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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2/20
    (6)
    손을 내밀어 우리
  2. 2009/02/19
    좌담회 속기록(7)
    손을 내밀어 우리
  3. 2009/02/19
    허걱, 매일노동뉴스...(3)
    손을 내밀어 우리
  4. 2009/02/16
    도움말 요청(9)
    손을 내밀어 우리
  5. 2009/02/13
    유구무언(3)
    손을 내밀어 우리
  6. 2009/02/13
    (2)
    손을 내밀어 우리
  7. 2009/02/11
    기초과학 육성부터 제대로 하라
    손을 내밀어 우리
  8. 2009/02/08
    [느티] 아빠가 만든 김밥(4)
    손을 내밀어 우리
  9. 2009/02/05
    2009/02/05(7)
    손을 내밀어 우리
  10. 2009/02/03
    너는 어느 별에서 왔니?(7)
    손을 내밀어 우리

유구무언

아직까지 읽어보지 못한 사람들을 위해서

특별히 더 나을 것도 없는 나 자신과 많은 남성 활동가들의 반성을 위해서
바닥을 알 수 없는 나락으로 추락을 거듭하는
우리네 조직들의 자화상을 들여다 보기 위해서
같은 날 잇따라 발표된 두 개의 입장을 여기에 남긴다.
아무 할 말도 없고 참담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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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성폭력 사건에 대한 피해자와 대리인의 입장

 

1. 오늘 일부 언론은 민주노총 조직강화위원장 김상완(기아자동차 노조위원장, 민주노총 경기본부장 역임)의 성폭력 사건에 대해 보도했다. 이 부분에 대한 피해 당사자와 대리인의 입장을 다음과 같이 밝힌다.  

1. 일부 언론은 이번 사건에 대해 “성폭행 미수”등의 표현을 쓰고 있는데, 이 사건은 명백한 “성폭력과 강간 미수”사건임을 밝힌다.

1. 피해자 A씨는 민주노총 산하 연맹 소속의 조합원으로 같은 연맹 산하 소속 조합원 B의 부탁으로 도피 중인 민주노총 위원장 이석행에게 은신처를 제공하여 주었다. 이석행은 A씨의 자택에서 지난해 12월 1일 늦은 밤부터 경찰에 검거되던 12월 5일 밤까지 5일 동안 머물렀다. A씨는 평소 친하게 지내던 같은 연맹 소속 조합원 B의 다급하고도 간곡한 요청을 뿌리치기 어려웠다. 이석행등은 어려운 처지이니 도와달라고 하였고, 이 도움은 잠시뿐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당시 이석행은 지방으로 옮길 계획이니 잠시만 도움을 달라고 요청하였다. A씨는 이를 거절하지 못했고 결국 A씨의 자택에서 이석행이 검거되기에 이르렀다.

1. 이석행이 검거되자, 민주노총은 형법상 범인도피죄의 혐의로 경찰수사가 예정된 A씨에게 민주노총 조직강화위원장 김상완, 재정국장 박민, 그리고 이석행의 도피를 부탁했던 B씨를 보내 허위 진술을 강요하였다.

김상완 등의 민주노총 관계자들은 알 수 없는 이유로 A씨에게 이석행의 도피가 B씨의 부탁을 받은 것이 아니라, 1일 밤 집으로 들어가는 도중 이석행과 김상완이 집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고 경찰에서 진술하라고 강요하였다. 그러나 이미 경찰이 이석행의 도피 과정에 대해 파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같은 허위 진술 강요는 민주노총 위원장에게 선의로 호의를 베풀어준 사람에 대해 범인도피죄와 관련하여 범행 일체를 혼자 책임지라는 차원에서 나온 것으로 매우 부도덕한 일이었다.

1. 민주노총이 A씨를 ‘보호’하고 허위 진술을 강요하기 위해 파견한 김상완 등 3인은 지속적으로 A씨를 감시하고, 그의 활동을 통제하였다. A씨는 평소 친분 관계가 있던 인권실천시민연대 사무국장 오창익에게 도움을 요청하였고, 이에 오창익은 경찰 수사에서 허위진술은 매우 위험하며, 경찰수사에 협조해야 한다는 조언을 하였다. 이에 대해 김상완 등은 오창익 등의 지원을 차단하기 위해 욕설, 폭행 위협 등 다양한 방법을 동원하였고, 이 과정에서 민주노총과 A씨의 소속 연맹 차원에서 A씨에 대한 집중적인 설득작업이 진행되었다. 설득작업의 주요 내용은 외부의 지원을 받지 말고 조직을 믿고 따라야 한다는 것이었다.

1. 문제의 사건은 이석행이 검거된 바로 다음날인 12월 6일 발생하였다. 대책을 논의하자고, A씨를 불러낸 김상완 등 3명은 영등포 등지에서 A씨와 만나 대화를 나누었고, A씨는 대화를 마치고 귀가하였다. 이때 김상완이 A씨의 자택에 침입하여 수차례에 걸쳐 A씨에게 성폭력 범죄를 저질렀다. 강간도 여러차례 시도하였으나 피해자 A씨의 완강한 저항으로 뜻을 이루지는 못하였다.

이에 대해 김상완은 술에 취해 아무 것도 기억나지 않는다고 밝히고 있으나, 이는 명백한 거짓말이다. 당시 김상완이 피해자 A씨의 자택에 침입하기 위해 엘리베이터에 탔을 때 찍힌 CC-TV 동영상 등을 보면 김상완은 만취 상태도 아니었으며, 매우 정상적으로 행동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1. 이 사건 발생 이후 민주노총은 이 사건과 관련하여 이해할 수 없는 반인권적, 성폭력 옹호적 행보를 반복하였다. 민주노총은 사무총장 이용식 등 고위 간부들과 민주노총 지도위원등 민주노총에 우호적인 인사들을 파견하여 사태의 확산을 막기 위해 노력했다. 이들의 주된 논리는 “이명박 정부에서 싸워야 하는데, 이런 사건이 알려지면, 조·중·동에 의해 대서특필되면 조직이 심각한 상처를 받는다”는 것의 반복이었다. 민주노총은 피해자와 피해자의 대리인에게 지속적인 압박을 해왔다. A씨의 소속 연맹 위원장과 같은 연맹 소속 간부들도 마찬가지로 압박을 해왔다. 이 과정에서 성폭력 피해자 A씨는 상당한 정도의 충격을 받았으며, 이는 성폭력 사건에서 흔히 발생하는 전형적인 2차 가해였다. 이러한 가해는 민조노총이라는 조직이 조직적으로 한 개인에 대해 감행된 것이었다.

1. 민주노총 사무총장 이용식은 민주노총을 대표하여 피해자 대리인과 만나(지난해 12월 29일 등)민주노총 차원에서의 사태 해결을 지켜봐달라고 요청하였고, 민주노총을 대리한 한 저명인사는 올해 1월 2일 대리인과 만나 1월 12일까지 징계를 하는 등, 사태를 마무리하겠으니 그때까지만 기다려달라고 요청하였다. 이에 대해 피해자와 대리인은 민주노총이 진정성을 갖고 사태 해결을 해나가는지 지켜보기로 하였으며, 고소 등의 대응은 민주노총의 진상조사와 사태수습과정을 지켜본 다음 검토하기로 하였다. 이후 피해자 대리인은 민주노총의 진상조사 과정에 협조하였다.

1. 민주노총은 자체적으로 진상조사단을 구성하여 이 사건에 대한 진상조사활동을 벌였다. 그러나 이때부터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기 시작하였다. 기자들의 복수 증언과 전언에 따르면 다수의 민주노총 간부들은 최소 3-4주전부터 성폭행 사건에 대해서 술자리 등에서 기자들에게 여과없이 말하기 시작하였고, 끊임없이 소문을 만들어냈다. 이 소문은 이미 언론을 비롯하여 노동부, 노사정위, 한국노총, 경찰 등에게까지 광범위하게 확산되었다. 그러던 차, 어제밤(2월 4일) 복수의 모 언론 기자들과 만난 민주노총 관계자가 이 사실을 다시 한번 언론에 확인시켜 주었고, 이에 따라 이 사건이 언론에 보도되게 되었다.

1. 민주노총은 피해자에 관한 민감한 개인정보가 담긴, 진상보고서를 아무런 여과없이 민주노총 임원회의에 제출하였으며, 이 진상보고서가 지금 민주노총 주변과 언론 주변을 떠돌고 있다.

1. 또한 민주노총은 사태의 진상파악과 그에 맞는 사태 수습노력은 제대로 진행하지 않고, 끊임없이 피해자 대리인에게 어느 정도 선에서 징계를 하면 만족할 것인가라며 징계수위에 대한 조정을 시도해왔다. 이에 대해 대리인은 징계여부와 수위는 민주노총이 판단할 문제라고 반복적으로 지적했음에도 불구하고, 민주노총은 거듭하여 조정을 요구해왔다. 또한 민주노총 사무총장과 민주노총을 대리한 저명인사가 제시했던 징계완료 시점인 1월 12일을 넘겨서도 아무런 해명도 하지 않았다.

1. 우리는 민주노총이 이번 사건의 발생과정과 이번 사건을 다루는 과정에서 20년 민주노조운동의 역사에 바탕한 조직으로서의 최소한의 무엇도 갖추지 않고 있고, 선의의 협조자가 성폭력 피해를 당한 어처구니 없는 사건에 대해 한낱 술자리 안주감으로 전락시켜버리고, 피해자에게 지속적으로 2차, 3차 피해를 강요한 점에 대해 분노한다.

1. 민주노총은 일부 언론 보도에 대해 오늘(2월 5일) 오후 1시경 [입장]을 발표하여, “여러 언론이 민주노총이 공식적으로 그 어떤 입장이나 사실확인도 해주지 않은 상황에서 사건 관련 내용과 피해자 관련 정보 및 내용이 무분별하게 보도되면서 사실이 아닌 내용이 기사화되고 있는 점에 대해 모든 법적 대응을 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민주노총이 [입장]을 통해 스스로 밝히고 있는 것처럼 ‘공식적인 입장발표나 사실 확인’은 하지 않았던 것은 분명하다. 이사건 보도는 대변인을 통해 취재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매우 많은 복수의 민주노총 간부들은 이 사건에 대해 지속적으로 발언하였고, 심지어 앞서 지적한 것처럼 진상조사문건마저 유포시키는 반인권적 작태를 서슴지 않았다.  

1. 우리는 이번 사건의 발생과 처리과정을 지켜보면서, 민주노총 지도부가 최소한의 양식도 없고, 민주노조운동을 진행할 도덕적 근거마저 완전히 상실해버렸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우리는 이에 대해 성폭력 가해자 김상완을 형사고소하는 것은 물론, 민주노총 관계자들에 대해서도 관계당국에 수사를 의뢰할 것이다.

또한 민주노총 본부 간부들과 피해자 A씨 소속 연맹의 위원장과 핵심간부들의 전원 사퇴도 요구한다. 민주노총과 피해자 A씨 소속의 연맹이 이번 사건을 계기로 최소한의 상식에 맞는 조직으로 거듭나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2009년 2월 5일
피해자 A씨를 대리하여
김종웅(변호사), 오창익(인권실천시민연대 사무국장), 임태훈(여성의전화 前 정책위원)

[긴급보도]중앙일보,경향신문,참세상 등 언론의 민주노총 간부 해임사건관련보도에 대한 민주노총 입장

-먼저 이 사건이 민주노총 관계자의 이름으로 보도가 되면서 피해자에 대한 2차가해가 발생한 사실은 민주노총이 피해자의 인격권을 끝까지 보호하지 못한 책임이 있음을 통감하면서 피해자를 비롯한 모든 조합원들에게 깊이 사과드립니다.

-우리는 여러 언론이 민주노총이 공식적으로 그 어떤 입장이나 사실확인도 해주지 않은 상황에서 사건관련내용과 피해자관련정보 및 내용이 무분별하게 보도되면서 사실이 아닌 내용이 기사화되고 있는 점에 대해 모든 법적 대응을 하기로 하였음을 알려드립니다.

-오늘 민주노총은 피해자 측 김종웅 변호사와 민주노총 법률원 변호사와 함께 언론보도 관련대책회의를 하고 언론보도로 인해 발생한 피해자에 대한 2차가해와 허위사실유포, 인격권침해에 대해 공동대응하기로 하였습니다.

-언론보도의 가장 큰 문제점은 피해자변호사와도 확인한 바, 피해자의 의사확인도 없이 사건의 내용과 피해자정보가 공개되어 2차 가해가 이루어졌다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사실관계에 대해 피해자확인 및 민주노총공식 확인도 없이 보도된 내용은 전부 허위사실이라는 점입니다.

-세 번째, 이러한 언론의 선정적보도로 인해 피해자 및 민주노총의 명예에 심각한 훼손을 야기시켰다는 것입니다.

-민주노총과 피해자 측은 이후 빠른 시간 내에 모든 언론보도에 대해 언론보도로 인해 발생한 피해에 대한 법적조치를 취할 것입니다.

2009년 2월 5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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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연휴 이후로

주말도 마다 않고 술 마시거나

술 마시는 것 못지 않게 고단한 일상이

내 의사와 아랑곳없이 이어졌다.

 

어젠,

피곤함이 극에 달했는데 여지없이 모임 하나 있었고

한 자리에 처음부터 끝까지 앉아서

소주잔을 채우고 비우기를 반복했다.

첫 잔부터 참 달콤한 술이고 그런 자리였다.

 

퇴근하고 나서 시작한 자리가

자정을 지나지 않은 시간에 끝나고

집으로 걸어서 가는 길에 생각했다.

 

오늘처럼,

서두르지 않고 재촉하지 않고

사람들 얘기 하나하나 귀담아 들으며

주어진 잔 피하지 않고 술술 넘기고 되돌리기만 하더라도

쉽게 취하진 않겠구나.

세월도 흐르고 내 나이도 들고

예전처럼 세팀네팀 만나면서

주거니 받거니 술 들이붓고 하는 일은 이젠 멈춰야지...

(과연 될까~?-.~ ㅎㅎㅎ)

 

그리고 6시간 늘어지게 잤다.

가쁜한 아침이 오고

비에 촉촉하게 젖은

봄날같은 2월의 대지와 구름낀 하늘을 보면서

다시 신나는 하루가 시작되었다.

 

불현듯 생각난다.

술은 백약의 으뜸이라는 옛 말.

그 뒤에 감추었던,

단, 적당히 마실 때라는 말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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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과학 육성부터 제대로 하라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2): 기초과학 육성부터 제대로 하라

 

- <미디어충청>에 기고하고 <공공연구24시>에 싣게 될 것...

‘과학’은 실종되고 ‘사업(비)’ 쟁탈전만

2월 10일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조성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특별법)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정부가 공언한 대로 법안은 2월 13일 이전에 국회로 넘겨질 전망이다. 마치 아무런 저항도 없는 듯, 아니 있더라도 무시하겠다는 속전속결의 의지를 갖고 정부는 거침없이 밀어붙이고 있다. 과학기술계는 아직 어안이 벙벙한 상황이다.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벨트)를 공론화할 기회도 충분하지 않았고 ‘벨트’에 대한 이해도 아직 부족하다. 그러나 2차례의 공청회를 비롯하여 형식적으로 진행한 의견수렴과정에서 과학기술계의 우려와 반발은 작지 않았다. 특히 국가과학기술위원회 본 회의를 앞두고 작년 12월 29일에 있었던 운영위원회에서 제기된 의견들을 보면 과학기술계의 분위기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과학기술계 원로들의 의견을 수렴한 결과, 기초과학과 비즈니스벨트라는 이질적 계획의 통합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많이 제기되었다’, ‘기초과학연구원은 사업화와 관계없는 기초과학을 연구하는 곳이므로 녹색기술개발 연구를 포함해서는 안되며 기술지주회사도 설립할 필요없다’, ‘과학사업화는 개념상 오해 소지가 있으므로 빼는 것이 좋다’ 등의 지적은 한 마디로 과학기술계뿐만 아니라 과학기술에 관심있는 일반 국민들의 냉소적 반응들과 서로 통한다. ‘사업화(비즈니스)’를 목표로 하는 연구가 무슨 ‘기초과학’이냐고 하는!

정치권은 아직 이렇다 할 구체적인 언급은 없다. 경험적으로 보면 ‘과학’이라는 낱말이 들어가는 정부의 정책이나 법안에 대해서 국회에서 심도깊은 논의를 한 적이 그다지 없었고, 있다고 하더라도 입지 선정이나 예산 배정을 둘러싼 정치 현안으로만 접근할 뿐이다. 따라서 특별법안이 국회에 넘어가면 별다른 공방없이 수십 건의 법안 중의 하나로 처리될 것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지방자치단체들은 ‘벨트’에 2015년까지 투입되는 3조 5487억원의 사업비를 확보하기 위한 경쟁에 벌써부터 나서고 있다. 충청권 지자체들은 이명박 대통령의 충청권 공약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벨트’의 거점지구와 기능지구를 충청권으로 명기하지 않는다고 거듭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요컨대, 정부가 내세운 ‘기초과학’이라는 뿌리는 어찌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사업비’라는 열매만 갖고 쟁탈전이 벌어질 판이다.

기초과학은 속전속결로 되지 않는다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종합계획(안)’이 심의, 확정된 제29회 국가과학기술위원회 본회의(1/13)에서 통과된 안건 중에 ‘기초연구진흥종합계획(안)’이 있다. 기초과학연구진흥법 제5조에 따라 5년마다 정부가 기초연구 진흥을 위한 종합계획을 세우고 실행하는 것인데, 2005년에 노무현 정부에서 수립한 5년간의 계획(’06-’10)을 이명박 정부의 과학기술기본계획을 반영하여 이번에 전면 수정(’08-’12)하였다. 이명박 정부의 기초과학 육성 의지가 진정성을 갖고 있다면 ‘기초연구진흥종합계획’에는 ‘벨트’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기초과학연구원 설립과 중이온가속기 설치에 대한 내용이 구체적으로 다루어져야 마땅하다.

그러나 ‘기초연구진흥종합계획’에는 중이온가속기에 대한 내용이 전혀 언급되지 않고 기초과학연구원 설립에 관한 내용만 달랑 1쪽 차지하고 있다. 더군다나 중이온가속기 설치의 필요성을 구구절절 강조하고 있는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종합계획’과는 달리 ‘기초연구진흥종합계획’에는 “초대형연구시설은 독자 건설보다 국제공동프로젝트에 참여하여 활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기존의 포항방사광가속기의 성능향상을 지원하고 기초과학연구원에 틈새 또는 전략부문 대형연구시설 건설을 검토”한다는 단서는 붙어있다. 얼마나 졸속적으로 ‘벨트’를 추진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과학부터 지며리(차분하고 꾸준하게) 챙겨라

과학기술은 한 나라가 축적한 지식체계와 기술력의 총화이다. 단번에 엄청난 예산과 인력을 투입한다고 해서 단기간에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과학과 기술의 전 분야에 걸쳐 차근차근 시스템을 구축하고 인력을 양성하고 적절한 예산을 투입해야 하는 것이다. 어느 날 갑자기 ‘노벨상 수상’과 ‘기초과학 강국 대한민국’을 위한 마스터플랜을 완성했다고 풍선을 띄운다고 될 일이 아니다. 불과 1달 전에 정부의 보도자료를 베끼다시피 하면서 ‘벨트’에 대해서 호들갑을 떨었던 언론들은 특별법안의 국무회의를 통과했다는 소식에도 그저 짤막한 반응들만 보이고 있다. 가뜩이나 물불 가리지 않는 이명박 정부는 이같은 무관심과 이해 당사자들의 다툼, 그리고 과학기술계의 냉소 속에 ‘벨트’를 단기간에 맘대로 밀어붙일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벨트’가 정녕 과학에서부터 출발하는 것이라면 과학기술계의 합의와 적극적인 참여가 전제되지 않는 계획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계속)  (2009. 2.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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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어느 별에서 왔니?

지난 주(30일) 수련회에서 술 마시며 놀다가

한 동지가 불쑥 준비한 인쇄물을 내놓았다.

 

너는 어느 별에서 왔니?

아마도 너는....

 

이런 제목이 붙은 문제지/설문지(?)였는데

다른 동지라면 이런 상황에서 이렇게 할 것이라는 걸

저마다 추리/상상해서 쓰는 것이었다.

 

다른 동지들이 나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살짝 들여다 볼 수 있는 재미있는 시간이었다.

 

 

알아보기 힘들겠죠?^^;;

내가 아래 번역을 해 볼께여....(나도 못알아보는 글씨도 있지만)

 

 

*화장실에 휴지가 없다. 너는 과연?

 

-물로 씻고(손) 다른 옷으로 닦는다.

-휴지통에서 찾거나 그냥 아무일 없듯이 나온다.

-"나한테 전화하면 고맙겠다."

-나와서 씻고 물내린다.

-화장실 샤워,. 그후 멋쩍은 웃음.

 

(진짜 나는?) 몇 사람은 안다. 차마 내 입으로 말못한다.

 

 

*무인도에 체류하게 되었다. 가져갈 것 같은 3가지는?

 

-책(1권), 술, 씨앗

-라디오, 옷, 음식

-술. 미련, 노트북

-노트북, 가족, 술

-전기밥솥, 노트북, 농기구(?)-아마도 무인도를 밭으로 만들 것 같아요.

 

(진짜 나는?) 책, 술, 그리고 맥가이버칼을 갖고 갈 것 같다.

맨날 노트북 들고 다니니까 전기가 없는 무인도에도 노트북 갖고 갈거라는 답이 60%나 되네. 쩝.

 

 

*너에게 꼭 하고 싶은 말.

 

-얼지 마. 죽지 마. 부활할거야!

-회의 자주 안 나오시면 와인공장 차려주셔야 할 겁니다. ㅋㅋ

-버립시다.

-여기저기 바쁘게 다니시는 거 보기 좋습니다. 계속 그렇게 쭉 활동해 주시면 고맙겠어요.

-바쁘시지만 많이 챙겨주셔서 고맙습니다. 흐흐

우리 2009년에는 뻑쩍지근하게 위원장님 집에서 꼭!! 술마셔요~~ㅎㅎ 기회만들게요...

 

(다들 술을 한잔씩 한 상태라서 답이 갈팡질팡....암튼 유쾌한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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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무얼 했나?

1.

연초는 기억도 잘 나지 않는다.

회의, 사업계획 논의, 틈틈이 술자리...

 

그리고 설 연휴부터

쉴새없이 뭔가 일이 이어졌다.

 

연휴가 끝나자마자 바로 생일이라고 취하고

그 다음날(29일)은 서울에서 정기대의원대회

그 다음날(30일)은 서울에서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공청회

그리고 곧바로 미디어충청수련회(장용산휴양림)로 들어가서 술, 술...

또 그 다음날(31일)은 한내 총회, 용산참사추모 범국민대회, 술, 술....

2월 1일 오후에 와서야 지친 몸을 잠시 누일 수 있었지.

 

2.

어제(2일)와 오늘,

성명서 1개 쓰고 1개 검토하고

기고글 2개 간신히 다 써서 보냈다.

 

쓰는 것보다도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는 것들 속에

정부가 감춰놓은

꼼수와 무모함과 비합리와 비민주성 같은 걸 찾아내는 것이 어렵다.

공부가, 아니면 내공이 부족한가...ㅎㅎㅎ

 

일이 밀려 있을 땐

블로그에 글 쓰는 것도

누구에겐가 편지를 쓰는 일도

괜시리 무겁게 느껴진다.

(그래서 바쁠 때 올라오는 글들은

술 마시고 쓴 것들이 대부분이라는...ㅋㅋㅋㅋ)

 

3. 

그저께와 어젯밤,

피곤함을 무릅쓰며 두부 4모 만들었다.

 

그저께는 누구한테 주려고 만들었는데

오늘 저녁에 손님들을 맞기로 했고

아침에 1모는 아이들 반찬으로 먹어버려서

이따가 2모쯤 더 만들어야 할 것 같다.

 

두부 만드는 건 이제 일상이고 습관이다.

늘 2컵 정도의 콩은 불려서 냉장고에 보관하다가

두부가 떨어지는 즉시 자동으로 믹서를 꺼내게 된다.

 

4.

2월이 오자 곧바로 날씨가 덥다.

내 책상에서 내다 보는 둔산지역 시가지,

햇볕이 옅은 안개와 만나서 잔잔한 물살처럼 부서진다.

 

잠시 기지개라도 펴고

2월은 1월보다 여유 좀 갖고 살자.

 

나만이 아니라

동무들, 동지들 모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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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트, 그게 도대체 뭐냐?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만 갖고 벌써 세번째 글을 쓴다.

그 중에 미디어충청에 3-4번 연재하게 될 내용을 여기에도 올려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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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1): 벨트, 그게 도대체 뭐냐?


번갯불에 콩 구워 먹는 정부

정부가 ‘대덕연구단지 조성 이래 35년 만에 과학기술계 최대의 사업’이라고 자화자찬하고 있는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종합계획이 지난 1월 13일 대통령이 주재하는 제29회 국가과학기술위원회(국과위)에서 확정되었다. 지난 17대 대선에서 이명박 후보가 충청권 공약으로 내세우고, 작년 2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보고된 이후로는 이렇다 할 논의가 없이 표류하는 듯하더니, 불과 석 달 남짓한 논의를 거쳐 2015년까지 총 3조5천487억원의 예산을 투입하는 거대한 프로젝트로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1월 30일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특별법(특별법) 제정을 위한 공청회가 열렸다. 국과위에서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종합계획이 확정되고 나서 불과 17일만의 일이다. 정부가 얼마나 다급했던지, 1월 23일에 법안을 입법예고하고 나서 2월 2일까지 의견을 제출하라고 했다. 공고일과 마감일, 설 연휴와 주말을 제외하고 나면 겨우 3일에 불과한데, 다른 법령의 입법예고기간과 견주어 보면 턱없이 짧다. 2월 초순에 차관회의와 국무회의를 거쳐서 2월 13일이면 국회로 이송한다고 하니, 아무리 번갯불에 콩 구워먹는다고도 하지만 도가 지나치다.

이것이 과학기술계의 합의를 바탕으로 해서 국민적 관심과 성원 속에 추진되는 일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지금까지 진행되는 과정을 보면 단기적인 업적 부풀리기에 급급하여 졸속적이고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라는 낯선 이름

(거점지구) 기초과학, 녹색지식산업, 교육, 글로벌 정주환경 등을 확충하여 기초과학 거점으로 육성

 

(기능지구) 대학, 연구소, 산업단지, 응용개발, 생산기지, 물류기능과 연계하여 시너지 제고

 

<자료: 교육과학기술부>

‘벨트’라고 하는 새로운 개념이 등장했는데, 과연 무엇일까? 연구개발 기능을 담당하는 대학과 연구기관, 생산기능을 담당하는 기업, 각종 지원 기능을 담당하는 벤처캐피탈과 컨설팅 등의 기관들이 한 곳에 모여서 정보·지식의 공유를 통해 새로운 지식과 기술을 창출하는 등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고자 조성하는 것이라면 ‘클러스터(cluster)’라는 개념이 이미 있는데, 아마도 ‘클러스터’를 더 선정적으로 확장하고픈 욕구가 반영된 것이 ‘벨트’가 아닌가 짐작할 뿐이다.

특별법에 따르면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란 ‘거점지구’와 ‘기능지구’를 연계한 구역으로 ‘세계적인 기초연구시설과 우수인재를 확보할 수 있는 기초연구환경을 구축하고 과학기능·비즈니스기능이 복합된 지역’으로 정의하고 있다. 거점지구는 기초연구분야의 거점을 구축하고자 집중적 지원이 이루어지는 곳이고, 기능지구는 거점지구와 연계하여 기초연구, 응용개발연구, 산업화 등 일련의 시너지효과를 제고하고자 하는 지역이다. 따라서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는 결국 과학과 비즈니스(사업)를 융합하기 위해서 정부가 집중적으로 육성하는 지역(신도시)라고 보면 될 것이다.

다만, 여기에서 ‘벨트’는 특정한 지역적 공간에 한정되지 않고 거점지구에 설립될 기초과학연구원의 이른바 Site-Lab을 통해서 전국 각지와 연결된다. 기초과학연구원은 2015년부터 50개 연구단(Site-Lab)을 둘 계획으로, 그 중에서 25개 연구단은 교육·연구·산업기능을 갖춘 지역에 설치하여 국내의 다른 연구기관 또는 대학과 공동연구프로그램을 운영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는 입지 선정뿐만 아니라 그 이후에도 Site-Lab 운영에 투입되는 연간 6,500억원의 예산을 둘러싸고 각 지방자치단체 사이에 경제자유구역과 혁신도시를 놓고 벌였던 다툼보다 더 치열한 각축전을 예고하고 있다. (2009. 2. 3. 계속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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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1일이 우리 연구소 창립기념일이다.

 

매번 우수 연구원이다 모범 부서다 해서

상도 주고 상금도 주고 그러는 모양인데

우리 지부 비대위원장이 원장한테 제안을 했단다.

 

2008년 봄부터 가을까지

KAIST와의 강제통합을 저지하는 투쟁에 앞장섰던

조합원들을 3명 추천할테니

연구소 이름으로 표창 좀 해주시라고.

 

원장이 흔쾌히 그러겠다고 했다나,

어제 지부 대의원대회에서는

누구에게 상을 줄 것인가

상 이름은 뭘로 할 것인가 하는 것이

하나의 안건으로 상정되었다.

 

69일 동안 계속되었던 출근투쟁에

누구보다 열심히 나왔던 조합원들과

투쟁물품 제작 등 노조 일이라면 발벗고 나선

조합원들이 모두 후보로 거론되었지.

 

비정규직 조합원 2명과

정규직 조합원 1명으로 결론이 났는데

그 과정에서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경합을 벌이자

비정규직을 더 챙겨야 한다는 발언이나

자신이 받아도 전혀 손색이 없는데도

다른 조합원에게 공을 돌리는 모습이나

모두 좋아 보이더라.

 

정규직 비정규직 의식하지 않고

조합원이라는 이름으로

모두 다 똑같은 처우와 노동조건으로 일할 수 있는

그런 일터로 만드는 것이

아직도 멀고 먼 상황에서

이런 광경을 보면서 느끼는 회한과 반성은 때론 애처롭기도 하지만...

 

암튼 그랬다고.

 

상 이름?

KRIBB 특별상과 KRIBB  지킴이상, 두 개로 압축하고

사용자보고 알아서 선택하라고 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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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점심을 먹고 들어오니

책상 위에

청록색 바탕에 까만 글씨가 씌여진 편지봉투가 놓여있다.

 

250원짜리 우표(루이브라유 탄생 200주년 기념우표)가 붙어있고

우체국 소인까지 선명하다.

 

편지....

열어보니

노란 편지지에 보기에도 정성이 넘치는 글씨가 빼곡하다.

 

얼마만이던가, 이렇게

직접 글씨로 쓴 편지를 받거나 보낸 것이.

내용도 내용이지만

손으로 써서 보낸 편지에 감동 퍽 받았다.

 

나도 누군가에게 편지를 쓰고

우표를 붙이고 우체통에 넣어서

집배원 노동자의 손을 거쳐 그의 손에 갈 수 있게 해보자,

하는 충동이 절로 일었다.

 

고마우셔라, 동지!

늘 즐겁고 건강하게 함께 합시다그려~~~ㅎㅎ

 

<덧붙임>

-요즘 보통우표는 250원이라 이거지...

-루이 브라유가 누군지 몰랐다. 찾아보니, 점자를 창안한 훌륭한 분이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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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첫 눈

 

어젯밤 늦게부터 이따금 성긴 눈발이 날리더니

한 시간쯤 전에 지부 사무실로 오는데 눈이 펑펑 내려

머리 끝부터 어깨까지 소복하게 눈에 덮여서 들어왔다.

 

올 겨울 들어 이처럼 펄펄 내리는 눈은 처음이라서

사무실 창가

열매만 남은 나뭇 가지 사이로 사진 하나 찍어 두었다.

 

블로그 세상이 지금 그렇듯이

세상이 온통 까맣게 멍들고 있는데

저 눈이 얼마나 내리면 하얗게 뒤덮을 수 있을까,

하는 실없는 생각도 하면서...

 

그러고 보니 12월 30일....

 

한해가 오고 갈 때 뿐만 아니라

날마다 해가 뜰때마다 옷깃을 여미고 소원을 되새기고

그 소원 쟁취하기 위해 투쟁하는 삶을 살자고 다짐은 늘 하건만,

또 이렇게 무력하게 한해를 보내고 마는구나.

 

여기 오는 동지들, 나보다 잘 살기를!

행복하고 건강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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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과학기술부 보도자료 유감

더 사이언스에 어제 날짜로 실린 글...

 

 

교육과학기술부가 지난 23일 배포한 ‘나라 경제 살리기에 과학기술계가 적극 동참키로’라는 제목의 보도자료(사진)를 우연한 경로를 통해 사전에 입수하게 됐다. 박스로 테두리를 해서 요약한 내용을 보니 2000여명 인턴연구원 채용을 추진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그러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서 인건비 동결, 경상비 10%와 업무추진비 20% 절감 등 강도 높은 경영효율화를 한다고 설명했다. 덧붙여 1분기에 2009년 예산의 30% 이상을 집행하고, 상반기에 3분의 2 이상을 조기 집행한다고 했다.

정부 지시 순순히 응한 과학기술계

놀라운 것은 이어지는 본문 첫 번째 단락이다. 교과부 산하 과학기술계 27개 기관장들이 12월 23일 서울교육문화회관에서 ‘과학기술기관장협의회’를 열어 ‘자율적으로’ 강도 높은 경영효율화 노력을 기울이기로 결의했다고 밝히고 있다. 과학기술기관장협의회가 열리는 시간은 23일 오후 2시였고 내가 보도자료를 받아든 시간은 23일 3시 이전이었다. 세상에 이런 일이! 과학기술기관장협의회가 아직 열리고 있던 시간에, 당사자들이 회의결과를 발표한 것이 아니라 교과부가 먼저 회의결과를 버젓이 발표한 것이다.

기다렸다는 듯이 언론이 곧바로 보도자료 내용을 그대로 게재한다. 매일경제는 23일 오후 3시 7분에 인터넷판에 기사를 올렸고, 바로 이어 연합뉴스가 23일 오후 3시 57분에 기사를 게재했다. 그나마 맨 먼저 기사를 실은 매일경제는 어느 연구원의 말을 빌어 “현장에서 직접 뛰는 연구원들과의 합의 없이 기관장들이 효율화 방안을 일방적으로 발표하는 것은 문제가 많다”며 “과학기술분야는 일반 제조업 분야와는 다른 데도 예산을 조기 집행한다는 것은 정부가 과학기술분야도 건설 분야처럼 ‘속도전’으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고 잘못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문제점까지 지적했다.

과학기술계가 정부의 지시에 순순히 따라간 것이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문제는 교과부가 제시한 임기응변식 처방이 ‘나라경제 살리기’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과학기술계의 혼란을 더욱 부채질하여 과학기술의 발전을 오히려 더디게 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동안 과학기술계는 정부의 지침이 주어지면 이렇다 할 반발 없이 고통을 분담해 왔다. 정년단축, 연봉제, 계약제 등의 일방적 도입과 차등성과급제 확대, 퇴직금 삭감 등 일련의 강압적 조치를 할 때마다 정부가 내세운 명분은 고통 분담이요 경제를 살린다는 것이었다. 그 결과는 정부에 대한 불신과 과학기술자들의 사기 저하, 그리고 극심한 이공계 기피로 나타났을 뿐 정부가 내세웠던 긍정적인 효과는 전혀 나타나지 않았다.

1년짜리 비정규직 양산 도리어 부작용

그런데 정부는 또 다시 경제를 살린다는 미명 아래 즉흥적이고 일회적인 방침을 밀어붙이고 있다. 교과부의 이번 발표는 구태의연한 전시행정으로서 국민에 대한 기만이요, 과학기술계에 대한 모독이다. 알아보니 과학기술기관장협의회가 소집된 것도 자발적이고 자율적인 합의에 따른 것이 아니었다. 교과부가 지난 19일에 산하 기관의 기획부장단 회의를 소집하여 이 같은 경영효율화 방침을 하달했고, 23일의 과학기술기관장협의회 또한 사실상 교과부가 소집했다. ‘나라 경제를 살리자’는 명분 앞에 기관장들은 언제나처럼 고개를 떨구고 말았던 것이다.

과학기술계만 경제위기에서 비켜날 수는 없지만, 1년짜리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것은 도리어 부작용을 크게 한다는 사실을 교과부는 알아야 한다. 더구나 연구현장의 요구가 아닌 정부의 지시에 따라 급조된 2000여명의 인턴연구원들이 당장 투입될 업무도 불확실하며, 그들을 받아들일 준비나 계획도 미흡하다.

현재 과학기술계 출연연구기관은 비정규직이 1만 명에 육박하고 있고 그 중 상당수는 비정규직법으로 인해 1년 이내에 해고될 처지에 놓여 있다는 사실을 알기는 하는지, 새로 투입되는 인턴연구원들이 혹여 업무에 적응하게 되더라도 1년 후에는 다시 실업자가 될 텐데 무슨 대책을 갖고 있는지, 교과부에 묻고 싶다.

교과부가 진정 과학기술계가 경제위기 극복에 동참하기를 바란다면 시늉만 하지 말고 연구현장과 머리를 맞대고 해법을 마련하고 차근차근 실마리를 풀어가야 한다. 이번 보도자료 사건과 같이 한 건 올리기에만 급급하다 보면 경제위기 극복은 물 건너 가고 한국 과학기술의 위기만 더욱 심화될 것이다.

전국공공연구노동조합 이성우 정책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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