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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4/09/26
    [시/안윤길] 어머니와 밥그릇
    간장 오타맨...
  2. 2004/09/25
    [시/김영랑]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간장 오타맨...
  3. 2004/09/24
    [시/기형도] 엄마생각(2)
    간장 오타맨...
  4. 2004/09/23
    [시/백무산] 그런 날 있다.(2)
    간장 오타맨...
  5. 2004/09/23
    [시/신경림] 달빛(2)
    간장 오타맨...

[산문/도정환] 가장 부러운 좌우명

  • 등록일
    2004/09/26 08:05
  • 수정일
    2004/09/26 08:05

우리 주위에는 문명과 일정한 거리를 두고 살기 때문에 정신이 빛나는 삶을 사는 분들이 많다. "강아지똥"의 저자 권정생 선생님, 아동문학가 이오덕 선생님, 이현주 목사님, 대학교소직을 버리고 농사꾼이 된 윤구병 선생님, 박달재 밑에서 농사를 지으며 판화를 하는 이철수 화백 등등 많은 사람들이 있다.

 

일찍이 스콧 니어링은 자신이 서구 문명에 작별을 고한 이유가 첫째는, 서구 문명의 위선적 태도에 염증을 느꼈기 때문이요. 둘째는, 그것이 경쟁을 으뜸 원리로 삼아 세워졌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경쟁은 분열을 일으키는 사회적 힘이며, 따라서 결국은 파괴를 가져오고 대립과 적대를 일삼게 된다는 것이다. 셋째는, 도박을 일삼는 군대의 모험주의 때문이라는 것이다. 탐욕과 경쟁의 원리는 반드시 전쟁으로 귀결된다. 그런 이유로 그는 모든 전쟁을 경제 전쟁이라 했다.



수십 년 간 학자로서 대학교수로서 전망을 모색하고 진보를 기대하며 노력해 왔건만, 그가 발견한 것은 황폐함과 이기주의, 부정과 부패, 타성과 무관심, 권태 등이었고, 세계는 혼란스럽고 뒤숭숭하며 비극적이어서 전혀 마음에 들지 않았다는 것이다. 세상은 그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복잡하고 상호의존적이었으며 모순과 무지, 편견과 분노, 증오로 가득 차 있었다. 세계대전과 그 이후의 한국전쟁, 베트남 전쟁 등을 지켜보면서 그는 서구 문명을 위험한 고객으로 간주하고 그의 장부에서 지워버린다.

 

사실 그가 선택한 시골생활이었다고는 하지만, 한편으로는 전쟁을 통해 기업을 살찌우고 경제를 일으켜 세우려는 거대한 광기에 휩싸인 미국 주류사회로부터 철저히 소외되고 내쫓긴 것이었다. 버몬트의 숲 속으로 들어간 스콧 니어링 부부는 자연과 접하면서 하루에 생계를 위한 노동 네 시간, 지적 활동 네시간, 좋은 사람과 친교하며 보내는 시간 네 시간으로 완벽하게 하루를 보내는 생활을 한다. 마을 사람들과 서로 도우며 살되 소유욕을 억제하고, 절대로 돈을 꾸는 일이 없으며, 돈이 없으면 없는 대로 지냈다. 이렇게 농사를 지으며 사는 동안 경쟁적이고 공업화된 사회양식에 필연적으로 따라다니는 네 가지 해악에서 벗어나는 데 성공하였다고 한다. 그 네 가지 해악이 란(돈과 가재도구를 비롯한) 물질에 대한 탐욕에 물든 인간들을 괴롭히는 권력, 다른 사람보다 출세하고 싶은 충동과 관련된 조급함과 시끄러움, 부의 권력을 차지하기 위한 투쟁에 반드시 수반되는 근심과 두려움, 많은 사람이 좁은 지역으로 몰려드는 데서 생기는 복잡함과 혼란을 말한다.

 

언제부턴가 내가 가장 부러워하기 시작한 그의 좌우명은 다음과 같다.

 

..... 간소하고 질서 있는 생활을 할 것. 미리 계획을 세울 것. 일관성을 유지할 것. 되도록 마음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할 것. 그날그날 자연과 사람 사이의 가치 있는 만남을 이루어가고, 노동으로 생계를 세울 것..... 쓰로 강연하고 가르칠 것. 원초적이고 우주적인 힘에 대한 이해를 넓힐 것. 계속해서 배우고 익혀 점차 통일되고 원만하며 균형 잡힌 인격체를 완성할 것....

 

실제로 그는 그렇게 살다가 100세가 되던 해 평화롭게 눈을 감았다. 그래서 전 세계의 많은 이들이 지금까지도 그를 존경한다.

 

                                                         도종환 산문집 "사람은 누구나 꽃이다." 중에서....

 

간장 오타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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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안윤길] 어머니와 밥그릇

  • 등록일
    2004/09/26 05:51
  • 수정일
    2004/09/26 05:51

고향집 들릴 때마다

공기도 아닌 사발에

아침도 고봉 한 그릇

점심도 고봉 한 그릇

저녁도 고봉 한 그릇

 

아들은 그 많은 밥을

거뜬히 먹어치우고

어머니는 항상 앞에서

흐뭇하게 지켜보신다

 

                                 안윤길 시집 골리앗은 울고 있다. 중에서.....

 

간장 오타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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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김영랑]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 등록일
    2004/09/25 07:26
  • 수정일
    2004/09/25 07:26

내 마음의 어딘 듯 한편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돋쳐오르는 아침

날빛이 빤질한 온결을 돋우네

가을엔 듯 눈엔 듯 핏줄엔 듯

마음이 도른도른 숨어 있는 곳

내 마음의 어딘 듯 한편에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김영랑전집 모란이 피기까지는 중에서....

 

간장 오타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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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기형도] 엄마생각

  • 등록일
    2004/09/24 08:49
  • 수정일
    2004/09/24 08:49

* 이 글은 알엠님의 [대체 무슨 생각을....] 에 대한 트랙백 입니다.

열무 삼십 단을 이고
시장에 간 우리 엄마
안 오시네,해는 시든 지 오래
나는 찬밥처럼 방에 담겨
아무리 천천히 숙제를 해도
엄마 안 오시네, 배추잎 같은 발소리 타박타박
안 들리네, 어둡고 무서워
금간 창 틈으로 고요히 빗소리
빈방에 혼자 엎드려 훌쩍거리던

아주 먼 옛날
지금도 눈시울을 뜨겁게 하는
그 시절,내 유년의 윗목.

 

                                         입속의 검은 잎 중에서....

 

보너스....



[시/정희성] 저문강에 삽을 씻고(창작과비평사.1978.초판.) 
 
흐르는 것이 물뿐이랴
우리가 저와 같아서
강변에 나가 삽을 씻으며
거기 슬픔도 퍼다 버린다
일이 끝나 저물어
스스로 깊어가는 강을 보며
쭈그려앉아 담배나 피우고
나는 돌아갈 뿐이다
삽자루에 맡긴 한 생애가
이렇게 저물고, 저물어서
샛강바닥 썩은 물에
달이 뜨는구나
우리가 저와 같아서
흐르는 물에 삽을 씻고
먹을 것 없는 사람들의 마을로
다시 어두워 돌아가야 한다.

 

간장 오타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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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백무산] 그런 날 있다.

  • 등록일
    2004/09/23 22:51
  • 수정일
    2004/09/23 22:51

생각이 아득해지는 날이 있다.

노동에 지친 몸을 누이고서도

창에 달빛이 들어서인지

잠 못 들어 뒤척이노라니

이불 더듬듯이 살아온 날들 더듬노라니

달빛처럼 실체도 없이 아뜩해

살았던가

내가 살긴 살았던가

 

 



언젠가 아침 해 다시 못 볼 저녁에 누워

살아온 날들 계량이라도 할 건가

대차대조라도 할 건가

살았던가

내가 살긴 살았던가

 

삶이란 실체 없는 말잔치였던가

내 노동은 비를 피할 기왓장 하나도 못되고

발로 지은 집 흔적도 없고

삶이란 외로움에 쫓긴 나머지

자신의 빈 그림자 밟기

 

살았던가

내가 살긴 살았던가

 

                                                 백무산 시집 인간의 시간 중에서....

 

간장 오타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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