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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일 나가다.

  • 등록일
    2004/12/14 20:07
  • 수정일
    2004/12/14 20:07
오늘 딱 7일째 일을 나갔다. 이번달 14일 동안 반은 일하고 반은 놀고, 겨울이라 일거리가 없다. 아니 내가 다니는 용역이 용역중에 마이너에 속해서 그런지 일거리가 도통 들어오지 않는다. 신참인 내가 용역 중에 일을 제일 많이 나갔다. 와~~~ 내가 이번달 우리 용역에서 최고라니... 속내는 그렇지 않다. 아저씨들이 가지 않는 현장만이 이번달 들어 일거리가 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내가 주로 나간다.


아저씨들은 굶어 죽는 한이 있어도 아저씨들이 나가지 않는 곳은 가지 않는다. 그럴것도 동절기 일몰 후 5시 30분까지 일을 하는데 보통 현장에선 5시에 일을 끝낸다. 그리고 5시 30분을 초과하여 30분이나 1시간 정도를 하면 1만원을 더 얹어준다. 그러나 아저씨들이 나가지 않는 곳은 아침 밥도 주지 않고 오후 참도 없으며, 일은 보통 6시나 6시 30분에 끝내면서 일당은 7만원 준다. 용역비 5천원(그나마 1할을 떼이지 않아서 다행.. 다른 용역은 일할을 떼인다.)을 내면 뭐 그리 많지 않다. 하루 욕과 온갖 수모를 겪고 받는 돈치고는 너무 힘겹다. 그래도 어쩌랴 굶지 않기 위해 나가는 걸.... 그러니 아저씨들이 나가지 않는다. 또한 점심시간 또한 30분만 쉰다. 욕이 절로 나오지만 일거리 없는 지금 더운밥 찬밥 가릴 신세가 아니다. 일 나가는 것만으로도 감지덕지 해야지.... 요즘 아침 새벽길을 걸으면서 평생해보지도 않던 기도를 한다. 하늘님, 부처님, 하나님, 예수님, 알라, 기타 다양한 신들이여 제발 오늘 하루 나에게 일거리를 선물해 주십시요. 이 불쌍한 중생 구제하는 차원에서 일거리 좀 주세요 등등 혼자 독백을 해가며 새벽길을 걷는다. 아침 별은 초롱초롱 빛나고 바람은 제법 쌀쌀맞다. 그래도 일거리가 없는 지금 추위는 별 문제가 아니다. 마음이 차갑다. 나야 돈 쓸데가 별로 없지만(사실 대출금이 조금 많이 있다. 수입이 적다보니 모자란 대출금을 카드로 충당하고 있다.) 용역 아저씨들 겨울에 들어갈 돈 생각을 하니 마음이 차갑다. 술한잔 하고 올 겨울나기 위해 동사무소에 가서 공공근로나 알아봐야지 하는 이야기가 외 그렇게도 서럽게 들리는지.... 아침 일거리가 없는 날 아저씨들과 함께 독하디 독한 이과도주와 고량주로 이 추운겨울 얼어버린 마음을 녹여보지만 쉽지 않다. 독한 술로 마음을 따스히 덥힐려고 하지만 쉽지 않다. 이 아저씨들에겐 삶은 곧 돈이기에.... 일거리가 없어도 행복할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못내 오늘 나만 일을 갔다. 아저씨들은 죽어도 나가지 않는다며 나에게 일을 양보하였지만 용역사무실에 앉아있는 아저씨들의 모습이 오늘따라 외 이렇게 초라해 보이는지... 처음 사무실 나왔을때 높게만 보이던 아저씨 어깨가 오늘따라 무거워 보인다. 그리고 얼굴에 폐인 주름살이 오늘따라 깊이를 더해가는 착각이 들었다. 내일 일거리 없으면 아저씨들과 삼겹살에 고량주나 먹어야 겠다. 나야 오늘 일당 받았으니까? 아저씨들과 함께 어울려 놀아볼련다. 일거리 없으면 내일 중앙시장 술집 6곳에 도전해 봐야겠다. 간장 오타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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