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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에서 찾기공식 일정들을 따라 가면서 생긴 일들과 찍은 사진들

60개의 게시물을 찾았습니다.

  1. 2005/12/29
    홍콩 간다(6)
    손을 내밀어 우리
  2. 2005/11/30
    헛걸음(3)
    손을 내밀어 우리
  3. 2005/11/26
    국회 앞 농성(7)
    손을 내밀어 우리
  4. 2005/11/26
    [일정] 지난 일주일(2)
    손을 내밀어 우리
  5. 2005/11/25
    우연히 만난 시(2)
    손을 내밀어 우리
  6. 2005/11/17
    월, 화, 수, 그리고...(2)
    손을 내밀어 우리
  7. 2005/11/14
    노동자대회(3)
    손을 내밀어 우리
  8. 2005/11/03
    헬기를 타다(5)
    손을 내밀어 우리
  9. 2005/11/03
    블로거 to 블로거(4)
    손을 내밀어 우리
  10. 2005/10/31
    도대체 뭘했지?(2)
    손을 내밀어 우리

홍콩 간다

연맹 사무처장 노릇하다가

비행기 타고 딴 나라에 가서 회의할 날이 있을 줄은 몰랐다.

 

연맹 위원장이 WTO 홍콩각료회의 저지 민주노총 투쟁단장으로 갔다가

홍콩에서 재판을 받고 있는 터라서

29일 오후 2시, 홍콩 사회단체 주최의 석방 촉구 집회,

30일 오후 3시 30분, 재판 방청,

겸사겸사하여,

무엇보다도 2006년 투쟁계획을 포함한 주요한 사업계획에 대하여

위원장, 수석부위원장, 사무처장, 정책위원장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 좀 해보자고

29일 아침 9시 비행기로 홍콩으로 날아가서

30일 밤 12시 40분 비행기로 돌아오는 일정으로

지금 집을 나선다.

 

28일은 긴 하루였다.

 

아침 10시부터 오후 4시가 다 되도록 연맹 중앙위원회가 있었는데,

2006년 투쟁계획, 산별기본계획(안)이 난상토론이 이어졌고,

결국엔 결론도 짓지 못하고 해를 넘긴다.

 

회의 끝나고 곧바로 사당동에 있는 오산당병원 영안실로 가서

지난 봄 뇌출혈의 후유증으로 27일 오후에 갑자기 돌아가신

권수정 부위원장의 부친의 명복을 빌었다.

 

급하게 대전에 와서는

할머니 제삿날이라서 이것저것 음식 채비하느라 정신없었고,

밤 12시가 지나서 연구소에 들어가

미처 끝맺지 못한 연말정산 관련 입력작업을 끝냈다.

 

심야에 할인점에 들러서

홍콩에 남아 고생하고 있는 미디어활동단이 기다리고 있는

참이슬 팩으로 한박스(50개들이)와 이런저런 마른 안주들을 샀다.

가방 하나에 소주 무게만 10kg을 차지한 셈이다.

 

제사 지내러 부모님과 함께 김천에서 온

막내가 버스터미널까지 데려다 주겠다고 잠도 안자고 있다.

 

4시 20분차니까, 지금 나서야지.

 

잘 다녀와서, 주말께나 다시 인사드리겠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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헛걸음

설명을 하자면 길다. 암튼, 2003년 11월말인가 과기노조 산업기술평가원지부에서 6명이 정리해고라는 명목으로 해고되었고, 그후 노조의 끈질긴 투쟁에 힘입어 1년쯤 지나서 복직을 쟁취했다. 뿐만 아니라 대기발령, 개인별 휴업, 정리해고에 이르는 일련의 과정이 근로기준법 위반이고 부당노동행위였다고 노동위원회와 법원의 판결이 이어졌고, 그에 따라 산업기술평가원 당시 원장이던 김동철과 핵심보직자들(하상태, 김기원)은 약식기소를 통해 각각 벌금 삼백만원과 백만원쯤에 선고받았다. 김동철들은 이에 불복하여 법원에 정식재판을 청구했고, 오늘 당시 과기노조 위원장이던 나와 산업기술평가원지부장 안형수 지부장을 증인으로 하여 재판이 있었다.

 



연맹 중집위 하느라고 점심도 먹지 못한 채 달려온 나는

재판일정표를 보고서야 여유있게 웃음을 지었다.

음, 끝나고 점심먹어도 되겠구나.

 

2:00 절도 폭력 등등

2:10 횡령 강제추행 등등

2:20 사기미수 배임 등등

2:30 피고 김동철, 하상태, 김기원

       근로기준법 위반,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 위반 등등

2:40 모욕 등

3:00 폭력행위 등

3:10 식품위생법 위반 등

3:20 모욕 폭력 등등

3:40 절도 횡령 등

3:50 사기 배임 등등등

 

그렇게 해서 금세 끝나는 것으로 되어 있는 것 아닌가.

실제로 우리 앞 순서에서는 5분 10분 간격으로 공판이 끝났다.

 

드디어, 우리 순서...

대표로 선서하세요, 판사의 말에

안형수 동지와 나란히 서서 진실만을 말하겠노라고 선서했다.

 

그리고는 안형수 동지의 증언 순서가 시작되었고

나더러는 복도에 나가서 기다리라고 했다.

 

곧 부르겠거니 하고서 선선히 기다렸다.

10분쯤은 각 법정에 나붙은 오늘 공판사건들의 제목을 일별하였고,

더하여 10분쯤은 복도에서 서성이는 사람들 구경하다보니 시간이 금방 흘렀는데,

30분쯤 지나서부터는 좀이 쑤시고 의자에 앉으니 졸리기까지 하다.

 

언제 부를지 도통 알수가 없으니

1층에 내려가 커피 한잔 빼올 생각도 못하고

그저 하릴없이 기다리는 수밖에....

 

그러다가 1시간 반이 흘렀다.

옆에서 기다리던 사람들의 원망도 높아지고 있다.

이거 이러다가 우리는 언제 하는 거야?

도대체 한건 갖고 언제까지 하는 것이야!

내가 괜시리 미안해 하던 차에

이성우씨, 하고 불렀다.

 

들어갔다.

판사가 대단히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하는 말,

뒤에서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은데 한 사람 끝마치는데 너무 오래 걸려서

미안하지만 다음에 한번 더 나오면 안되겠습니까?

어쩌랴, 밖에서 여러 사람들의 원성을 듣고 있던 차에

어렵게 시간내어 왔으니 오늘 하게 해달라고 하는 말은

차마 입밖으로 내뱉을 수 없었다.

 

안형수 동지가 그런다.

아니, 이분이 연맹 사무처장으로 얼마나 바쁜데 또 오게 하냐고

따졌지만, 에고, 법원에 드나드는 사람들 중에서

나보다 안 바쁜 사람들은 또 누구 있겠나 싶었다.

 

그래서 한 나절이 훌쩍 지나갔다.

5시부터 회의를 하나 진행했어야 하는데

다행히도(?) 다들 사정이 생겨서 연기했다고 연락이 왔다.

안형수 지부장이랑

짜장면 한 그릇씩 먹고 헤어져서

사무실 와서 이딴 푸념이나 하고 있다.

 

증인 선서를 했던 나는 공치고

증언을 한 안형수 지부장만 교통비인지 2만원 남짓 받아서는

짜장면 값으로 냈다.

 

다음 재판은 1월 25일 오후 2시 30분인데,

그 날 가면

오늘치 일당까지 한꺼번에 청구해서

자장면에 소주 한잔 얹어서 먹을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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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앞 농성

23일 밤,

농성장에서 간담회 끝내고

각 연맹별로 대자보 만들기를 했는데

우리 연맹 수석부위원장과 총괄사업본부장, 그리고 나도 합세하여

만든 작품(?)이 이것이다. 너무 장난스럽나?




농성장 천막 안, 그리고 작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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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정] 지난 일주일

21일, 월, 연맹 임원회의(08:30), 상집, 사무처회의(10:00)

             공공,운수 관련 4조직 사무처장단 회의(13:00, 운수연대) *

             파업조직 관련 회의(20:30)

 

22일, 화, 고영주 위원장 복직투쟁 1년 출근투쟁/약식집회(08:20, 화학연구원) *

             공공산별노조 건설 관련 공개토론회(사회)(14:00, 철도웨딩홀) *

             빅브라더상 시상식(19:00, 여성플라자) *

 

23일, 수, 연맹 5차 투쟁본부회의(26차 중집위)(10:00)

             민주노총 규율위원회(20:00, 민주노총) *

             비정규 권리보장 입법쟁취 국회 앞 시국농성 참가(22:00-) *

 

24일, 목, 대전시민사회연구소 창립기념 토론회(토론)(13:30, 한남대) *

 

25일, 금, 사무처 실장단 회의(12:00)

            

도대체 일주일을 뭐하고 살았지 하고

돌이켜 보면 곧바로 기억나는 것이 제대로 없다.

 

꼬마게시판 시절처럼

내가 참가했던 회의나 행사들은 빠짐없이 메모해 두어야

그 사이에 일어난 소소한 사건들도 쉽게 기억할 수 있을 듯해서

다시금 이렇게 적어 본다.

 

적어놓고 보니,

사무처장으로서 역할과 임무를 제대로 하고 있는가 하고 물으면

여기에 적히는 일정의 양에 반비례한다고 보면 됩니다,

하고 대답해도 크게 틀리지 않을 듯하다.  OTL-

 

주중에 미처 하지 못한 일들 가방에 싸들고 왔으니

오늘은 집에 처박혀서 그런 일이나 해치워야지 하는데

글쎄, 그게 어디 내 맘대로 될까? ^.^

 

참, 위 일정 중에서

오른 쪽에 * 표시를 해 둔 것은

사진이든, 그 내용이든, 관련 자료든,

이 블로그에 곧 쓰거나 올리게 되든지

꼬마게시판 자료실에 올려두게 될 것이라는 말이다.

지금껏 그랬듯이, 자주 잊거나 빼먹기도 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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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만난 시

어쩌다 펼쳐든 신문에서 시 한편 보게 되면

그것이 유명 시인의 시가 아니더라도 반갑다.

 

황우석 교수 때문에 줏어든 신문에

이런 시가 한편 있더라.

 

-------------------------------------------------

 

사랑이여.

 

나는 그대의 하얀 손발에 박힌

못을 빼주고 싶다.

그러나

 

못 박힌 사람은 못 박힌 사람에게로

갈 수가 없다.

 

--------------------------------------------------

 

김승희의 "시계풀의 편지 4"라는 시이다.

 

정호승 시인이 그 아래 다음과 같이 몇 마디 써붙였다.

 

사랑하는 사람은 누구나 다 가슴과 손발에 못이 박힌다. 일찍이 예수도 사랑 때문에 손발에 못이 박혔다. 그러니 어쩌랴. 못 박힌 사람이 못 박힌 사람의 못을 빼주러 가야 한다. 내 고통을 돌보기 전에 사랑하는 이의 고통을 먼저 돌보러 가야 한다. 그게 사랑이니 어쩌랴.

 

신문을 접고 눈을 감으니

수많은 노동자들이 허공에 못박혀 피를 철철 흘리고 있는 광경이 내 망막에 맺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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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화, 수, 그리고...

11/14 월  상집, 사무처 회의와 수련회(장흥 그린랜드)(10:00-)

 

11/15 화  인천지역상용직노조 출범식과 조합원 총회(인천시청 대회의실)(14:00-)

              사유화 저지, 사회공공성 강화 아시아 공공부문 노동자 워크샵 환영만찬(광화

              문)(19:00-)

 

11/16 수  사유화저지와 사회공공성 강화를 위한 아시아지역 공공부문 노동자 기자회견

              과 워크샵 속개(공무원노조 회의실)(10:00-)

              안전하고 쾌적한 지하철만들기 추진위원회 집행위원회(연맹)(16:00-)

              과기노조 김광호 부위원장 모친상(서울적십자병원 장례식장)(20:00-)

 

이렇게 적어 놓고 보면 제대로 한 일이 하나도 없는 것 같은데

시간은 왜 이렇게 잘 가는 것이냐-

 

남들은 아펙저지투쟁한다고 부산으로 가는데

오늘 오후에 나는 한가롭게 혁신도시 터잡는다고 광주로 가고(드디어 오늘이 끝이다~)

내일은 오전에 서울의 어느 대학교에 가서

노조에 별 관심 없거나 미워하고 있을지도 모를

경영학과 학생들 앞에서 특강 비스무리한 것을 하기로 오래 전에 약속이 되어 있다.

 

그러면 곧 토요일, 그리고 나면 또 일요일, 다시 월화수목금토일...

총파업 시점은 초읽기로 다가오고

더 늦기 전에 발바닥이 닳도록 현장을 뛰어다녀야 하지 않겠나, 이 사람아.




자투리 시간에라도 좀 뛰어야...

아님 잠이라도 자 두든지...

새신랑(승현, 용재)들을 불러내 발바닥을 두들기다

노조행사, 딱딱하고 엄숙한 분위기를 탈피할 수 없나

기자가 오지 않은 기자회견...

태국, 말레이지아, 필리핀에서 온 동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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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대회

사전결의대회 사회를 맡아서 단상 위에서 연설 16개 들었고

그 다음부터 단상 아래로 내려와

앞에서 두번째 줄(맨 앞줄은 권, 단, 심 등 나으리들 자리^^)에 버티고 앉아서

본대회 사전행사 연설 4개 들었고

본대회 연설 7개 들었다.

 

화장실 갈 때 한 번

그리고 과기노조 동지들과 인사 나누러 갈 때 한 번

자리를 뜨긴 떴었구나.

 

전야제부터 시작해서 연설, 노래, 율동, 연극 등등 모두 합치면

어마어마한 양을 1박 2일로 소화한 셈이다.

거기다가 엄청나게 쏟아지는 갖가지 유인물들은

큰 제목만 겨우 읽었던 것 같다.

 

민주노총이 큰일이구나

하고 저마다 위기를 실감하고 있는 것인지

오기는 참 많이들 왔던데

제대로 엮어냈는지는 의심스럽다.

 

불과 4시간여만에 줄줄이 쏟아진

27개의 연설을 주의깊게 듣고 가슴에 묻고 돌아간

동지들도 있기는 제법 있을텐데,

고맙고 존경스러울 따름이지.

 

연설 한두개 듣고 술만 퍼부었다가

끝날 때쯤 단상 앞에 와서

흥청흥청 한때의 나처럼 춤추던 사람도 있더라니까.

 

단상에서 보이지도 않던 저 뒤 쪽 동지들은

어떤 느낌을 갖고 갔는지 내일 물어봐야겠다.

 

틈틈이 사진은 찍었는데

어제 잠도 별로 못자서 몇장만 올린다.

 

어제 오늘 못 만난 동지들은

다음을 기약하거나, 이어지는 투쟁의 현장에서 뵙거나...




 무대위에 뜬 달


달에게로 간다..

끝날 무렵 이주노동자 일일주점에 가서 간장오타맨을 비롯한 여러 동지들을 만나 술잔을 기울이는데 무대 쪽에서 두둥실 뭔가 달을 향해 날아오른다. 소원을 담아 띄우는 상징의식 같은 거였나 보다.


합동분향소에 가서 분향은 말고 묵념만 올렸다. 향로에 이미 향이 빼곡하더군.

 


본대회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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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기를 타다

너무 고단한 날들이다.

 

그 놈의 맡은 일 때문에

충주호리조트에서 민주노총 수련회 끝나고

눈 부릅뜨고 새벽길을 달려서 광주에 갔다.

 

오전에는 회의,

오후에는 헬기를 타고 광주-담양-장성-나주 일대를 둘러봤다.

 

내일은 기필코 사무실에서 내 몫을 다해야 하므로

헬기에서 찍은 사진 몇 장만 맛보기로 올려 두고,

고만 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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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거 to 블로거

알엠님의 [블로거 투 블로거] 에 관련된 글.

전번에 알엠의 간장오타맨 블로그에 대한 얘기를 감동깊게 읽었는데

그게 간장오타맨에게서 내게로 바통이 넘어왔다.

 

나는 알엠이나 간장오타맨처럼 그렇게 맛깔스런 글도 못쓰고

더군다나 사람(블로그 또는 블로거)에 대한 글이라니

이를 어째, 이 일을 어쩌나 하면서 차일피일하다가

어차피 누군가에게 바통을 넘겨야 한다는 것을 깨닫고

알타리무로 깍두기 담그던 밤에, 뒤늦게 부랴부랴 썼다.

 

꼬마게시판 시절을 거쳐 블로그 시절까지 오면서

참 많은 사람들을 새롭게 만났고 그들 모두가 고맙게도

내게 좋은 동무, 멋진 동지들이 되어 주었다.

 

하지만 아직도 술 한잔 나누지 못한 블로거들이 제법 있으니

풀소리도 그들 중 한 사람이다.

블로그만 통해서 봐 놓고서 인간 풀소리를 너무 아는체 했으니

노동자대회 전야제쯤에서 만나면 벌주나 한잔 사야겠다.^.~



풀소리의 작은 목소리(http://blog.jinbo.net/jium)


세상은 전쟁터이다. 총부리를 서로 겨누지 않아도 도처에서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인간에게 가장 무서운 존재는 호환과 마마가 아니라 인간 자신이 되어버렸다. 사람들은 날마다 쫓겨나고 두들겨맞고 급기야 죽임을 당한다. 사는 것이 공포가 된 세상에서 마음에 병이 깊은 사람들은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기도 한다. 아비규환과 같은 세상에서, 살아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어서일까, 사람들은 시도 때도 없이 버럭버럭 소리를 지른다. 요즘 세상은 목소리 크면 장땡이다. 교통사고 가해자, 공해물질 배출업자, 한통속이 되어 뇌물을 주고 받은 재벌과 정치인, 모두 당당하게 큰소리친다. 내가 뭘 잘못했어? 아니, 나만 그래?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노동운동판도 이 세상의 축소판이 되어버렸다. 미워하면서 닮아간다고, 한줌도 안되는 권력과 자본에 맞서 전쟁을 치르면서 시나브로 우리 안에도 한 줌도 안되는 권력이 생겼다. 현장을 들먹이고 대중을 얘기하지만 정작 그 현장 대중들 가까이에 가서 묵묵히 행동으로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는 사람은 드물다. 건강한 정파운동 대신에 깡패집단과 같은 패거리문화가 판을 친다고 사뭇 걱정들은 하면서, 정작 함께 일을 도모하자고 하면 의심의 눈길부터 보내기 일쑤이다. 삿대질과 고성은 길거리에서나 운동권의 회의장에서나 크게 다르지 않다. 참 살기에 팍팍한 세상이다.


그런 세상에서 차분하게 자신의 생각을 가다듬어 낮은 목소리로 솔직담백하게 말하는 사람들을 보면 존경스러울 수밖에 없다. 풀소리는 그런 사람이다. 딱 한 번, 그것도 겨우 20분 남짓, 공식회의에서 그의 해맑은 얼굴을 마주했을 뿐, 블로그를 통해서 그와 만나고 교류했지만, 그것으로도 그를 알기에 충분했다. 나는 그가 작고 사소한 것들을 얼마나 소중하게 여기며, 그의 말과 행동이 얼마나 진실되고 일관된 것인지를 안다. ‘세상의 무게가 어디에 있는가 / 성심을 다 한다면 / 작다고 어찌 소중하지 않으랴’, 풀소리가 오래 전에 이웃들에게 보낸 연하장에 인용한 강행원 화백의 글이 곧 그의 마음이다.


언젠가부터 민주노조운동의 상층 간부들은 자신의 생각과 주장을 모호하게 포장하는 데 익숙해졌다. 심지어 선거운동을 하면서도 그렇다. 노사정위원회에 복귀하겠다는 것인지 말겠다는 것인지, 총파업을 하겠다는 것인지 아니라는 것인지, 도무지 아리송한 표현들이 넘친다. 그건 잘못되었다고, 나는 늘 주장한다. 대중조직에서 일하고 있는 책임있는 간부라면 주요한 현안에 대하여 자신이 어떠한 생각을 하고 있는지 대중이 알 수 있도록 말하고 행동해야 한다. 민주노총과 그 산하 조직에서라면, 노사정위원회에 대한 입장, 올해 초의 잇따른 대의원대회 파행, 강승규 사건의 해법, 보건의료노조 산별협약 10장 2조의 문제 등등 간단치 않은 사안들에 대해 일관된 자기 입장을 밝혀야 한다. 그래야 조직의 구성원들이 인간적인 관계와는 별개로 주체적이고 객관적인 판단을 할 수 있고, 자신의 선택에 책임을 질 수 있다.


풀소리는 언제나 낮은 목소리로 자신의 입장을 분명하게 힘주어 말한다. 민주버스노조의 상근간부로, 민주노동당의 열심당원(중앙위원)으로, 또한 학교운영위원으로, 자신이 맡은 일에 대해서 자신의 생각을 있는 그대로 드러낸다. ‘풀소리가 세상에 내는 작은 목소리’들을 보라. 민주노총 선거에서 자신이 지지한 후보가 낙선하여 허전하고 걱정스런 마음을 담배 연기에 실어 보내고, 민주노동당 게시판의 소모적 논쟁을 지켜보면서 현재의 질곡을 넘어서는 고뇌와 진정성을 촉구하고, 학교에서의 체벌에 대한 현실적 선택을 제안하고 받아들인다. 그의 고민과 생각들을 따라가다가 보면, 내 입장과 같아서 반갑다거나 달라서 불편하더라 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차이를 자연스럽게 인정하고 공감하며 타자를 존중하게 되는 나를 발견한다.


한국사회에서 남자란 그 자체로 권력이다. 아무리 민주적인 가장으로 행세한다고 하더라도 아내가 보는 남편이란 그저 똑같은 대한민국 남자일 뿐이다. 풀소리도 예외는 아니다. 그가 아내의 불만의 정체를 정확히 모르고, 매일 술 먹고 늦게 들어오는 것, 돈 별로 못 벌어오는 것, 아니면 어머니 팔순잔치 초청장에 아내의 이름을 빼놓은 것을 열거하는 대목에서 나는 킥킥 웃었다. 아니나 다를까, 풀소리의 아내가 곧장 호통을 쳤다. “당신의 나이에 비해 사고나 행동이 안 막혀 있고 자유롭다는 것, 나에게는 그것이 아무 것도 책임지지 않는 자의 자세에서 나온 걸로 보여. 난 수레를 같이 끄는 사람이 필요한 거지 어쩌다 도와주는 마음 좋은 이웃이 필요한 게 아냐.” 푸하하하, 풀소리의 지난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도 나와 같이 어쩔 수 없는 남자라니까.


가끔 나는 풀소리의 말에서 신영복의 사색이나 도종환의 시정을 느끼곤 한다. 애정의 최고 단계는 강요하는 것이며, 민주주의는 시끄러운 것이라고 하는 말이 무슨 뜬금없는 얘기냐고 궁금한 사람은 그의 “애정(affection)”론을 읽어보라. 불감증 환자가 되어버린 듯한 자신에 대한 성찰이 눈물로 배어나오는 “잘 못 사는 것 같다”도 읽어보라. 민주노총호에서 내리고 싶은 동지들 앞에서, 총연맹 지도부는 사퇴해야 하지만, ‘민주노총이 망한다면 민주노총과 함께 침몰할거야’ 하고 말하는 그의 마음을 함께 호흡해 보라. 내가 더 말할 게 없다. 그는 참 맑고 깨끗하다. 그런 동지를 알게 되어서 고맙고, 인연을 맺어 준 진보넷 블로그가 또한 고맙다.

(2005. 11.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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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뭘했지?

사무실에 온전하게 붙어있지 못한 지 오래이다.

 

오죽하면 사무처장 발목에 족쇄 하나 채워야 하는 거 아니냐는

우스개 소리가 등장했을까.^.^

 

사무실을 자주 비우는 것은 큰 스트레스 중의 하나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꼭 챙겨야 할 현장의 일들이 연달아 벌어지는 상황에서

그건 내 일이 아니야 할 수도 없는 것이고...

 

이번 주는 지난 주와 다를 줄 알았는데 시작하니 역시 마찬가지다. 쩝.



24일, 월요일은 하루 종일 회의가 이어진다.

임원회의(08:30), 상집회의(10:00)...

오후 4시경부터 한시간 반 가량 노동안전 전문월간지 "일터"의 인터뷰가 있었다.

 

25일, 화요일은 분당 장애인고용촉진공단 회의실에서

연맹 투본회의/중집위가 아침부터 하루종일 있었다.

모처럼 공공산별노조 건설에 관한 중집위원들의 속내를 들을 수 있었다.

'원칙은 동의, 현실성은 다소 부족'이라는 소식지의 카피처럼

넘어가야 할 산이 얼마나 험하고 많은지 다시금 확인했다.

 

26일, 수요일은 15번째 맞이하는 과학기술노동자 대동한마당이 있었다.

하루종일 대덕연구단지 운동장에서

일년만에 만나는 현장의 조합원들과 어울리고 술마셨다.

날이 어두워지자 평소의 새벽시간과 같은 취기가 올라왔다.

바람이 시원하더라.

 

27일, 목요일은 대대준비팀 회의와 실장단 회의로 오전이 끝났고,

오후에는 2시간짜리 사회보험노조 조합원 산별교육을 하고,

아시아나항공노조 위원장 이취임식으로 달려갔었지.

전집행부와 현집행부 간부들만 참가한 참 조촐한 이취임식이었다.

손님이라면 나와 초대, 2대 위원장, 그리고 사측 실무자 3명.

 

28일, 금요일 아침에는

광주시도시철도공사노동조합 위원장 이취임식이 있었다.

배일도 구캐이원나으리, 김남일 서울도시철도노조위원장이 단상에 자리잡았고

단하의 손님들 자리에는 궤도연대 집행위원장을 비롯한 연맹 산하 조직의

간부들이 의례적이고 일상적인 행사 하나를 아주 낯설게 대면하고 있었다.

오후에는, 광주전남 혁신도시 입지선정위원회 회의가 있었다.

6개의 후보지 중에서 3개가 선택되었고

실사를 거쳐 마지막 한 곳을 선정하는 일만 남았다.

밤에는 당초 천안 상록리조트에서 진행되는 사회복지수련회에 가기로 했는데

광주에서 대전에 돌아오니 벌써 10시 반,

유성유스호스텔에서 진행되고 있던 여성위원회 수련회로 곧장 갔다.

"밥, 꽃, 양"의 임인애 감독을 만났고, 우리네 투쟁의 한계를 다시 한번

절감한다.

 

29일, 토요일, 연맹 총력결의대회가 대학로에서 있었다.

끝나고 세종문화회관지부의 광화문 음악회에 참석했다.

그리고 늦은 시간에 소주 여러 잔 거푸 마셨다.

결혼한지 16년 되는 날이었다.

 

30일, 일요일, 아내의 생일이다.

광주 망월동에서 고 이용석 열사 2주기 제사가 있는데, 포기했다.

아침에 조개를 넣은 미역국을 끓이고 있는데 아내가 한마디 한다.

-그 딴거는 끓여서 뭐하냐? (평소에나 잘 해라!)

 

다시 월요일이다.

 

오늘은 민주노총 비대위원이 되어 더욱 바빠진 위원장을 대신하여

한국원자력연료노조 조합원 교육,

내일과 모레는 충주호 리조트에서 민주노총 단위노조 대표자 수련대회와

민주노총 중앙위원회,

참, 모레 아침에는 광주에서 혁신도시 입시선정을 위한 실사 참가,

모레 밤에는 다시 서울에서 회의 하나,

이렇게 제목만 바뀌면서 시간은 숨가쁘게 채워질 것이다.

 

하늘도 보고 별도 보고

산에도 오르고 바람도 맞고

아무리 바빠도 그렇게 살자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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