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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1개의 게시물을 찾았습니다.

  1. 2004/09/06
    [시/신경림] 아아, 모두들 여기 모였구나
    간장 오타맨...
  2. 2004/09/05
    [시/기형도] 진눈깨비(2)
    간장 오타맨...
  3. 2004/09/05
    [시/신경림] 돼지꿈
    간장 오타맨...
  4. 2004/09/05
    [시/기형도] 달 밤(2)
    간장 오타맨...
  5. 2004/09/02
    [시/기형도] 질투는 나의 힘(6)
    간장 오타맨...

[시/김영랑]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 등록일
    2004/09/08 00:34
  • 수정일
    2004/09/08 00:34

내 마음의 어딘 듯 한편에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돋쳐오르는 아침 날빛이 빤질한

은결을 돋우네

가슴엔 듯 눈에 듯 또 핏줄엔 듯

마음이 도른도른 숨어 있는 곳

내 마음의 어딘 듯 한편의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김영랑 "모란이 피기까지는" 중에서....

 

간장 오타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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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신경림] 아아, 모두들 여기 모였구나

  • 등록일
    2004/09/06 10:02
  • 수정일
    2004/09/06 10:02

아아, 모두들 여기 모였구나

- "민주화의 길" 창간호에...

 

불길을 헤치고 물 속을 헤엄치고

가시밭 돌무덤 바위산을 뚫고서

모두들 여기까지 달려왔구나

온 나라에 울려퍼지는

노래 크게 외쳐 부르면서

 

등에는 깊은 이빨자국

이마와 손바닥엔 아직 피 붉은 채

모두들 여기 모였구나

끝내 흔들리지 않을 깃발

저 하늘 높이 세우기 위하여



철장에 뜨는 달 먼산에 피는

아지랑이에 한숨쉬기도 했지만

모두들 주먹 다시 부르쥐는구나

어둠 이 땅 구석구석에서 몰아낼

큰 횃불 드높이 밝히리라고

 

아제 우리 갈 길을 알았노라고

이웃과 함께 친구와 함께

갈가리 찢긴 이 땅덩어리와 함께

 

밝히고 꺽이고 으깨어져

조그맣게 움츠러든 이 겨레와 함께

이제 갈 길을 알았노라고

아아 모두들 여기 모였구나

 

모두들 손에 손 잡고 섰구나

저 강 건너 동녘을 향하여

새 햇살 새 별빛 아직 멀어도

잃을 것이 없는 자에겐 두려움이

없으니 망설임도 없으니

 

손과 발에 매인 사슬 끊어 던져라

아양과 눈웃음에 우린 속지 않는다

모두들 힘차게 달려가는구나

육천망 온 겨레 얼싸안고서

어깨동무하고 나갈 북소리 울리며

 

                                                              신경림 시 전집 중에서....

 

간장 오타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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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기형도] 진눈깨비

  • 등록일
    2004/09/05 21:37
  • 수정일
    2004/09/05 21:37

때마침 진눈깨비 흩날린다.

코드 주머니 속에는 딱딱한 손이 들어 있다.

저 눈발은 내가 모르는 거리를 저벅거리며

여태껏 내가 한번도 본 적이 없는

사내들과 건물들 사이를 헤맬 것이다

눈길 위로 사각의 서류 봉투가 떨어진다. 허리를 나는 굽히다 말고

생각한다. 대학을 졸업하면서 참 많은 각오를 했었다.

내린다 진눈깨비, 놀랄 것 없다. 변덕이 심한 다리여

어린 귀가길은 어떤 소설에선가 읽은 적이 있다.

구두 밑창으로 여러 번 불러낸 추억들이 밟히고

어두운 골목길엔 불켜진 빈 트럭이 정거해 있다

취한 사내들이 쓰러진다. 생각난다 진눈깨비 뿌리던 날

하루종일 버스를 탔던 어린 시절이 있었다.

낡고 흰 담벼락 근처에 모여 사람들이 눈을 턴다

진눈깨비 쏟아진다. 갑자기 눈물이 흐른다. 나는 불행하다

이런 것은 아니었다, 나는 일생 못의 경험을 다 했다. 진눈깨비

 

                                                                       기형도 전집 중에서...

 

간장 오타맨이.... 이 공간을 방문한 azrael님이 좋아하는 기형도 시를 한번 읽고 써올려 놓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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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신경림] 돼지꿈

  • 등록일
    2004/09/05 18:16
  • 수정일
    2004/09/05 18:16

돼지꿈

- 평택의 농사꾼 한효선 씨의 꿈애기

 

평택에서 돼지를 기르는 한효선 씨는

자기 자신이 종종

돼지가 되어사는 꿈을 꾼다.

아무리 성실하고 부지런히 살아도

또 정직하고 착하게 살아도

사람들은 그것을 알지 못한다

거짓말을 하고 속임수를 쓰고

도둑질을 해도 알지 못한다

그런 돼지 가운데서

사람들은 마음 내키면

아무거나 골라 잡아먹는다



사람들도 누군가에 의해서

그렇게 죽어가는 것이나 아닐까

그렇다면 그 누구는 누군가

한효선 씨는 종종 저 자신을

누군가가 돼지처럼 골라

잡아먹는 꿈을 꾼다

잘생긴 이 나라의 지도자들이

 

                                                 신경림 시전집 중에서.....

 

간장 오타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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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기형도] 달 밤

  • 등록일
    2004/09/05 09:22
  • 수정일
    2004/09/05 09:22

누나는 조그맣게 울었다.

그리고, 꽃씨를 뿌리면서 시집갔다.

 

봄이 가고,

우리는, 새벽마다 아스팔트 위에 도우도우새들이 쭈그려앉아

채송화를 싹둑싹둑 뜯어먹는 것을 보고 울었다.

맨홀 뚜껑은 항상 열러 있었지만

새들은 엇갈려 짚는 다리를

한번도 빠뜨리지 않았다.

 

여름이 가고,

바람은, 먼 南國 나라까지 차가운 머리카락을 갈기갈기 풀어 날렸다.

이쁜 달[月]이 노랗게 곪은 저녁,

리어카를 끌고 新作路를 걸어오시던 어머님의 그림자는

달빛을 받아 긴 띠를 발목에 매고, 그날 밤 내내

몹시 허리를 앓았다.

 

                                기형도 5기 추모 문집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중에서....

 

간장 오타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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