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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합니다.

re님의 ['멋진 그녀들' 마지막 한장] 에 관련된 글.


할 말은 많은데 더 늦으면 못 할 거 같아 급하게 남깁니다.

지난 포스팅 이후로 좀 일이 있었지요.

 

주인공들 신변에 문제가 생길뻔한 일이 있었고 그 일때문에

조심하자는 차원에서 다큐에 모자이크 처리를 하기로 한거죠.

 

모자이크를 해달라는 주인공들 앞에서 전 두말 없이 그렇게 하겠다고 했지요.

 

하지만 주인공들을 만나고 돌아오는 전철에서부터

머리가 멍해지는 것이 정말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더라구요.

그래도 명색이 영상으로 이야기하는 사람인데 화면에 덕지 덕지 모자이크 처리라니...

속이 타더군요.

 

게다가 이번 영화의 컨셉이 당당한 그녀들인데 모자이크 처리라니...

모자이크 처리하면 마치 죄인 같고 뭔가 나쁜 짓한 사람 같잖아...

컨셉에 정면으로 반하는 일인데....

미리 미리 얼굴을 대신할 화면들을 찍어 놓을 걸...

아니지...이런 일이 생긴줄 누가 알았나?

당당한 그녀들 얼굴이 너무 좋았잖아. 그래서 스틸까지 잡아서 썼던 거고...

좀 더 설득해볼껄...영화제에서 상영하는 것은 안전하다고...

이미 상영 결정까지 한 영화제에는 뭐라 이야기를 하나..

모자이크 처리한 화면을 보는 관객은 어쩌고...제대로 이야기가 전달이나 될까?

다들 졸지는 않을까???

 

오만가지 생각을 계속해서 반복 반복 재생 반복하면서 집으로 돌아왔지요.

그리고는 밤새 스스로를 탓하고 탓하면서 머리카락이 하애지는 줄 알았습니다.

 

그러다 내린 결론,

'그래도 다행이다. 영화제에 상영하기 전에 이런 일이 생겨서.

만약 영화제에 상영하고 그것 때문에 주인공들에게 문제가 생겼다면,

난...평생 다큐멘터리는 꿈도 못 꿨을꺼야. 

나야 까짓것 영화 상영 못하면 그만이지만 언니들한테는 인생이 달린 문젠데...'

그러고 나니 맘이 편해지더라구요.

 

그래서 결국 모자이크 처리하고 테이프 영화제에 넘겼습니다.

그랬더니 바로 아프데요.

어제 오늘 이빠이 아프고 이렇게 컴 앞에 앉았습니다.

 

제가 다큐멘터리를 하는 이유는..

아무리 생각해봐도 배울 게 많아서 인 것 같아요.

저 같이 미숙한 인간이 다큐멘터리를 만들면서

세상을 좀 더 잘 이해하게 되고

사람을 좀 더 잘 이해하게 되고

그리고 저에 대해 조금 더 잘 알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이번일로 전

주인공과의 관계,

그리고 관객과의 관계,

제 안에 있는 영상으로 이야기하는 사람으로서의 욕심.

그런 것들에 대해 알게 되었지요.

 

물론 그외 알게 된 많은 것들이 있지요.

그것에 대해서는 다큐에 나와있으니 보시고 확인해주세요.

이전 작업처럼 주장이 쎈것도 아니고 이목을 끌만한 영상도 없지만

제겐 참 소중한 작품입니다. 

제 이야기를 해야 해서 힘든 작업이기도 했고 주변 사람들에게 빚을 져야했던 작업이라

힘들기도 했지만 그래도 제가 성장한 모습이 담긴 작업입니다.

그래서 참 소중합니다.

 

제가 작업하는 동안,

제가 임신, 출산, 육아란 거대한 경험에 휘청거리는 동안,

그 시간을 함께한 진보블로거들을 초대합니다.

그러고 보니 블로그 화면도 이번 작업에 나오네요.

무의식에서 그 시간을 작업에 기록하고 싶었나 봅니다.

 

<멋진 그녀들> 서울여성영화제에서

4월 6일 6시/ 4월 12일 5시에 상영합니다.

장소는 신촌 아크레온 극장입니다.

 

영화제에서 초대권을 얼마 안줘서 저도 몇장 구입해야 할 것 같습니다.

몇장 여유있게 구입할터이니 못 구하신 분들 있으면 연락주세요.

ps. 여유분은 낼 알려드릴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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