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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개의 게시물을 찾았습니다.

  1. 2005/10/18
    허송세월(2)
    손을 내밀어 우리
  2. 2005/10/13
    내가 먼저 책임을 질까
    손을 내밀어 우리
  3. 2005/10/13
    [공공연맹] 민주노총 집행부의 책임있는 결단을...(2)
    손을 내밀어 우리
  4. 2005/10/13
    [한선주] 민주노총에 사직서를 제출하며(2)
    손을 내밀어 우리
  5. 2005/10/09
    백기완 선생 "부심이의 엄마생각" 저자 서명회(4)
    손을 내밀어 우리
  6. 2005/10/06
    안개(3)
    손을 내밀어 우리
  7. 2005/10/04
    청계천(4)
    손을 내밀어 우리
  8. 2005/10/03
    비에 젖다(9)
    손을 내밀어 우리
  9. 2005/05/31
    노동안전보건교육(5)
    손을 내밀어 우리
  10. 2005/05/31
    사진1(3)
    손을 내밀어 우리

허송세월

잠은 아늑하고 편안하여 나를 끊임없이 유혹했지만

그만큼 잠은 멀리 해야 할 것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몸이 지쳐서 스스로 잠들기 전에

일부러 잠을 청하는 것은 사치라고 여기며 살았다.

하지만 깨어 있었던 수많은 세월동안에

내가 했던 것은 과연 무엇이었나.

길가에 밟히는 낙엽 하나 줏어담지 않고

몸의 살아있음을 확인하는 정도의 노동,

마음 내키는 만큼 혹은 그 이상의 술과 수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툭툭 던져지는 참 편안한 느낌과 

때로 넘어서기 힘든 갈등, 느닷없이 나를 곤혹스럽게

하는 술동무들의 해프닝, 그 틈새를 헤집으며

살고, 미친듯 헤매고, 싸우고, 상처를 주고 받고,

성패와 아랑곳없이, 후회할 새도 없이

내 인생의 시간표들은 차곡차곡 채워졌다.

 

엊저녁 회의 하나,

막차를 탈 수 없는 시간에  끝이 났고,

혼자서 사무실에서 서성거리다가 새벽길 걸어서 찜질방에 갔다.

걸으면서 곰곰 생각해 보니

세상에서 허송세월하는 것 중의 하나가

요즘의 우리네 회의인 듯하다.

어디 요즘 뿐이었나, 

1월 20일 민주노총 대의원대회를 시작으로 해서 

허구헌 날 이어졌던 회의회의회의, 그 중의 압권은

민주노총 중집위원회인 것 같아.

격렬한 토론은 밤새 이어지고 반대의견도 만만치 않은데

끝나고 보면 언제나 원안이 턱 하니 통과되어 있는 것이야.

안건이 무엇이든 원안에만 손드는 중집위원들이 과반수이니까,

웬만하면 소수파의 의견을 경청하고 반영해 가면서

결과가 아니라 마음과 뜻을 하나로 모아가는 회의같은 거

민주노총이 모범을 보이면 안되나?

 

출근 시간에 한 토막, 점심 시간에 한토막,

그냥 생각나는 대로 혼자 중얼거리며 이렇게 쓰고 있는데

지금 보니 민주노총이 오전에 또 한건 하셨구나.

이른바, 노조비리 근절을 위한 종합대책이라,

강승규가 위원장을 맡았던 혁신위원회에서

탁상공론에다가 수박겉핥기로 급조했던 혁신안을

9월 23일 수안보 대의원대회에서는

각급 회의단위에서 좀더 충실하게 논의하자고 유보했는데,

강승규에 대한 책임조차 지지 못하는 집행부가

오늘도 책임책임책임, 입으로만 말로만 외치는구나.

비리근절을 위한 대책이라는 것에 대해서는

나도 어줍잖은 혁신위원으로서 줄곧 반대토론을 했던 것이라서

점심시간을 넘겨서라도 한마디 쓰고 싶은데

그건 일정부터 챙겨보고 행하기로 하고,

오늘 아침 내게 내뱉었던 그 말을

우선 민주노총 집행부한테 보내주어야겠다.

 

-제발, 허송세월하지 맙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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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먼저 책임을 질까

지금 막 참세상에 보낸 글이다.

 

형편없다고,

참세상에서는 퇴짜를 놓을지 모르는데,

여기다가 덜렁 올려놓아도 되나...............?^.^

 

글에서도 썼지만

책임지고 내가 먼저 사퇴를 하든지

그만큼의 내용있는 결단을 내리지 않으면

나도 세월이 갈수록 강승규와 똑같은 놈으로 수렴하지 않을까.

 

이미 그런가-^^

 



 

오늘도 여러 동지들을 만났다. 지난 며칠간, 만남은 어김없이 술을 동반했다. 술잔이 오갈 때마다 서글픔과 분노와 허탈함이 서로 뒤섞인 감정들이 눈물이 되기도 하고 실없는 웃음으로 새어나오기도 했다.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 강승규가 긴급 체포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하필이면 나는 술자리에 있었다. 백기완 선생께서 새로 낸 책을 거저 주는 자리였다. 백 선생께서는 책에 일일이 서명을 하셔서 오래 정들었거나 믿어왔던 동지들과 선생을 존경해온 사람들에게 직접 나눠 주셨다. 그렇게 즐겁고 기꺼운 자리가 민주노총의 참담하고 절망적인 신세를 타령하는 자리로 바뀐 것은 아주 짧은 시간으로 충분했다. 그 날, 나는 그것을 핑계삼아 퍽 많이 취했다.


처음엔 강승규에게만 온갖 비난을 퍼부었다. 강승규가 누구던가.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이다. 기아자동차노조에서 노조 간부가 취업비리를 저질렀을 때 그는 진상조사단장이었다. 체포되던 당시까지 민주노총 혁신위원장이었고, 민주노총 대전본부 임원선거가 부정으로 얼룩졌다면서 지역본부 비상대책위원장까지 맡았었다. 혁신이란 말을 한자로 풀어보면 가죽을 새롭게 한다는 거 아니겠습니까, 그렇게 가죽을 벗기는 아픔을 감수하고라도 조직혁신 제대로 한번 해봅시다, 하고 혁신위원들 앞에서 연설하던 그의 모습을 생생히 기억한다.


언제나 한 점 부끄러움 없이 세상을 살아온 듯 그는 위풍당당하게 간부나 조합원 대중들에게 훈화 수준의 말을 하곤 했다. 89년 여름 전노협 건설을 위한 몽산포 여름캠프에서 나는 그를 처음 보았는데, 밤새 모닥불 옆에 앉아, 고려운수 위원장으로서 그가 겪었던 택시노조 민주화투쟁의 지난한 역정을 우리는 감동에 겨워하면서 들었다. 그의 어떠한 말과 행동에서도 독직이나 배임수재의 혐의를 발견한 적이 없었다. 10월 5일에 그는 민주노총 중앙집행위원회에 참석하여 예의 당당한 모습으로 절대로 문제될 일이 없다고 호언하였는데 불과 이틀만에 그것은 거짓으로 드러났다. 그의 찬란한 경력과 언행만으로도 우리들의 원망과 비난과 야유는 그 근거가 충분했다.


이 사건이 강승규에 대한 성토와 단죄만으로 끝날 수만 있다면 얼마나 다행이겠는가. 호재를 만난 언론 매체들 덕에 1500만 노동자와 그 가족들까지 금세 이 사실을 알게 되었다. 강 머시기가 돈 받았다고 잡혀가는 거 나오던데 당신들은 뭐 받은 거 없어? 강승규가 누구인지도 모르는 아내조차 내게 핀잔을 던졌다. 한 노조 간부는, 아무리 어렵더라도 돈은 받지 말라고 어머님이 전화를 하셨다며, 망연자실한 표정을 지었다. 어떤 동지들은 식당에서, 티비 앞에 모여 민주노총 간부들을 한꺼번에 싸잡아 뇌물받은 정치인 수준으로 매도하는 시민들을 보고는, 간담이 서늘했다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현장의 조합원들의 분노가 강승규라는 한 개인이 아니라 민주노총이라는 조직에게 쏟아지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민주노총 집행부는 그 현상을 정확하고 올바르게 읽었어야 했다. 이번 사건이 민주노총의 도덕성에 치명적인 상처를 입혔을 뿐만 아니라 잘못 대처하면 회복불능의 상태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아야 했다. 평생을 노동운동에 헌신해온 많은 동지들이 믿어왔고 기대왔던 삶과 운동의 근거가 송두리째 무너지고 빼앗기는 일대 사건이라는 것을 제대로 인식해야 했다. 대의원대회의 잇따른 파행과 단위노조의 비리사건으로 인하여 크게 훼손되기는 했지만, 아직은 민주노총이 가장 믿을만한 조직이라는 것을 모두가 확인할 수 있게끔 원칙과 기풍을 분명히 세워야 했다. 그래서 이 사건을 저마다의 입장과 의견의 차이를 떠나서 노동조합에서 활동하는 우리 모두가 환골탈태하는 시금석으로 삼아야 했다.


지역본부에서 일하는 한 동지는 일부 언론의 추측 보도를 곧이곧대로 믿고 집행부의 사퇴를 기정사실화했고 마땅히 그래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때마침 현장 간부들과의 간담회가 있어서 보란 듯이 큰소리를 쳤다. 민주노총은 이래서 다르다, 봐라, 즉각적으로 집행부가 책임지고 총사퇴를 한다고 하지 않느냐? 간담회가 끝나자마자 그 동지의 믿음과 기대는 여지없이 깨졌지만, 대체로 현장의 조합원들은 상식의 선에서 그 동지의 얘기에 공감한다. 거리에 나가서 물어보라, 일반 시민들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민주노총 집행부의 대응은 처음부터 무책임하고 안이했다. 조합원의 치료비를 마련하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는 변명부터 흘리더니, 하나씩 사실이 드러나자 조직의 문제가 아니라 개인의 비리로만 규정했다. (설혹 개인의 비리라고 하더라도 그 사건 속에 담긴 조직의 구조적인 문제를 해부하고 그것을 수술대에 올려야 한다.) 다만, 도의적(!) 책임을 지는 차원에서 위원장은 스스로 직무를 정지하고 일체의 대외활동을 중단한다고 선언했다. 그리고는 집행부가 스스로 결단해야 할 총사퇴의 문제를 중앙집행위원회의 안건으로 떠넘겨 즉각적인 수습과 대처보다는 총사퇴를 둘러싼 찬반논란을 부추겼다.


새로 지명한 수석부위원장에게 밤샘회의를 맡겼던 이수호 위원장은(지난 2월 대의원대회가 파행으로 끝났을 때에도 그는 이렇게 책임을 떠넘긴 적이 있다), 다음 날 아침 기자회견을 통해 말한다. 비리혐의에 대해서 모든 책임을 지고 단호히 대처할 것이며, 위원장으로서 도의적(!) 책임과 대중적 책임을 분명히 질 것이다. 그래서 민주노총 집행부는 하반기 투쟁에 책임을 다하고 나서 조기 선거를 실시할 것이며, 자신은 이후 선거에 출마하지 않을 것이다. 구차하고, 구구하다. 책임이란 낱말을 되풀이해서 구사하지만, 정작 책임을 지는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신속하고 결단력있는 조치를 통해서 민주노총의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고, 앞으로 제2의 강승규가 나타나지 않도록 해달라는 기대와 요구는 철저히 무시당하고 외면당했다.


한 조합원이 얘기한다. 1월이 되면 06년 투쟁계획을 세우기 위해, 6월이 되면 상반기 투쟁을 마무리하기 위해, 또 내년 연말이 되면 하반기 투쟁을 마무리하기 위해, 변명은 얼마든지 많죠. 투쟁도, 책임도, 제발 늑대소년처럼 안했으면 좋겠어요. 그들은 진정 책임을 느끼고 있는 것일까요? 이 얘기에 이수호 위원장은 무어라고 답할까. 책임을 지겠다면서 당장에 책임질 일을 뒤로 미루고, (사실상의 사퇴선언이라고 언론은 덧칠을 했지만) 뜬금없는 불출마선언으로 혼란을 자초하는, 이 모순과 불일치를 누가 알기 쉽게 설명할 수 있을까. 조바심과 충격으로 며칠을 보내다가, 이수호 위원장의 기자회견을 보고 더 큰 실망과 분노를 느꼈다는 민주노총 상근 활동가의 사직의 변이 차라리 훨씬 알기 쉽고 내 가슴에 절절하게 와 닿는다.


민주노총과 연맹 간부들의 말과 행동이 조합원들과 일반 국민들에게 강승규의 그것과 똑같이 회자되고 있을 오늘, 나를 포함해서 많은 동지들이 혼돈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데, 민주노총 집행부의 행보를 보면 흔들림없이 의연하고 당당하다. 마치 체포되기 전까지의 강승규를 보는 듯하다. 혁신에 실패한 집행부가 아직도 혁신을 되뇌고, 정부의 노동운동 탄압과 일방적인 노동관계법 개악처리 기도를 방패막이로 내세운다. 그들의 관성이 놀랍고 무섭다. 진지한 반성일지라도 관성이 되면 더 이상 뉘우침과 성찰의 의미를 갖지 못한다는 사실에 또다시 경악한다.


민주노총 집행부의 이지러진 모습 속에서 돌연 나 자신의 모습을 발견한다. 그들에게 향했던 연민과 안타까움, 분노와 실망을 지나, 나에게 드리워지고 있는 막막하고 캄캄한 느낌이 나를 압도한다. 누가 뭐라고 해도 자신들은 옳다고 일방적으로 선언하고 궤도를 벗어나 질주하는 저들의 독선을 어찌할 수 없다면, 나도 관성의 늪에서 영원히 헤어나지 못하리라는 아득한 절망감이다. 거대한 불감증과 관성의 수구적 행태를 깨뜨리지 못한다면, 나 자신을 변화시키고 이 세상을 살맛나게 바꾸는데 작은 힘 보태겠다며 살아온 것이 헛소리나 개수작에 지나지 않으리라는 뼈아픈 예감이다. 내 인생에 걷잡을 수 없는 소용돌이가 치더라도, 나 자신부터 단호하게 백의종군의 길로 나서든가, 그에 상응하는 결단이 필요한 때이다. 이 어찌, 지금 나만의 고민이겠는가. (2005. 10.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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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연맹] 민주노총 집행부의 책임있는 결단을...

우리 연맹 중집위가

오늘 오전 10시부터 대구지하철노조에서 있었다.

민주노총의 상황에 대한 토론이 있었고

이대로 있을 수 없다는 의견이 대다수였다.

그래서 나온 성명서가 아래 첨부하는 거다.



공공연맹은 10월 12일 제23차 중앙집행위원회(2차 투본회의)를 개최해 최근 사태에 대한 우려와 함께 민주노총 결정이 민주노조운동에 많은 어려움을 주고 있다는 데 의견을 함께 하고, 다음과 같은 성명서를 발표하게 되었습니다.

 

민주노총 집행부의 책임 있는 결단을 다시 한번 촉구합니다.

 

강승규 수석부위원장의 비리사건이 민주노총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민주노총마저...’ 라며 따가운 눈초리와 비난을 조직 안팎에서 쏟아 붓고 있습니다. 지금의 위기를 헤쳐나가기 위해선 민주노총의 뼈아픈 반성의 목소리가 필요했습니다. 그리고 민주노총 지도부의 책임 있는 결단이 필요했습니다. 그러나 민주노총 집행부는 중앙집행위원회를 소집해 사퇴냐 아니냐를 높고 갑론을박하며 분열의 모습을 여과 없이 보여줬습니다. 이수호 위원장은 직무정지를 선언하고 나서 중앙집행위원회가 끝나자마자 업무에 복귀했습니다. 그리고 하반기 투쟁에 대한 책임을 다하여 투쟁을 끝내는 즉시  조기선거를 실시한다는 방침을 발표함으로서, 당면한 사태에 대한 즉각적인 대응을 사실상 유보하는 결정을 했습니다. 공공연맹은 이번 사태에 대한 민주노총 집행부의 안일한 대응에 유감을 표명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98년 정리해고법 합의 때, 그리고 02년 발전소 매각 저지 총파업을 철회했을 때 민주노총 집행부는 조직에 준 혼란을 책임지고 총사퇴했습니다. 그리고 민주노총은 자주적이고 민주적으로 대안을 만들어 왔습니다. 그 대안이 투쟁이면 투쟁을 조직하고, 조직을 추스르는 것이면 그렇게 해 왔습니다. 그것은 집행부의 책임 있는 결단과 조합원의 결의를 모아 위기를 돌파하는 과정이었습니다. 그것이 곧 민주노조운동이 부여잡고 있는 민주성이며, 자주성이며, 단결이었습니다.


이번 민주노총 핵심집행부의 비리문제는 조직에 미치는 영향이 앞서 얘기했던 것보다 그 정도가 덜하다 할 수 없습니다. 또 강승규 수석부위원장은 기아자동차 취업비리 진상조사위원장으로, 민주노총 조직혁신위원회 위원장으로, 민주노총 위원장이 자리를 비웠을 때 그 업무를 대신해 왔습니다.

비리를 저지른 개인에 대한 징계를 넘어 민주노총 집행부로써 함께 책임지는 자세가 있어야 합니다. 민주노총에 대한 조합원들의 신뢰가 바닥을 치고 있는 현실을 바로 바라봐야 합니다. 지금은 집행부의 결단만이 조직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돌파할 수 있습니다.


이번 비리문제를 처리함에 있어 민주노총 집행부는 중앙집행위원회를 소집해 각 조직별 입장을 발표하게 했습니다. 집행부의 결단으로 사태를 수습하고 정리해야 할 순간에 집행부는 문제를 안건으로 처리했습니다. 그 순간 이미 조직은 또 다른 혼란과 분열로 휩싸이기에 충분했습니다. 급기야 ‘다수의 의견’이라는 외피를 쓰고 민주노총 집행부는 결단이 아닌 중집위 결정으로 이 문제를 덮으려 하고 있습니다.


반성하고 거듭나려는 노력보다 투쟁을 이유로 그 노력을 유예시킨 민주노총을 보수언론은 때를 만난 듯 비난하고 있습니다. 함께 해온 동지들이 안일하게 대응하는 민주노총을 등지고 있습니다. 조합원들은 ‘민주노총마저...’ 라는 소리에 부끄러움과 지도부에 대한 배신감으로, 조직에 대한 불신으로 괴로워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 무엇으로 하반기 투쟁을 조직하겠다는 것입니까? 이런 상황마저도 정파적 구조를 얘기하며, 그래도 현 지도부를 지지하는 조합원과 대의원이 더 많으니 상관없다 하겠습니까? 그것으로 민주노총 전체가 극복해야할 갈등과 위기가 극복될 것이라고 정말로 믿는 것입니까?


하반기 민주노총은 비정규권리보장입법 쟁취, 노사관계 로드맵 저지 등 중요한 투쟁의 과제를 부여받고 있습니다. 이 투쟁을 조직하는 것은 비리문제를 해결하는 것과 동떨어져 있는 것이 아닙니다. 민주노총 집행부의 책임 있는 자세만이 현실을 극복할 수 있습니다. 어렵더라도 조합원들이 투쟁의 정당성마저 외면하지 않도록 현장을 조직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공공연맹은 민주노총에 대한 애정을 담아 민주노총 집행부가 현 사태 해결을 위한 책임 있는 결단을 해 줄 것을 다시 한번 촉구합니다. 더불어 공공연맹은 모든 조직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비정규권리보장입법 쟁취와 노사관계 로드맵 저지, 민주적 재편을 위한 총파업 투쟁을 조직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2005년 10월 12일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동조합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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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선주] 민주노총에 사직서를 제출하며

내가(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한선주 동지가 민주노총에 사직서를 냈다.

한선주 동지뿐만 아니라 총연맹 상근자들이 우르르 사직서를 냈고

내일 아침이면 기자회견까지 한다고  했다.

총연맹 집행부의 납득할 수 없는 기막힌 행태에 안팎의 비판이 끓어오르고 있는데

정작 문제의 핵심 당사자들은

이 기회를 이용하여 권력(무슨 권력?)이나 찬탈하려는 노림수라고

진정으로 민주노조운동에 몸 바쳐 왔던 동지들을 매도하고 비난한다.

 

나야말로

관성에 젖어 헤매지 말고

한선주 동지와 현장에서 말없이 온몸으로 헌신하고 있는

동지들 앞에 부끄럽지 않은 길을 찾아야 하지 않겠는가, 싶다.

 


 

(민주노총 사무총국 활동가들이 13일 서울 영등포구 사무실에서 전원 사퇴를 다짐하는 기자회견을 하는 가운데 한선주 조직국장이 눈물을 훔치고 있다. 한국일보 최흥수 기자)



민주노총에 사직서를 제출하며


민주노총 조직국장으로 일해 온 한선주입니다,

만 5년 열흘을 몸담아 왔던 민주노총을 떠나며 동지들께 이렇게 인사드리게 돼 마음이 착잡합니다. 그동안 부족했지만 나름대로 성실히 노동운동에 복무하고자 노력했습니다. 그럼에도 상급단체 상근활동이 길어지면서 나도 모르게 몸에 배는 관성화에 스스로 채찍질하고 반성하며 지금까지 왔습니다. 많은 동지들이 그렇게 노동운동 일선에 임하고 있으리라 믿습니다.


그런데 지난 10월 7일, 민주노총 강승규 수석부위원장의 금품수수 사건은 민주노조 안에서는 도저히 있어서는 안 될 사건으로 큰 충격과 분노를 안겨 주었습니다.

조바심과 충격으로 며칠을 보냈는데 결국 11일 오전 민주노총 지도부가 이 일을 처리하는 모습을 보며 더 큰 실망과 분노를 느꼈고, 결국 사직서를 제출하며 저의 심경을 올립니다.


첫째, 민주노총 지도부의 안이하고 주관적인 태도 속에서 민주노총이 더 이상 민주노조 운동을 책임 질 조직이 될 수 없음을 가슴 아프게 느낍니다.  

강 수석은 민주노총 조직혁신위원회 위원장이었으며, 기아자동차 취업비리를 비롯한 각종 사건의 진상조사 위원장을 맡아 조직안팎에서 핵심적인 활동을 진두지휘해 온 사람입니다. 그런데 민주노총 수석 부위원장으로 재직하면서까지 금품을 받았다고 합니다. 결국 민주노총과 조합원, 그리고 투쟁을 팔아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려 했다고 밖에 생각할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그와 함께 했던 지도부들이 또다시 하반기 투쟁을 책임지겠다고 합니다. 그런데  무슨 지도력으로 비정규투쟁을 책임지고 노사관계 로드맵 등 하반기 중차대한 사업들을 책임지겠다고 하는 것인지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둘째, 조직에 치명적인 부도덕함을 대하는 민주노총 지도부의 태도가 절망스럽습니다.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의 금품수수 사실에 가장 큰 충격을 받았을 것은 조합원동지들과 민주노총에 애정을 갖고 있는 민주시민들이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에 민주노총 지도부는 신속한 입장과 대국민 사과가 필요했습니다.

그리고 뼈아프더라도 민주노총답게 문제를 풀어나가는 모습을 보였어야 합니다. 즉 대중조직으로서 이러한 문제를 대하는 원칙과 기풍을 확고히 세움으로 제2, 제3의 유사한 사건을 방지하고 조직의 건강성을 회복했어야 합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민주노총 지도부는 사퇴냐 아니냐를 놓고 밤새 논란하면서 권력에 연연해하는 전형적인 관료들의 모습을 보이고 말았습니다. 위원장은 업무중지 사흘만에 복귀하고, 조기선거로 이 충격의 파장을 가라 앉히려 하고 있습니다.


셋째, 민주노조운동의 생명인 자주성, 민주성이 민주노총에서부터 지켜지지 않고 있습니다.  

우리가 굳이 민주노조를 아끼고 자랑스러워하는 것은 바로 자주성과 민주성을 생명으로 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이미 단위노조에서 물의를 일으킨 지도부들이 책임지고 총사퇴하는 모습을 여러번 보아왔습니다. 그것은 시퍼렇게 살아 있는 조합원 대중이 노동조합의 주인임을 알기 때문입니다.

저는 그동안 나돌던 흉흉한 소문도 두려웠지만 더욱 충격스러운 것은 민주노조의 자주성과 민주성을 팔아 먹은 온상이 민주노총 심장부에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이 상태에서 민주노총 지도부는 "내가 아니면 안된다"는 생각을 버려야만 합니다.  


넷째, 저의 짧은 생각을 백번 양보해 지도부의 고뇌와 고충을 이해하고자 합니다.

그렇지만 어느 현장에서는 자주성과 민주성을 지키려고 바둥거리고, 또 다른 현장은 곪아 터지고 있다는 한숨이 나오는데 민주노총 지도부는 어떠한 원칙으로 이러한 조직을 이끌고자 하는지 궁금합니다.  


마지막으로 민주노총 지도부가 이 사태를 진정으로 책임지고자 하다면 백마디 말보다 평조합원으로 돌아가 백의종군하며 실천적으로 보여주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동지애 어린 격려와 채찍으로 함께 해야 할 일이 있고, 엄중히 벌해야 할 일이 따로 있습니다. 이번 강 수석 문제는 조합원의 이름으로 벌을 하고, 그와 함께 한 민주노총 지도부가 공동으로 책임지고 물러나야 할 문제입니다. 앞으로 현장에 이와 비슷한 문제가 생긴다면 남은 사업들을 책임지기 위해 두세달 있다가 물러나라고 지도할 수 있겠습니까?  


며칠 사이 벌어진 일들 속에서 저 역시 애정을 갖고 몸담아 왔던 조직을 갑자기 떠나려니 아쉬움과 서러움이 복받칩니다. 이런게 바로 기득권인가 봅니다.

힘은 없지만 저도 이 문제에 대한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사건 발생이후 지금까지 민주노총 사무총국 성원의 한 사람으로 공식적인 토론이나 상황공유 기회를 얻지 못한 채 주변을 맴돌면서 많은 회한을 느꼈습니다.  

이제 투쟁현장에서 동지들을 다시 만나고자 합니다.


2005년 10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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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기완 선생 "부심이의 엄마생각" 저자 서명회

비오는 금요일, 서울 여기저기를 오가면서

숨가쁘게 하루 일과를 거의 다 마치고 나서

20여년만에 학림다방에 갔다.

 

백기완 선생께서 지은 "부심이의 엄마생각" 무료배포와 저자서명회가 있었다.

"부심이의 엄마생각"은 일천여명이 후원자가 되어 예약출판했다고 한다.

백기완 선생께서 고향 구월산 아래 마을에서 어머님과 함께 살았던 시절의 얘기,

그리고 어머님과 헤어져 살며 솟구치는 그리움으로 얼룩진 시절의 얘기들을,

참으로 쌈불같은 그리움을 먹물삼아 쓴 책이라고 했다.

예약출판에 기꺼이 동참한 이들의 뜻을 모아서

이 책을 꼭 읽겠다고 다짐하는 동지들 5백명에게

백기완 선생께서 직접 서명을 해서 그냥 드리는 행사라고 했다.

 

학림다방 안에서 선생님께 인사드리고 책 한권 받고

곧바로 밖으로 나와 길바닥에 퍼질러 앉아서 잔치판을 벌이고 있는

여러 동지들을 만나서 가볍게 인사나 나눈다는게

동지가 동지를 부르고, 동지들 모여 술을 나누고,

어느 새 술이 술을 불러 모으면서,

아, 1차, 2차, 3차, 4차, 5차, 6차....

결국 집으로 오는 막차도 놓쳐 버리고 취할만큼 취했다.

 

건강해 보이는 박준성 선생 만나서 좋았고,

12년만에 다시 만나 손 부여잡고 인사를 나눈 정태춘 선생도 반가웠지만,

나를 아주 취하게 만든 것은

2차 술자리에서 내게 전해진

민주노총 강승규 수석부위원장의 긴급체포 소식 아니었을까-

사용자에게서 돈을 받았다고?

본인은 빌린 돈이라 한다고?

돈 받은 것은 사실이구만.

(그가 명색이 민주노총 혁신위원장이다, 규율위원회, 윤리선언 등등

현장간부들을 예비범죄자 수준으로 보는 여러 안들이 혁신안에 포함되어 있었다,

더 무슨 말이 필요할까)

 

술마시다가 통화한 한 동지가 그랬다.

-티비를 보는데 강수석이 체포되었다는 한줄짜리 기사가 나옵디다.

아니, 이 판에 정부가 강수석을 특별히 띄워줄 일 있는가 싶어서 전화했는데,

뭐야, 사용자한테 돈을 처먹어서 잡혀간 거라고요? 에이, ㅆㅂ~!!

 

그날 공식뒷풀이가 끝날 때 찍은 사진 중에서 몇 장만 올려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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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

언덕과 숲과 하늘과 꽃과 구름,

아파트와 길과 자동차와 사람들 따위,

내 눈에 늘 보이던 것들

속수무책으로 사라지고 난 자리에

 

바람소리, 물소리,

새떼가 지저귀고 우짖는 소리,

내 코와 입과 허파 사잇길로 드나드는

대기 중 질소와 산소의 기민한 몸놀림까지

 

한바탕 난장이다

총천연색 꿈이다

장님과 벙어리와 앉은뱅이와 뇌성마비와

몸과 마음 어딘가 한군데는 고장난 나 그리고 우리,

얼싸안고 춤을 춘다

 

새벽 안개를 더듬어 달리는 것은

억새밭을 미끄러지듯 역동하는 설레임과 열망,

드러내기 위해 싸우고

더불어 살기 위해 투쟁하는 삶, 아름다운 풍경

이다.

 

 

-바야흐로 안개의 계절이다. 늦가을이면 더욱 짙어져서 출근길마다 내 발목을 잡아 끌던 안개의 추억이 연구단지를 스쳐 지날 때마다 아련하고, 이따금 숨이 멎을 듯 아찔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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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계천

지난 주 화요일이었구나, 연맹 회의실에서

"지하환경이 노동자 건강에 미치는 영향" 연구결과 발표회가 끝나고

그 결과를 활용해서 앞으로 해야 할 일들을 놓고 얘기하다가

청계천에 관한 얘기가 나왔다.

 

-청계천으로 흘러들어가는 지하수에 라돈함량이 상당할 겁니다.

(그 날, 보고서의 주된 내용은 서울의 지하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미세먼지와 석면과 라돈과 같은 유해물질에 얼마나 노출되어 있는가

하는 것이었다)

=아니, 라돈의 반감기가 기껏 3.8일이니까 처리해서 내보내면 될텐데요?

-그러게 말입니다. 비교적 간단한 시설과 처리만으로도 라돈정도야 처리할 수 있는데...

=......

 

라돈에 대해서 상식 수준에서만 알고 있던 나는

그날 발표회에서 라돈이 노동자의 건강을 적잖이 위협하고 있음을 듣고

라돈으로 오염된 지하수들이 청계천으로 콸콸 흘러들어

그 물길을 따라서 시민들이 한가롭게 산책하는 것을 상상하면서

주제넘고 뜬금없이 사람들의 건강을 걱정했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청계천에 새로 흐르는 물은

청계천 상류의 것도 아니고 지하수도 아니고

팔당 하류에서 하루 평균 12만톤씩 전기로 퍼나르는 거란다.

 

괜한 걱정 하나는 덜었지만

또다른 불만이 생겼다.

아니, 청계천에 청계천 물이 안 흐르면 그게 청계천이야?-.-

(청계천은 건천이라서 평소에 물이 많이 흐르지는 않았다고 하더구만...)

 

그런 생각을 담아 급히 쓴 것이 아래 "라돈"이다.



라돈

 

우리나라에서 최근 암으로 죽은 사람 중에서 원인별로 보면 폐암이 으뜸이다. 최근 10년간 인구 10만명당 8.7명이 증가하여 전체 암사망자(133.5명/10만명, 2004년)의 20.6%(27.5명)나 차지하고 있다. 이상하다. 지난 한해만 하더라도 성인 남성의 흡연율이 57.8%에서 50.3%로 떨어졌다는 보건복지부의 발표가 있었다. 그동안 폐암 사망률이 늘어나는 것을 인구의 노령화와 흡연 인구의 증가 때문이라고 봤던 것은 어딘가 잘못된 것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그 무엇이 지금 우리 비흡연자들의 폐까지 위협하고 있다.


그 용의자 중의 하나가 라돈이다. 지각의 암석이나 토양 중에 존재하는 우라늄(238U)과 토륨(232Th)이 방사성붕괴를 거듭한 후 생기는 불활성 기체이다. 라돈 자체는 방사성 가스이지만 불활성이므로 사람이 호흡하더라도 폐에서 흡수되지 않고 약 2시간만에 다시 방출되니까 별 문제는 아니다. 문제는 라돈이 붕괴하여 만들어지는 폴로늄(218Po), 비스무스(214Bi), 납(214Pb)과 같은 입자상의 방사성 핵종(‘라돈자손’이라고 부른다)이 먼지 형태로 공기 중에 떠돌거나 어떤 물체의 표면에 흡착되어 인체에 흡입되는 경우이다. 라돈자손을 흡입하면 폐에 흡착되며 여기서 방출되는 알파 방사선 피폭으로 인해 폐암을 유발할 수 있다.


미국과 유럽의 선진국들은 라돈을 자연방사선 방어대상 물질로 규정하고 있다. 영국에서는 매년 폐암사망 중 약 2,000건(전체의 약 6%)은 거주지 라돈에 의한 것으로 추정되며, 흡연으로 인한 폐암 다음이라고 한다. 미국에서는 매년 발생하는 6,000-36,000명의 폐암사망(전체의 10-12%)이 실내 라돈과 연관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최근의 연구에 따르면, 서울시내 대부분의 지하철 역사에서 지하로 내려갈수록 라돈 농도가 높아지는 경향을 보였고, 6개 지하역사에서는 미국 환경청의 권고기준(4pCi/L)을 초과하는 결과가 나왔다고 한다. 지하철 역사의 지하수에 포함된 라돈 함량은 역사보다 더욱 높게 나와서 이미 건강을 위협하는 수준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지금껏 지하실실내공기질관리법에서도 라돈은 측정대상에서 제외된 상태이고, 다른 나라와 같이 정밀한 라돈지도를 만들 조사도 진행된 적이 없다.


청계천이 복원되었다고 한다. 도하의 언론들은 찬양일색으로 난리법석이다. 그들이 말하는 청계천은 생태하천이자 공해물질을 정화하는 친환경 하천이다. 그것은 생태계의 복원이 아니라 인공의 하천에 불과하며, 가난한 사람들을 쫓아내고 지주와 개발업자들에게 막대한 불로소득을 안겨주는 거대한 파괴적인 개발 사업이라고 비판하는 목소리는 일반 대중들에게 전달되기에 역부족이다.


청계천에 새로 흐르게 된 물은 팔당 하류에서 끌어다 온 것이란다. 이명박과 같은 독선적인 개발주의자들이 물길을 낸답시고 서울의 지하수들을 무분별하게 끌어다가 청계천을 정제되지 않은 라돈의 강으로 만드는 우울한 상상이 깨져서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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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에 젖다

해미님의 [하늘이 원망스럽다.] 에 관련된 글.

9월 30일은 진작부터 하이텍알씨디 500인 동조단식에 참가하기로 한 날이었다.

 

5:20

휴대폰 알람이 울리다. 깨어나서 알람을 멎게 하고, 잠시 생각한다. 겨우 2시간 잤네. 어차피 사무실에 가서 일처리를 하고 가야 하니까 8시에 맞출 수가 없잖아. 1시간만 더 자자-

 

8:20

서울역에서 계단을 오르다가 임두혁 동지를 만났다. 어, 요즘은 집에서 출퇴근도 하는 거요, 했더니, 오며가며 시간이 맞으면 집에 들린다고 했다. 그는 나와 같은 아파트에 산다. 근로복지공단에 가야 하는데 사무실에 일이 있어 늦게 생겼다고 했더니, 자기도 지금 거기에 가는 중인데 늦었다고 한다. 서울역 지하에서 우리는 반대편으로 가는 전철을 탔다.

 

10:20

비가 오면 어차피 우산도 별 소용이 없을거야, 가방은 어쩌지? 아침에 그러면서 집을 나섰는데, 신길역에서 내리자마자 곧 후회를 했다. 비가 쏟아지고 있다. 가방 속에서 비상용으로 준비한 일회용 비옷을 꺼낸다. 가방은 가슴팍에 가로질러 걸치고 비옷을 그 위에 입었다. 뒤뚱거리며 근로복지공단 앞으로 갔다.

 


 

아침에 국회에서 일인시위를 하기로 했던 노상규 국장이 벌써 끝내고 온 듯, 맨 먼저 보였다.

김영준 동지와 김정곤 동지가 나란히 반색을 했다.

아침에 만났던 임두혁 동지가 그 뒤에 쪼그리고 앉아 있었고

두꺼비인지 전쥐인지 하는 오래된 동지가 거기에 있었다.

"보고서도 다 썼다매?"

"어, 어떻게 아세요?"

"뭐, 블로그에 떠벌여 놨더구만."

"헤헤..."

 

노국장이 일단 등록부터 하라고 했다.

윗 사진의 오른편에 놓인 천막 아래로 가서 단식농성단에게 목례를 하고 내 이름과 소속과 연락처를 적었다.

노동자 건강권 쟁취! 노동해방 쟁취! 까만 바탕에 분홍색 글씨가 새겨진 손수건 하나, 호루라기 하나, 그리고 산재 승인 쟁취! 노동자 건강권 쟁취!가 쓰인 버튼 하나가 선물이자 기념품이자 투쟁물품으로 주어졌다. 그리고 500인 동조단식 선언문과 프로그램 안내문을 받았다.

 

대오의 맨 뒤에 서서 연설을 들었다. 듣다 보니 연설이 아니라 강연이었다. 비오는 날 수백의 대오가 길바닥에 앉아서 숙연하게 교육을 받고 있는 것이다. 노동자의 목숨과 건강권을 지키기 위한 투쟁의 역사와 근로복지공단의 반노동자적인 행태에 대해서 하나하나 사례를 들어가며 연사이자 강사는 열변을 토했다. 그는 금속연맹의 산안국장이라고 했다. 어디 하나 틀린 말이 없었다(아, 하나 틀린 거 있다, 근로복지공단의 몰래카메라를 알게 된 것은 주차된 차를 옮겨달라고 해서 나갔다가 오는 길이었는데 그는 화장실에 다녀오는 길이라고 했다^^). 비는 마구 쏟아지는데, 빗물이 곧 개천을 이루어 물결치며 가는데, 서서 오롯이 그의 얘기를 끄덕이며 들었고 맘껏 박수를 쳤다.

 

새로운 만장이 들어왔고, 그 만장들을 뒤로 하고서 45일째 단식을 계속한 동지들의 연설을 들었다. 그렇게 긴 기간 단식을 해놓고서도 연설에는 힘이 있고 의기가 서렸다. 사진을 찍기도 미안해서 그냥 가만히 얘기만 들었다.

 


 

단식을 그날로 끝내기로 했다는 것은 어쨋거나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11:30

서 있기도 힘이 들다. 자리를 앞으로 옮겼다. 김진경 위원장을 만나서 그 옆에 철퍼덕 앉았다. 비옷 아래에서 가방이 비에 젖는 것이 자꾸 신경에 거슬린다. 손수건을 펼쳐 가방 위에 얹어 두었지만 금세 물이 흥건하다. 아침 8시부터 나와 있던 권 부위원장에게서 전화가 왔다. 더 앞쪽 자리에 있다고 했다. 그리로 가는 길에 천막 아래로 가서 비옷을 하나 얻었다. 그 비옷으로 가방을 둘러싸고 어깨에 걸쳤다. 비장미가 넘치는 투쟁의 현장에서 겨우 가방 속의 책이 빗물에 젖는게 신경쓰이다니, 쓴웃음이 나왔다.

 

만장들을 앞세우고 근로복지공단을 에워싸기로 한 모양이다. 박준의 깃발가를 들으면서 자리에서 일어나서 한줄로 늘어섰다. 호루라기를 불며 영등포 로타리 쪽으로 나가서 근로복지공단 뒤로 줄지어 갔다가 다시 돌아오기를 한차례 되풀이했다.

 


 

우리가 움직이면 경찰도 덩달아 바삐 움직인다. 이 놈들이 그날 오후에 우리 대오들을 덮치고 잡아갈 줄 짐작이야 했지만 미리 칠 수도 없고 그렇게 덮칠 힘도 나 혼자에게는 없구나, 하는 생각을 실없이 했었다. 경찰들의 비옷에는 저렇게 투명모자가 달렸더라.

 

선채로 잠시 쉬었다. 권 부위원장이 내 사진을 하나 찍어주다가 킥킥 웃었다. 내 꼬락서니가 웃기기는 했나 보다.

 


 

나중에 전주희 동지가 지나가다가 역시 킥킥 웃으면서, 우비소녀같다고 했다.

 

늘어선 동지들을 15명씩 끊어서 조를 편성했다고 한다. 우리는 9조였다. 선장을 뽑고, 조이름과 조구호, 퍼포먼스 준비를 하라고 누군가 안내를 했다. 모두 모여서 인사부터 하기로 한다. 안재원 동지가 나더러 선장을 하라고 했다. 대단히 죄송하게도 오후에 저는 광주로 출장가야 할 처지입니다, 하고 마다했다. 빗소리 때문에 서로의 목소리가 잘 들리지도 않는다. 누군가 재능교사노조의 황창훈 동지를 추천했다. 

 

모여보니 23명이었다. 가능한 한 좁게 밀착해서 모여 인사들을 나누었다. 재능교사노조 3명, 서울통신산업비정규직노조 3명, 하이텍알씨디코리아 조합원 3명(그 3명의 여성조합원들은 어째 그렇게 착하고 순하게 생겼던지, 저런 사람들을 죽도록 괴롭히고 있는 인간들은 모두 인간이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노동자의 힘 2명, 나와 권수정 부위원장, 서울지하철 노동자(기관사), 도시철도노조 조합원 3명, 산재노협(?) 사무차장, 대강 기억하는 사람들은 이랬다. 와, 공공연맹이 참 많네요, 황 동지가 말했다. 고마운 일이었다. 500인 동조단식에는 좀 더 적극적으로 조직해보자고 28일 중집위에서도 떠들고 문자메시지도 보내고 했지만 연맹의 조직담당자에게는 참가하겠다는 연락 하나 없었는데 와서 보니 저마다 알아서들 투쟁에 참가하고 있었다. 나도 한 때 그랬었지. 드러나지 않게 어디든 있어야 할 곳을 찾아가서 작지만 자기 역할을 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조이름을 정했다. 산재박살이든 용석퇴진조로 하자고 제안했더니, 산재박살은 내가 생각해도 의미가 모호했고, 다들 (방)용석퇴진조가 좋겠다고 했다. 이어, 윤순제 동지가 구호를 제안했다. 용석이를 퇴진시켜 건강하게 살아보자! 모두 웃었다. 약하다 약해, 누군가 말했지만 비도 오고 새로운 제안도 없고, 그냥 통과. 다음은 퍼포먼스 준비를 할 차례이다.

 

밥 먹고 합시다. 아니, 물 마시고 합시다. 누군가 말했다. 좀 쉬기로 했다. 비는 아랑곳없이 여기저기 삼삼오오 모여서 선채로 얘기들을 나눈다. 임두혁 동지가 지나다가 안재원동지들 을 보고 멈췄다. 그 옆에서 내가 말을 걸었다.

-금속은 임원들이 다 왔습디다?

=2시면 다 들어갈 거요. 중집회의가 있어서. 나는 이거 담당이라서 그냥 남고...

-오, 담당이었어요? 몰랐네.^^

=담당이라고 뭐 한 게 있어야지.

-우리 연맹은 담당도 아예 없는데요. 내년 가야 노동안전보건위원회도 만들고 담당임원도 두고 할 계획인데...

=그래도 공공은 별로 죽지는 않잖아요. 우리는 죽으니까!

-......

둘 사이에 이런 얘기가 이어졌다. 작년만 하더라도 그는 주말이면 대전에 와서 주중의 고단함을 잊고 주말농장을 가꾸며 가족과 함께 보내곤 했다. 그의 딸 한결이는 가문비보다 한 학년 아래였고, 같은 곳에서 성악을 배우기도 했다. 요즘 주말은 어떠냐고 했더니, 가족이 파괴되는 것 같다고 했다. 주말조차 아이와 함께 보내질 못하니 소통도 되지 않고... 동병상린이라, 뭐라 할 말이 따로 없었다. 비는 추적추적 계속 내리고.

 

1:20

권부위원장은 원주 상애원 공동대책위원회에 참가해야 했고, 나는 지역공공서비스노조 연석회의에서 산별노조와 관련된 교육/토론을 하러 광주로 가야 했다. 용석퇴진조의 동지들이 퍼포먼스를 준비하기 위해서 다시 모였을 때, 우리는 사정을 얘기하고 미안해하며 자리를 떴다. 정말, 미안했다.

 

해미님이 근처에 있으면 잠깐 만나려고 전화를 했다. 일 끝내고 지금 오는 중이라고 했다. 조만간 술이나 한잔 하자고, 기약없는 말을 남긴 채, 근로복지공단 앞을 떠났다.

 

기차에 탔다. 가방 속의 물건들을 모두 꺼내어 옆 좌석과 간이탁자 위에 놓았다. 가장자리는 모든 게 젖었다. 어제 사서, 오늘 차 안에서 읽겠다고 갖고 온, 공선옥의 유랑가족이 헌책이 되었다. 광주까지 가는 동안에 대강 마르겠지. 늦게 도착해서 미처 읽지 못했던 500인 동조단식 선언문을 한번 읽고 곧 잠에 빠져들었다. 동지들은 아직도 비에 젖고 있는데-

 

5:00

전화가 와서 잠에서 깼다. 광주에서 온 전화, 제 시간에 오고 있는지 묻는 전화이다.

전화를 끊고 보니 문자메시지 하나 와 있었다.

"근로복지공단 규탄집회 중

 공단내 경찰에 의해 고립당

 했던 조합원 58명 연행! 현재

 분리이송중! 9/30 4:56P"

 

나쁜 놈! 방용석!!

더 나쁜 놈! 노무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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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안전보건교육

이런저런 교육을 다 받았지만, 

노동안전보건교육은 좀처럼 인연이 없었다.

 

이번에는 진작부터 내심 시간을 비워두었고,

더구나 직무스트레스와 관련한 내용을 주로 다룬다고 하길래,

제발 사무실 좀 지키라는 주변의 바람을 뒤로 하고(정중히 양해를 구하고^^)

내일까지는 이 교육을 열심히 듣기로 했다.

 

ㅇ. 교육일시: 2005. 5. 31. (화) - 6. 1. (수)

ㅇ. 교육장소: 우이동 봉도수련원

ㅇ. 교육내용:

 

<5/31>

 

13:00 접수, 여는 마당

14:00 1강 산업안전보건위원회란(김신범)

15:00 2강 사업장 내 환경측정이란(곽현석)

16:00 3강 사내 건강검진에 대해(양정옥)

17:00 4강 산재보상 실무(김민)

18:00 저녁밥 먹기

19:00 5강 직무스트레스와 근골격계 질환(백승렬)

20:00 토론(사업장별 노동안전보건 현황과 대응)

        *직무스트레스에 대한 간단한 안내강의(임상혁)

22:00 단결의 시간

 

<6/1>

 

09:00 6강 공공산업 노동자의 직무스트레스(임상혁)

10:00 7강 직무스트레스와 뇌심혈관계 질환, 정신질환(이상윤)

11:00 8강 교대제와 건강문제(임상혁)

12:00 점심밥 먹기

13:00 9강 직무스트레스 평가도구와 질병 진단(임상혁)

14:00 토론결과 발표와 연맹 계획(-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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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1

하, 후기를 올리지 않았구나, 할 말이 많은데...

 

암튼,5월 20-22일에 있었던 공공연맹 현장간부 합동수련회 셋째날,

족구시합을 마치고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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