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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1개의 게시물을 찾았습니다.

  1. 2004/09/22
    [시/이기철] 내가 만난 사람은 모두 아름다웠다.
    간장 오타맨...
  2. 2004/09/22
    [시/도종환] 부드러운 직선(2)
    간장 오타맨...
  3. 2004/09/21
    [시/백무산] 初心
    간장 오타맨...
  4. 2004/09/21
    [시/신경림] 가난한 북한 어린이
    간장 오타맨...
  5. 2004/09/20
    [시/신경림] 밤비
    간장 오타맨...

[시/신경림] 달빛

  • 등록일
    2004/09/23 07:35
  • 수정일
    2004/09/23 07:35

밤늦도록 우리는 지난 애기만 한다.

산골 여인숙은 돌광산이 가까운데

마당에는 대낮처럼 달빛이 환해

밤 깊도록 우리는 옛날 애기만 한다

누가 속고 누가 속였는가 따지지 않는다

산비탈엔 달빛 아래 산국화가 하얗고

비겁하게 사느라고 야윈 어깨로

밤새도록 우리는 빈 얘기만 한다

 

                                            신경림 전집 농무 중에서.....

 

간장 오타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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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이기철] 내가 만난 사람은 모두 아름다웠다.

  • 등록일
    2004/09/22 08:18
  • 수정일
    2004/09/22 08:18

잎 넓은 저녁으로 가기 위해서는

이웃들이 더 따뜻해져야 한다

초승달을 데리고 온 밤이 우체부처럼

대문을 두드리는 소리를 듣기 위해서는

채소처럼 푸른 손으로 하루를 씻어놓아야 한다

이 세상에 살고 싶어서 별을 쳐다보고

이 세상에 살고 싶어서 별 같은 약속도 한다

이슬 속으로 어둠이 걸어 들어갈떄

하루는 또 한번의 작별이 된다



꽃송이가 뚝뚝 떨어지며 완성하는 이별

그런 이별은 숭고하다

사람들의 이별도 저러할 때

하루는 들판처럼 부유하고

한 해는 강물처럼 넉넉하다

내가 읽은 책은 모두 아름다웠다

내가 만난 사람도 모두 아름다웠다

나는 낙화만큼 희고 깨끗한 발로

하루를 건너가고 싶다

떨어져서는 향기로운 꽃잎의 말로

내 아는 사람에게

상추잎 같은 편지를 보내고 싶다.

 

                                               69인의 좋은 시를 찾아서 긍정적인 밥 중에서.....

 

간장 오타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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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도종환] 부드러운 직선

  • 등록일
    2004/09/22 03:17
  • 수정일
    2004/09/22 03:17

높은 구름이 지나가는 쪽빛 하늘 아래 
사뿐히 추켜세운 추녀를 보라한다. 
뒷산의 너그러운 능선과 조화를 이룬 
지붕의 부드러운 선을 보라 한다. 
어깨를 두드리며 그는 내게 
이제 다시 부드러워지라 한다. 
몇발짝 물러서서 흐르듯 이어지는 처마를 보며 
나도 웃음으로 답하며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나 저 유려한 곡선의 집 한채가 
곧게 다듬은 나무들로 이루어진 것을 본다. 
휘어지지 않는 정신들이 
있어야 할 곳마다 자리잡아 
지붕을 받치고 있는 것을 본다. 
사철 푸른 홍송숲에 묻혀 모나지 않게 
담백하게 뒷산품에 들어 있는 절집이 
굽은 나무로 지어져 있지 않음을 본다. 
한 생애를 곧게 산 나무의 직선이 모여 
가장 부드러운 자태로 앉아 있는.

 

간장 오타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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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백무산] 初心

  • 등록일
    2004/09/21 21:47
  • 수정일
    2004/09/21 21:47

눈 오는 아침은

설날만 같아라

 

새 신을 새 옷 입고

따라나서던 눈길

어둠 속 앞서가던 아버지 흰

두루막 자락  놓칠세라

종종걸음치던 다섯 살

찻길 가던 새벽처럼

 

눈 오는 아침은

첫날만 같아라



눈에 젖은 대청마루

맨발로 나와

찬바람 깔고 앉으니

가부좌가 아니라도

 

살아온 흔적도 세월도

흰 눈송이 위에 내리는

흰 눈송이 같은데

 

투둑, 이마를 치는

 눈송이 몇

몸을 깨우는 천둥 소리

 

아, 마음도 없는데

몸 홀로 일어나네

몸도 없는데

마음 홀로 일어나네

 

천지사방 내리는 저 눈송이들은

누가 설하는 무량법문인가

 

눈 오는 아침은

한 번도 살아보지 못한

첫날만 같아라

 

                                                          백무산 시집 初心중에서.....

 

간장 오타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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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신경림] 가난한 북한 어린이

  • 등록일
    2004/09/21 09:12
  • 수정일
    2004/09/21 09:12

가난한 북한 어린이

-지도에서

 

엄마는 돈 벌러 서울 가서 이태째 소식 없고

아빠도 엄마 찾아 집 나간 지 여러 달포

이제 보름만 더 있다 온다고

어쩌다 전화로 듣는 아빠 목소리는 늘 취해 있다

두 동생 아침밥 먹여 학교 보내고

열두살 난 언니 하루 안 거르고 정거장에 나와 서지만

진종일 서울 땅장수만 차를 오르내리고



다 저녁때 지쳐 돌아오면

저희들끼리 끓여 먹는 라면 냄비 팽겨쳐둔 채

두 동생 텔레비젼 만화에 넋을 잃었다

다시 밥 대신 라면으로 저녁을 끓이고

열두살 난 언니는 일기에 쓴다 전화도

텔리비젼도 없는 북한 어린이들이 가엾다고

가난한 북한 어린이들이 불쌍하다고

엄마 아빠 돈 벌어 돌아올 날을 믿으면서

 

지도는 신안의 어촌으로서 옛날에는 섬이었으나 지금은 다리로 육지와 연결돼 있다.

 

간장 오타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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