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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고향만두 더럽게 맛없다.
고기에선 노린내가 나고 만두피는 다 찢어진다.
만두는 두부랑 숙주 잔뜩 넣고 약간 두툼한 피에다 담뿍 담아 주먹만하게 만드는 게 최고다.
맛없는데 그냥 먹었다. 혼자 앉아 열나 투덜거리면서 우적우적.
2.
창조적인 하루를 보내고자 책을 만들려고 했는데
집에 칼도 없고 가위도 없고 실도 없고 큰 바늘도 없다.
아.무.것.도 없다. 젠장.
3.
필름 스캔 몇 개 하다가 스캐너에 오류가 났다.
피씨 재시작하면 된다기에 두 번이나 재부팅했는데
계속 오류난다. 절대 안 된다. 완전 최고 짜증.
4.
집에 가야 되는데 너무 귀찮다.
옷도 안 갈아 입고 씻지도 않고 있다.
토스트가 너무 먹고 싶은데 나갈 수가 없다. 귀찮다.
웩웩.
배트의 글을 읽다가 지난 5월에 홈페이지에 써 놓았던 글과 사진이 생각났다.
다리가 겨우 의자 끝에 닿았던 꼬마 아이.
동대문 쇼핑으로 기분을 달래러 가던 길이었어.
맨 뒷자리에 앉아 잠이나 좀 자려는데,
귀여운 꼬마 셋이 내 옆에 앉아있었지.
제일 큰 형, 막내를 돌보는 누나, 그리고 다리가 겨우 의자 끝에 와 있는 막내 꼬맹이.
자꾸 이 아이들을 쳐다보게 돼서 잠을 못 잤어.
어딜 가는 길이야?
내 옆에 앉았던 분홍색 잠바를 입은 여자 아이에게 물었지.
엄마 보러 가.
엄마 보러? 엄마 어디 계신데?
공장에.
그 때 시간은 8시가 넘어 어둑할 때라, 꼬맹이 셋이서 엄마 공장을 찾아서 버스 타고 간단 얘기에 좀 놀랐어.
엄마 공장은 어디야?
어딘 지 알아. 조금만 더 가면 돼.
아이는 너무 씩씩해 보였고, 자꾸만 미끄러지는 동생의 다리를 모아주느라 정신없어 보여서 더 이상 말을 걸지 못했는데,
맨 창가에 앉아 있던 큰 오빠는 책임감에 얼굴이 무거워져서,
괜히 말을 거는 나를 의심스런 눈초리로 쳐다봤어.
근데, 난 그 아이들이 너무 예쁘고, 또 대단해보여서 눈을 뗄 수가 없었지.
내릴 때도, 자기도 이 버스 속에선 작고 작은 꼬맹이인데도, 동생이 넘어질까 끊임없이 잡아주는 아이를 보니까, 내 어릴 때도 저랬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어.
동생 손 잡고 버스 타고, 처음으로 엄마 사무실에 찾아갔던 기억이 났어.
그 사람 많던 동대문에서 그 애들은 너무 작아 쉽게 사라져 버렸지만,
그 꼬맹이들이 나보다 더 어른인 거 같아 부럽기도 했어.
사진이라도 한 장 찍어두고 싶었는데, 큰 오빠의 눈초리 때문에 몰래 겨우 한 장 찍었다. 막내 꼬맹이의 다리가 정말 귀여웠는데. 그 꼬맹이들의 뒷 모습에 괜시리 울컥거렸는데...
정말 웃기게도, 결혼하는 꿈을 꾸었다.
그것도 딱 결혼식 장면이었다. 결혼식 직전에 드레스를 입고 있는 내 모습 시작해서, 우여곡절 끝에 결혼식이 끝나는 것.
그런데 이 꿈 속에 최근 내가 고민하고 있는 수 많은 것들이,
무슨 소설 속의 알레고리처럼 다 숨겨져 있었다.
말도 안 되는 장면과 말도 안 되는 상황이었는데도,
일어나서 나는 내 마음을 다 들켜버린 것 같아 허허 하고 웃어버렸다.
오늘 종일 꿈 속의 장면들이 생각났다.
꿈 속의 나의 미안한 마음도,
어쩔 줄 모르는 선택의 순간도, 그리고 후회도 그대로 그렇게
하루종일 마음이 저릿저릿 아팠다.
오늘 밤은 행복한 꿈을 꾸면 좋겠다.
토마상 그림은 포근해서 좋아.
나도 늘 마음속으로 계속계속 얘기하는데,
마음 속에서 크게 말하는 법을 아직 몰라서,
내 몸은 잘 듣지 못하나 보다.
아, 그러니 잘 좀 해라. 너도.
아주아주 미운 사람이 있다.
아니, 미운게 아니라 싫은 사람.
화가 났다.
화가 너무 많이 나서 그 사람을 만나서 싸대기라도 한 대 올려 붙여주고 싶었는데,
다행인지 불행인지 그 사람을 더는 만날 기회가 없을 것 같다.
다른 사람들에게 상처를 준 만큼
당신도 그 만큼, 받을 지도 몰라.
그러니 그렇게 함부로 말하고 다니지 말아줘.
여기 와서 이 글을 읽을리도 없지만,
그래도 그렇게 살지 말아줘.
부족한 것 없는 채로 살면서, 그래도 당신이 갖지 못한 것에 대해서
그런 식으로 말하지 마.
갖고 싶은 걸 갖지 못했다고 그렇게, 그러면 안 되지.
정말 싫다, 당신.
뎡야핑님의 [Georgy Porgy] 에 관련된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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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건 Eric benet (feat. Faith Evans)의 조지 포지 라우
예전에 좋아했던 만화 중에 119구조대라는 게 있었다.
바로 요것. (최근에는 슬램덩크마냥 큰 새 책으로 나왔다. 아 사고싶어)
주인공인 다이고는, 본능에 충실한, 문제많은, 천재, 소방관이다.
슬램덩크의 강백호처럼,
원래는 잘 하는 것 없는 문제학생이었는데,
어쩌다(?)-사실 좋아하는 여자때문에 ㅋ - 하게된 소방관 일에
천부적인 소질이 있었던 거다.
이론이나 규칙 같은 건 잘 모르지만 순간순간의 느낌으로 누구보다 화재현장을 잘 진압해내는, 꼬맹이 녀석.
아, 어쨌든 만화의 이야기를 주저리주저리하려던 건 아니고,
(언제나 주저리주저리 하고 싶어지는 이야기이긴 하지만)
다이고 녀석의 한 가지 철학이 오늘 문득 떠올라서인데,
바로 이거다.
"나와 가까운 사람은 가장 나중에."
화재현장에서 사람들을 구할 때, 다이고는 늘 가장 가까운 사람을 마지막에 구했다.
약간 다른 맥락이기는 하지만 나는 좀 그런 편이었다.
가까운 사람에게 가장 불친절하게, 대해왔다.
약속을 정할 때도, 일을 할 때도 가까운 사람은 늘 우선순위에서 밀어냈다.
그래도 다 이해해 줄 거라고 생각했기도 하고,
그래야만 할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이기도 했다.
가까운 사람을 가장 나중으로 두는 건, 나의 철학이기도 했다.
그러면서 깨달은 건,
화재현장에서 본능으로 모두를 살려낼 수 있는 사람도 아닌 나에겐,
가장 가까운 사람만을 구해내지 못할지도 모르는 나에겐,
이건 상당히 필요없는 책임감이며 나의 가까운 사람에게는 상처 일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어쨌든 그래서 나는 그 쓸데없는 철학을 버렸었는데,
요즘엔, 그게 조금 다른 방향으로 작용하고 있다.
해야 할 일과 해야 하는데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하는 일은 아니지만 무지 하고 싶은 일이 있을 때,
나는 고스란히 이 위에 쓴 순서대로 그 일들을 진행한다는 거다.
그래서 오늘 약간 우울해졌다.
해야 하는 일은 아닌데 무지 하고 싶은 일이, 상처 받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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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심한 어름괭이... 캐츠비와 스캔은 어찌되었여부가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