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게시물에서 찾기적요한 일상

90개의 게시물을 찾았습니다.

  1. 2008/09/20
    고학력 백수?
    redbrigade
  2. 2008/09/18
    족발과 채식
    redbrigade
  3. 2008/09/16
    예비 신랑 처가집에 가다
    redbrigade
  4. 2008/09/11
    돌고래들에게 감사하다
    redbrigade
  5. 2008/09/10
    첫 출근
    redbrigade
  6. 2008/09/04
    학기가 시작되었다
    redbrigade
  7. 2008/08/29
    가장 소중한 것들
    redbrigade
  8. 2008/08/26
    스스로에 실망하다
    redbrigade
  9. 2008/08/25
    조계사, 108배 후유증
    redbrigade
  10. 2008/08/22
    카페 '커피나무'
    redbrigade

고학력 백수?

  • 등록일
    2008/09/20 19:40
  • 수정일
    2008/09/20 19:40

아무래도 천성이 어디 나돌아 다니는  걸 좋아하는 건 아닌 게 분명하다. 고3 녀석들은 중간고사 시험 준비기간이라 수업이 없고, 덩달아 논술 수업도 이번 주는 펑크다. 시간 당 수업료를 계산하는 학원 방침 상, 이러면 진짜 다음 달 개인 경제가 매우 곤란해 진다. 음, 뭐 그렇다고 굶어 죽기야 하겠냐, 고 늘 생각한다(장가 갈 일이 까마득한데 이러고 있다. 쩝).

 

우리 아가씨는 지금 열심히 돈을 벌고 있고, 난 하루 종일 커피숍에 앉아 영화 보고, 밀린 첨삭하고, 글 쓰고 ... 그야 말로 고학력 백수가 하는 짓은 다 한다.

 

[시대와 철학]을 읽다가, 이번에는 또 다른 책이 눈에 들어 온다. 이러다가 [로마제국 쇠망사]는 포기하는 게 아닌가 걱정이다(뭐 한 열 권 정도까지 독서 계획이 밀려도 다 읽은 적이 많으니까 아직 크게 걱정은 안 한다). 하여간 이걸 살까 하다가, 소장할 정도로 중요한 건 아니다 싶어 도서관 대출을 하기로 한다. 다행히 도서관에 두 권이 있고, 한 권이 아직 미대출 상태다.

 

 

표지만 봐도, 내용이 찬란(?)할 것 같다. 일단 기대를 해 본다. [시철]을 화요일 오전까지 다 읽을 수 있을려나 모르겠지만, 일단 대출해야겠다.

 

뱀발: 방금 한 10명 정도의 아줌마들이 커피숍 바깥 테라스에 자리를 잡았다. 난 처음에 깜짝 놀랐 ... 아니 기절할 뻔 했다. 이 정도의 군단이라면 이 작은 커피숍을 초토화시킬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다행히 저들이 바깥에 진지를 마련했다.

그리고 또 한 무리가 있는데, 이건 좀 취한 것 같다. 한 다섯 명 정도. 다 여자들인 것 같은데, 둘은 굉장히 중성적인 외모를 가지고 있다. 서로 뽀뽀하고 난리다. 왜 저러냐?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족발과 채식

  • 등록일
    2008/09/18 23:52
  • 수정일
    2008/09/18 23:52

식습관을 바꾸는 것이 이렇게 힘들다. 특히 오늘 같이 하루 종일 김밥 두 줄로, 그것도 학원 수업 가는 버스 안에서 우겨 넣고 쏘다닌 날에는 더하다.

 

수업을 마치고 강의실 문을 열고 나오는데, 웬수 같은 고3 놈들이 족발을 떠억 하니 사들고 온다. "선생니임 ~~ 좀 드세요~~" 라고 이죽대는 건지, 권하는 건지 모를 어투로 나한테 말한다. 휴~ 딱 2 조각을 집어 먹고 일어 선다. 뭐 애들 먹는 거를 갖다가 선생이 되어 가지고 퍼먹을 수는 없지 않은가? 버스 타고 오는 내내 그 음식 기운이 가시지 않는다.

 

그녀를 만나, 이 얘기를 하자, 불쌍한 듯이 쳐다 본다. 그러나 족발은 없단다. 밤 11시에 무슨 족발이냐, 고 나도 생각한다. 하지만 생각에 어깃장을 놓는 이 욕구를 어찌한단 말인가. 집에 들어와서 전날 해 놓은 감자 스프(죽?)을 꺼내서 씽크대 앞에서 마구 퍼먹는다. 정말 묘한 기분.

 

식습관을 바꾸기로 한 결심은 꽤 오래 전으로 거슬러 올라 간다. 완전 채식을 목표로 육식을 조금씩 줄여 가기로 한 게 한 4년 전 쯤이었던 것 같다. 그런데 남의 살이라면 완전 사족을 못쓰고, 생선회에서 삼겹살, 육회에 이르기까지 상시 복용했던 나로서는 처음에는 여간 고역이 아니었는데 ... 얼추 몇 년 마음에 삭히고, 몸에 이력을 붙이다 보니 많이 바뀐 셈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오늘처럼 그렇다, 뭐 별 수 있겠나.

 

뱀발: 그러고 보니 채식을 하기로 한 건 그녀와 둘이서 니어링 부부를 알고 나서였던 것 같다.  

 

 

독서 소식 하나 곁들이자. [로마제국 쇠망사]를 읽다가, 잠시 내려 놓는다. 뭐 또 변덕이 생긴게지. 프레베르의 시집을 보는 게 순서에 맞는데, [시대와 철학]이 재미있다. 일단 [쇠망사]는 프레베르를 읽고 난 뒤에 보도록 한다. 그 전에 [시철]을 읽고 말이다. 여름호에 실린 논문들이 정말 반짝반짝거린다. 더 관심이 가는 이유가, 이제부터 내가 이 책, [시대와 철학] 편집일을 해야 하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아마 겨울 호부터 나 혼자 본격적으로 작업하지 않을까 싶다.

 

 

 

(클릭하면 크게 보인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예비 신랑 처가집에 가다

  • 등록일
    2008/09/16 19:36
  • 수정일
    2008/09/16 19:36

내년 3-4월에 식을 올리자고 하셨으니, 이미 신랑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래서 이번 추석에는 대구 뿐 아니라 광주도 갔다. 이상한 건 대구보다 더 고향다운 게 광주였다는 거다. 하긴 내 경우에 대구, 라고 발음하면 이상한 불쾌감 때문에 '향수'라는 걸 느낄 여유가 없다. 개인사의 질곡도 그렇지만 대구는 정말 '이상한(기이한) 도시다.' 기형도가 그랬듯이 말이다. 이 도시는 "이상하다. 수많은 정치인과 함께 시인들이 탄생한 곳"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함께'라는 말이 함축하는 시니컬과 기괴함을 난 긍정한다. 거기 살고 있는 우리 아제들, 한나라당과 박정희 추종자들 ... 대구행 버스를 타고 구미를 지나갈 때 쯤 되면 난 배가 아프다. '여기서 내려서 다시 올라 가 버려?!'

 

광주 그녀의 집에는 이번이 두 번째다. 방송국을 퇴직하시고 서예를 하시는 아버님, 평범하지만 단호한 성격을 가지신 어머님, 그리고 두 형수와 형님들. 그리고 어린 조카들. 딸 셋 가진 집이 너무나 오순도순하다. 대구 집에서 온통 찌푸리고, 티비나 보면서 웃던 내가 이 집에 와서는 사람들과 더불어 웃는다. 참 ... 희안하지만 그래도 행복하다. 이번에는 삼촌과 이모도 뵈었다. 모두들 반가워하신다. 아무 것도 없이 공부만 하다가 나이 들어 버린 예비 사위감을 반갑게 맞아 주신다. 고맙기 이를 데가 없다.

 

담배 끊은 지 3주가 다 되어 간다. 처갓집 옥상에서 달을 보며 가장 평범하지만, 가장 힘든 소원을 빌었다. "부디 행복하게 해 주소서."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돌고래들에게 감사하다

  • 등록일
    2008/09/11 15:05
  • 수정일
    2008/09/11 15:05

경주 감포 부근 동해에서 참돌고래들의 '장례의식'이 촬영되었다. 그것을 굳이 장례의식이라고 이름 붙이는 건 단순히 인간의 시각일 것이다. 사실 그 행태가 '장례'인지 뭔지 우리는 알 길이 없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그들이 숨을 거두고 있는 동료의 호흡을 좀 더 편안하게 하기 위해 눈물 겨운 노력을 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예전부터 난 돌고래들의 이런 습성을 좋아했다. 장난스럽게 지나 가는 말로도 "환생할 수 있다면 돌고래 무리 중의 한 마리로 태어 나고 싶다'는 말을 자주 했다. (심지어 내 반지에는 돌고래 세 마리가 유영하는 모습이 장식되어 있으니.) 

 

눈물 겨운 것. 그건 아마 이런 경우를 두고 하는 말일 것이다. 그리고 너무나 죄스러운 것도 그럴 것이다. 기륭 노동자들, 그리고 KTX 노동자들의 마르고, 까칠한 모습이 자꾸만 가슴을 치고 간다. 나는 결국 인간일 뿐인 것이다. 잔인하고, 무관심하며, 동료의 죽음에도 무감한 지구상의 유일한 생물인 것이다. 참으로 하찮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첫 출근

  • 등록일
    2008/09/10 15:20
  • 수정일
    2008/09/10 15:20

편집간사로 한철연(한국철학사상연구회)에 첫출근을 한다. 서교동 조용한 빌딩 3층. 이곳과 인연을 맺은 것은 한 4년이 넘은 것 같다. 2003년엔가,  '스피노자 세미나'를 위해 왔었다. 그때는 서교동이 아니라 봉천동이 근거지였다. 시장통 곁에 있어서 꽤나 어수선했는데 이곳으로 옮겨 온 후로는 상당히 학구적(?)인 분위기가 된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예나 지금이나 이곳을 드나드는 선생님들, 선배들의 그 분위기는 여전한 것 같다. 내가 처음 좋아했던 그 모습대로 이곳은 사람 냄새 나는 철학을 한다. 아카데미와는 달리 사회적이며, 또한 이념적으로 건강하기도 하다.

 

학문, 그것도 철학을 하는 사람들이 하루가 다르게 줄어 든다. 특히나 돈에 눈이 뒤집힌 한국 사회에서 철학이라는 돈과는 불원지간의 학문을 한다는 것은 정신이 상당히 투철(?)하지 않으면 불가능할 것이다. 그렇다고 뭐, 독립운동 하듯이 공부한다는 건 아니고.

 

여튼 한철연도 20주년이 되었다. 그리고 그 새출발에 내가 있는 거, 뭐 그런 거다. 별 거 아니지만 도움이 된다면 그것으로 족할 것이다.

 

 

(2007 한철연 하계 MT 사진)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학기가 시작되었다

  • 등록일
    2008/09/04 15:18
  • 수정일
    2008/09/04 15:18

학생들이 강의실에 빼곡이 앉아 있다. 이 과목은 내가 토론 강의를 맡고 있다. 지금은 정규 강의 시간. 두 번째 시간이건만, 50분 밖에 안 되는 수업 시간이건만, 교수님 사설이 너무 길다. 벌써 20분이 지났다.

 

이 강의는 학생들의 인문학에 대한 관심을 진작시키고, 그것의 '유용성'을 확인하면서, 소위 '리더쉽'을 함양하기 위한 목적을 가지고 이 대학의 특성화 사업으로 채택되었고, 교수진의 말에 의하면 타 대학이 벤치마킹할 정도로 훌륭한 강의로 정평이 났다.

 

그러나 과연 인문학이라는 것이 '유용성'이 있는가, 라고 묻는다면 난 결코 그렇지 않다, 고 말하고 싶다. 주자의 말을 빌리자면 그것은 그야말로, '무용지물'이 아닌가? 그것이 용처에 관계 없이 보편적인 문제의식을 가지고, 정해진 해답을 주지 않고, 오히려 그 문제 자체를 심화시키기 때문에 그것은 완전히 '무용지물'이다.

 

강의 교수의 말을 짐짓, 거부하면서 토론 강의를 이 생각으로 이끌어 가기로 생각해 본다. 하긴 지금껏 한 2년간 그렇게 해 왔지 않은가?

 

강의가 시작되었다. 이번주 주제는 '서구중심주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위원장이었던 모 교수의 멍청한 얘기 하나(오렌지? 어륀쥐? 파동?)로 강의가 시작된다. 보자.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가장 소중한 것들

  • 등록일
    2008/08/29 15:16
  • 수정일
    2008/08/29 15:16

오세철 교수의 [사노련]이 국보법 위반으로 경찰에 의해 고발되고, 세상은 또 한 발짝 뒤로 물러선다. 다행히 영장이 기각되긴 했지만, 그렇다고 이런 일들이 더 이상 발생하지 않는다고 확신하기 어렵게 되었다. 나라가 이상하게 돌아 가고 있던 그 순간에 난 스스로의 작은 내면에 갇혀서 자책에 자책을 거듭했었다. 문제는 항상 그렇다. 가장 기본적인 것을 지키지 않았다는 것, 말이다.

 

이명박의 대한민국은 점점 그 인간의 기본적인 이성과 감각을 거꾸로 되돌리고 있고, 난 요상스럽게도 나 자신의 내면으로 파고든다. 무감각해 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점점 그러한 무감각을 강요받고 있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잘못 돌아 가는 것일까? 엄살을 부리는 버릇이 여전해서일까? 아니면 사유가 충분히 익기 전에 어떤 것을 포기하는 나쁜 버릇 때문일까?

 

가장 작은 것부터 해 나가보자. 평생 지켜야 할 것이 어디 수도 없이 많겠는가? 그건 몇 가지면 된다. 그리고 그것이 작은 원칙이 되는 것이고, 또 습관이 되는 것이고, 삶이 되는 거다.

 

그녀와 보건소를 들렀다. 둘 다 담배를 끊어 보기로 한다. 금연 실천에 대해 한 시간여 보건소 직원의 말을 듣는 동안 그 다 아는 상식들이 참으로 중요하게 다가 오는 건 어째서였을까? 타르가 폐에 '아스팔트'를 깔아 버린다는 그 직원의 말에 그녀는 많이 놀란 것 같았다. 하긴 "깔아 버린다"고 했으니... .

 

여행도 계획한다. 둘이서 담배값 아낀 돈으로 여행을 가기로 한다. 한 달을 모으면 꽤 많은 돈이다. 술을 최소한도로 줄이고(아마 거의 마시지 않는다는게 맞을 것이다), 건강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기로 한다. 서로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만들어 나가는 것도 중요하다. 아주 작은 일이라도, 그것을 한다는 건 우리 둘의 가장 작고, 기본적인 일을 지켜 나간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더 이상 둘이 슬퍼하지 않기로 한다. 무슨 일이 생기면 즉각 해결하고, 슬픔이나 절망이 찾아 오는 걸 막기로 한다. 항상 그렇듯이 호미로 막을 걸 가래로 막는 건 참으로 어리석다.

 

이수역 앞 'Tom n Toms'에서 쓴다. 오후 3시 20분. 시간은 흔한 절망을 허락하지 않을 것이고, 그 조건에서만 우리는 최소한 '사람'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스스로에 실망하다

  • 등록일
    2008/08/26 17:29
  • 수정일
    2008/08/26 17:29

 

실존적인 고민 따위는 없는 줄 알았다. 그런 건 사춘기의 몽상 정도? 내가 누군가를,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실망시키고 있다는 것을 깨달을 때 그 몽상이 귀환한다. 그리고 묻는 거다. '너는 대체 누구야?'

 

도대체 무엇이 나를 이토록 끌어 당기는 것일까? 무엇이 나를 이토록 페시미즘으로 몰아 넣는 것일까? 내가 오늘 할 일을 못했다는 것,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실망시켰다는 것, 내 '가족'에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는 것, 이 모든 것이 나를 그 흔한 '절망'으로 몰아 넣는다.

 

무슨 말이 더 필요하겠는가? 삶은 돌이킬 수 없다. 그리고 특히 내 삶은 항상 위기의 징후였지 않은가? 나를 불안으로 몰고 가는 그것의 정체, 난 그것이 궁금하다.

 

난, 참으로, 잘못 살고 있는 것일까?

 

그토록 많은 책을 읽고, 그토록 많은 경험을 하고, 또 그토록 불행을 많이 겪었음에도 난 이 가장 허접한 질문에조차 답을 할 수 없다.

 

(그러고 보니 난 그리운 사람이 없구나. 그래서 그토록 그리움을 찾아 다녔구나!)

 

 

 고등학교를 그만 두고 시립도서관에 처박혀 있을 때, 난 니체와 더불어 도스토옙스키를 좋아했다. 이 그림은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한다. 도박과 술, 파산과 자살을 오가며 그는 [가난한 사람들]을 썼다. 이 모습. 난 세계문학 전집 도스토옙스키 편 맨 앞장에 있었던 이 그림을 사랑했다. 라스콜리니코프와 제부시킨의 두 모습이 함께 어려 있는 이 모습을 말이다. 이 그림은 '절망'을 표현한다. 그렇지 않은가?

 

뱀발: 사우나에서 몸무게를 잰다. 정확히 78.8을 가리켰다. 믿기지 않아 다시 잰다. 마찬가지다. 85에서 78까지 왔다. 더 야윌 수 있을까?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조계사, 108배 후유증

  • 등록일
    2008/08/25 17:22
  • 수정일
    2008/08/25 17:22

다시 [커피나무]다. 오후 5시. 그녀의 졸업식을 마치고 예정대로 [한오리]에서 점심식사를 했다. 생전 처음 오리고기라는 걸 먹었다. 맛이 ... 뭐랄까 ... 오리맛이어따!!!

앞 테이블에서 오늘 졸업식을 마친 듯한 여성 세명과 남자 한 명이 열심히 명박이를 씹고 있다. 그 중 이야기를 이끄는 한 아가씨가 말한다. "아니 지금 이명박지 지지하면 미친 거지! 그런데 내 주위에는 꽤 많아!" 옆에 있던 남자가 말한다. "다들 부자들인가 보네" 여자가 되받는다. "아냐 그렇게 잘 살지도 않아." 내가 속으로 말한다. '그럼, 뭐, 대형교회 광신자들이군. 그도 아니라면 뇌용량을 의심해 봐야하겠지.'

그나저나, 양쪽 허벅지 상박이 심하게 아프다. 그제 새벽까지 잠을 못 이루고 있다가 무슨 바람이 나서 조계사까지 갔는데, 간 김에 오랜만에 마음을 비우고자, 108배를 하고야 말았다. 최근의 내 체력에 비추어 보았을 때 상당히 무모한 짓이었다는 것을 이제야 깨닫는다. 오르막 길은 그나마 괜찮은데, 내리막 길이나 계단을 내려 올 때마다 근육이 당기고, 아리다.

대책회의 천막에도 들렀었다. 이른 새벽이라 다들 잠들어 있었다. 한참 그네들이 잠 든 모습을 보다가 조계사를 나왔다.

카페에 앉아 있는 내내 약한 졸음에 절어 있다. 왜, 그, 그런 상태 있잖은가. 피곤하고 눈꺼풀은 감기는데, 잠 잘 분위기는 안되는 그런 경우 말이다. 학원 수업을 마치고 오늘은 찜질방에서 하루를 보내야 하는데, 그 시간까지가 꽤나 길 것 같다.

카페에 앉아 있다가 가끔 담배를 피우러 문 밖으로 나가는데, 가로수에서 송충이들이 무지막지하게 떨어진다. 아까는 무심코 담배 피우다 들어와 의자에 앉았는데, 왠, 스멀스멀한 느낌이 목덜미로부터 뺨까지 느껴지는 거다. 손으로 툭 치니, 송충이 털이 확, 날리더니, 새끼손가락 만한 오동통한 녀석이 바닥에 툭 자빠진다. 순간 모골이 송연해졌다. 생각해 보니 이 곳 가로수들이 다 활엽수들이라 여름 끝자락에 송충이들이 길에 새파랗게 짓이겨져 죽어 있었다는 기억이 난다. 꿈틀거리며 기어 다니는 그것들을 피해(징그러워서? 아니면 죽이는 게 찔려서?) 다녔었다.

감기 기운도 있다. 애용하는(?) 감기약 '액티피드'를 반 알 먹는다. 한 알 다 먹으면 부작용이 심한 약이다. 온종일 멍하니 있어야 하니 말이다. 5시 20분이다. 학원으로 가야 한다. 피곤쿠나. 명박이는 뭣하고 있을까? 혹시 ...  응까? 확 ... 설사나 하루 종일 하길 빌어 본다. 음 그러고보니 108배 하면서 명박이를 제대로 처단해 달라고도 했구나. 결국 이 시절은 마음껏 마음 비울 수도 없게 만든다.

근데 무슨 사진을 올려야 하나...

 

 

명바기와 송충이 ... 어쩐지 어울리는 한 쌍이라는 ... 생각이 ...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카페 '커피나무'

  • 등록일
    2008/08/22 14:18
  • 수정일
    2008/08/22 14:18

etude 3

 

중앙대 후문, 카페 '커피나무'.

그녀의 학위 수여식이 다음 주 월요일이다. 어머님, 아버님이 오신다. 점심 식사 대접이 내 몫이다. 이제 사위 노릇을 제대로 하게 된 거다. 그 전에는 그저 손님에 불과했던 거다. 어제는 어머님이 첫째 형님 졸업(그 쪽도 석사졸업이다) 선물로 옷을 고르다가 내가 눈에 아른거렸단다. 너무나 고마운 일이다. 난 도대체 얼마만에 '모정'이라는 것을 '실제로' 체험하는 것일까?

일단 식사 대접할 곳을 사전답사하기로 그녀와 합의하고, 집을 나섰다. 정문은 너무 번잡한데다 맛도 지지리도 없다. 후문 쪽이 그나마 어른들 모시고 가기에 적합한 곳이 있을 것인데, 첫번째로 생각한 곳이 '상도정' 샤브샤브 전문집. '샤브샤브'라는 메뉴에 우린 고개부터 젓는다. 이 판국에 '소고기'라니 말이 안 된다. 그래도 다른 메뉴가 있을까, 안으로 들어가 본다. 손님이 그렇게 많지 않은데도 일하시는 분들이 엄청 바쁘다. 요즘은 식당들이 다 이렇다.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크기에 걸맞지도 않게 일하는 분들이 적다. 한참을 기다려서야 문의를 할 수 있었다. 소고기는 안 먹으니까 됐고(호주산이라고 했지만 그걸 어찌 믿겠는가. 이명박이가 광우병 쇠고기 먹겠다는 것보다 더 안 믿긴다), 버섯전골이 있다. 아, 그리고 오리 고기가 있구나. 38000원이다. 내가 먹을 거라면, '젠장 더럽게 비싸군'했겠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그런데 아주머니가 말한다. "그걸 먹고, 식사를 따로 시키셔야 합니다." 난 대번 속으로 생각한다. '이건 뭐, 바가지로군'  여기서 먹고 싶은 맘이 싹 가신다. 그녀의 표졍으로 봤을 때, 같은 생각임에 틀림없다.

두 번째로 후문 바로 아래에 있는 '한오리'를 간다. 음, 분위기도 괜찮고, '황토오리훈제'라는 메뉴가 눈에 확 들어온다. 어머님, 아버님은 오리 고기를 즐기신다. 거기다, '황토 훈제'다. 뭔가 맛있을 것이라는 택도 아닌(?) 추론을 난 하고 만다. 그리고 그녀에게 여기서 먹자고 반 강제로 주장한다. 그녀는 그래도 의심스러운지 "식사는 어떻게 하나요?" 주인장 왈, "다 드시고 나면 잔치국수가 나옵니다." 만족스런 웃음이 그녀의 입가에 번진다. 낙점. 예약을 하고 나온다. 비가 우산 밑으로 심하게 들이친다.

그리고 이 카페에 온 것이다. 온 김에 그녀는 집에서 해 먹을 커피를 좀 갈아 가자고 한다. '과테말라'를 주문하고, 자리에 앉는다. 비 오는 문 밖을 정면으로 볼 수 있는 곳이다. 처음에는 손님이 별로 없었는데, 지금은 한 테이블이 차 있다. 방금 연인 사이임에 틀림없어 보이는 둘이 들어 왔다. 앉은 축들은 빨간 바탕에 검은 가로줄이 그어져 있는 티를 입고, 곱슬머리를 중간 정도 기른 남자 한 사람(문득 어디선가 본 영화감독이 떠올랐다)과 여자 세명이다. 분명 예술대 쪽 사람들이다. 대학원생일 것이고 말이다. 남자는 들어 오자 마자 내 뒤 옆 벽쪽으로 마련된 인터넷 컴퓨터를 붙들고 앉아 검색에 열중이다. 아까 들어온 연인 중 여자도 그 옆자리 컴퓨터에 앉아 있다. 남자와 여자 둘 다 동거하거나 이 근처 어딘가에서 가까이 살고 있음에 틀림없다. 둘 다 반바지에 평상복 차림이고, 남자만이 옆으로 메는 작은 가방을 들고 있다.

커피숍은 대체로 아늑한 편이다. 다행히 에어컨을 틀어 놓지 않았다. 비가 와서 오늘을 거의 가을 날씨다. 커피 냄새가 약하게 나고, 두런 두런 얘기하는 소리도 적당히 들린다. 스피커로는 뉴에이지 음악. 바깥으로 지나가는 차소리만 없다면 참으로 적합한 만남(스피노자식이다)일 것인데, 라는 생각을 한다 .테이블은 2인 탁자 하나를 합쳐서 모두 다섯이다. 뭐, 그리 특별한 인테리어는 아니지만 적당히 편안한 분위기.

카페 '커피나무' 중대 후문 앞, 2시 24분이 지난다. 비가 좀 천천히 왔으면 좋겠다.    

 

명색이 블로근데, 사진 하나 없이 썰렁해서, [수정] 버튼을 누른다.

팁으로 오늘 아침 읽기를 마친 책과 읽으려고 만지작거리는 책 표지만(뭐, 내용은 다음에 서평 쓰면 올릴 것이다) 올린다.

 

먼저 오늘 아침 다 읽은 책, 이건 추천한다.

 

김원 외, 사라진 정치의 장소들, 천권의 책, 2008

 

다음 만지작 거리는 책, 이건 읽기 전부터 심상하다. 아마 악평을 쓸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든다. 왜냐하면 전공자인 우리 애인 왈, "김애란 보다 더하네요"  그렇다면, 박민규보다는 나은 것일까? 한겨레 문학상의 컨셉은 박민규 이래로 고정되어 버린 것 같다. 하여간 읽고 보자.

 

무중력 증후군

 

자, 이 정도면 진보넷 이사 마수걸이로는 쫩쫠한 시작이지 싶다. 비가 더 많이 오고 있다. 과감하게 [등록] 버튼을 누르고 하던 번역이나 마쳐야 할 것 같다. Adieu NAVER!!!(아직 카페는 저기 있다)  

 

뱀발: 젠장, 카페 이름이 '커피나무'였다. 처음에 글에 '커피나라'라고 했던 걸 고친다. 두번째 수정. 이건 뭐 단기기억상실도 아니고.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