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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개의 게시물을 찾았습니다.

  1. 2005/11/03
    단풍
    손을 내밀어 우리
  2. 2005/11/03
    헬기를 타다(5)
    손을 내밀어 우리
  3. 2005/11/03
    블로거 to 블로거(4)
    손을 내밀어 우리
  4. 2005/11/01
    깍두기(6)
    손을 내밀어 우리

단풍

현근님의 [관악산...] 에 관련된 글.

오프에도 산에도 함께 하지 못한 마음을 글 하나 묶어서 전해요~^^;;

 

사진도 한장 빌려다 쓸께요.

 




단풍이 아름다운 가을이다. 지금쯤이면 계룡산을 비롯한 중부권의 산들이 단풍절정기에 막 들어서고 있겠다. 주말이면 단풍에 취한 사람들로 산과 길마다 몸살을 앓는다. 빨강, 노랑, 갈색이 서로 뒤섞여 타오르는 가을산의 풍경에 반하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 곧 낙엽이 지면 다시금 인생의 허무함을 논하게 될지라도 지금 눈앞에서 이글거리는 저 선연한 색채 앞에서 무엇을 앞당겨 걱정하랴.


단풍의 정체는 무엇인가. 색깔의 근원으로 따진다면, 붉은색 계통은 안토시아닌(Anthocyanin), 밝은 오렌지색은 카로틴(Carotene), 노란색에서 오렌지색 계열은 크산토필(Xanthophyll), 그리고 갈색계통은 탄닌(Tannin)에 의해서 발현된다. 겉으로 보면 가을이 되어야 나타나는 듯하지만, 이러한 물질들은 사실 봄부터 생겨나서 어린 잎과 줄기를 자외선으로부터 보호하거나 엽록소가 제 기능을 다할 수 있도록 지키는 역할을 한다. 모름지기 잎의 주인이자 나무의 생명은 한결같이 엽록소이다.


가을이 되어 밤이 길어지고 기온이 떨어지면 나무는 월동준비에 들어간다. 물이 무엇보다 부족하므로, 물 쓰임새를 줄이기 위해서 잎과 가지 사이에 떨켜층을 만들어 물과 당의 이동을 막는다. 그래도 잎은 가을의 남은 햇빛으로 광합성을 계속한다. 이 때 만들어진 당은 다른 곳으로 이동하지 못하고 잎의 산도를 높여 엽록소를 파괴한다. 그 동안 엽록소에 가려져서 보이지 않았던 카로틴, 크산토필이 비로소 나타나고, 한편 남아있는 당을 이용해서 안토시아닌이 생합성된다. 탄닌까지 포함해서 단풍의 색깔에 관련된 물질은 모두 뿌리가 같다. 당에서 출발해서 각기 다른 경로를 통해 만들어지는 것이다.


같은 종류의 나무들이라고 해서 모두가 하나같이 똑같은 색을 보여준다면 단풍의 아름다움은 훨씬 못할 것이다. 단풍의 색깔은 같은 나무라도 잎마다 조금씩 색깔이 다르다. 온도, 햇빛, 물의 양에 따라서 단풍의 색채는 달라진다. 예컨대 붉은 색은 낮과 밤의 온도차가 크고 햇빛이 좋을 때 가장 좋다. 현란하고 다채롭고 아름다운 단풍의 색깔은 붉은색과 노란색과 갈색의 무수한 조합들이 만들어내는 변주곡이다.


하지만 단풍은 수명을 다한 나뭇잎이 안간힘을 써서 태우는 마지막 촛불같은 것이다. 사람으로 치자면 청장년의 시기를 지나 황혼으로 접어드는 때이다. 결코 드러나는 일 없어도 한평생 자기 몫의 노동을 다하고, 남아있는 생이 얼마가 되든지 끝까지 아낌없이 제 몸을 던진다. 그래서 단풍은 몇 가지 감춰진 색소의 조합에 머물지 않고, 복잡하고 어지러운 인간사를 아로새기듯이 지금 이 산과 저 산에서 활활 불타고 있는 것이다.


여느 해보다 더 곱고 뜨거운 단풍 앞에서, 우리네 노동운동판이 제 스스로 자연의 일부임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투쟁을 하든지 교섭을 하든지 선거를 하든지, 제발 상식과 순리를 좇아가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2005. 10.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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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기를 타다

너무 고단한 날들이다.

 

그 놈의 맡은 일 때문에

충주호리조트에서 민주노총 수련회 끝나고

눈 부릅뜨고 새벽길을 달려서 광주에 갔다.

 

오전에는 회의,

오후에는 헬기를 타고 광주-담양-장성-나주 일대를 둘러봤다.

 

내일은 기필코 사무실에서 내 몫을 다해야 하므로

헬기에서 찍은 사진 몇 장만 맛보기로 올려 두고,

고만 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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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거 to 블로거

알엠님의 [블로거 투 블로거] 에 관련된 글.

전번에 알엠의 간장오타맨 블로그에 대한 얘기를 감동깊게 읽었는데

그게 간장오타맨에게서 내게로 바통이 넘어왔다.

 

나는 알엠이나 간장오타맨처럼 그렇게 맛깔스런 글도 못쓰고

더군다나 사람(블로그 또는 블로거)에 대한 글이라니

이를 어째, 이 일을 어쩌나 하면서 차일피일하다가

어차피 누군가에게 바통을 넘겨야 한다는 것을 깨닫고

알타리무로 깍두기 담그던 밤에, 뒤늦게 부랴부랴 썼다.

 

꼬마게시판 시절을 거쳐 블로그 시절까지 오면서

참 많은 사람들을 새롭게 만났고 그들 모두가 고맙게도

내게 좋은 동무, 멋진 동지들이 되어 주었다.

 

하지만 아직도 술 한잔 나누지 못한 블로거들이 제법 있으니

풀소리도 그들 중 한 사람이다.

블로그만 통해서 봐 놓고서 인간 풀소리를 너무 아는체 했으니

노동자대회 전야제쯤에서 만나면 벌주나 한잔 사야겠다.^.~



풀소리의 작은 목소리(http://blog.jinbo.net/jium)


세상은 전쟁터이다. 총부리를 서로 겨누지 않아도 도처에서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인간에게 가장 무서운 존재는 호환과 마마가 아니라 인간 자신이 되어버렸다. 사람들은 날마다 쫓겨나고 두들겨맞고 급기야 죽임을 당한다. 사는 것이 공포가 된 세상에서 마음에 병이 깊은 사람들은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기도 한다. 아비규환과 같은 세상에서, 살아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어서일까, 사람들은 시도 때도 없이 버럭버럭 소리를 지른다. 요즘 세상은 목소리 크면 장땡이다. 교통사고 가해자, 공해물질 배출업자, 한통속이 되어 뇌물을 주고 받은 재벌과 정치인, 모두 당당하게 큰소리친다. 내가 뭘 잘못했어? 아니, 나만 그래?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노동운동판도 이 세상의 축소판이 되어버렸다. 미워하면서 닮아간다고, 한줌도 안되는 권력과 자본에 맞서 전쟁을 치르면서 시나브로 우리 안에도 한 줌도 안되는 권력이 생겼다. 현장을 들먹이고 대중을 얘기하지만 정작 그 현장 대중들 가까이에 가서 묵묵히 행동으로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는 사람은 드물다. 건강한 정파운동 대신에 깡패집단과 같은 패거리문화가 판을 친다고 사뭇 걱정들은 하면서, 정작 함께 일을 도모하자고 하면 의심의 눈길부터 보내기 일쑤이다. 삿대질과 고성은 길거리에서나 운동권의 회의장에서나 크게 다르지 않다. 참 살기에 팍팍한 세상이다.


그런 세상에서 차분하게 자신의 생각을 가다듬어 낮은 목소리로 솔직담백하게 말하는 사람들을 보면 존경스러울 수밖에 없다. 풀소리는 그런 사람이다. 딱 한 번, 그것도 겨우 20분 남짓, 공식회의에서 그의 해맑은 얼굴을 마주했을 뿐, 블로그를 통해서 그와 만나고 교류했지만, 그것으로도 그를 알기에 충분했다. 나는 그가 작고 사소한 것들을 얼마나 소중하게 여기며, 그의 말과 행동이 얼마나 진실되고 일관된 것인지를 안다. ‘세상의 무게가 어디에 있는가 / 성심을 다 한다면 / 작다고 어찌 소중하지 않으랴’, 풀소리가 오래 전에 이웃들에게 보낸 연하장에 인용한 강행원 화백의 글이 곧 그의 마음이다.


언젠가부터 민주노조운동의 상층 간부들은 자신의 생각과 주장을 모호하게 포장하는 데 익숙해졌다. 심지어 선거운동을 하면서도 그렇다. 노사정위원회에 복귀하겠다는 것인지 말겠다는 것인지, 총파업을 하겠다는 것인지 아니라는 것인지, 도무지 아리송한 표현들이 넘친다. 그건 잘못되었다고, 나는 늘 주장한다. 대중조직에서 일하고 있는 책임있는 간부라면 주요한 현안에 대하여 자신이 어떠한 생각을 하고 있는지 대중이 알 수 있도록 말하고 행동해야 한다. 민주노총과 그 산하 조직에서라면, 노사정위원회에 대한 입장, 올해 초의 잇따른 대의원대회 파행, 강승규 사건의 해법, 보건의료노조 산별협약 10장 2조의 문제 등등 간단치 않은 사안들에 대해 일관된 자기 입장을 밝혀야 한다. 그래야 조직의 구성원들이 인간적인 관계와는 별개로 주체적이고 객관적인 판단을 할 수 있고, 자신의 선택에 책임을 질 수 있다.


풀소리는 언제나 낮은 목소리로 자신의 입장을 분명하게 힘주어 말한다. 민주버스노조의 상근간부로, 민주노동당의 열심당원(중앙위원)으로, 또한 학교운영위원으로, 자신이 맡은 일에 대해서 자신의 생각을 있는 그대로 드러낸다. ‘풀소리가 세상에 내는 작은 목소리’들을 보라. 민주노총 선거에서 자신이 지지한 후보가 낙선하여 허전하고 걱정스런 마음을 담배 연기에 실어 보내고, 민주노동당 게시판의 소모적 논쟁을 지켜보면서 현재의 질곡을 넘어서는 고뇌와 진정성을 촉구하고, 학교에서의 체벌에 대한 현실적 선택을 제안하고 받아들인다. 그의 고민과 생각들을 따라가다가 보면, 내 입장과 같아서 반갑다거나 달라서 불편하더라 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차이를 자연스럽게 인정하고 공감하며 타자를 존중하게 되는 나를 발견한다.


한국사회에서 남자란 그 자체로 권력이다. 아무리 민주적인 가장으로 행세한다고 하더라도 아내가 보는 남편이란 그저 똑같은 대한민국 남자일 뿐이다. 풀소리도 예외는 아니다. 그가 아내의 불만의 정체를 정확히 모르고, 매일 술 먹고 늦게 들어오는 것, 돈 별로 못 벌어오는 것, 아니면 어머니 팔순잔치 초청장에 아내의 이름을 빼놓은 것을 열거하는 대목에서 나는 킥킥 웃었다. 아니나 다를까, 풀소리의 아내가 곧장 호통을 쳤다. “당신의 나이에 비해 사고나 행동이 안 막혀 있고 자유롭다는 것, 나에게는 그것이 아무 것도 책임지지 않는 자의 자세에서 나온 걸로 보여. 난 수레를 같이 끄는 사람이 필요한 거지 어쩌다 도와주는 마음 좋은 이웃이 필요한 게 아냐.” 푸하하하, 풀소리의 지난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도 나와 같이 어쩔 수 없는 남자라니까.


가끔 나는 풀소리의 말에서 신영복의 사색이나 도종환의 시정을 느끼곤 한다. 애정의 최고 단계는 강요하는 것이며, 민주주의는 시끄러운 것이라고 하는 말이 무슨 뜬금없는 얘기냐고 궁금한 사람은 그의 “애정(affection)”론을 읽어보라. 불감증 환자가 되어버린 듯한 자신에 대한 성찰이 눈물로 배어나오는 “잘 못 사는 것 같다”도 읽어보라. 민주노총호에서 내리고 싶은 동지들 앞에서, 총연맹 지도부는 사퇴해야 하지만, ‘민주노총이 망한다면 민주노총과 함께 침몰할거야’ 하고 말하는 그의 마음을 함께 호흡해 보라. 내가 더 말할 게 없다. 그는 참 맑고 깨끗하다. 그런 동지를 알게 되어서 고맙고, 인연을 맺어 준 진보넷 블로그가 또한 고맙다.

(2005. 11.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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깍두기

어제 장보러 갔다가 예정에 없이 알타리 한단을 샀다. 1,980원.

집에 오자마자 깍두기를 담그려고 했는데 후딱 일요일이 다 지나가 버렸다.

 

오늘, 늦은 밤에 집에 돌아오니 그게 눈에 밟힌다.

에이, 내친 김에 해치우자.

 

밀린 일들을 컴퓨터 앞에 늘어놓고선 한밤중에 양념거리들이 있나 찾아본다.

유효기간 지난 까나리액젓에다가 오래된 생강, 베란다에 매달아놓은 통마늘,

냉동실에 들어있던 고춧가루 등등이 줄줄이 불려나오고,

1시간도 안되어 뚝딱 끝냈다.

 

일단 사진만 올려두고,

만드는 방법은 저게 맛이 제대로 들고 난 다음에 추가할란다. 

오늘밤에 반드시 끝내야 할 일이 있어서 자칫하면 또 밤새게 생겼다.

내일 오전에는 충주호리조트까지 운전해서 가야 하는데...


왼쪽은 무청이다. 가문비가 김치에 섞인 무청을 잘 안먹길래 찌개나 고등어조림에 쓰려고, 손질해서 데쳐 두었다.

 

깍두기만 확대한 것이 다음 사진이다. 맛있게 보이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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