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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1개의 게시물을 찾았습니다.

  1. 2004/08/30
    [시/장유리] 부질 없는 시
    간장 오타맨...
  2. 2004/08/30
    [시/김소월] 접동새
    간장 오타맨...
  3. 2004/08/28
    [시/김영랑] 모란이 피기 까지는
    간장 오타맨...
  4. 2004/08/27
    [시/신동엽] 술을 많이 마시고 잔 어젯밤은
    간장 오타맨...
  5. 2004/08/26
    [시/천상병] 광화문 근처의 행복 * 새
    간장 오타맨...

[시/한용운] 나룻배와 행인

  • 등록일
    2004/08/31 10:05
  • 수정일
    2004/08/31 10:05

나는 나룻배

당신은 행인,

 

당신은 흙발로 나를 짓 밟습니다.

나는 당신을 안고 물을 건너갑니다.

나는 당신을 안으면 깊으나 옅으나 급한 여울이나 건너갑니다.

 

만일 당신이 아니 오시면 나는 바람을 씌고 눈비를 맞으며 밤에서 낮까지 당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당신은 물만 건너면 나를 돌아보지도 않고 가십니다그려.

그러나 당신이 언제든지 오실 줄만을 알아요.

나는 다신을 기다리면서 날마다 날마다 낡아갑니다.

 

나는 나룻배

당신은 행인.

 

한용운 시집 님의침묵 중에서....

 

간장 오타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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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유리] 부질 없는 시

  • 등록일
    2004/08/30 02:12
  • 수정일
    2004/08/30 02:12

- 배달호 노동자의 죽음에 부쳐, 벗에게

 

벗이여,

내가 시 한편을 쓴다고

세상이 달라지는 건 결코 아니지만

 

벗이여,

내가 시 한편을 쓴다고

죽은 그대가 다시 살아오는 것은 아니지만

 

오늘 기름때에 절은 작업복을 입고 퇴근하는 그대들에게

일등석의 자리가 준비되지는 않았지만

많은 이들이 자리에 앉아 고개를 돌려 외면하지만



벗이여,

노동자라 말하는 사람들은 세상에 넘쳐나고

위에서 아래를 측은해 하는

눈높이가 다른 부끄러운 시를 민중시라 부른다지만

 

세상의 바닥에 닿아보지 못한 절망을

모르는 자는 감히 노동자라 말하지마라

 

벗이여,

허리 펴고 고개를 돌린 잠시의 휴식시간

어느새 하늘에 종달새 지저귀고

기계들의 소음도 잠든 퇴근시간에

그대들의 손과 발

피곤한 몸을 누일 집으로 가는 퇴근 길

등짝을 후려치던 겨울도 꽃샘바람도 가고

꽃이 피는구나

세상이 다 환하구나

 

하여 다시 벗이여,

내가 이 서툰 시 한편을 쓴다고

죽은 그대가 살아오는 것은 아니지만

떠났던 그 길로 하나 들 꽃들이 피는데

만년설도 수 억년의 거대한 빙산도 서서히 녹아

덩어리째 없어진다지 않는가

 

 

정유리 - 1965년생 경암 삼량진 생. 1999년 <시와 생명>에 거미줄 외 7편 발표. 밀양문학, 경남민족문학작가, 민족문학작가회의 회원이다.

 

                                                             배달호 노동열사 추모시집 "호루라기" 중에서....

 

간장 오타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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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김소월] 접동새

  • 등록일
    2004/08/30 01:59
  • 수정일
    2004/08/30 01:59

접동

접동

아우래비 접동

 

진두강 가람가에 살던 누나는

진두강 앞마을에

와서 웁니다

 

옛날, 우리나라

먼 뒷쪽의

진두강 가람가에 살던 누나는

의붓어미 시샘에 죽었습니다.



누나라고 불러보랴

오오 불설워

시새움에 몸이 죽은 우리 누나는

죽어서 접동새가 되었습니다

 

아홉이나 남아 되던 오랩동생을

죽어서도 못 잊어 차마 못 잊어

야삼경 날 다 자는 밤이 깊으면

이산 저산 옮아가며 슬피 웁니다.

 

간장 오타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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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김영랑] 모란이 피기 까지는

  • 등록일
    2004/08/28 20:01
  • 수정일
    2004/08/28 20:01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둘리고 있을 테요

모란이 뚝뚝 떨어져버린 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윈 설움에 잠길 테요

오월 어느날 그 하루 무덥던 날

떨여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버리고는

천지에 모란은 자취도 없어지고

뻗쳐오르던 내 보람 서운에 무너졌느니

모란이 지고 말면 그뿐 내 한해는 다 가고 말아

삼백 예순날 하냥 섭섭해 우옵네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기둘리고 있을 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모람이 피기까지는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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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신동엽] 술을 많이 마시고 잔 어젯밤은

  • 등록일
    2004/08/27 11:17
  • 수정일
    2004/08/27 11:17

술을 많이 마시고 잔

어젯밤은

자다가 재미난 꿈을 꾸었지.

 

나비를 타고

하늘을 날아가다가

발 아래 아시아의 반도

삼면에 흰 물거품 철썩이는

아름다운 반도를 보았지.

 

그 반도의 허리, 개성에서

금강산 이르는 중심부엔 폭 십리의

완충지대, 이른바 북쪽 권력도

남쪽 권력도 아니 미친다는

평화로운 논밭.



술을 많이 마시고 잔 어젯밤은

자다가 참

재미난 꿈을 꾸었어.

 

그 중립지대가

요술을 부리데.

너구리새끼 사람새끼 곰새끼 노루새끼들

발가벗고 뛰어노는 폭 십리의 중립지대가

점점 팽창되는데,

그 평화지대 양쪽에서

총부리 마주 겨누고 있던

탱크들이 일백팔십도 뒤로 돌데.

 

하더니, 눈 깜박할 사이

물방게처럼

한떼는 서귀포 밖

한떼는 두만강 밖

거기서 제각기 바깥 하늘 향해

총칼을 내던져 버리데.

 

꽃피는 반도는

남에서 북쪽 끝까지

완충지대,

그 모오든 쇠붙이는 말끔이 씻겨가고

사랑 뜨는 반도,

황금이삭 타작하는 순이네 마을 돌이네 마을마다

높이높이 중립의 분수는

나부끼데.

 

술을 많이 마시고 잔

어젯밤은 자면서 허망하게 우스운 꿈만 꾸었지.

                                                               <창작과 비평*1968년 여름호>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신동엽 시전집 중에서...........

 

간장 오타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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