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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1개의 게시물을 찾았습니다.

  1. 2004/10/26
    [시/박기평] 가다 가다가
    간장 오타맨...
  2. 2004/10/25
    [시/랭보] 새벽(2)
    간장 오타맨...
  3. 2004/10/20
    [시/신경림] 바람 부는 날
    간장 오타맨...
  4. 2004/10/19
    [시/신경림][ 우리가 지나온 길에
    간장 오타맨...
  5. 2004/10/18
    [시/ 이문재] 새벽의 맨 앞
    간장 오타맨...

[시/기형도] 꽃

  • 등록일
    2004/10/28 09:37
  • 수정일
    2004/10/28 09:37

靈魂이 타오르는 날이면

가슴앓는 그대 庭園에서

그대의

온 밤내 뜨겁게 토해내는 피가 되어

꽃으로 설 것이다.

 

그대라면

내 허리를 잘리어도 좋으리.

 

짙은 입김으로

그대 가슴을 깁고

 

바람 부는 곳으로 머리를 두면

선 채로 잠이 들어도 좋을 것이다.

 

                                                        기형도 전집 중에서....

 

간장 오타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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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박기평] 가다 가다가

  • 등록일
    2004/10/26 19:35
  • 수정일
    2004/10/26 19:35

    가다 가다가
    눈보라 몰아치거든
    허리 꺽인 억새풀로
    얼었다나 가지


    가다 가다가
    서릿발 돋치거든
    서걱서걱 맨발등
    찍히며 가지


    가다 가다가
    지쳐 쓰러지거든
    들판에 짚벼늘로
    추운 잠 자고 가지


    어쩌끄나 어쩌그나
    언 땅에 내 살붙이들
    해도 없이 별도 없이 어둠속에 세워두고
    아득히 떠나가는 긴 유형길


    가다 가다가
    외로움 사무치면은
    짐승처럼 치받치는 통곡,
    우 우 밤바람으로 울며 가야지


    가다 가다가
    나 끝내 다 못가거든
    해방의 산등성이 우뚝 선 조선솔로
    억!
    푸른 깃발 붉은 목숨
    세워나 두고 가지


    가다 가다가

 

간장 오타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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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랭보] 새벽

  • 등록일
    2004/10/25 20:05
  • 수정일
    2004/10/25 20:05

나는 여름 새벽을 껴안았다.

 

궁전 앞에는 아직 아무 것도 움직이지 않았다.
강물은 죽은 듯 고요했다. 어둠의 진영은 숲길을 떠나지
않았다. 나는 생생하고 미지근한 숨결을 깨우면서 걸어
갔고,*보석들이 바라다 보았으며, 날개들이 소리없이 일어났다.

 

벌써 신선하고 흐릿한 빛으로 가득찬 오솔길에서,
첫번째 모험은 나에게 이름을 말하는 꽃이었다.

 

나는 전나무들 사이에서 머리를 헝클어뜨린 금발의
폭포를 보고 웃었다. 은빛 꼭대기에서 나는 여신을 알아보았다.

 

그러자 나는 베일을 하나하나 걷어올렸다. 길에서, 팔을 흔들면서.
내가 수탉에게 그녀를 알린 들판을 가로질러. 대도시에서 그녀는
종탑과 아치사이로 도망갔다. 하여 나는 거지처럼 대리석 부두위로
달리면서, 그녀를 쫓아갔다.

 

월계수숲 가까이, 길 위에서, 나는 쌓여 있는 그녀의 베일로 그녀를
감싸안았고, 그리하여 그녀의 거대한 육체를 조금 느꼈다. 새벽과
어린애는 숲 아래로 떨어졌다.


                                                         *보석- 희미해져갈 별들.

 

간장 오타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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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신경림] 바람 부는 날

  • 등록일
    2004/10/20 19:26
  • 수정일
    2004/10/20 19:26

산동네에 부는 바람에서는

멸치 국물 냄새가 난다

광산촌 외진 정거장 가까운 대폿집

손 없는 술청

연탄난로 위에 끓어넘는

틀국수 냄새가 난다

산동네에 부는 바람에서는

기차바퀴 소리가 들린다

갯비린대 싣고 소금밭을 지나는

주을이라 군자의 협궤차 소리가 들린다

황석어젓 이고 새벽장 보러 가는

아낙네들의 복도 사투리가 들린다

산동네에 부는 바람에서는

갈대밭이 보인다

암컷 수컷 어우러져 갈램질하는

개개비가 보이고 물총새가 보인다

강가 깊드리에서 나래질하는

옛날의 내 동무들이 보인다

바람 부는 날이면 그래서

산동네 사람들은 꿈을 꾼다

버들고리에 체나 한 짐씩 덩그러니 지고

그 옛날의 무자리되어 길 떠나는 꿈을

가세가세 흥얼대며 길 떠나는 꿈을

 

                                    신경림 전집 "가난한 사랑노래" 중에서....

 

간장 오타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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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신경림][ 우리가 지나온 길에

  • 등록일
    2004/10/19 21:03
  • 수정일
    2004/10/19 21:03

불기 없는 판자 강의실에서는

교수님의 말씀보다

뒷산 솔바람 소리가 더 잘 들렸다.

을지로 사가를 지나는 전차 소리는

얼음이 깨지는 소리처럼 차고

서울에서도 겨울이 가장 빠른 교정에는

낙엽보다 싸락눈이 먼저 와 깔렸다.

 

그래도 우리가 춥고 괴롭지 않았던 것은

서로 몸을 녹이는

더운 체온이 있었기 때문이다

대가당 앞 좁으 뜰에서

도서관 가파른 층계에서

교문을 오르는 돌 박힌 골목에서

부딪히고 감싸고 맞부비는

꿈이 있어서 다툼이 있어서 응어리가 있어서

겨울은 해마다 포근했고

새해는 잘 트인 큰길처럼 환했다

 

이제 우리는 우리가 지나온 길에

붉고 빛나는 꽃들이 핀 것을 본다

우리는 꿈과 다툼과 응어리가

부딪히고 감싸고 맞부비는 속에

화려하게 피워놓은 꽃들을 본다

 

                                                    신경림 전집 "가난한 사랑노래" 중에서....

 

간장 오타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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