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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1개의 게시물을 찾았습니다.

  1. 2004/09/14
    [시/함민복] 긍정적인 밥
    간장 오타맨...
  2. 2004/09/14
    [시/김용택] 그 여자네 집(5)
    간장 오타맨...
  3. 2004/09/14
    [시/백무산] 욕망을 생산하는 공장
    간장 오타맨...
  4. 2004/09/13
    [시/신동엽] 서둘고 싶진 않다.
    간장 오타맨...
  5. 2004/09/13
    [시/신동엽] 그 사람에게
    간장 오타맨...

[시/김수영] 사랑의 變奏曲

  • 등록일
    2004/09/15 21:01
  • 수정일
    2004/09/15 21:01

욕망이여 입을 열어라 그 속에서

사랑을 발견하겠다 都市의 끝에

사그러져가는 라디오의 제갈거리는 소리가

사랑처럼 들리고 그 소리가 지워지는

강이 흐르고 그 강건너에 사랑하는

암흑이 있고 三월을 바라보는 마른나무들이

사랑의 봉오리를 준비하고 그 봉오리의

속삼임이 안개처럼 이는 저쪽에 쪽빛

산이

 

사랑의 기차가 지나갈 때마나 우리들의

슬픔처럼 자라나고 도야지우리의 밥찌끼

같은 서울의 등불을 무시한다

이제 가시밭, 넝쿨장미의 기나긴 가시가지

까지도 사랑이다.



왜 이렇게 벅차게 사랑의 숲은 밀려닥치느냐

사랑의 음식이 사랑이라는 것을 알 때까지

 

난로 위에 끓어오르는 주전자의 물이 아슬

아슬하게 넘지않는 것처럼 사랑의 節度는

열렬하다

間斷도 사랑

이 방에서 저 방으로 할머니가 계신 방에서

심부름하는 놈이 있는 방까지 죽음같은

암흑 속을 고양이의 반빡거리는 푸른 눈망울 처럼

사랑이 이어져가는 밤을 안다

그리고 이 사랑을 만드는 기술을 안다

눈을 떳다 감는 기술-불란서혁명의 기술

최근 우리들이 四.一九에서 배운 기술

그러나 이제 우리들은 소리내어 외치지 않는다

 

복사씨와 살구씨와 곶감씨의 아름다운 단단함이여

고요함과 사랑이 이우러놓은 暴風의 간악한

信念보다도 더 큰

내가 묻혀사는 사랑의 위대한 도시에 비하면

너는 개미이냐

 

아들아 너에게 狂信을 가리치기 위한 것이 아니다

사랑을 알 때가지 자라라

人類의 종언의 날에

너의 술을 다 마시고 난 날에

美大陸에서 石油가 고길되는 날에

그렇게 먼 날까지 가기 전에 너의 가슴에

새겨둘 말을 너는 都市의 疲勞에서

배울 거다

이 단단한 고요함을 배울 거다

복사씨가 사랑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닌가 하고

의심할 거다!

복사씨와 살구씨가

 

한번은 이렇게

사랑에 미쳐 날뛸 날이 올 거다!

그리고 그것은 아버지같은 잘못된 시간의

그릇된 瞑想이 나닐 거다

 

간장 오타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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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함민복] 긍정적인 밥

  • 등록일
    2004/09/14 15:44
  • 수정일
    2004/09/14 15:44

詩 한 편에 삼만 원이면

너무 박하다 싶다가도

쌀이 두 말인데 생각하면

금방 마음이 따뜻한 밥이 되네

 

시집 한 권에 삼천 원이면

든 공에 비해 헐하다 싶다가도

국밥이 한 그릇인데

내 시집이 국밥 한 그릇만큼

사람들 가슴을 따뜻하게 덮어줄 수 있을까

생각하면 아직 멀기만 하네

 

시집이 한 권 팔리면

내게 삼백 원이 돌아온다

박히다 싶다가도

굵은 소금이 한 됫박인데 생각하면

푸른 바다 처럼 상할 마음 하나 없네

 

                                     69인의 좋은 시를 찾아서 긍적적인 밥 중에서..........

 

간장 오타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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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김용택] 그 여자네 집

  • 등록일
    2004/09/14 10:24
  • 수정일
    2004/09/14 10:24

* 이 글은 갈막님의 [연인에서 친구로..] 에 대한 트랙백 입니다.

가을이면 은행나무 은행잎이 노랗게 물드는 집

해가 저무는 날 먼 데서도 내 눈에 가장 먼저 뜨이는 집

생각하면 그리웁고

바라보면 정다웠던 집

어디 갔다가 늦게 집에 가는 밤이면

불빛이, 따뜻한 불빛이 검은 산속에 깜박깜박 살아 있는 집

그 불빛 아래 앉아 수를 놓으면 앉아 있을

그 여자의 까만 머릿결과 어깨를 생각만 해도

손길이 따뜻해져오는 집

 

살구꽃이 피는 집

봄이면 살구꽃이 하얗게 피었다가

꽃잎이 하얗게 담 너머까지 날리는 집

살구꽃 떨어지는 살구나무 아래로

물을 길어오르는 그 여자 물동이 속에

꽃잎이 떨어지면 꽃잎이 일으킨 물결처럼 가닿고 싶은 집



샛노란 은행잎이 지고 나면

그 여자

아버지와 그 여자

큰오빠가

지붕에 올라가

하루 종일 노랗게 지붕을 이는 집

노란 초가집

 

어쩌다가 열린 대문 사이로 그 여자네 집 마당이 보이고

그 여자가 마당을 왔다갔다하며

무슨 일이 있는지 무슨 말인가 잘 알아들을 수 없는 말 소리와

옷자락이 대문 틈으로 언뜻언뜻 보이면

그 마당에 들어가서 나도 그 일에 참견하고 싶었던 집

 

마당에 햇살이 노란 집

저녁 연기가 곧게 올라가는 집

뒤안에 감이 붉게 익는 집

참새때가 지저귀는 집

보리타작, 콩타작 도리깨가 지붕 위로 보이는 집

눈 오는 집

아침 눈이 하얗게 처마끝을 지나

마당에 내리고

그 여자가 몸을 웅숭그리고

아직 쓸지 않는 마당을 지나

뒤안으로 김치를 내러 가다가 "하따, 눈이 참말로 이쁘게도 온다이이"하며

눈이 가득 내리는 하늘을 바라보다가

싱그러운 이마와 검은 속눈섭에 걸린 눈을 털며

김칫독을 열 때

하얀 눈송이들이 어두운 김칫독 안으로

하얗게 내리는 집

김칫독에 엎드린 그 여자의 등에

하얀 눈송이들이 하얗게 하얗게 내리는 집

내가 함박눈이 되어 내리고 싶은 집

밤을 세워, 몇밤을 세워 눈이 내리고

 

아무도 오가는 이 없는 늦은 밤

그 여자의 방에서만 따뜻한 불빛이 새어나오면

발자국을 숨기며 그 여자네 집 마당을 지나 그 여장의 방 앞

뜰방에서서 그 여자의 눈 맞은 산을 보며

머리에, 어깨에 쌓인 눈을 털고

가만가만 내리는 눈송이들도 들리지 않는 목소리로

가만 가만히 그 여자를 부르고 싶은 집

네 집

 

어느 날인가

그 어느 날인가 못밥을 머리에 이고 가다가 나와 딱

마주쳤을 때

"어머나" 깜짝 놀라며 뚝 멈추어 서서 두 눈을 똫그랗게 뜨고

나를 쳐다보면 반가움을 하나도 감추지 않고

환하게, 들판에 고봉으로 담아놓은 쌀밥같이,

화아안하게 하얀 이를 다 드러내며 웃던 그

여자 함박꽃 같던 그

여자

 

그 여자가 꽃 같은 열아홉까지 살던 집

우리 동네 바로 윗동네 가운데 고샅 첫집

내가 밖에서 집으로 갈 때

차에서 내리면 제일 먼저 눈길이 가는 집

그 집 앞을 다 지나도록 그 여자 모습이 보이지 않으면

저저로 발걸음이 느려지는 그 여자네 집

지금은 아, 지금은 이 세상에 없는 집

내 마음속에 지어진 집

눈감으면 살구꽃이 바람에 하얗게 날리는 집

눈 내리고, 아, 눈이, 살구나무 실가지 사이로 목화송이 같은 눈이 사흘이나

내리던 집

그 여자네 집

언제나 그 어느 때나 내 마음이 먼저

있던 집

여자네

생각하면, 생각하면, 생,각,을.하.면...........

 

                                                     69인의 좋은 시를 찾아서 긍적적인 밥 중에서....

 

간장 오타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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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백무산] 욕망을 생산하는 공장

  • 등록일
    2004/09/14 08:49
  • 수정일
    2004/09/14 08:49

인간이 저지를 수 있는 일 가운데 저 사막을 보아라.

공놀이하자고 숲을 베어 만든 황무지를 보아라, 포클레인으로 찍어 죽이고, 농약으로 태워 죽이고, 땅속 지렁이 두더지가 공놀이에 걸리적거린다고 독극물로 땅 깊이 절여버린 녹색 사막을 보아라.

 

세상에서 젤 재밌는 일이 누워서는 그 짓이라 하고 앉아서는 노름이라 하고, 서서 하는 일 가운데는 골프가 제일이라 하는데, 계보를 위해 이 나라 정신나간 각하께서는 혀가 남발한 일이 낮뜨거원서 한다는 소리가, 노동자들도 즐길 수 있도록 하겠다는데, 나는 골프를 치게해달라고 조르는 노동자를 본 일이 없고, 골프 칠 여유있는 노동자가 있다는 소리를 들은 일도 없는데, 그는 왜 그따위 소리를 했을까, 지들은 언제난 야비하게도 피해자를 공범자로 끌어들이고, 그들을 타락시켜 죄를 돋지 못하게 하는 방법을 찾지.



오늘도 저들은 국회를 열어 이기심을 생산 유포하고, 말씀의 독극물을 살포하고, 들끓는 아귀다툼의 욕망을 생산하고, 그리하여 온 국민과 공범관계를 끝없이 조작하고, 그리하여 저 사막을 보아라, 저것도 인간이 자신의 존재방식대로 개조한 것, 그래서 저도 하난의 인격이다. 국가의 토목공학적 인격이다. 배타적 독점 인격이다. 국가의 인격이다. 사막이다.

 

                                                                                   백무산 시집 初心 중에서.....

 

간장 오타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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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신동엽] 서둘고 싶진 않다.

  • 등록일
    2004/09/13 13:06
  • 수정일
    2004/09/13 13:06
나도 내 인생만은 조용히 다스려보고 싶다.
큰 소리 떠든다고 세상 정치가 잘 되는게 아니듯이
바삐 서둔다고 내 인생에 큰 떡이 오진 않을 것이다.
그 날이 와서 이 옷을 벗을 때까지
산과 들을 바람결처럼 흘러가는 것이다.
내 일생을 시로 장식해봤으면
내 일생을 사랑으로 채워봤으면
내 일생을 혁명으로 불질러봤으면
세월은 흐른다.
그렇다고 서둘고 싶진 않다
 
간장 오타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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