도 있어서 소개하는 것이 좋을지에 대한 판단도 안선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러나 전화를 건 동지는 ‘부탁’이라는 말을 여러번 되풀이하며 ‘무조건’ 써달란다. 이 경우 그 동지의 요청은 과연 ‘부탁’이었을까? 상대방에게 거부할 권리를 보장하지 않는 요구는 그것이 아무리 공손한 말들로 표현됐다 하더라도 ‘강요’다. 비폭력대화에서는 부탁과 강요의 차이를 그렇게 구분한다.
비폭력대화(NonViolent Communi cation)는 미국의 심리학자 마셜 로젠버그에 의해 제안된 대화방법(말하기와 듣기)이다. ‘관찰-느낌-욕구-부탁’이라는 과정을 거치며 연민이 우러나는 방식으로 다른 사람들과 유대관계를 맺고, 우리 자신을 더 깊이 이해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기본 골격은 상대의 행동이나 말을 비디오로 찍은 듯 관찰하여, 그것을 보거나 들은 나 자신의 내면에 든 느낌을 확인한 다음 그 느낌 뒤에 존재하는 욕구를 확인하여 상대방에게 자신의 욕구를 충족할 수 있도록 전달하기 위해 노력하는 방식이다.
회의에 자주 늦는 동지가 있다고 치자. 이 동지가 흔히 들을 수 있는 비판은 “넌 왜 항상 늦냐! 너 때문에 짜증이 난다! 그러고도 네가 활동가냐!”라는 것이다. 비폭력대화는 이럴 경우 “지난번에 이어 오늘도 회의에 늦게 오니까(관찰) 무슨 일이라도 있는지 걱정도 되고, 회의 시간 내내 다음 약속 때문에 초조했어(느낌). 다른 일정이 있어서 제때 회의를 시작하는 게 나한테 중요하니까(욕구) 다음부터는 늦지 않았으면 좋겠어(부탁)”라는 식으로 얘기할 것을 권한다. 자신이 회의에 늦게 온 입장이라면 어느 쪽이 더 편안한가? 어떤 말을 들었을 때 변명하거나 물러나거나 반격하지 않고 “다음부터는 회의시간을 잘 지키겠다”는 마음의 다짐을 하게 하는가?
누구에겐가 화가 난다는 것은 사실 우리의 욕구가 충족되지 못해서 기분이 불쾌하다는 말이다. 다른 사람의 말이나 행동이 우리의 느낌을 불러일으키는 자극은 될수 있어도, 결코 원인이 아니라는 것이다. 충족되지 못한 욕구는 상대방에게 융단폭격같은 분노를 쏟아 붓는다고 해서 해결되지 않는다. 상대방이 내게 화를 낼 때, 그의 진정한 욕구가 무엇인지에 대해 집중하지 않는다면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두터운 방탄복을 걸쳐 입고 그와의 일대결전에 나서는 것이다. 그 길의 끝에는 결국 피투성이가 된 두 사람의 쓰라린 상처만 남게 된다. 다른 사람은 나를 행복하게 해주기 위해서만 사는 것이 아니고, 나도 그 사람의 행복을 창조해주기 위해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기때문에 우리는 서로 받아주고, 성숙해지고, 사랑하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그런 관계맺음을 배우고자 하는 사람에게 비폭력대화는 요긴한 지침이 될 수 있을 듯싶다.
집회신고를 하러 경찰서에 갔다가 우연히 보았던 「보고서 작성요령」이란 책자는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그들의 지침은 “운동권의 용어를 그대로 사용하여 경찰 내부에 운동권의 사상을 자기도 모르게 유포하는 경우가 있으니 순화해서 사용하라”였다. 일테면 ‘가두투쟁’은 ‘가두불법시위’로, ‘민중문학’은 ‘좌경의식화문학’으로 ‘순화’해서 사용하고, 대체할 만한 용어가 없을 때에는 ‘소위’나 ‘이른바’등의 부사를 붙여서 쓰라는 것이다. 이런 그들의 언어정치가 낳은 대표적인 사례가 ‘민노총’이란 불가사의한 명칭이다. ‘민주’노총이란 말을 쓰기 싫어 ‘민노총’이란 신조어를 만들어 썼던 것이 지금까지도 널리 사용되고 있다. 저들은 이렇게 단어하나에도 자신의 사상과 계급적 입장을 불어넣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는 사실이 내게는 너무도 충격적이었다. 그에 비하면 우리의 말글살이는 과연 어떠한가. 우리가 가진 인간에 대한 사랑과 존중, 자유와 평등의 이념, 그리고 동지에 대한 애정이 우리의 언어에는 얼마나 올곧게 담겨있는가? 이제 동지들과 무심결에 나누는 한마디 한마디에도 차별과 착취의 폭력적인 언어를 버리고 새로운 세상을 만들겠다는 사람들다운 희망과 의지를 새겨보자.
 
뭉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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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죽으면 꽃낭구 많이 심어 줘야해


나죽으면  꽃낭구 많이 심어 줘야해

꽃을 어려서 부터 그렇게 좋아했어.

나죽으면  꽃낭구 많이 심어 줘야해
뿌리 뻣는거 말구
금방 금방 커서 꽃피는 걸루
과꽃 채송화 봉숭아 맨드라미 달맞이 제비 백일홍 도라지
모 많잖아…….

할머니가 작년 이맘때 돌아가셨으니까 꼭 일 년 되었군요
한창 겨울로 접어드는 요즘 벌써 봄이 기다려집니다.
할머니가 그립습니다.
 

박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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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한국노총의 반노동자성과 민주노총의 갈 길

지난 4일 한국노총과 경총, 그리고 노동부는 복수노조 2년 6개월 유예, 노조 전임자 임금 금지를 원칙으로 한 타임오프제를 2010년 7월부터 시행키로 합의했다. 예상대로 한국노총 지도부는 한국노총 소속 간부들의 ‘밀실 합의’이라는 비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노동조합의 자주성과 ‘단결의 자유’ 권리를 자본과 정권에 바쳤다. 동시에 이명박 정권의 ‘민주노조 말살 책동’에 동참함으로서 어용노조로서의 본질을 유감없이 드러냈다. 따라서 90%에 달하는 노동계급의 단결권을 송두리째 저버리고 소속 조합원들의 이해와 요구조차 헌신짝처럼 내팽겨 쳐버린 한국노총 지도부는 더 이상 노동조합의 명찰을 달 이유가 없다.
헌법과 노동법에 보장된 노동 3권은 노사정 간의 흥정의 대상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정권은 부르주아 법이 갖는 최소한의 원칙도 무너뜨리고 있다. 이 역대 정권에서도 정치 권력자들은 노동자의 자주적 단결권을 부정하면서 얼마나 많은 노동자들을 억압해왔던가. 지금도 노동조합을 결성했다는 이유로 해고된 숱한 노동자들이 있다. 이명박 정권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사실상 노동조합을 부정하는 정권의 태도는 이미 철도 파업 파괴와 공무원노동조합 탄압에서 드러났다. 이제는 전임자 급여 보장을 문제 삼아 법으로 이를 금지하면서 노동조합 활동을 무력화시키겠다는 것이다.
말이 필요 없다. 민주노총은 전체 노동계급의 단결권 쟁취를 위해, 민주노조 사수를 위해 전면투쟁에 나서야 한다. 사실 노사정 야합논의가 진행되는 지난 며칠 동안 민주노총의 대응은 사실상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민주노총 행보에 노동자들은 민주노총의 투쟁의지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
이제 민주노총을 비롯한 산별노조 및 단위노조들은 MB정권의 ‘민주노조 죽이기’ 공세를 정면으로 돌파하기 위한 투쟁을 시작해야 한다. 이 투쟁을 앞두고 단위 사업장의 유 불리를 계산하고 있다면 그것은 더 이상 민주노조가 될 수 없다. 현실 동력을 앞세워 투쟁을 회피하고서는 더 이상 민주노조를 지켜낼 수도 없다. 물러설 곳이 없는 상황에서 앞으로 나가는 것. 이것이 지금 민주노총이 선택할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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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김동암동지를 위하여

동지를 보내고 온 날, 계단을 오르려다가 발을 허공에 딛는 것 같은 착각이 들어 가만히 서 있었습니다. 동지의 영원한 부재 앞에서 저는 그만 길을 잃은 아이처럼 서성였습니다. 그런데, 가족들은 오죽할까요?
이 세상 어떤 죽음이 예고되고 준비될 수 있겠습니까? 그러나 원망이 남습니다. 한이 남아요. 중환자실에서 사투를 벌이는 힘겨운 모습을 보고서도, 의사가 할 수 있는 것이 없다고 할 때도 이렇게 속절없이 가실 줄 몰랐습니다. 혹독한 대의와 책임으로 단련된 동지가 아닙니까? 영원히 죽지 않을 것처럼 부대끼며 뜨겁게 살던 동지가 아닙니까?
저 세상으로 보낸 동지의 옷은, 결혼식 때 산 양복이라고 하더군요. 15년이 넘은 옷을 여태까지 입고, 아꼈다고요. 김동암동지? 우리에게 ‘운동’은 무엇입니까? 이 땅에 ‘좌파로 산다는 것’은 무엇입니까? 정부와 자본가도 꺽을 수 없었던 것을, 제 몸이 녹아내리는 것도 모르고, 끝내 버리지 못한 헌 양복 걸치고, 그 비를 다 맞는 것입니까?
빛깔 좋은 변명하나 준비하지 못하고 도망치는 법도 알지 못하고 끝내 쿨하지도 못하고 수줍고 낯 많이 가리는 사람, ‘시골에서 살고 싶다’면서 고지식하게 꿈꾸는 게 전부였던 이 모자라고 불쌍한 내 동지, 내 선배, 내 가족 동암이형?
 2009년 올해는 연이어 거물들이 죽어갔습니다. 그들의 죽음에 대한민국이 요동쳤습니다. 그러나 민주노조를 건설했던 영광은 어디로 갔는지동지를 돌봐 주지 않고, 버리고 떠나갔습니다.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한평생 나가자던 맹세처럼, 황량한 벌판에 바람만 흩날립니다.
그래요, 어쩌면 이것은 우리가 원한 종착역의 풍경일지도 모릅니다. 특별할 것도 내세울 것도 없는, 그 뜻과 가치 마지막까지 노동자민중의 품으로 세상의 온기로 스며들기를 바랬지요.산화하는 삶으로, 소외되고 고통받는 세상의 눈물이고자 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토록 아픈가 봅니다. 정작 제 눈물 닦아줄 손수건 한 장 마련하지 못하고 부여잡으려 발버둥을 쳐도 의지가지없는 생을 살아가니 말입니다. 그것이 죽음으로서 살고자 했던 자들의 선택이고 숙명이 아니겠습니까?
동지가 가면서 무엇 때문에 눈감지 못하고 통곡했을지 압니다. 부질없는 약속 따위가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만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가족으로 옆에 살겠습니다. 제 스승이며, 뜻을 나눈 동지이며, 평생의 벗인 언니와 아이들의 이모로서 그렇게. 그날도 보셨지요? 저를 위로하는 언니를요. 그러니까, 그러니까 아무 걱정 마시고 가던 길 편히 가십시오.
이제 이 까마득한 후배에 기대도 좋습니다. 아주 오랫동안 쉬셔도 좋습니다. 나눌 영광따위야 없는 것이 우리네들이지만, 험난한 여정 함께 한 우리 동지들이 동지의 가는 길을 밝혀 드리겠습니다. 한 생이 다하도록 시대를 밝히려고 전념했던, 김동암동지에게 세월에 꺾이지 않을 동지애를 바칩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2009년 12월 3일 박준영 올림

 

지난 11월 7일 김동암 동지가 갑작스럽게 우리 곁을 떠났다는 비보를 접했습니다. 고 김동암 동지는 유성기업노동조합에서 활동하며, 그 누구보다 민주노조운동과 노동해방 세상을 만들어가는 데 헌신했습니다. 안타깝게도 동지는 떠났지만 그 치열했던 삶과 정신은 언제나 민주노조운동 속에 사회주의운동 속에 언제나 함께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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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도박판에 기웃거려 남는 건 쪽박

[김영수의 세상뒤집기]

대박의 꿈을 갖고 도박판에 기웃거리다 타짜를 만나 쪽박을 차는 사람들이 많다. 도박판이 사기일 경우에는 열이면 열 모두가 쪽박을 차고 도박판 주변을 맴돌다 비렁뱅이가 된다. 사람들은 도박판이 사기인줄 알면서도 일확천금의 대박을 노리고 항상 기웃거린다. 매주 대박을 내는 진짜 타짜가 정부라는 것을 알면서도 로또 한 장을 사서 지갑 속에 고이 접어 확률의 꿈을 꾸게 하는 욕망의 도박판. 여기에서 쪽박을 차는 사람들은 그저 돈없고 힘없는 노동자들이다. 돈과 힘을 가진 자들은 도박판 자체를 조작하거나 아예 도박판을 외면한다. 도박판에서 공정한 게임을 요구하는 것 자체가 그저 우스꽝스러울 뿐이다.
합법적인 사기도박판에서는 돈과 힘이 춤을 춘다. 로또나 경마·경륜·경정도 그렇고 개미군단의 피를 빨아먹는 금융시장도 마찬가지이다. 경쟁의 스릴을 느끼면서 스트레스를 해소한다는 레포츠 도박도, 돈 놓고 돈 먹자고 하는 주식시장도 개인의 욕망을 자극하는 합법적인 사기도박판이다. 사회적 합의구조는 어떠한가? 정부와 자본은 노동-자본-정부 간의 합의야말로 민주주의 꽃이라고 하면서 판을 벌린다. 합의라는 말과 제도는 사람들을 미혹한다. 개인과 개인 사이에도 합의를 이루면서 살아가려고 하고 서로 주고받는 상생의 게임이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정부와 자본은 이러한 사기도박판을 벌려 노동을 유혹한다. 밖에서만 싸우려 하지 말고 제도화된 도박판에 들어와서 한 판 붙어보자는 게임을 제안하다. 도박판에 널브러져 있는 돈과 권력을 은근슬쩍 내줄듯이 말이다.
노동자들은 본래 돈과 힘이 없으니 협상과 합의를 거부할 수 없는 것이라고 하면서 그 판에 말려들어 쪽박을 찼던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의 아픔이 아련하다. 1998년 민주노총은 노사정위원회에서 정리해고와 노동유연화를 내주는 쪽박신세가 되었다. 한국노총은 과거는 고사하고 2001년 2월에 노사정위원회에서 복수노조 금지조항 삭제와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금지를 5년 동안 유보키로 합의하였고 다시 2006년에 복수노조 시행을 3년 더 유예하자고 구걸하여 타짜들에게 빌붙어 있다가 2009년 11월에 쪽박신세가 되었다. 민주노총은 한국노총을 정부와 자본의 기생충으로 간주하면서 점거농성까지 했었는데, 이제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다양한 협상창구를 인정하는 복수노조 및 노조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의 폐지라는 도박게임에서 함께 완패하였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함께 쪽박신세가 되고 난 이후에야 피를 토하듯 외친다. ‘사회적 합의나 정책연대는 사기도박판이었다. 빼앗긴 돈과 권리를 되돌려 달라.’ 한국노총은 그러고도 기생충의 근성을 쉽게 버리지 못할 것이다. 단지 제도적인 돈과 힘으로 사기를 친 자본과 정부는 코웃음을 지으면서 그저 어눌한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을 상대로 또 다시 어떻게 사기를 칠 것인가 고민할 뿐이다.
사기도박판에서 쪽박을 차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은 있다. 가장 쉬운 방법은 판을 뒤집어버리고 다시는 사기도박판을 기웃거리지 않는 것이다. 판을 깨고 난 다음에 다시 기웃거려 타짜들의 즐거운 먹거리로 전락하지 말고, 노동자들이 진짜 투쟁이라는 게임의 판을 함께 벌려 타짜들을 불러들이는 것이다. 노동자들이 제도화된 타짜들을 농락하고 쥐락펴락할 수 있을 정도의 타짜가 되는 과정이다. 다음으로는 헌법이나 노동관계법보다 단체협약을 상위의 규정으로 만들어야 한다. 정부와 자본은 헌법이나 노동관계법보다 더 힘을 발휘하는 수단을 가지고서 도박판을 유지한다. 그것은 각종의 시행령과 시행규칙이다. 노동자들도 이제 단체협약이 헌법이나 노동관계법보다 우위에 있다는 내용의 권리조항을 단체협약에서 규정하자. 제도화된 타짜들이 제발 단체협약을 바꿔달라고 머리 조아리는 판, 이것이야말로 노동자들이 정부와 자본을 자유자재로 요리할 수 있는 도박판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김영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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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칼럼] 과거는 살아 오르는 오늘

친일 인명사전 발간
지난 11월 8일, 민족문제연구소가 ‘친일 인명사전’을 발간하면서 사회적 파장이 일고 있다. 민간단체인 민족문제연구소가 8년간 조사해 4,383명의 친일인사의 명단과 행적을 담은 이 ‘친일 인명사전’은 그 동안 친일논란의 핵심이었던 박정희 전 대통령을 비롯해 장지연, 안익태, 홍난파, 김동인, 서정주 등을 포함하고 있다.
일본의 압제로 죽어간 조선 노동자, 민중의 숫자가 4백여만 명, 조선 땅에 들어와 활개 친 일본인 수가 8십여만, 거기에 기생했던 ‘친일반역자’가 1백 6십여만 명이었다. 이들 가운데 99%가 지식인이었다. 때문에 너무 늦은 감이 있지만 지금이라도 일본제국주의에 편승했던 반역자들이 공개적으로 밝혀지는 건 ‘과거는 살아 오르는 오늘’이기 때문에 더더욱 중요할 수밖에 없다.
애써 ‘친일인명사전’이라고 책 이름을 붙인 건 오히려 아쉬운 일이다. 사전에 들어간 자들은 일본제국주의를 찬양한 것에서 그치지 않고 노동자, 민중의 기본권 유린은 물론이고 억압과 탄압, 심지어 목숨까지 앗아가지 않았는가. 이들에게 친일파라고 하기보다 ‘인민의 반역자’가 정확한 표현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친일인명사전’ 편찬을 반대하는 자들의 저항이 만만치 않아 보인다.

과거를 숨기고 싶은 사람들의 궤변 
친일 인명사전이 발간되자 난리가 났다. 일본어를 배우는 것도, 일본에서 활동하는 것도 모두 친일파냐며 억지를 부리기도 하고 유명한 보수논객 조갑제는 “국가가 없었을 때 친일은 생존수단”이라며 정당성을 들이밀기까지 한다. 또 어떤 이들은 ‘독립운동가’가 아니었다면 ‘친일파를 비난할 권리조차 없다’며 자격시비까지 건다. 억지를 부려도 먹히지 않자 이번에는 마녀사냥을 준비하고 나섰다. ‘왜 친북좌파가 친일파보다 더 나쁜가’라며 ‘친일’의 반대말이 ‘친북’으로 둔갑하며 친일을 감추기 위해 친북좌파를 들이댄다. 심지어 뻔뻔해지기로 작정한 듯 ‘반공으로서 이미 친일을 극복했다’며 온갖 궤변을 쏟아내고 있다.
이렇듯 ‘친북’과 ‘친일’을 반대개념으로 이해하는 건, 상식과 지식이 없어서가 아니라 반공의 대가로 안락을 누렸던 오랜 습성이 사고를 지배한 결과다. 또 법이라는 이름으로 공안의 독안에서 향응을 누린 자들이기에 일본, 미국의 공산당과 유럽전역에 숱하게 존재하는 사회주의정당들이 한국에만 없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는 듯하다. 사상의 자유를 억압하는 민주주의 후진국인 한국사회가 세계적인 조롱거리가 되는 것도 그들에게는 상관없는 일이다.

그러더니 이제는 본격적으로 ‘친북좌파사전’을 만들겠다고 한다. 선정기준은 “북한노선을 고무, 찬양 선전동조자와 민중권력, 노동자권력 수립을 주장하는 자와 민중민주주의, 사회주의 실현을 선동한 자”란다. 
국제적 망신도 아랑곳하지 않고 ‘친북좌파인명사전’의 발간하겠다는 주장 속에 친일인명사전에 대한 대응의 의미도 있으나 이명박 정권의 사찰과 공안체제 구축이 눈에 보인다.
‘과거사진상규명’을 통해 밝혀진 많은 간첩단 조작사건이 ‘국가정상화위원회’에 이름을 올려  놓은 바로 그들에 의해 조작됐다. 반공이데올로기를 앞세워 노동자민중을 때려잡은 바로 그 당사자들이 다시 노동자민중을 때려잡을 책을 만들겠다고 나서는 것이다. 공안체제를 구축해야만 이 정권을 유지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세계의 조롱거리가 될 책을 만들겠다면 반대해도 아무 소용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명심해 둘 일이 있다. 그 명단에는 오랜 기간 비합법조직에서 혁명을 외쳤던 수 십 명에 달하는 한나라당 국회의원들과 민중권력쟁취를 주장하다가 현재 이명박 정권에서 제2인자를 자처하는 자는 물론이고, 프롤레타리아 독재를 주장하며 활동했던 한나라당 소속의 도지사를 그 명단에서 빼면 안된다. 아마도 그들 밑에서 운동경력을 팔아 하수인 노릇을 하고 있는 사람들까지 포함하면 사전하나 만들 수 있겠다. 이 정도면 만들어도 되겠다.
 

양규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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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노준 4차 총회 결과

사노준은 지난 11월 28일 4차 총회를 열었다. 이번 총회의 주요 안건은 <강령토론안> 심의 건과 <추진위 건설 일정과 사업계획안> 심의 건이었다.
먼저 <강령토론안>은 3차 총회에서 제출된 <강령초초안>을 중심으로 그 동안 조직 전체에서 수차례 토론을 진행하며, 조직의 긴장감을 한껏 고조시킨 바 있다. 3차 총회 직후, <강령초초안>에 문제의식을 가진 회원 2명은 각자 다른 강령초안을 제출했고, 모두 3개의 안을 놓고 팽팽한 논쟁을 시작했다. 3개의 안을 하나로 합쳐 회원들이 쟁점 내용을 집중 토론할 계획으로 논의가 진행됐지만, 강령특위는 끝내 하나의 안으로 합치는 데 실패했다. 어쩔 수 없이 3개의 안으로 전체 회원 토론을 시작했고, 토론의 양상은 강령특위의 토론과 다르지 않았다. 그 과정에서 많은 회원들이 하나의 안으로 합칠 것을 다시 요구했고, <강령초안>으로 그간 회원들의 쟁점과 의견을 수렴해 수정작업을 진행했다. 그러나 새롭게 정리한 <강령초안>으로 회원토론을 거치기엔 시간이 부족했기 때문에, 전국집행위원회에서 <강령초안>이 아닌 <강령토론안> 채택 건으로 총회에 상정했다. 안건 상정 과정 자체가 꽤 복잡했고, 본 안건 심의 과정에서도 내용 토론 보다는 형식에 대한 여러 의견들이 나와 토론은 상당히 혼란스러웠다. 결국 다음 총회에서 강령초안을 채택하기로 하고 <강령토론안>을 채택했다. 그리고 그간 활동했던 강령특위도 재구성하기로 결정했다. 자세한 과정과 이후 토론 과정은 본 신문에 차근차근 실을 계획이다.
두 번째 안건인 <추진위 건설 일정과 사업계획안>은 4차 총회가 열리기 직전에 조직의 긴장감을 폭발시킨 안이었다. 추진위 건설에 대해 ‘5차 총회(2010년 2월)를 기점으로 사노련과 노투련이 함께하는 새로운 조직체를 통해 추진위 건설을 2010년 내로 연기한다’는 안이다. 좌파재조직화 사업이 사노련, 노투련과 급물살을 타며 총회 사전 순회토론 직전에서야 새로운 조직체의 위상과 구성, 활동에 대한 상이 드러나면서, 속도감있는 논의와 정치적 판단이 요구되었기 때문이다.
이 안건은 총회에서 치열한 논쟁이 예상되었다. 그러나 의외로 반대없이 원안을 통과시켰다. 총회 전 사전순회토론을 거쳐 회원들의 견해를 수렴하여 안을 보완한 점이 한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할 수 있다. 다른 이유로는 좌파 공동의 추진위 건설을 위한 새로운 조직체 건설안에 대해 사노준이 역량을 총동원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볼 수 있다. 이후 새로운 조직체 건설 과정에 대한 사노준의 입장과 타 조직과의 논의진행도 본 신문에 차근차근 실을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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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조직체를 통한 추진위 건설

사노준은 11월 28~29일 4차 총회를 가졌다. 이번 4차 총회 안건으로 제출된 ‘추진위 건설 일정과 사업계획안’은 준비모임 자신의 진로는 물론, 향후 한국사회 사회주의노동자정당건설운동 전반에 중요한 분기점이 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사항을 담고 있었다.
사노준은 지난 3차 총회에서 ‘추진위 건설’과 관련하여 사회주의 정파와의 재조직화가 여의치 않을 경우를 대비해 독자적 힘으로 추진위를 건설해 나가겠으며, 그 시기는 대략 2009년 초 정도로 잠정 예정한 바 있었다.
이번 4차 총회에 제출된 안건은 지난 3차 총회에서의 결정과 달리 사회주의 정파와 함께, 그리고 이에 동의하는 개별 활동가를 포함하여 ‘새로운 조직체’를 결성하고, 그에 바탕 해  추진위를 건설해 나가고, 그 시기는 2010년 안에 할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것이었다.
사노준은 이번 총회에서 이와 같은 내용의 안건을 심의한 끝에 성원 모두의 뜻과 의지를 모아 힘 있게 제출된 안건대로 할 것을 결정하였다. 이로써 출범 1년 만에 새로운 상황을 맞게 되었으며 당 건설을 위한 일 진전을 이루게 되었다.
사노준은 ‘새로운 조직체’를 통해 반드시 추진위를 건설하여 한국 사회주의 운동의 새 장을 열 수 있도록 온 힘을 다할 것이다. 사노준은 ‘새로운 조직체’가 단일조직에 준해 운영될 예정인 만큼 독자적인 활동을 최소화하고 모든 활동을 ‘새로운 조직체’로 집중할 것이다.
이제 한국 사회주의 운동은 사회주의 정당 건설을 단지 생각 속에서가 아니라 현실에서 실현할 가능성을 맞게 되었다. 어떤 어려움이 닥치더라도 이를 기필코 성사시켜 노동자계급 투쟁과 노동자 정치운동의 초석을 놓는 데 준비모임은 가장 구진 일을 맡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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