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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1개의 게시물을 찾았습니다.

  1. 2004/09/13
    [시/이택광] 나의 연가
    간장 오타맨...
  2. 2004/09/11
    [시/신경림] 새벽달
    간장 오타맨...
  3. 2004/09/10
    [시/김수영] 방안에서 익어가는 설움
    간장 오타맨...
  4. 2004/09/09
    [시/신경림] 우리가 부끄러워해야 할 것은(3)
    간장 오타맨...
  5. 2004/09/08
    [시/김영랑]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간장 오타맨...

[시/신동엽] 그 사람에게

  • 등록일
    2004/09/13 13:03
  • 수정일
    2004/09/13 13:03
아름다운
하늘 밑
너도야 왔다 가는구나
쓸쓸한 세상 세월
너도야 왔다 가는구나
 
다시는 못 만날지라도 먼 훗날
무덤 속 누워 추억하자,
호젓한 산골길서 마주친
그날, 우리 왜
인사도 없이
지나쳤던가, 하고
 
간장 오타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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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이택광] 나의 연가

  • 등록일
    2004/09/13 12:59
  • 수정일
    2004/09/13 12:59

나는 아직도 기쁨의 노래에 서툴다
처음으로 내가 나의 노래를 시작했을 때도
밝은 아침 햇살처럼 비쳐오던 기쁨은 없었다
폭풍우치는 격정과 슬픔
끝끝내 멈추지 않고 흐르는 눈물만 있었다

 

나는 아직도 기쁨의 노래에 서툴다
폭풍우 몰아치는 밤의 뒤를 따라
어느 새 환히 웃으며 닥치는 아침햇살처럼
격정과 슬픔의 뒤에
마침내 흐르는 멈추지 않는 눈물의 기쁨을



나는 아직도 모르는 것인가
어렵게 참으로 힘들게
내가 사랑을 시작했던 날
아아 우울했던 나의 연가여
패배의 찢어지는 슬픔의 노래여
나는 아직도 모르는 것인가
한밤을 꼬박 밝힌 피곤한 눈줄기를 타고
흐르는 흐르는 기쁨이여 승리의 노래여
 
그러나 나는 안다
마땅히 내가 불러야 할 노래
나의 연가를 기쁨의 승리의 노래를
고통이 슬픔이 차라리 힘이 되는
참된 사랑의 노래를
 
나는 아직도 사랑의 노래에 서툴다
그러나 그것이 어떠해야 하는지는 안다
 
***90년대 청년시인 9인 신작시집 "내일이 아니어도 좋다" 중에서
(연구사/1992. 9. 30 펴냄)
 
간장 오타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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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신경림] 새벽달

  • 등록일
    2004/09/11 07:27
  • 수정일
    2004/09/11 07:27

돌 깨는 소리 맞은 지 오래인

채석장 뒤 산동네 예배당엔

너무 높아서 하느님도 오지않는 걸까

아이들과 함께 끌려간 전도사는

성탄절이 되어도 돌아오지 않고

블록 담벼락에 그려진

십자가만 찬바람에 선명하다

눈도 오지 않는 성탄절날 새벽

복받은 자들만의 찬송가 소리는

큰 동네에서 큰 교회에서

골목을 타고 뱀처럼 기어올라와

가난을 어리석음을 비웃고 놀리는데

새벽달은 예배당 안을 돌아다보는구나

갈 곳 없어 시멘트 바닥엔

서로 안고 누운 가난한 연인들을 깨우면서

저 찬송가 소리 산동네 덮기 전에

일어나라고 일어나라고

가만가만히 흔들어 깨우면서

 

                                          신경림 전집 가난한 사랑노래 중에서..........

 

간장 오타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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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김수영] 방안에서 익어가는 설움

  • 등록일
    2004/09/10 20:15
  • 수정일
    2004/09/10 20:15

비가 그친 후 어느날....

나의 방안에 설움이 충만되어 있는 것을 발견하였다.

 

오고 가는 것이 직선으로 혹은 대각선으로 맞닥뜨리는 것 같은 속에서

나의 설움은 유유히 자기의 시간을 찾아갔다.

 

설움을 억류하는 야릇한 것만을 구태여 찾아서 헤매는 것은 우둔한 일인 줄 알면서

그것이 나의 생활이며 생명이며 정신이며 시대이며 밑바닥이라는 것을 믿었기 때문에...

아아 그러나 지금 이 방안에는

오직 시간만이 있지 않으냐



 

흐르는 시간 속에 이를테면 푸른 옷이 걸리고 그 위에

반짝이는 별같은 흰 단추가 달려 있고

 

가만히 앉아 있어도 자꾸 뻐근하여만 가는 목을 돌려

시간과 함꼐 비스듬히 내려다보는 것

그것은 혹시 한 자루의 부채

--- 그러나 그것은 보일락 말락 나의 시야에서 멀어져가는 것---

하나의 가냘픈 물체에 도저히 고정될 수 없는

나의 눈이며 나의 정신이며

 

아 밤이 기다리는 고요한 사상(思想)마저

나는 초연히 이것을 시간 위에 얹고

어려운 몇 고비를 넘어가는 기술을 알고 있나니

누구의 생활도 아닌 이것은 확실한 나의 생활

 

마지막 설움마저 보낸 뒤

빈 방안에 나는 홀로이 머물러 앉아

어떠한 내용의 책을 열어보려 하는가

 

                                                       김수영 전집 중에서.......

 

간장 오타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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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신경림] 우리가 부끄러워해야 할 것은

  • 등록일
    2004/09/09 15:26
  • 수정일
    2004/09/09 15:26

질척이는 골목의 비린내만이 아니다

너절한 욕지거리와 싸움질만이 아니다

우리가 부끄러워해야 할 것은

이 깊은 가난만이 아니다

좀체 걷히지 않는 어둠만이 아니다

 

팔월이 오면 우리는 들떠오지만

삐꺽이는 사무실 의자에 앉아

아니면 소줏집 통걸상에서

우리와는 상관도 없는 외국의 어느

김빠진 야구경기에 주먹을 부르쥐고

미치광이 선교사를 따라 핏대를 올리고

후진국 경제학자의 허풍에 덩달아 흥분하지만

이것들만이 아니다 우리가

부끄러워해야 할 것은

 

이 쓸개 빠진 헛웃음만이 아니다

겁에 질려 야윈 두 주먹만이 아니다

우리가 부끄러워해야 할 것은

서로 속이고 속는 난장만이 아니다

하늘까지 덮은 저 어둠만이 아니다

 

                                                신경림 시전집 농무 중에서...

 

간장 오타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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