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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1개의 게시물을 찾았습니다.

  1. 2004/10/17
    [시/백기완] 군고구마
    간장 오타맨...
  2. 2004/10/17
    [시/나무딸기] 새들은 지붕을 짓지 않는다
    간장 오타맨...
  3. 2004/10/16
    [시/정호승] 서대문 하늘
    간장 오타맨...
  4. 2004/10/13
    [시/신경림] 나는 부끄러웠다 어린 누이야(5)
    간장 오타맨...
  5. 2004/10/12
    [시/파블로 네루다] 시(2)
    간장 오타맨...

[시/ 이문재] 새벽의 맨 앞

  • 등록일
    2004/10/18 22:02
  • 수정일
    2004/10/18 22:02

그대는 이제 마음의 극지까지
몸의 맨 앞에까지 나서려 하지 않는다
무심함이 가장 큰 힘인 줄을 깨달았는지
온통 무심함으로 가득 완강해져
노을 속에서 노을빛으로 붉어지고
어둠 아래에선 어둠으로 어두워진다
이제 나의 발음은 의미를 불러오지 못한다

초승달이 무슨 잘못처럼 떠 있다
이내 사라지고 밤하늘 온통
두드러기처럼 별들 도진다 잔뜩 화난 듯
열꽃처럼 피어난 별들
초승달 있던 자리를 지나
전속력으로 뛰어내린다
새벽 하늘을 할퀸다

 

                                    이문재 <마음의 오지> 중에서...1999, 문학동네

 

간장 오타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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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백기완] 군고구마

  • 등록일
    2004/10/17 22:54
  • 수정일
    2004/10/17 22:54

몸도 마음도 꽁꽁 얼쿠는 눈보라
언듯 감춰오는 한잔 생각을 제끼며
현대재벌본사 앞 지하철층계를
막 내려서려는데 그만 삐끗
빈 도시락통과 함께 요란하게 굴렀다

 

부추겨 주던 낯모를 젊은이
딸네 집 길을 잃은 시골노인으로 알았던가
군고구마 한봉지를 안겨주고 간다
손자녀석들은 맛있다고 야단이고
아내는 사십년만에 처음이라 하고
상채기를 감추려 고개돌린 두 볼엔
군고구마보다 더 뜨거운 인생길이
소리없이 흐른다

 

간장 오타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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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무딸기] 새들은 지붕을 짓지 않는다

  • 등록일
    2004/10/17 21:53
  • 수정일
    2004/10/17 21:53

새들은 지붕을 짓지 않는다. 
잠이 든 채로 그대로 눈을 맞기 위하여 
잠이 들었다가도 별들을 바라보기 위하여 
외롭게 떨어지는 별똥별들을 위하여 
그 별똥별들을 들여다보고 싶어하는 어린 나뭇가지를 위하여 
새들은 지붕을 짓지 않는다. 
가끔은 외로운 낮달도 쉬어가게 하고 
가끔은 민들레 홀씨도 쉬어가게 하고 
가끔은 인간을 위해 우시는 하느님의 눈물도 받아둔다. 
누구든지 아침에 일찍 일어나 새들의 집을 한 번 들여다보라 
간밤에 떨어진 별똥별들이 고단하게 코를 골며 자고 있다. 
간밤에 흘리신 하느님의 눈물이 
새들의 깃털에 고요히 이슬처럼 맺혀져있다.

 

간장 오타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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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호승] 서대문 하늘

  • 등록일
    2004/10/16 22:11
  • 수정일
    2004/10/16 22:11

죄 없는 푸른 하늘이었다.
술병을 깨어 들고 가을에
너를 찔러 죽이겠다고 날뛰던 사막의 하늘
어머니가 주는 생두부를 먹으며
죄 없는 푸른 가을이었다.

 

죄의 상처를 씻기 위하여 하늘을 보며
눈물을 흘리는 사람이 되기보다
눈물을 기억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비 오는 창살 밖을 거닐며
아름다운 눈물의 불씨도 되고 싶었다.

 

데모를 한 친구의 어머니가 울고 간 날이면
때때로 가을비도 내려
홀로 핀 한 송이 들국화를 생각하며
살고 싶은 것은 진정 부끄러움이 아니었다.
운명을 사랑한다는 거짓말을 하지 않아도
해는 지고 바람은 불어오고
사막의 하늘이 어두워질 때까지
죄 없는 푸른 별들이었다.
죄 없는 푸른 사람이었다.

 

간장 오타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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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신경림] 나는 부끄러웠다 어린 누이야

  • 등록일
    2004/10/13 20:52
  • 수정일
    2004/10/13 20:52

* 이 글은 알엠님의 [엄마의 비밀] 에 대한 트랙백 입니다.

차고 누진 네 방에 낡은 옷가지들

라면봉지와 쭈그러진 냄비

나는 부끄러웠다 어린 누이야

너희들의 힘으로 살쪄가는 거리

너희들의 땀으로 기름져가는 도시

오히려 그것들이 너희들을 조롱하고

오직 가난만이 죄악이라 협박할 때

나는 부끄러웠다  어린 누이야

벚꽃이 활짝 핀 공장 담벽 안

후지레한 초록색 작업복에 감겨

꿈 대신 분노의 눈물을 삼킬 때

나는 부끄러웠다 어린 누이야



투박한 손마디에 얼룩진 기름때

빚바랜 네 얼굴에 생활의 흠집

야윈 어깨에 밴 삶의 어려움

나는 부끄러웠다 어린 누이야

 

나는 부끄러웠다 어린 누이야

우리들 두려워 얼굴 숙이고

시골 장바닥 뒷골목에 쳐박혀

그 한 겨우 내 술놀음 허송 속에

그러나 아아 그러나

모진 폭풍이 다시 몰아쳤을 때

우리는 잊지 않으리라 비겁한 자의

저 비겁한 몸짓을 거짓된 웃음을.

 

용기 있는 자들은 이 들판에 내어쫓겨

여기 억눌린 자와 어깨를 끼고 섰다.

멀리서 울리는 종소리를 듣고 섰다.

저것이 비록 주음의 종소리일지라도.

 

한 사람의 노래는 백 사람의 노래가 되고

천 사람의 아우성은 만 사람의 울음이 된다.

이제 저 노랫소리는

너희들만의 것이 아니다.

우리는 모두 어깨를 끼고 섰다.

 

                                                                신경림 시전집 중에서......

 

간장 오타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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