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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1개의 게시물을 찾았습니다.

  1. 2004/10/11
    [시/윤동주] 흐르는 거리
    간장 오타맨...
  2. 2004/10/08
    [시/김남주] 벗에게
    간장 오타맨...
  3. 2004/10/08
    [시/송찬호] 달빛은 무엇이든 구부려 만든다.
    간장 오타맨...
  4. 2004/10/05
    [시/백무산] 느티나무(4)
    간장 오타맨...
  5. 2004/10/05
    [시/김소월] 가을 저녁에
    간장 오타맨...

[시/파블로 네루다] 시

  • 등록일
    2004/10/12 11:57
  • 수정일
    2004/10/12 11:57
그러니까 그 나이였죠..... 시가 나를
찾으러 왔더군요. 모르죠, 어디서 나왔는지
겨울에선지, 강에서 나왔는지.
언제 어떻게 돼서 왔는지 모릅니다.
아니예요, 목소리가 아니었습니다.
말소리도 아니고, 침묵도 아니었습니다.
어떻든 어느 길거리에서 나를 부르더군요
밤의 가지 위에서,
갑자기 다른 사람들 틈에서
격렬한 불더미 속에서 나를 불렀죠.
아니면 홀로 돌아오는 길목에
얼굴도 없이 거기 섰다가
나를 만지든가 했어요.


난 뭐라고 말해야 될지 몰랐어요. 내 입은
뭐 한 마디 이름조차
대질 못하다군요.
내 눈은 멀고
무언가 나의 영혼속에서 뛰노는 게 있었어요.
열기 같은 거라든가 아니면 잃어버린 날개 같은 거.
그리고 나는 자꾸 혼자 되어가는 걸 느꼈어요.
혼자
그 불탄 자국을
해석해 가며
그래서 아주 애매하게 나마 첫 줄을 썼죠.
형체도 없이 애매한, 순전히
바보짓이었죠,
아무 것도 모르는 자의
순후한 지식.
그리고는 문득
하늘이
허물어져 내리는 걸 봤어요.
하늘이 열리고
위성들과
고동치는 논밭
구멍뚫린 그림자
화살과 불과 꽃으로
난도질을 당한 그림자
나를 에워싸는 밤과 우주를 봤어요.

 

그리고 나, 이 미약한 존재는
그 커다란 공허에 취해
신비의 모습 그대로
별이 총총한 허공에 도취되어
나 자신 어느 심연의
순수한 일부가 되어 있는 것을 느꼈지요.
별들과 함께 나는 굴러떨어졌죠.
내 심장이 바람 속에 한가닥 풀리기 시작했죠.

 

간장 오타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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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윤동주] 흐르는 거리

  • 등록일
    2004/10/11 16:16
  • 수정일
    2004/10/11 16:16

으스름히 안개가 흐른다. 거리가 흘러간다. 저 전차, 자동차, 모든 바퀴가 어디로 흘리워 가는 것일까? 정박할 아무 항구도 없이, 가련한 많은 사람들을 싣고서, 안개 속에 잠긴 거리는,

 

거리 모퉁이 붉은 포스터 상자를 붙잡고 섰을라면 모든 것이 흐르는 속에 어렴풋이 빛나는 가로등, 꺼지지 않는 것은 무슨 상징일까? 사랑하는 동무 朴이여! 그리고 金이여! 자네들은 지금 어디 있는가? 끝없이 안개가 흐르는데,

 

새로운 날 아침 우리 다시 정답게 손목을 잡아보세 몇자 적어 포스트 속에 떨어트리고, 밤을 세워 기다리면 금휘장에 금단추를 삐었고 거인처럼 찬란히 나타나는 배달부,

 

아침과 함께 즐거운 來臨, 이 밤을 하염없이 안개가 흐른다.

 

                                                                         윤동주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詩 중에서....

 

간장 오타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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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김남주] 벗에게

  • 등록일
    2004/10/08 21:23
  • 수정일
    2004/10/08 21:23

좋은 벗들은 이제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라네
살아 남은 이들도 잡혀 잔인한 벽 속에 갇혀 있거나
지하의 물이 되어 숨죽여 흐르고
더러는 국경의 밤을 넘어 유령으로 떠돌기도 한다네

그러나 동지,잃지 말게 승리에 대한 신념을
지금은 시련을 참고 견디어야 할 때,
심신을 단련하게나 미래는 아름답고
그것은 우리의 것이네

이별의 때가 왔네
자네가 보여준 용기를 가지고
자네가 두고 간 무기를 들고 나는 떠나네
자네가 몸소 행동으로 가르쳐준 말
--참된 삶은 소유에 있는 것이 아니고 존재로 향한 끊임없
는 모험 속에 있다는
투쟁 속에서만이 인간은 순간마다 새롭게 태어난다는
혁명은 실천 속에서만이 제 갈 길을 바로 간다는--
그 말을 되새기며.


                                김남주 제2시집 "나의 칼 나의 피" 中에서....

간장 오타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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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송찬호] 달빛은 무엇이든 구부려 만든다.

  • 등록일
    2004/10/08 21:22
  • 수정일
    2004/10/08 21:22
달빛은 무엇이든 구부려 만든다
꽃의 향기를 구부려 꿀을 만들고
잎을 구부려 지붕을 만들고
물을 구부려 물방울 보석을 만들고
머나먼 비단길을 구부려 낙타등을 만들어 타고 가고
입 벌린 나팔꽃을 구부려 비비꼬인 숨통과 식도를 만들고
검게 익어가는 포도의 혀 끝을 구부려 죽음의 단맛을 내게 하고
여자가 몸을 구부려 아이를 만들 동안
굳은 약속을 구부려 반지를 만들고


오랜 회유의 시간으로 달빛은 무엇이든 구부려 놓았다
말을 구부려 상징을 만들고
달을 구부려 상징의 감옥을 만들고
이 세계를 둥글게 완성시켜 놓았다


달이 둥글게 보인다
달이 빛나는 순간 세계는 없어져 버린다
세계는 환한 달빛 속에 감추어져 있다


달이 옆으로 조금씩 움직이듯
정교한 말의 장치가 조금씩 풀리고 있다


오랫동안 말의 길을 걸어와
처음 만난 것이 인간이다
말은 이 세계를 찾아온 낯선 이방인이다
말을 할 때마다 말은
이 세계를 낯설게 한다


                               * 송찬호, <흙은 사각형의 기억을 갖고 있다> -민음사- 중

간장 오타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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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백무산] 느티나무

  • 등록일
    2004/10/05 21:14
  • 수정일
    2004/10/05 21:14

* 이 글은 알엠님의 [나는 행복하다] 에 대한 트랙백 입니다.

찬바람 닥치고 낙엽이 지면

저 산에 나무들 가운데 사철푸른 나무들이

오래 그 푸르름을 뽐내겠지만

그 푸른 기상이 장하기도 하다만

 

푸르던 잎새들 다 발 아래 떨구고

앙상한 가지마저 거두지 못해

긴 겨울 찬바람에 다 내어주고

끝 모를 허공에 생을 다 놓아버리는

그 마음 깊이를 알 수 있을까

 

내가 있던 그 자리에 바람이 들어와 앉고

구름이 들어와 앉고 새들 날아와 앉고

내가 있던 그 자리에 눈보라 휘날리고

나 아닌 것들이 다 다녀가고

시간이 마침내 그 자리조차 지우고

 

어느 봄날에 흔적 없던 가지 끝 허공에서

나 아닌 모든 것들이

내가 되어 피어나고

저 푸른 천개의 팔을 펼쳐

너를 안고 한 호흡으로 타오르는

눈부신 한철을

저들은 알 수 있을까

 

                                         백무산 시집 초심중에서....

 

간장 오타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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