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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기형도] 엄마생각

  • 등록일
    2004/09/24 08:49
  • 수정일
    2004/09/24 08:49

* 이 글은 알엠님의 [대체 무슨 생각을....] 에 대한 트랙백 입니다.

열무 삼십 단을 이고
시장에 간 우리 엄마
안 오시네,해는 시든 지 오래
나는 찬밥처럼 방에 담겨
아무리 천천히 숙제를 해도
엄마 안 오시네, 배추잎 같은 발소리 타박타박
안 들리네, 어둡고 무서워
금간 창 틈으로 고요히 빗소리
빈방에 혼자 엎드려 훌쩍거리던

아주 먼 옛날
지금도 눈시울을 뜨겁게 하는
그 시절,내 유년의 윗목.

 

                                         입속의 검은 잎 중에서....

 

보너스....



[시/정희성] 저문강에 삽을 씻고(창작과비평사.1978.초판.) 
 
흐르는 것이 물뿐이랴
우리가 저와 같아서
강변에 나가 삽을 씻으며
거기 슬픔도 퍼다 버린다
일이 끝나 저물어
스스로 깊어가는 강을 보며
쭈그려앉아 담배나 피우고
나는 돌아갈 뿐이다
삽자루에 맡긴 한 생애가
이렇게 저물고, 저물어서
샛강바닥 썩은 물에
달이 뜨는구나
우리가 저와 같아서
흐르는 물에 삽을 씻고
먹을 것 없는 사람들의 마을로
다시 어두워 돌아가야 한다.

 

간장 오타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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