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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만화영화책 - 2004/12/27 11:25

* 이 글은 丹風露離.님의 [하울의 움직일 수 밖에 없는 성.] 에 관련된 글입니다.

관람 끝나고 나오자마자 같이 본 이가 하는 말.
"아니, 대체 사람들은 왜 전쟁을 하는 거야?"

땡~! 이렇게 반응하면 반칙~!

 

그냥 애가 되었다고 생각해주세요.
그럼 모든 상황이 대체로 이해가 될테니...

 

그럼 그냥 아이가 보는 영화인게 아니냐고요?
그렇게 단정짓기 어려운 결정적인 이유가 있다. 바로 여주인공 소피.
등장할때마다 얼굴의 주름 갯수와 얼굴크기, 몸 크기가 변하는 소피는 어른이 보기에는 맥락 있어보여도
아이에게는 그저 서로 다른 소피 여러명이 왔다갔다 하는 모습.
나올때마다 "쟤는 누구야?"라며 물어볼 것이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은 주인공들의 날고 뛰는 장면들만으로도 모든 것을 용서하며 봐줄거다.

 

그렇긴 해도 이 영화, 역시 주타겟은 어른이다.
그런데 그냥 어른이 아니라 어른의 마음을 버린 어른이야말로 제대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영화 장면중에서
하울의 머리 염색 마법이 풀려 원치 않는 색으로 변한 머리를 보며 오열하는 장면이 있는데,
같이 본 다른 이가 이런 말을 했다.

"꼭 내 딸 **를 보는 거 같더라"

 

나이도 엄청 먹은 거장 주제에 제 나이 까먹고, 남도 까먹게 하는 영화를 만들어버리다니,
미야자키하야오야말로 대단한 마법사.

 



하울 제자의 변신 장면,

하울이 염색 잘못되어 울부짖던 장면,

허수아비가 저주 풀리며 원래 모습으로 돌아가는 장면,

그리고 그녀(소피)의 모든 것.

 

* 사족

전작들과 비교하건대 하야오가 만든 [하울***]은

그닥 메시지 전파에 관심있어 보이지도 않지만,

그저 그런 멜로물도 아닌 것이,

뭔가 한꺼풀 은근슬쩍 넘은 듯 보인다.

 

그게 위로 뛴 건지 옆으로 뛴 건지 뒤로 뛴 건지 알 수는 없지만,

어쩐지 살갑게 느껴져서 기분 좋음.

 

그래도 그놈의 애정결핍은 나이들어도 어떻게 안되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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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2/27 11:25 2004/12/27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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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만화영화책 - 2004/12/19 19:47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진행중인 제3회 [[서울국제미디어아트비엔날레]],

본전시의 전시제목은 바로 [디지털 호모 루덴스]입니다.

 

'호모 루덴스'란, 네덜란드 문화학자 호이징가가 인간의 문화는 이성, 사유가 아닌 놀이/유희에서 형성된 것이라는 의미에서 '유희의 인간'이라 지칭한데 유래한대요.

 

특히 이번 전시는 오늘날의 놀이/유희가 디지털문화와 결합하는 것에 주목하여

디지털화된 게임/놀이를 통한 사회,문화적 메시지들을 작품속에서 볼 수 있습니다. 

대체로 반전,평화의 메시지들이 많은 편이고, 외모지상주의나 자본의 추악한 모습을 다룬 작품도 있어요. 하지만 제가 작가의 의도를 못읽었는지 몰라도, 말 그대로 '게임/놀이'인 작품도 있습니다.

 

결론 먼저 얘기하자면  '재미'있었습니다~~!

시간되시면 꼭 가보세여 (O.O)b





[디지털 흔들목마]는 정말 아이들이 좋아하더군여. 목마를 타고 흔들면 스크린에서 전진하게 됩니다. 방향 전환도 되고요.(안타깝게 어른이 탈 수 있는 사이즈는 아니었던 것 같네여..-_-;;)

 

 


 

 [벨벳-스트라이크]는 3명의 작가가 실제 전쟁시뮬레이션 롤플레잉 게임을 해킹해서 전쟁놀이는 안하고 그림같이 -주로 반전 메시지가 담긴- 낙서를 하는 행동을 영상으로 잡은 겁니다.

몇몇 샘플삼아 프린팅한 사진도 있고요.

(음... 사보곰탱, 혹시 너냐?)

 

 

 

이 작품의 제목은 [테두리]였던 것 같은데, 가물가물... 앞의 아이들이 손에 쥔 검은 상자를 움직이면 스크린상의 의자들이 같이 움직입니다. 신기하던데요.

 

 


이 작품은 [e-서울 e-Seoul]코너에 있었던 것 같지만 역시 가물가물... 옆에 서있는 사람들이 손을 움직이면 조명이 비춰져있는 사각형 모양이 마치 젤리처럼 손을 피해 움직입니다.

근데 안타깝게 하는 장면만 찍어놓은 거예여. 해보고 싶다~!

 


 [무제]인 이 작품은 미술관 복도 벽에 낙서하듯 그려놓아져 있던 거예요.

역시나 반전 메시지와 디지털화된 도시안의 사람 모습을 많이 담고 있더라구요.

위에 노트북처럼 머리 뚜껑 열린 모습은 주말 진보넷 기술국 식구들의 모습이었나?

 


 

이 작품 [오사마 빈라덴의 집]은 실제 빈라덴이 살던 집을 3D로 만들어 보여주고 있어요. 게다가 앞에 조이스틱이 있는데 움직임에 따라 실내를 돌아다닐 수 있어요~!

작가는 텅빈 오사마 빈라덴의 집을 보여주면서 과연 누구를, 무엇을 잡기 위한 전쟁인지, 전쟁의 무의미성을 보여주려 했다는 군요.

 


 

이건 국내 홍성담 작가의 작품인데 감옥에 있었을때의 자신의 상황이나 감정을 스타크래프트 게임에 이입시켜 만들었어요. 이것도 꽤 재미있었어여.

 

 


 

이건 중국작가의 작품 [기념식]인데요. 이 영상물, 발레 공연이거든요? 한참 앉아서 봤는데, 발레에 대한 선입견이 있어서 그랬는지 정말 신선(O.O)w

 


[게임조각들]이라는 이 작품은 천장에 달린 돌아가는 원통의 그림자를 통해 벽면에 마치 그림자 동화가 지나가는 듯한 느낌을 주는 작품이예요. 이런 건 직접 만들어보면 재미있겠다는 생각도...^^

 

이밖에도 좋은 작품, 많았어요.

원래 영상설치물은 별로 안좋아하는데,

이번 전시에는 참여적 전시물이 많아서 유쾌하게 관람이 가능했던 것 같아요.

 

게다가 [격자무늬:이츄]나 [미용공구세트] 같은 그저 영상만 보여주는 작품 역시 상당히 재미있더군여.

군데군데 앉을 때도 많아서 2시간 잡고 가셔도 힘들지 않을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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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2/19 19:47 2004/12/19 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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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만화영화책 - 2004/12/19 17:14

요즘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제3회 서울국제미디어아트비엔날레]] 중이죠.

본 전시 말고 특별전시로 [퍼니 퍼니처] 도 하고 있는데요.

전시장 곳곳을 돌아다니다보면 복도에 재미난 의자들을 발견할 수 있습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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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2/19 17:14 2004/12/19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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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만화영화책 - 2004/12/08 22:46

Luna님의 [[초강력추천만화]내 마음속의 자전거] 를 읽다가

문득 '내가 최근에 본 재미있는 만화가 뭐였더라?' 생각해보게 되었다.

 

음... 아마도...

[서양골동양과자점]으로 유명한

요시나가 후미의 [플라워 오브 라이프] 1편이었던 것 같다.

 



요시나가 후미의 작품을 즐겁게 읽을 수 있는 건,

다소 불편한 과거의 사연이 있는 인물들과

그들의 사소하지만 이벤트같고 활력이 느껴지는 일상과

이 모든 것을 책이라는 2차원 공간에 담아내는 솜씨좋은 작자의 구성 때문이다.

 

[플라워오브라이프]에도 나를 만화책으로 이끄는 다양한 인물들이 나온다.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백혈병을 앓고 고등학교도 1년도 꿇어들어갔으나 여전히 씩씩한 녀석,

백혈병으로 아이를 낳지 못하게 될 아들을 걱정하는 아버지,

동생을 부려먹는 듯 보이나 실은 많이 챙겨주는 누나,

누구에게나 편안함으로 감동을 주지만 뚱뚱해서 약간 스트레스 받는 녀석,

만화 매니아에 남다른 사고방식으로 타인의 이상한 주목(?)을 받는 녀석,

불륜인 주제에 아이들에 대한 시선은 괜찮은 것 같아보이는 교사들...

 

1권밖에 못봤지만 마지막권까지 이어질 느낌을 알고 있다.

아마도 요시나가 후미가 만든 인물들은  

여러 소소한 일들을 겪게 될 거고,

자기중심으로 하던 생각의 폭에 타인이 끼어들게 될 거고,

그로 인해 사람을 보고, 알고, 이해하게 될 것이며,

왠만하면 다들 행복해질 거다.

 

하지만 이 만화는 결코 온정적인 눈길이나 해피엔딩을 위한 장면 연출로 이어지지 않는다.

그들이 겪게 될 소소한 일상에는 가슴 아프거나 기분 나쁜 경험들도 많이 포함될테지만, 동시에 그것을 받아들이고 이겨내는 사람 냄새 나는 이야기들로 채워진다.

 

사회에 대한 인식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사람이 사람을 보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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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 그래도 영어 제목으로 뽑은 한글판이라니, 그건 맘에 안드네.

* 마지마의 고시엔 고분을 둘러싼 엽기적인 사고 체계와 대응방식은 새삼 작자의 섬세한 일상 인식의 폭을 깨닫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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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2/08 22:46 2004/12/08 2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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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만화영화책 - 2004/10/29 20:43

인디다큐페스티발이 어제 개막했다.
 <--- 개막식때 이 애니가 짤막하게 상영되었는데, 마지막 대사가 걸작.

 

"어쩌죠? 혁명이라도 할까요?"

(약간틀릴지도...)

 

개막 첫 작품은 [진실의 문].

김훈 중위 의문사 사건을 다룬 다큐.



98년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내 미군 관할 지역에서 한국 군인 1명이 총상으로 죽었다. 군에서 발표된 사인은 당연히 자살.

그의 죽음에 의문을 가진 가족을 시작으로 인권단체, 변호사, 의학박사 등 수많은 사람들의 조사가 이어졌고, 한때 특별조사단까지 꾸려졌었다.

 

지난 6년간,

2.4 M 높이의 낮은 벙커안에서 머리에 총알이 관통했던 김훈중위의 주검에 대해

매번 내려지는 동일한 결론(?)은

98%의 타살의혹에 맞서

2%의 예외적 자살 의혹을 주장한 국방부와 군부대, 당시 군의관들의 승리였다.

 

이러한 일이 가능한 세상이 바로 이곳, 당신과 내가 숨쉬는 이 곳이다.

나의 귓가에도 김훈 중위의 외침이 들리는 듯하다.

 

'내가 왜 죽었는지 나도 궁금해요'

 

다큐가 끝나고, 김훈 중위의 어머니가 사람들을 붙잡았다.

그동안, 그 6년동안 어떻게 살았는지, 무엇을 보고 어떤 말을 들어왔는지, 그리하여 어떻게 생각하게 되었는지... 모두들 흐르는 눈물을 감추지 못하였다.

내가 그의 어머니이고 아버지였다면 지금 그들과 같이 의연한 모습을 할 수 있었을까?

 

----------------------------------------

이 글을 읽는 당신,
당신은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 보았는가?
그런 경험이 있다면 이 영화를 보며 웃으시오.
그렇지 않다면 이 영화를 보고 잠깐 우시오.

------------------------------ 김희철감독

* [진실의문] 홈페이지 - http://www.truthgatefilm.org

* 인디다큐페스티발 2004 - http://www.sidof.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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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0/29 20:43 2004/10/29 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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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만화영화책 - 2004/09/28 01:04

한때 엥겔지수보다 만화책 대여비가 더 높았던 jineeya..-_-;;;

 

만화책에 대한 증상은 약간 중독 상태가 있어서 상당히 조심해야 하는데, 그나마 다행인건 항시적인 상태가 아니라 일정 주기를 탄다는 점이다.

그러니 대략 1개월 남짓 중독되고 나면 남은 5개월정도 만화책 없이도 거뜬!하게 살 수 있는.... 뭐 그런 상태...

아~~ 잠이 모자란다. 졸립다...T.T



요즘 테마는 확실히 '야오이' ^^;;

 

계속 야오이만 뒤지면서 보다가(거의 드라마수준으로 중독됩니다...-_-;;) 

왠걸 (O_O)?

[뉴욕뉴욕] 과 [동서애]를 발견하고는 약간 놀랐다.

사실 일본만화책의 야오이는 진짜 황당무개 스토리와 마쵸대왕1인+여자대역1인 을 주인공으로 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두 만화의 경우에는 현실이라는 배경을 두고 스토리를 전개해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비록 동성애자들의 현실은 만화속의 그 '현실'이 아닐지라도...

 

[뉴욕뉴욕]


출처 : 인터넷서점 알라딘

 

[뉴욕뉴욕]는 [아기와 나]로 유명한 라가와 마리모의 작품.

처음엔 '실화'가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들었지만, 곧 두 남자가 겪는 사건들이 하도 많아서 역시 '창작의 세계'였음을 바로 깨닫게 되었다.

뉴욕을 무대로 20대에 만난 두 남자가 사귀다가 동거하고, 주위사람들에게 커밍아웃하고, 바람도 피고 강도도 당했다가, 결혼식에 심지어 납치, 육아까지~!

파트너중 한명이 80대가 될때까지의 거대한 여정을 4권의 만화책에 빼곡히 담아놓았다.

 

스토리도 짜임새있고 어찌나 감정이입도 잘되는 지 서평중에는 울었다는 내용도 꽤 눈에 띈다. 그리고 나름대로 사회적 소수자로서 고민되는 점이나 느껴지는 외부의 시선에 대해서도 많은 공을 들인 것 같다.

현실감과 멜로를 잘 조화시킨, 운명을 믿는 사람들에게 확신을 줄 순정만화..

 

[동서애(同棲愛)]


 출처 : http://ecomixshop.co.kr

 

[동서애(同棲愛)]는 일본에 사는 10~20대 남자들의 얽히고 섥힌 -우정을 포함한- 애정관계를 그린 만화이다.

적어도 4명이상의 인물들이 등장하여 정신없이 그물처럼 엮여지는데, 그것만 아니면 훨씬 현실적이었을 듯...

그래도 [뉴욕뉴욕]만큼이나 스토리가 탄탄해서 읽을 재미가 있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주인공들의 애정행각이 현대사회라면 있을법하여 현실감이 있는 것까지는 좋은데, 사회의 소수자로서 부딪치거나 갖게 되는 고민에 대해서는 이야기안에서 읽혀지지 않는다.

뭐랄까? [해피투게더] 여러 편 본 기분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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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9/28 01:04 2004/09/28 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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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만화영화책 - 2004/09/20 00:23

그대가 장예모 감독의 영화들을 봐왔다면?

다 안봤더라도 가장 최근의 [영웅]을 봤다면?

그런 그대가 [연인] 포스터를 보았다면?

 

영웅의 "天下"라는 테마에 기분 더러워졌으나 그 화려한 화면과 배우들의 연기를 떠올리며, 이연걸과 견자단의 기원 장면의 재현을 꿈꾸며, 결국 영화관에 들어가 [연인]을 보게 되었다.

 

그런데 그 결과라는 것이 참....^^;;



 
잘 이해가 안되겠지만 정말로! 진실로!
영화 보는 동안 거의 10분에 1번씩 관객석에서 폭소가 터져나왔다.
 
주로...
몸짱이나 연꽝(연기 완전 꽝난)인 금성무 등장할때,
이런 금성무와 유덕화가 덤앤더머식 대화를 나눌때,
아무리 뜯어봐도 장쯔이와 서있으면 원조교제 분위기가 나는 유덕화 등장할때,
장쯔이가 죽었는 줄 알았는데 계속 살아날때,
다들 황당함에 치떨어하며 흘러나오는 웃음소리때문에 이 영화가 결말에 어떻게 수습할지 처절한 기대감을 갖게 되었다고나 할까?-_-;;
 
그러나 기대는 어디까지나 기대일뿐.
유덕화와 금성무가 목숨 걸고 휘두르는 칼자루는
정신적 정화도, 화면에 대한 애착도, 연기에 대한 환상도 모두 앗아갔다.
 
장쯔이의 연기가 아깝고,
금성무의 캐릭터가 아깝고,
유덕화의 미덕과 연륜이 아깝고,
사용된 무술과 예술감독들의 재능이 아깝고,
쓴 돈도 아까운,
장담컨대 장예모 최악의 영화로 기록될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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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9/20 00:23 2004/09/20 0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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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만화영화책 - 2004/09/14 19:38

* 이 글은 님의 [요코와 해프닝] 에 대한 트랙백 입니다.

오노요코 회고전...

벌써 1년도 더 되었나보다.

나도 그 회고전 봤었는데, 보고 난 감상기 비스므리한 글의 날짜로 봐서는 2003년 7월...

사다리 위의 'Yes'... 나도 왠지 삶이 밝아지는 기분이 들었던 것 같아...^^



내가 아는 오노 요코는 존레논의 부인이었고, 오래전 TV에서 퍼포먼스했던 장면을 봤던 것 같고, 영국사람들에게 더럽게 욕 많이 먹었겠다라는 것이다.
이번에 회고전을 한다길래 TV에서 봤던 도도해보이던 요코가 떠올랐고, 일생 너무나도 유명했던 남편 그늘 뒤에 있던 그녀의 진짜 모습이 궁금해졌다.
언뜻 봐도 겉멋들어 보이는 상류층 여인으로 내머리속에 남은 그녀를 알아보기 위한 전시회 관람, 이번엔 정말 망치로 몇대 맞은 것 만큼이나 머리속이 많이 깨져버렸다.
실존주의 철학에 심취해있었다던 그녀, 작품 하나하나가 행동만으로 구현해도, 생각만으로 구현해도, 과정만 해도, 결과만 봐도 되는 놀라운 것들이었다.
삶이 심심한 당신 옆에 은근슬쩍 재미있어 보이는 지시문을 한장 날리는 그녀, "너도 해봐, 재미있다"라는 미소를 머금고 손을 내미는 당당하고 따뜻한 그녀, 내가 찾은 그녀는 관람자 옆에 서서 함께 하고, 부담스러워하면 그림자가 되는 그런 사람이다.







들어서자마자 "집을 지으시오"라는 제목의 이 작품을 접할 수 있다. 사람키가 넘는 아크릴(맞나?) 벽집은 미로처럼 통로가 나있다. 이런 작품을 보면 누구나 한번쯤 들어가서 서성거리고 싶은 생각이 들거다.
그래도 식상하다. 이런 작품, 이미 누군가 해본거 아닌가?
그런데 작품설명에 적힌 오노요코의 지시문를 읽어보니 "일몰이 만들어 내는 특별한 프리즘 효과만으로 존재하는 벽으로 이루어진 집"을 지으라는 것이었다.
아, 그렇구나. 이 벽은 빛으로 지어진 벽. 해변가 언덕에 일몰의 햇빛을 받아 이런 벽이 지어져있고 반사되어 무지개가 보인다면?
상상만 해도 멋진 장면이다.

본격적으로 통로에 들어가면 한쪽 벽면에 일본어로 쓰여져 있는 지시문들이 잔뜩 붙어있다.
지시문은 말그대로 그녀의 지시가 적혀있는 글들로, 많은 작품들에서 이러한 방식이 채택되고 있었다.
지시문들을 "Grapefruit"이라고 부르던데 이유는 모른다. 설명이 없다!

지시문 한장에는 제목과 활동내용이 있고, 활동내용은 1. 2. 3. 과 같은 번호를 붙여 해야 할 행동의 순서대로 적어놓았다. 예를 들어 "1. 담배불로 종이에 구멍을 내라", "2. 꽃을 심어라" 등등..
다 읽어보고 싶었는데, 사람에 치여 결국 한장도 제대로 못봤다.
벽이 끝나갈 쯤에는 지시문대로 행동한 결과물이 사진으로 찍혀져 있고, 두툼한 "Grapefruit"가 묶여져 책으로 만들어져있었다. 작품이니 복사본이 나올리 없고, 해리포터의 마법책과 같아 보여서 정말 한권 갖고 싶어서 미치는 줄 알았다.

지시문들에 둘러싸여 있는 사다리 작품은 "천장회화(예스회화)"라고, 사실은 사다리가 중요한 게 아니라 천장이 더 중요하다.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매달려있는 돋보기로 천장으로 보면 아주 작게 "YES"라고 쓰여져있다. 이 회고전의 정식명칭도 "YES ONO YOKO" 인데, "YES"란 긍정적인 삶의 태도를 주지하는 그녀의 중요 모티브중 하나다.
이 작품의 제목은 "못박기 회화"로 오노요코가 작성한 지시문에 포함되어 있는 내용중 하나이다. 여기 박힌 못은 61년도에 진짜 관람자가 함께 작업한 것이다.
그러나 오노요코의 작품은 결코 전시회에 와야지만 참여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지시문에는 "매일 아침 못을 거울에, 유리 조각에, 캔버스에, 나무 또는 금속에" 박으라고 되어 있으니...

그녀의 지시문은 그야말로 "지시적"이다. "***하시오"라는 지시와 "*** 끝납니다"라고 끝나는 시점까지 다 정해버린 이 문장들에 "네가 뭔데 이런 걸 시켜?" 라고 버티면 예술의 향유는 끝난다.
그냥 즐긴다고 생각하고 따라하면 그녀가 본 세상을 같이 볼 수 있을 지도 모른다.
게다가 대단히 훌륭하게도 굳이 때와 장소를 가리게도 하지 않고, 직접 행동을 옮겨야만 하는 것도 아니고 머리속으로 순서대로 상상만해도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다.
이 작품은 "자르기"로, 예전에 내가 TV 에서 본 퍼포먼스가 바로 이거다. 아마 존레논의 부인이 어떤 사람인지 소개하는 자료화면으로 나왔던 것 같다.
그당시 나의 감상은 서구의 자유주의를 향유하고자하는 동양 여자의 만용이었다.
이런 생각으로 40분정도 분량이라는 퍼포먼스 비디오를 10분정도 지켜봤는데, 완전 쇼크였다.
관람자는 돌아가면서 무대에 올라와 가운데 앉아있는 오노요코의 옷을 가위로 잘랐다.
오노요코는 무표정하게 움직임이 거의 없지만, 간혹 취하는 움직임은 사진과 같이 가슴이 보일까봐 손을 올리거나 다리를 꼬아 몸을 움추리는 행동등이었다.
이건 만용이 아니라 두려움이고 공포였다. 어디로 들이닥칠지 모르는 가위의 습격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바로 그것이었다.
정말 울고싶어지게 만드는 작품이다. 오노요코 작품중에 가장 따라하고 싶지 않은 작품이며, 이번 전시회에서 가장 인상에 남는 작품이었다.
벽의 설명문에 보니, 페미니즘 퍼포먼스 역사상 아주 중요한 작품이라고 적혀있었다.
원래 평화주의자였던 오노요코는 존레논과 만나면서 둘이 함께 평화를 위한 각종 예술 행사를 많이 한 모양이다.
이건은 69년도에 암스텔담 힐튼 호텔에서 한 "침대시위" 사진으로 당시 신혼여행중이었고, 기자들을 초대해 비폭력 저항의 메시지를 전했다고 한다.
이거 말고도 뉴욕인가에 어느 건물에 "War is Over"라는 반전평화 간판을 제작하기도 했고, 콘서트도 하고 상당히 다양한 평화운동을 행했던 것 같다.
오노요코는 전남편도 일본인 작곡가여서 음악에도 조예가 깊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존 레논과의 공동작품에는 카메라 촬영과 음악을 통해 자연으로의 회귀를 갈구하거나 평화를 외치는 작품도 몇가지 눈에 띈다.
전시회 끝무렵에 나타난 이 거대한 체스판 작품의 제목은 "신뢰를 갖고 하시오". 작품 설명에 적힌 지시문은 정말 걸작이다.

1) 자리선택 : .....높거나 낮은 자리를 고르시오 (사다리를 이용하거나......
2) 게임진행
3) 당신의 생각을 경기자들에게 전달하려 하시오 .......

높거나 낮은 자리라니? 20석인 의자들은 높낮이가 모두 동일하다. 그나마 친절하게도 사다리를 이용하거나 등등 의 방법을 적어놓았다.
하긴, 어디서 봐도 나와 가장 가까운 의자가 제일 높고, 가장 먼 의자가 제일 낮구나.
생각을 전달하는 방법도 플래카드에 적거나 크게 외치거나 마음속에서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된다.
사실 거대한 순백색의 체스판이 10개에 역시 순백색의 의자가 20개나 있으니, 그 아름다움에 취해 갖고 싶다는 생각밖에는 별 생각 없었는데 문득 떠오른 것이 있었다.
원래 전시회 입구에 똑같이 생긴 체스판 1개와 의자 2개가 있었는데, 한가족이 앉아서 열심히 체스놀이를 하려고 준비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아내가 남편에게 물었다. "이거 둘다 흰말이네. 이걸로 어떻게 놀지?"
평화주의자였으니 적군도 아군도 없는 상태에 대한 해석일수도 있고, 생각으로 구현하는 작품의 완성을 의미할 수도 있고, 인간에 대한 신뢰를 표현하는 긍정적인 사고의 발현일수도 있다.
우습게도 나는 그녀의 의도가 어떤 것이었는지에 대한 관심은 별로 없다. 그냥 이 체스판으로 연습하면 머리속으로 앞의 몇십수를 내다본다는 이창호만큼 뛰어난 체스선수가 될수 있지 않을까 하는 행복한 꿈을 꾸고 있었다.^^

그림, 조형, 설치, 영화촬영, 퍼포먼스, 문장등 실로 다양한 영역을 섭렵하며 관람자와 함께 하는 작업을 해온 그녀는 매우 자유로워보였으나 언제나 자유를 꿈꾸는 자였던 것 같다.
그럼 결론은 "자유롭지 못한 자"였던 건가?
작품 대부분이 지시적이지만 폭력적으로 느껴지지 않은 건 바로 관람자에게 자유를 주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녀는 옆에 앉아서 또는 뒤에 서서 "이거 해봐라, 저거하면 끝난다"라고 했지만, 내가 뭘 느껴야 하는지 정해주지는 않았다.
그런 의미에서 그녀의 작품은 비폭력적이며 자유를 희구하는 자의 것이다. 느낌의 강요를 만드는 거대하고 웅장한 작품들 내지는 그런 미술평론들 에서 다소 자유롭다.

* 전시장에 대한 뒷다마 :
이 전시회는 시청역 삼성생명빌딩안에 있는 R갤러리에서 한다.
삼성생명빌딩의 웅장함과 앞의 넓은 보도블럭에 감동받은 나는 R갤러리에도 환상을 품고 들어갔는데, 상대적으로 과천의 H 미술관이 얼마나 좋은 미술관인지 깨닫고 나왔다.
공간이 너무 좁아서 주말 사람 북적거릴 때 갔던 걸 매우 후회해야 했고,
퍼포먼스와 설치가 많은 오노요코의 작품에 맞지 않는 옷이라고 몇번이고 머리속에서 외쳐야 했고,
나가는 길에 상품점을 들려야하는 구조에 삼성이라는 회사 이미지가 겹쳐져 버렸고,
구석구석 웅장함을 더하기 위해 설치된 헛된 공간 낭비에 눈쌀 찌푸려야 했다.

비록 소심하지만 평생 S 라는 기업과는 관계 없을테고 내 글 때문에 관람객 수가 떨어질리도 없으니,
혹시나 전시회 관람후 위에 열심히 적은 나의 감상평은 "뻥카"가 너무 많다고 말씀하시는 분에게
책임의 반이상은 전시장이라고 외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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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9/14 19:38 2004/09/14 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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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만화영화책 - 2004/09/06 16:22
* 이 글은 jineeya님의 [회화의 죽음을 말하지 말라] 에 대한 트랙백 입니다.


다행이다. 회화 몇점을 인터넷에서 찾을 수 있어서...

이럴땐 스캐너 생각이 간절..(O_O)/

 

서울시립미술관에 가면 2,3층에서 그 유명한 [샤갈]전이 개최되는 동안

1층에서 꽤 젊은 화가들 사이에서 구상회화에 대한 재조명의 자리를 만들고 있다.

 

[삶의풍경(Life Landscape)]라는 제목의 이 전시에서는 황지우 시인의 '살찐 소파에 대한 일기'를 주제로 한 유화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다.

 

첫번째 구역인 '살찐 소파가 있는 풍경'에 가면 '소파'로 형상화되는 일상적인 삶의 모습이 펼쳐진다. 숲속에 버려진 디룩디룩 살찐 소파, 거실 소파와 혼연일체된 사람의 모습, 나른한 일상의 모습들..

두번째 구역인 '그 풍경속으로'에 가면 그 '소파'들과 사람들의 이그러진 내면의 모습을 볼 수 있다. 파열된 내장의 소파, 여자를 소파처럼 배고 있는 남자, 소파에 버려진 아이, 흡사 늑대와 같은 고독한 개의 모습...

 

확실히 샤갈의 섬세한 선과 엄청난 색감, 두터운 물감의 질감을 본다면

[삶의 풍경]은 약간 시시해보이거나 상상력이 부족해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나른한 현실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각과 시의 선율을 통해 오히려 현실을 표현했으되 굉장히 낯선 異공간에 서있는 느낌을 받게 될 것이다.

 

[샤갈]전을 보시는 분들은 1층의 [삶의풍경(Life Landscape)]전도 놓치지 마시라.

황지우 시인의 '살찐 소파의 일기'가 읊조려지는 전시장안에서 살찐 소파와 혼연일체된 인간의 모습과 그 내면의 고독을 만끽해보시라.

 

"나는 아침에 일어나 이빨 닦고 세수하고  식탁에 앉았습니다/아니, 사실은 아침에 늦게 일어나 식탁에 앉았더니/아내가  먼저  이 닦고 세수하고 와서 앉으라고 해서 나는/이빨 닦고 세수하고 와서 식탁에  앉았습니다..."

 - 황지우 시인의 '살찐 소파의 일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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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9/06 16:22 2004/09/06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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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만화영화책 - 2004/09/04 20:22

* 이글은 미갱 님의 진주귀걸이를 한 소녀 에 트랙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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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바로 불륜..

- [진주귀걸이를 한 소녀] 관람기 -

 

고요가 먼지만큼 깔린 공간.
한사람은 청소를 위해, 한사람은 그림을 위해 화실에 들른다.

 

화가의 그림과 화실에 묘한 감동과 긴장감을 느낀 하녀 그리트.
창가의 햇살을 받은 그리트의 얼굴을 보고 바로 붓을 잡아버리는 화가 베르메르.

 

그렇게
주변의 일상을 잠시 걷어내고 새로운 세상을 발견하게 된 하녀와
평생 처음으로 자신의 예술을 이해해주는 사람을 만나 돈이 아닌 자신의 의지로 그림을 그리게 된 화가가 만났다.



 

그리고
세상의 수많은 색을 알게 되고 알려주고, 물감을 만들고, 모델이 되고 그림을 그리고, 사랑에 빠졌다.

 

그러나
이 영화에는 그 흔한 러브신도, 베드신도 없다.
영화의 순결성을 위한 거냐고?
별로 그런 것 같지는 않다.
베르메르는 그리트를 위해(?) 자신의 아내에게 잘보이려고 6번째 아이를 임신시키고,
그리트는 어느날 귀에 닿은 베르메르의 손에 흥분하여 그날밤 바로 남자친구를 찾아가 섹스를 즐긴다.

 

어떻든
그들은 서로를 부여잡을 용기도, 남은 자들을 버릴 비정함도 선택하지 않았다.
그들은 그냥 그대로 원래 존재하던, 또는 앞으로 존재하게 될 그 위치로 돌아갔다.

두 사람, 함께 할 수 있었다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했을지 모르겠지만,
평생을 두고 남을 애절한 사랑도 아니고, 타인을 위해 희생하는 사랑도 아니다.
한마디로 타인의 이목을 끌 위대한 사랑은 아니었다.
그야말로 눈 돌리면 볼 수 있는 세상의 흔한 사랑이다.
서로의 세상을 잠시 엿보고, 서로 갈구하고 긴장하고 소유하고 싶은, 그러나 모험하지 않은...

 

그런데 그 흔한 사랑이 엄청난 긴장감을 느끼게 한다.
그들의 스킨쉽은 새끼손가락 살짝과 귀뚫을때 잠깐이었지만, 그들의 감정은 불륜이라 단언하게 만든다.
그들의 만남은 이내 끝났고, 둘이 도망쳤어도 곧 끝나버렸을지 모르겠지만 결국 예술이 남았다.
그리고 이 영화는 그 순간들을 보여준다.

 

에잇, 이런 영화를 보면 세상엔 천재가 너무 많아 짜증이 나려고 한다.
잘 만들었다! 꼭 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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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귀걸이를 한 소녀]는 네덜란드 화가 베르메르의 작품을 소재로 한 소설을 영화화 했다고 함.
* 사진출처

 : 씨네21 - http://www.cine21.co.kr

 : 마이페인팅 - http://www.mypainting.co.kr/gal/modify.html?category_code=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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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9/04 20:22 2004/09/04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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